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만났다!…중국-호주 이대로 화해?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1.08 (11:00) 수정 2023.11.0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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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는 이번 주 제6회 '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행사지만 중국에서는 수출입박람회,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에 이어 3대 대외개방 전시회로 꼽히는 큰 행사입니다.

2020년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오프라인 행사여서 관심이 높았는데요. 130여개 국에서 3천 4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역대급 참가 인원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백여 개 기업이 참가했습니다. 중국의 지방정부와 국영·민영 기업들이 구매 사절단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역을 위해 모인 자리.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중국을 찾은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 국가 행사 개막식에서 연설에 나선 겁니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호주 총리는 "호주는 중국과 계속해서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라고 말했습니다. 중국-호주, 양국 관계에 화해의 신호를 보낸겁니다.

그동안 중국과 호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코로나19 기원 조사하자" vs "와인 ·석탄에 관세"

호주의 지난해 교역량의 1/3가량이 중국에서 나올 정도로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엮여있습니다. 그나마 두 나라 관계가 악화돼 교역량이 줄어든 게 이 정도인데요.


호주는 1973년 타이완 대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미국보다 6년 이른 시점이었습니다. 이후 호주산 철광석과 석탄은 중국 산업 발전의 든든한 배경이 됐고, 호주 역시 원자재 수출을 통해 호황을 이뤄왔습니다.

2014년에는 호주와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는데요. 당시 시진핑 주석은 "역사적 원한도, 근본 이익 충돌도 없는 중국과 호주야말로 '진정한 동반자'"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토니 중국신원망 당시 호주 총리가 2014년 FTA 체결을 선언했다. (출처: 중국신원망)시진핑 중국 주석과 토니 중국신원망 당시 호주 총리가 2014년 FTA 체결을 선언했다. (출처: 중국신원망)
'진정한 동반자'였던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어쩌다 틀어진 걸까요?

중국 화웨이가 세계 통신망 공급을 늘려가던 중, 2018년 미국 행정부가 '보안' 문제를 들고 나옵니다. 화웨이가 통신망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 간다는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당시 호주도 미국의 요청을 받아 자국 내 중요한 통신망 구축할 때에는 중국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더해 2020년 4월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미국과 유럽의 정상들과 통화를 하면서 '코로나19 발원지 국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감염병 확산에 대한 책임을 대놓고 중국에 돌리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는 '강경 보수파'로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고수한 인물입니다.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과 소고기, 와인, 보리 등 다양한 제품에 관세와 제한을 뒀습니다. 한화로 17조 원 규모입니다. 중국은 호주산 와인에는 최대 218%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호주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였었습니다.

지난해 5월 호주의 노동당 정권 출범을 계기로 호주-중국 양국의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습니다. 중국은 최근 호주산 목재와 보리에 부과해온 반덤핑 관세를 철회했고, 정보 유출 혐의로 3년 넘게 구금했던 호주 출신 언론인 청레이도 석방했습니다.

■ "중국 위해 '우물을 판' 호주 총리 잊지 않을 것"

상하이 수입박람회에 참석한 앨버니지 총리는, 다음 날(6일) 시진핑 주석과 면담을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난 지, 일년여 만에 본격적인 '대화의 장'이 펼쳐진 겁니다.

베이징에 도착한 호주 앨버니지 총리는 먼저 하늘에 제사를 올린 장소인 '천단'을 찾았습니다.

호주 앨버니지 총리가 6일, 베이징 천단공원을 찾았다(출처: 앨버니지 총리 X 계정)호주 앨버니지 총리가 6일, 베이징 천단공원을 찾았다(출처: 앨버니지 총리 X 계정)
앨버니지 총리는 천단공원을 방문한 사진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게시하고,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고프 휘틀럼 전 호주 총리가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지 50년 만입니다. 그가 베이징 천단을 방문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것은 우리 두 나라 사이의 포용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고프 휘틀럼은 1973년 호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외교 관계를 성립시킨 인물입니다. 당시 휘틀럼 총리도 천단을 찾아 사진을 촬영했는데요. 앨버니지 총리도 같은 장소를 방문해 50년을 이어온 호주와 중국의 인연, 그리고 우정을 강조한 겁니다.

고프 휘틀럼 당시 호주 총리 베이징 천단 공원을 방문했다. (1973년, 시드니 모닝 헤럴드 사진)고프 휘틀럼 당시 호주 총리 베이징 천단 공원을 방문했다. (1973년, 시드니 모닝 헤럴드 사진)
이후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중국에서는 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 중국 인민은 우리를 위해 우물을 파준 고프 휘틀럼 전 총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호주 관계는 올바른 개선과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며 "이를 보게 돼 가슴이 벅차다" 고 말했습니다.
양국 관계가 화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중국, 호주산 와인 수입하고 CPTPP가입할까?

