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따라잡은 후발주자 한국…“수치예보 투자, 10~20배 남는 장사”

입력 2023.11.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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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참석자들은 한국의 너무나도 원대한 계획에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 는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그 원대한 목표는 실현되었습니다."

싱가포르 기상청의 데일 바커 기후연구센터장은 지난 2010년, 국제 워크숍에서 한국 기상청이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약 780여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인 'KIM'을 개발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독자적인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한 겁니다.

수치예보란 우리가 지금까지 이해한 지구의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수학적 계산을 통해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지구 대기에서 일어나는 기상현상을 예측하기 때문에 수치예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수치예보모델(수치모델)이란 이를 계산하도록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입니다.

한국형수치예보모델 'KIM'은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기상청의 현업 예보 생산에 활용되고 있으며, 2026년까지 2세대 모델의 개발을 목표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 전문가들 "한국의 기술, 이미 뛰어난 수준"…지속적인 투자 필요성 강조

2023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국제 심포지엄 기자간담회. 기상청 제공2023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국제 심포지엄 기자간담회. 기상청 제공

어제(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3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KIAPS, 이하 사업단) 국제 심포지엄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학술토론회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와 영국 기상청, 미국 기상청,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 등 세계 각국의 수치예보 전문가와 국내 연구진 2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수치예보모델의 최신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참석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의 수치예보시스템 'KIM'과 그 개발 과정에 대해 평가와 꾸준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야만 구축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한국은 비교적 짧다고 볼 수 있는 8년에서 10년이라는 기간만에 한국형 시스템을 만든 것으로 정말 인상적이고 놀라운 일입니다."

"삼성이 첫 번째 휴대전화를 만들고, 현대가 첫 번째 자동차를 만들었을 때 절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우수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들이 이어져야 합니다."

- Dale Barker(데일 바커)
前 영국 기상청 국장, 現 싱가포르 기상청 기후연구센터장

비제이 탈라프라가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석연구원 또한 ''KIM'의 일부 기술에 대해서는 미국 기상청이 현업에 활용할 정도'라며 'KIM'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더 높은 해상도와 정확한 수치들을 표현하기 위해 과학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년 차' KIM, 수십년 경험 외국 모델과 견줄 만…

'KIM'은 예보정확도에서도 해외 수치모델에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수치모델이 강수를 모의한 경우 중 실제로 비가 관측된 비율을 의미하는 임계성공지수(CSI)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임계성공지수는 해마다 달라지는 기상 특성 상, 기간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KIM 0.40, UM(영국 통합모델) 0.41, ECMWF(유럽중기예보센터) 0.42로 해외 모델에 비해 약간 낮은 값을 보였지만 지속적인 개선을 거쳐 올해 여름철(6~8월) 모델별 임계성공지수는 KIM 0.48, UM 0.46, ECMWF 0.50으로 나타났습니다. UM 모델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일 정도로 성능이 좋아진 겁니다.
도입 3년차의 우리 수치모델이 수십년간 현업에서 활용되며 개선을 거쳐온 해외 모델에 견줄 수준까지 따라왔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KIM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기상청 하종철 과장은 우리나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극한호우 등 강수 예측 성능에 중점을 두고 모델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임계성공지수 개선과 관련해)해마다 기상 특성이 다른 부분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저희가 KIM 모델을 직접 개선하는 부분이 지수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성능과 함께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극단적인 기상현상에 초점을 두고 모델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 하종철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장

■ 수치예보 모델, '투자 대비 최대 20배의 재해 예방 효과'

발언하는 영국, 싱가포르 기상청의 데일 바커 박사. 기상청 제공발언하는 영국, 싱가포르 기상청의 데일 바커 박사. 기상청 제공

데일 바커 센터장은 기상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폭염, 사이클론 등으로 인한 재산 피해의 규모는 수조 원 수준'이라며 수치예보에 대한 투자 대비 재해 예방 효과는 최대 20배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치예보에 1달러를 투자하면 10~20달러에 해당하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투자 수익률(Return of Investment)이 10배, 20배에 달한다면, 우리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이 같은 수치예보모델과 기상 관련 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적 우선순위가 돼야 합니다. "

- Dale Barker(데일 바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국은 우리나라 연구 인력의 약 5배에 달하는 500여 명의 과학자가 수치모델 개발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우리의 10배 규모의 수치모델 관련 사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 등으로 대기과학과 수치 모델링 분야의 전문 연구인력이 해외로 떠나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오고 있습니다.

■ '임시 조직'이라는 한계, 미진한 인력 충원으로 이어져


간담회에서는 사업단의 '상시 조직화'도 언급됐습니다. 사업단은 운영 기한이 정해진 임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2세대 모델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해단 예정입니다.

