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중국 특수’ 없다…“경쟁자 된 중국의 역습”

입력 2023.11.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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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 2021년 7월 정점을 찍었던 부동산 주택 가격은 최근에는 2019년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부동산 투자도 2년 연속 10% 정도 감소했다.

주요 건설업체의 재무 건전성 악화도 심상치 않다. 이른바 '중국발 부동산 위기설'의 근원인 헝다 그룹은 기한이 도래한 빚 약 52조 원을 갚지 못했고, 지난달에는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외화표시채권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다행인지 부동산 경기 하락에도 중국의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되지 않는 모습이다. 외환시장도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중국 부채 가운데 해외통화 표시 부채는 1.9%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실물경제는 어떨까? 중국의 건설업 위축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한국개발연구원 KDI 보고서가 그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답을 냈다. "그렇다,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준다".

■ 중국 건설업 생산 줄면…한국 GDP도 깎인다?

중국 건설업 생산이 감소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까지도 줄어든다고 한다. 얼마나? 중국 건설업 생산이 10% 줄면, 우리 GDP는 0.4%나 깎인다는 게 추정 결과다.

직접적 원인은 '중간재 수출' 감소에 있다. 당연한 일이다. 중국에서 건설을 덜 하니, 건설에 필요한 건설자재, 즉 중간재 수요도 줄어든다. 우리나라 대(對) 중국 중간재 수출도 따라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향을 받는 산업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중국에 건설 자재를 공급하는 화학산업에서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다. 광업이나 비금속광물, 금속제품 등도 주요한 영향을 받는다. 이런 중간재를 중국으로 운반하는 수상 운송업도 타격을 입는다.


간접적 원인도 있다. 바로 거시경제 파급효과다. 중국 건설업 생산과 연결된 우리 경제 산업들이 함께 부진하게 되면, 그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 소득이 줄어들면서 덜 쓰게 된다. 소비도 줄어든다는 말이다. 해당 산업과 업체들의 투자가 덜 활발해지는 것도 당연한 절차다.

이런 직·간접적 영향을 모두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GDP가 0.4% 정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 건설업 생산 감소가 한 해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다면, 이런 부정적 영향도 여러 해에 분산돼 일어날 수 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 눈앞에 닥친 더 큰 파도…더이상 '중국 특수'는 없다!

보고서는 '중국 건설업 위기'보다 더 큰 위기까지 진단한다. 바로 과거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우리와 '상부상조'하던 중국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우리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에서 이 중간재를 가공한 다음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일종의 국제분업 관계가 활발했다.

그런데 이 관계,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의 노동비용이 저렴한 편이라 이런 분업이 서로에게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노동비용도 많이 올랐고 중국의 기술도 발전하면서 굳이 이런 분업이 지속될 유인이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2007년에는 대중국 수출 가운데 37.2%가 가공된 후 제3국으로 재수출됐지만, 이 비중은 2014년은 23.6%, 지난해에는 22%까지 크게 줄었다.

■ 새로운 대체 시장 찾아도…"중국과 경쟁해야"

중국을 협력자 삼아 누리던 이런 일종의 '중국 특수'가 시들해지자, 우리 기업들도 당연히 새로운 살길을 찾아 나섰다.

중국보다 중간재 생산 기술 수준이 낮지만, 노동비용이 저렴한 베트남 같은 국가에 중간재 수출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2007년 대(對)베트남 우리 중간재 수출 비중은 2%에서 지난해 10.7%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시장에서는 협력자였던 중국을 이제는 경쟁자로 만나 맞붙어야 하는 판이다. 중국의 중간재 경쟁력이 우리를 상당 부분 따라왔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품 가운데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최종재를 앞질렀고, 베트남 중간재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해 이미 한국을 앞서고 있다. 반면, 한국의 베트남 중간재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7년 24.8%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무서운 건, 국제 중간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우리 경쟁력이다.


■ 앞서는 '중국 수출'…우리 수출, 어떻게 살릴 것인가?

최근에는 석유제품과 농수산물 등을 뺀 대부분 품목에서 중국이 우리나라의 대(對)세계 수출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중국과 우리의 수출경합이 불붙는 모양새다.


결국, 관건은 예전 같지 않은 대중국 중간재 수출에 얼마나 빨리, 잘 적응하냐다. 뻔한 이야기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우리 중간재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관건이다.

‘중국 건설업 위축의 영향과 중장기 무역구조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중국 건설업 위축의 영향과 중장기 무역구조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의 결론도 비슷하다. "뚜렷한 단기 대책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출 및 투자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수요구조가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옮겨갈 거로 전망했다. 투자에 집중했던 중국 정부가 소비를 통한 경기 부양 정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도 중국 소비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어려운 길을 걸어갈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우리 경제구조 개혁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닥칠 '파고'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다변화 전략이 통하려면 기업경쟁력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유망한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기 쉽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제도 개편 등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하기 어려운 건, 중국이라는 경쟁자와 맞붙어야 하는 현실이다.