이날 양국 정상이 나눈 대화를 보면 원하는 바가 명확히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중국은 남태평양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호주와 더 많은 3자 및 다자협력에 참여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2021년부터 추진해온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입니다. 중국과 대만도 2021년 9월 가입을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받지 못했습니다.

올해 3월 영국이 CPTPP 발효 이후 처음으로 신규 회원국이 되면서, 중국도 가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중 국의 가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12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를 해야 하는데, 기존 회원국인 호주의 지지를 촉구한 겁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7년여 만에 중국-호주 정상회담을 열었다. (6일, 베이징)시진핑 중국 주석과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7년여 만에 중국-호주 정상회담을 열었다. (6일, 베이징)
반면, 호주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세계와의 계속되는 교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시진핑 주석에게 호주산 와인 관세에 대해서 얘기했다"고 정확한 속내를 밝혔습니다.

중국과의 교역 정상화에 방점을 찍은 겁니다. 중국은 목재, 보리 관세는 철폐했지만, 최대 비율인 와인에 대한 관세 218%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정상은 이 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미국-중국 간 안전장치와 군사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호주의 스킨십을 오는 11일~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의 사전 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도 중국과의 소통에 나섰다고 보는 겁니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인 허리펑 부총리도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을 방문합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인데, 미-중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경제 분야 의제와 현안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바이든 대통령 "신뢰하되 검증하라"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방중에 앞서 미국을 먼저 찾았습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방중 계획을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을 신뢰하되 검증하라"고 말하며 호주에 균형 외교를 주문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와 미국은 '안보'로 강하게 얽혀있습니다. 2020년 호주가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에 가입했고 2021년에는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에 연달아 가입했습니다. 미국의 손을 잡고 중국을 견제한 셈입니다.

올해 3월 미국은 2030년까지 핵잠수함 3~5대를 호주에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그야말로 미국의 '동맹'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핵추진잠수함(SSN)미국 핵추진잠수함(SSN)
지난달 말 호주-미국 정상회담에서도 호주-미국-일본 3국간 무인기 안보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또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타이완에 관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도 반대'한다는 메시지도 냈습니다.

ARF는 '앨버니지 총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경제는 중국에,안보는 미국에 기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본 겁니다.

호주가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든, 미국의 동맹으로 중국을 대하고 있든, 경제 분야에서는 호주와 중국 관계의 긍정적 변화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 변화가 오는 1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에도 반영될지 지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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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 만에 만났다!…중국-호주 이대로 화해?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11-08 11:00:33
    • 수정2023-11-08 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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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는 이번 주 제6회 '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행사지만 중국에서는 수출입박람회,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에 이어 3대 대외개방 전시회로 꼽히는 큰 행사입니다.

2020년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열린 오프라인 행사여서 관심이 높았는데요. 130여개 국에서 3천 4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역대급 참가 인원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백여 개 기업이 참가했습니다. 중국의 지방정부와 국영·민영 기업들이 구매 사절단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로서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역을 위해 모인 자리.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호주 총리로는 '7년 만에' 중국을 찾은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 국가 행사 개막식에서 연설에 나선 겁니다. 최근 수년 동안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호주 총리는 "호주는 중국과 계속해서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라고 말했습니다. 중국-호주, 양국 관계에 화해의 신호를 보낸겁니다.

그동안 중국과 호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코로나19 기원 조사하자" vs "와인 ·석탄에 관세"

호주의 지난해 교역량의 1/3가량이 중국에서 나올 정도로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엮여있습니다. 그나마 두 나라 관계가 악화돼 교역량이 줄어든 게 이 정도인데요.


호주는 1973년 타이완 대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미국보다 6년 이른 시점이었습니다. 이후 호주산 철광석과 석탄은 중국 산업 발전의 든든한 배경이 됐고, 호주 역시 원자재 수출을 통해 호황을 이뤄왔습니다.

2014년에는 호주와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는데요. 당시 시진핑 주석은 "역사적 원한도, 근본 이익 충돌도 없는 중국과 호주야말로 '진정한 동반자'"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토니 중국신원망 당시 호주 총리가 2014년 FTA 체결을 선언했다. (출처: 중국신원망)'진정한 동반자'였던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어쩌다 틀어진 걸까요?

