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열린 게임축제장 가보니…‘게임에 진심’인 미국인들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1.08 (08:00) 수정 2023.11.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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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인수합병 후 처음 열린 '블리즈컨 2023'

지난해에는 미국 IT 역사상 최대 규모인 687억 달러(약 89조 원)의 인수합병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건데요. 그리고 1년 10개월이 걸려 그 마지막 절차가 지난달 마무리됐고 법적으로 두 회사는 한 몸이 됐습니다. 그리고 열린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첫 행사, 블리즈컨 2023.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진설명: 블리즈컨2023 관람을 위해 줄 선 관객과 참가자들)(사진설명: 블리즈컨2023 관람을 위해 줄 선 관객과 참가자들)

블리즈컨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행사중에 하나입니다. 올해 블리즈컨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렸는데요. 블리자드는 2005년부터 거의 해마다 게임 이용자들과 커뮤니티를 위해 축제의 장으로서 블리즈컨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2020년 코로나 19로 행사를 중단했다가 2021년, 2022년 2년을 연거푸 건너뛴 뒤 4년 만에 열리는 행사여서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앞은 지난 주말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각 행사장을 입장할 수 있는 일반 입장료가 299달러, 우리 돈 40만 원에 이르고 행사장뿐 아니라 별도의 라운지를 이용하고 개발자나 주요 인사들의 연설까지 들을 수 있는 티켓은 799달러, 104만 원 정도에 팔렸는데, 이틀간 수만 명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게임에 진심인 미국인들…휴가내고 코스프레 하러 참가

행사장 입구에서 처음 눈에 띈 것은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입니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분장을 하고 방문객들과 사진을 찍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블리자드의 직원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관람객들입니다. 카스 페어클로스 씨는 행사 시작 이틀 전인 지난주 수요일, 다니는 건축회사에 휴가를 내고 플로리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날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를 위해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용군단'의 용족 푸른용군단장 의상을 2주 동안 손수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직접 재봉을 하고 문양도 일일이 그려 넣었다고 자랑했습니다. 페어클로스 씨와 함께 온 친구 키라 알라냐 씨는 게임 속 캐릭터를 코스프레하는 인플루언서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블리즈컨에 참여한 것이 "마치 집에 온 것 같습니다. 매일 게임 커뮤니티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만났는데, 직접 만나니 고향에 온 것처럼 편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진설명:  좌>블리즈컨에 참여한 카스와 키라 씨   우>블리즈컨에 전시된 캐릭터 모형 )(사진설명: 좌>블리즈컨에 참여한 카스와 키라 씨 우>블리즈컨에 전시된 캐릭터 모형 )

■한국팀의 석패와 르세라핌의 폐막식

행사장은 크게 아레나와 4개의 게임 홀로 구성됐습니다. 아레나에서는 게임 개발자나 명사들의 설명회나 강연을 했고 각각의 홀은 게임의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조명, 게임기 등으로 꾸며졌습니다. 각각의 홀에서는 추첨을 통해 게임 아이템을 나눠주거나 게임 속 상황을 체험하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행사장마다 디아블로와 월드 워크래프트 속 게릭터 등도 전시됐습니다.
행사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는 16개국이 참여하는 오버워치 경기의 준결승과 결승전, 3~4위전이 열렸는데, 한국팀은 준결승에서 중국에 3대 2로 아깝게 패했고 3, 4위 전에서도 핀란드팀에 3대 2로 패해 노메달에 그쳤습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사우디아라비아팀이 초반의 열세를 딛고 중국팀에 역전하면서 3대 2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사진설명: 오버워치 경기장과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한 한국팀 모습)(사진설명: 오버워치 경기장과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한 한국팀 모습)

비록 한국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행사의 대미인 폐막식을 장식한 것은 그룹 르세라핌이었습니다. 한국 아티스트가 블리즈컨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역대 폐막식에서는 오프스프링, 린킨 파크, 오지 오즈번, 메탈리카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르세라핌은 최근 오버워치2와의 협업을 통해 신곡 ‘Perfect Night’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이날 공연에서도 이를 선보였습니다.
르세라핌의 공연은 이날 저녁 6시를 넘긴 시간에 시작해 30여 분간 진행됐는데요. 행사 시작 두세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르세라핌의 인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한편, 르세라핌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 와보니 실감이 됐다. 그리고 상상했던 것 보다 페스티벌의 규모도 커서 처음에는 조금 긴장도 됐다. 세계적인 게임 축제에서 저희가 공연을 한다는 게 실감되면서 진짜 잘해야겠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진설명: 블리즈컨에서 폐막 공연을 펼친 르세라핌)(사진설명: 블리즈컨에서 폐막 공연을 펼친 르세라핌)

■황금알을 낳는 게임산업...2년 뒤면 2,688억 달러 350조 원 돌파

블리자드는 199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출발했습니다. UCLA의 전기공학도 출신인 마이크 모하임과 앨런 애드햄, 그리고 프랭크 피어스가 모여 실리콘 앤드 시냅스(Silicon & Synapse)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회사가 그 시초입니다. 지난해에는 75억 2천8백만 달러, 약 9조 8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4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670억 달러, 87조 원이 넘었습니다.
이런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합병되면서 세계 1위인 텐센트에 맞서는 대항마가 됐습니다. 미중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게임업계에서도 미·중 간의 미묘한 대립구조가 형성된 셈입니다.

