200년 역사 러시아 연구소가 한국 문화홍보관 연 이유는?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1.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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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동방학연구소 ‘한국코너’ 개소식에서 러시아 학생이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지난 1일 동방학연구소 ‘한국코너’ 개소식에서 러시아 학생이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에 한국 문화 홍보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크렘린궁과도 불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번화가인데 이름은 '한국 코너' 입니다.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소속의 한국문화원처럼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지만 운영하는 주체가 러시아의 연구기관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학술기관 중 하나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마 동방학연구소입니다.

'한국 코너'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한국을 알리기 위해 세계 주요 대학에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로, 러시아에서는 2020년 상트페테르부르크대를 시작으로 극동연방대와 국립모스크바외국어대, 이르쿠츠크대, 고등경제대에 개설돼 있습니다.

동방학연구소 1층에 문을 연 ‘한국 코너’. 호텔의 비즈니스 라운지 스타일로 꾸몄다고 연구소측은 소개했다.동방학연구소 1층에 문을 연 ‘한국 코너’. 호텔의 비즈니스 라운지 스타일로 꾸몄다고 연구소측은 소개했다.

러시아 동방학연구소가 소개하는 '한국'

'한국 코너'가 들어선 동방학연구소 건물 1층 공간은 길과 맞닿아 있어서 외부인들이 드나들기 쉬운 위치였습니다.
'한국 코너'에서 KBS와 만난 박벨라 동방학연구소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은 "예전에 이 곳에 은행이 들어오길 원했지만 연구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연구소에서 신경써서 마련한 장소라고 귀띔했습니다.

같은 층에 카페도 문을 열 예정이어서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 코너'가 연구자나 학생 뿐아니라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지적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동방학연구소의 한국학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한국어와 문화 교육, 다양한 강의도 진행할 것입니다. 주제는 한러관계, 러시아의 한인 디아스포라 역사, 패션이나 주택 같은 한국의 스타일 , 한국 역사의 미스터리, 한국의 차 문화 등으로 다양하게 기획 중입니다. 멀티미디어 시설도 갖추고 있어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상영도 하고 한국 명절에는 축하 행사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 박벨라 동방학연구소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


박벨라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오른쪽)이 ‘한국코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벨라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오른쪽)이 ‘한국코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러시아 한국관련 저작물 대부분이 동방학 연구소에서"

1818년 설립된 동방학 연구소는 아시아와 아랍, 대양주에 걸쳐 역사와 종교, 민족, 언어, 문학 등 광범위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연구는 1945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러시아는 국경을 접한 이웃 국가들에 특히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한국과의 관계 형성 필요성이 제기됐고 광범위하고 깊은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1956년 한국-몽골과가 신설됐고 동방학 연구소의 연구 분야에서 한국학은 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러시아 한국학의 가장 오래된 중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소련과 러시아에서 출판된 한국관련 저작물 대부분이 동방학 연구소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조선 최초의 훈민정음 불경인 '석보상절'을 러시아어와 영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한국 조계종과 학술회의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 - 박벨라 동방학연구소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

1986년 한국과의 직접 대화 필요성을 주장한 연구소의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 보고서'는 한-소 수교 분위기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습니다.

2018년에는 한국 관련 연구의 중요성과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 "K-문화를 통해 한국어· 한국에 대한 관심 커져"

‘한국 코너’에 비치된 한국어 교재‘한국 코너’에 비치된 한국어 교재

러시아의 주요 연구소가 이렇게 한국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려는 것은 러시아 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인 세종학당은 러시아 내 여러 곳에서 운영 중입니다.