중국 화웨이가 세계 통신망 공급을 늘려가던 중, 2018년 미국 행정부가 '보안' 문제를 들고 나옵니다. 화웨이가 통신망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 간다는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당시 호주도 미국의 요청을 받아 자국 내 중요한 통신망 구축할 때에는 중국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더해 2020년 4월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미국과 유럽의 정상들과 통화를 하면서 '코로나19 발원지 국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감염병 확산에 대한 책임을 대놓고 중국에 돌리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는 '강경 보수파'로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고수한 인물입니다.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과 소고기, 와인, 보리 등 다양한 제품에 관세와 제한을 뒀습니다. 한화로 17조 원 규모입니다. 중국은 호주산 와인에는 최대 218%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호주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였었습니다.

지난해 5월 호주의 노동당 정권 출범을 계기로 호주-중국 양국의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습니다. 중국은 최근 호주산 목재와 보리에 부과해온 반덤핑 관세를 철회했고, 정보 유출 혐의로 3년 넘게 구금했던 호주 출신 언론인 청레이도 석방했습니다.

■ "중국 위해 '우물을 판' 호주 총리 잊지 않을 것"

상하이 수입박람회에 참석한 앨버니지 총리는, 다음 날(6일) 시진핑 주석과 면담을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난 지, 일년여 만에 본격적인 '대화의 장'이 펼쳐진 겁니다.

베이징에 도착한 호주 앨버니지 총리는 먼저 하늘에 제사를 올린 장소인 '천단'을 찾았습니다.

호주 앨버니지 총리가 6일, 베이징 천단공원을 찾았다(출처: 앨버니지 총리 X 계정)앨버니지 총리는 천단공원을 방문한 사진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게시하고,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고프 휘틀럼 전 호주 총리가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지 50년 만입니다. 그가 베이징 천단을 방문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함없는 것은 우리 두 나라 사이의 포용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고프 휘틀럼은 1973년 호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외교 관계를 성립시킨 인물입니다. 당시 휘틀럼 총리도 천단을 찾아 사진을 촬영했는데요. 앨버니지 총리도 같은 장소를 방문해 50년을 이어온 호주와 중국의 인연, 그리고 우정을 강조한 겁니다.

고프 휘틀럼 당시 호주 총리 베이징 천단 공원을 방문했다. (1973년, 시드니 모닝 헤럴드 사진)이후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중국에서는 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 중국 인민은 우리를 위해 우물을 파준 고프 휘틀럼 전 총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호주 관계는 올바른 개선과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며 "이를 보게 돼 가슴이 벅차다" 고 말했습니다.
양국 관계가 화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중국, 호주산 와인 수입하고 CPTPP가입할까?

이날 양국 정상이 나눈 대화를 보면 원하는 바가 명확히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중국은 남태평양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호주와 더 많은 3자 및 다자협력에 참여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2021년부터 추진해온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입니다. 중국과 대만도 2021년 9월 가입을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받지 못했습니다.

올해 3월 영국이 CPTPP 발효 이후 처음으로 신규 회원국이 되면서, 중국도 가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중 국의 가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12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를 해야 하는데, 기존 회원국인 호주의 지지를 촉구한 겁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7년여 만에 중국-호주 정상회담을 열었다. (6일, 베이징) 반면, 호주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세계와의 계속되는 교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시진핑 주석에게 호주산 와인 관세에 대해서 얘기했다"고 정확한 속내를 밝혔습니다.

중국과의 교역 정상화에 방점을 찍은 겁니다. 중국은 목재, 보리 관세는 철폐했지만, 최대 비율인 와인에 대한 관세 218%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정상은 이 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미국-중국 간 안전장치와 군사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호주의 스킨십을 오는 11일~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의 사전 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도 중국과의 소통에 나섰다고 보는 겁니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인 허리펑 부총리도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을 방문합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인데, 미-중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경제 분야 의제와 현안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바이든 대통령 "신뢰하되 검증하라"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방중에 앞서 미국을 먼저 찾았습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방중 계획을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을 신뢰하되 검증하라"고 말하며 호주에 균형 외교를 주문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와 미국은 '안보'로 강하게 얽혀있습니다. 2020년 호주가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에 가입했고 2021년에는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에 연달아 가입했습니다. 미국의 손을 잡고 중국을 견제한 셈입니다.

올해 3월 미국은 2030년까지 핵잠수함 3~5대를 호주에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그야말로 미국의 '동맹'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핵추진잠수함(SSN)지난달 말 호주-미국 정상회담에서도 호주-미국-일본 3국간 무인기 안보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또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타이완에 관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도 반대'한다는 메시지도 냈습니다.

ARF는 '앨버니지 총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경제는 중국에,안보는 미국에 기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본 겁니다.

호주가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든, 미국의 동맹으로 중국을 대하고 있든, 경제 분야에서는 호주와 중국 관계의 긍정적 변화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 변화가 오는 1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에도 반영될지 지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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