게임시장은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됩니다. 스타티스타 마켓 인사이트(Statista market insight)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559억 달러, 203조 원인 글로벌 비디오 게임 시장 규모는 5년 뒤인 2025년에는 2,688억 달러, 350조 원 정도로 커져서 불과 5년 만에 72.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시장을 놓고 각국이, 특히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도 덩치를 키워가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자료조사:양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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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8 08: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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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인수합병 후 처음 열린 '블리즈컨 2023'

지난해에는 미국 IT 역사상 최대 규모인 687억 달러(약 89조 원)의 인수합병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건데요. 그리고 1년 10개월이 걸려 그 마지막 절차가 지난달 마무리됐고 법적으로 두 회사는 한 몸이 됐습니다. 그리고 열린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첫 행사, 블리즈컨 2023.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진설명: 블리즈컨2023 관람을 위해 줄 선 관객과 참가자들)
블리즈컨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행사중에 하나입니다. 올해 블리즈컨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렸는데요. 블리자드는 2005년부터 거의 해마다 게임 이용자들과 커뮤니티를 위해 축제의 장으로서 블리즈컨을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2020년 코로나 19로 행사를 중단했다가 2021년, 2022년 2년을 연거푸 건너뛴 뒤 4년 만에 열리는 행사여서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관객들이 많았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앞은 지난 주말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각 행사장을 입장할 수 있는 일반 입장료가 299달러, 우리 돈 40만 원에 이르고 행사장뿐 아니라 별도의 라운지를 이용하고 개발자나 주요 인사들의 연설까지 들을 수 있는 티켓은 799달러, 104만 원 정도에 팔렸는데, 이틀간 수만 명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게임에 진심인 미국인들…휴가내고 코스프레 하러 참가

행사장 입구에서 처음 눈에 띈 것은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입니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분장을 하고 방문객들과 사진을 찍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블리자드의 직원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관람객들입니다. 카스 페어클로스 씨는 행사 시작 이틀 전인 지난주 수요일, 다니는 건축회사에 휴가를 내고 플로리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날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를 위해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용군단'의 용족 푸른용군단장 의상을 2주 동안 손수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직접 재봉을 하고 문양도 일일이 그려 넣었다고 자랑했습니다. 페어클로스 씨와 함께 온 친구 키라 알라냐 씨는 게임 속 캐릭터를 코스프레하는 인플루언서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블리즈컨에 참여한 것이 "마치 집에 온 것 같습니다. 매일 게임 커뮤니티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만났는데, 직접 만나니 고향에 온 것처럼 편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진설명:  좌>블리즈컨에 참여한 카스와 키라 씨   우>블리즈컨에 전시된 캐릭터 모형 )
■한국팀의 석패와 르세라핌의 폐막식

행사장은 크게 아레나와 4개의 게임 홀로 구성됐습니다. 아레나에서는 게임 개발자나 명사들의 설명회나 강연을 했고 각각의 홀은 게임의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조명, 게임기 등으로 꾸며졌습니다. 각각의 홀에서는 추첨을 통해 게임 아이템을 나눠주거나 게임 속 상황을 체험하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행사장마다 디아블로와 월드 워크래프트 속 게릭터 등도 전시됐습니다.
행사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는 16개국이 참여하는 오버워치 경기의 준결승과 결승전, 3~4위전이 열렸는데, 한국팀은 준결승에서 중국에 3대 2로 아깝게 패했고 3, 4위 전에서도 핀란드팀에 3대 2로 패해 노메달에 그쳤습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사우디아라비아팀이 초반의 열세를 딛고 중국팀에 역전하면서 3대 2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사진설명: 오버워치 경기장과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한 한국팀 모습)
비록 한국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행사의 대미인 폐막식을 장식한 것은 그룹 르세라핌이었습니다. 한국 아티스트가 블리즈컨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역대 폐막식에서는 오프스프링, 린킨 파크, 오지 오즈번, 메탈리카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르세라핌은 최근 오버워치2와의 협업을 통해 신곡 ‘Perfect Night’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이날 공연에서도 이를 선보였습니다.
르세라핌의 공연은 이날 저녁 6시를 넘긴 시간에 시작해 30여 분간 진행됐는데요. 행사 시작 두세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르세라핌의 인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한편, 르세라핌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 와보니 실감이 됐다. 그리고 상상했던 것 보다 페스티벌의 규모도 커서 처음에는 조금 긴장도 됐다. 세계적인 게임 축제에서 저희가 공연을 한다는 게 실감되면서 진짜 잘해야겠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사진설명: 블리즈컨에서 폐막 공연을 펼친 르세라핌)
■황금알을 낳는 게임산업...2년 뒤면 2,688억 달러 350조 원 돌파

블리자드는 199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출발했습니다. UCLA의 전기공학도 출신인 마이크 모하임과 앨런 애드햄, 그리고 프랭크 피어스가 모여 실리콘 앤드 시냅스(Silicon & Synapse)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회사가 그 시초입니다. 지난해에는 75억 2천8백만 달러, 약 9조 8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4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670억 달러, 87조 원이 넘었습니다.
이런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합병되면서 세계 1위인 텐센트에 맞서는 대항마가 됐습니다. 미중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게임업계에서도 미·중 간의 미묘한 대립구조가 형성된 셈입니다.

게임시장은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됩니다. 스타티스타 마켓 인사이트(Statista market insight)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559억 달러, 203조 원인 글로벌 비디오 게임 시장 규모는 5년 뒤인 2025년에는 2,688억 달러, 350조 원 정도로 커져서 불과 5년 만에 72.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시장을 놓고 각국이, 특히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도 덩치를 키워가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자료조사:양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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