[그래픽 제작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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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8 16: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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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 2021년 7월 정점을 찍었던 부동산 주택 가격은 최근에는 2019년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부동산 투자도 2년 연속 10% 정도 감소했다.

주요 건설업체의 재무 건전성 악화도 심상치 않다. 이른바 '중국발 부동산 위기설'의 근원인 헝다 그룹은 기한이 도래한 빚 약 52조 원을 갚지 못했고, 지난달에는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외화표시채권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다행인지 부동산 경기 하락에도 중국의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되지 않는 모습이다. 외환시장도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중국 부채 가운데 해외통화 표시 부채는 1.9%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실물경제는 어떨까? 중국의 건설업 위축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한국개발연구원 KDI 보고서가 그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답을 냈다. "그렇다,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준다".

■ 중국 건설업 생산 줄면…한국 GDP도 깎인다?

중국 건설업 생산이 감소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까지도 줄어든다고 한다. 얼마나? 중국 건설업 생산이 10% 줄면, 우리 GDP는 0.4%나 깎인다는 게 추정 결과다.

직접적 원인은 '중간재 수출' 감소에 있다. 당연한 일이다. 중국에서 건설을 덜 하니, 건설에 필요한 건설자재, 즉 중간재 수요도 줄어든다. 우리나라 대(對) 중국 중간재 수출도 따라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향을 받는 산업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중국에 건설 자재를 공급하는 화학산업에서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다. 광업이나 비금속광물, 금속제품 등도 주요한 영향을 받는다. 이런 중간재를 중국으로 운반하는 수상 운송업도 타격을 입는다.


간접적 원인도 있다. 바로 거시경제 파급효과다. 중국 건설업 생산과 연결된 우리 경제 산업들이 함께 부진하게 되면, 그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 소득이 줄어들면서 덜 쓰게 된다. 소비도 줄어든다는 말이다. 해당 산업과 업체들의 투자가 덜 활발해지는 것도 당연한 절차다.

이런 직·간접적 영향을 모두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GDP가 0.4% 정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 건설업 생산 감소가 한 해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다면, 이런 부정적 영향도 여러 해에 분산돼 일어날 수 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 눈앞에 닥친 더 큰 파도…더이상 '중국 특수'는 없다!

보고서는 '중국 건설업 위기'보다 더 큰 위기까지 진단한다. 바로 과거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우리와 '상부상조'하던 중국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우리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에서 이 중간재를 가공한 다음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일종의 국제분업 관계가 활발했다.

그런데 이 관계, 점점 시들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의 노동비용이 저렴한 편이라 이런 분업이 서로에게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노동비용도 많이 올랐고 중국의 기술도 발전하면서 굳이 이런 분업이 지속될 유인이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2007년에는 대중국 수출 가운데 37.2%가 가공된 후 제3국으로 재수출됐지만, 이 비중은 2014년은 23.6%, 지난해에는 22%까지 크게 줄었다.

■ 새로운 대체 시장 찾아도…"중국과 경쟁해야"

중국을 협력자 삼아 누리던 이런 일종의 '중국 특수'가 시들해지자, 우리 기업들도 당연히 새로운 살길을 찾아 나섰다.

중국보다 중간재 생산 기술 수준이 낮지만, 노동비용이 저렴한 베트남 같은 국가에 중간재 수출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2007년 대(對)베트남 우리 중간재 수출 비중은 2%에서 지난해 10.7%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시장에서는 협력자였던 중국을 이제는 경쟁자로 만나 맞붙어야 하는 판이다. 중국의 중간재 경쟁력이 우리를 상당 부분 따라왔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품 가운데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최종재를 앞질렀고, 베트남 중간재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해 이미 한국을 앞서고 있다. 반면, 한국의 베트남 중간재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7년 24.8%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무서운 건, 국제 중간재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우리 경쟁력이다.


■ 앞서는 '중국 수출'…우리 수출, 어떻게 살릴 것인가?

최근에는 석유제품과 농수산물 등을 뺀 대부분 품목에서 중국이 우리나라의 대(對)세계 수출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중국과 우리의 수출경합이 불붙는 모양새다.


결국, 관건은 예전 같지 않은 대중국 중간재 수출에 얼마나 빨리, 잘 적응하냐다. 뻔한 이야기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우리 중간재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관건이다.

‘중국 건설업 위축의 영향과 중장기 무역구조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의 결론도 비슷하다. "뚜렷한 단기 대책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출 및 투자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수요구조가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옮겨갈 거로 전망했다. 투자에 집중했던 중국 정부가 소비를 통한 경기 부양 정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도 중국 소비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어려운 길을 걸어갈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우리 경제구조 개혁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닥칠 '파고'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다변화 전략이 통하려면 기업경쟁력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유망한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기 쉽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노동시장 유연화, 교육제도 개편 등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하기 어려운 건, 중국이라는 경쟁자와 맞붙어야 하는 현실이다.

[그래픽 제작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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