주러한국문화원이 운영하는 세종학당은 전 세계 세종학당 중 3위 안에 드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2015년 봄학기에 780명이었던 학생 수가 올해 봄학기에는 1600여 명으로 8년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러시아 최대 도서 판매 체인인 '치타이 고로드-부크보예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한국어 교재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9%늘어 러시아 내 외국어 교재 판매 순위 3위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드라마나 음악 등 문화를 먼저 접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언어를 배우고 한국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 코너' 를 총괄하는 로마노바 동방학연구소 부소장은 "러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한국 코너'는 연구소에 아주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벨라 실장도 "연구소를 넘어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 기관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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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년 역사 러시아 연구소가 한국 문화홍보관 연 이유는?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11-07 09: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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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동방학연구소 ‘한국코너’ 개소식에서 러시아 학생이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에 한국 문화 홍보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크렘린궁과도 불과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번화가인데 이름은 '한국 코너' 입니다.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소속의 한국문화원처럼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지만 운영하는 주체가 러시아의 연구기관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학술기관 중 하나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마 동방학연구소입니다.

'한국 코너'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한국을 알리기 위해 세계 주요 대학에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로, 러시아에서는 2020년 상트페테르부르크대를 시작으로 극동연방대와 국립모스크바외국어대, 이르쿠츠크대, 고등경제대에 개설돼 있습니다.

동방학연구소 1층에 문을 연 ‘한국 코너’. 호텔의 비즈니스 라운지 스타일로 꾸몄다고 연구소측은 소개했다.
러시아 동방학연구소가 소개하는 '한국'

'한국 코너'가 들어선 동방학연구소 건물 1층 공간은 길과 맞닿아 있어서 외부인들이 드나들기 쉬운 위치였습니다.
'한국 코너'에서 KBS와 만난 박벨라 동방학연구소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은 "예전에 이 곳에 은행이 들어오길 원했지만 연구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연구소에서 신경써서 마련한 장소라고 귀띔했습니다.

같은 층에 카페도 문을 열 예정이어서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 코너'가 연구자나 학생 뿐아니라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지적 경험과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동방학연구소의 한국학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한국어와 문화 교육, 다양한 강의도 진행할 것입니다. 주제는 한러관계, 러시아의 한인 디아스포라 역사, 패션이나 주택 같은 한국의 스타일 , 한국 역사의 미스터리, 한국의 차 문화 등으로 다양하게 기획 중입니다. 멀티미디어 시설도 갖추고 있어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상영도 하고 한국 명절에는 축하 행사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 박벨라 동방학연구소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


박벨라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오른쪽)이 ‘한국코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러시아 한국관련 저작물 대부분이 동방학 연구소에서"

1818년 설립된 동방학 연구소는 아시아와 아랍, 대양주에 걸쳐 역사와 종교, 민족, 언어, 문학 등 광범위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연구는 1945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러시아는 국경을 접한 이웃 국가들에 특히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한국과의 관계 형성 필요성이 제기됐고 광범위하고 깊은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1956년 한국-몽골과가 신설됐고 동방학 연구소의 연구 분야에서 한국학은 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러시아 한국학의 가장 오래된 중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소련과 러시아에서 출판된 한국관련 저작물 대부분이 동방학 연구소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조선 최초의 훈민정음 불경인 '석보상절'을 러시아어와 영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한국 조계종과 학술회의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 - 박벨라 동방학연구소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장

1986년 한국과의 직접 대화 필요성을 주장한 연구소의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 보고서'는 한-소 수교 분위기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습니다.

2018년에는 한국 관련 연구의 중요성과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 역사문화 자료실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 "K-문화를 통해 한국어· 한국에 대한 관심 커져"

‘한국 코너’에 비치된 한국어 교재
러시아의 주요 연구소가 이렇게 한국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려는 것은 러시아 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인 세종학당은 러시아 내 여러 곳에서 운영 중입니다.

주러한국문화원이 운영하는 세종학당은 전 세계 세종학당 중 3위 안에 드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2015년 봄학기에 780명이었던 학생 수가 올해 봄학기에는 1600여 명으로 8년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러시아 최대 도서 판매 체인인 '치타이 고로드-부크보예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한국어 교재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9%늘어 러시아 내 외국어 교재 판매 순위 3위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드라마나 음악 등 문화를 먼저 접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언어를 배우고 한국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 코너' 를 총괄하는 로마노바 동방학연구소 부소장은 "러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한국 코너'는 연구소에 아주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벨라 실장도 "연구소를 넘어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 기관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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