임시 조직이라는 특성은 인력 충원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사업단이 이미 1단계(한국형수치예보모델사업단)에서 2단계(차세대수치예보모델사업단)으로 넘어오는 데 인력 충원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대기과학 분야의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사업단이 상설화됨으로써 그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Vijay Tallapragada(비제이 탈라프라가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치모델링센터 수석연구원

그러나 사업단 상설화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과학계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줄어들었습니다.

■ '전 지구 통합모델' 비현실적…경쟁·협력이 더 나은 예측으로 이어져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자본,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는 수치모델 개발 작업. 전 세계 과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하나의 전 지구 통합 모델(One United Model)'을 구축할 순 없을까?

이 같은 질문에 스테판 잉글리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부원장은 '이에 대한 논의가 이미 50여년 전 이뤄진 적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 논의가 유럽의 34개국이 함께 협력하는 유럽중기예보센터의 설립 배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출처 : ECMWF 누리집사진 출처 : ECMWF 누리집

"유럽의 여러 작은 국가들 사이에서 이런 논의가 있었습니다. '왜 각자의 역량으로 개발해야 할까? (인력과 기술 등) 리소스를 함께 공유했을 때 더 나은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ECMWF가 사실상 설립된 것입니다."

- Stephen English(스테판 잉글리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연구부 부원장

이미 논의된 바 있었던 전 지구 통합모델, 유럽 내에서는 성과를 거뒀습니다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협력만큼 중요한 '경쟁의 필요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각국이 독자적인 수치모델을 구축하고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결과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발언하는 스테판 잉글리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부원장. 기상청 제공발언하는 스테판 잉글리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부원장. 기상청 제공

스테판 잉글리시 부원장은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졌을 때 그 에너지가 더 클 것'이라며 '하나의 글로벌 통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겠지만 경쟁의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 그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식의 공유와 기술적 협력은 필요하지만, 각자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데일 바커 센터장 또한 '타 국가에 대한 수치예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과 같이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수치예보 시스템은 국가적 자산이자 대외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지구에 살고 있고, 같은 물리 법칙을 적용받습니다. 하나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각국이 원하는 요소에 맞게끔 조정은 분명히 가능하지만 이건 과학기술적 차원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기상예보의 중요성이 너무나 높기 때문에 그것을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건 안 됩니다. 전쟁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중요한 국가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축은 함께 한다 하더라도, 시스템에 대한 운영은 국가별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 Dale Barker(데일 바커)

또 경제, 국방, 항공, 방재 등 '기상예보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도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예보의 초점, 예보의 시간적, 공간적 단위에 대한 요구사항이 국가마다, 지역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 전 지구 통합모델 구축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상예보와 수치모델에 대한 투자국가별 수치예보 시스템 운영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언급됐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2020년부터 'KIM'을 고도화 하기 위한 2차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차 사업에는 2026년까지 1000여억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독자적인 수치모델 개발에 성공했고, 전 세계의 기상 전문가들로부터 괄목할만한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예보 선진국'과 비교하며 그 차이를 더욱 좁혀갈 것인지, 지금까지 사업단의 성과에 만족하며 예정된 수순대로 해단 절차를 밟을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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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따라잡은 후발주자 한국…“수치예보 투자, 10~20배 남는 장사”
    • 입력 2023-11-08 16: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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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참석자들은 한국의 너무나도 원대한 계획에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 는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그 원대한 목표는 실현되었습니다."

싱가포르 기상청의 데일 바커 기후연구센터장은 지난 2010년, 국제 워크숍에서 한국 기상청이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약 780여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인 'KIM'을 개발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독자적인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한 겁니다.

수치예보란 우리가 지금까지 이해한 지구의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수학적 계산을 통해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지구 대기에서 일어나는 기상현상을 예측하기 때문에 수치예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수치예보모델(수치모델)이란 이를 계산하도록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입니다.

한국형수치예보모델 'KIM'은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기상청의 현업 예보 생산에 활용되고 있으며, 2026년까지 2세대 모델의 개발을 목표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 전문가들 "한국의 기술, 이미 뛰어난 수준"…지속적인 투자 필요성 강조

2023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국제 심포지엄 기자간담회. 기상청 제공
어제(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3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KIAPS, 이하 사업단) 국제 심포지엄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학술토론회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와 영국 기상청, 미국 기상청,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 등 세계 각국의 수치예보 전문가와 국내 연구진 2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수치예보모델의 최신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참석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의 수치예보시스템 'KIM'과 그 개발 과정에 대해 평가와 꾸준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시스템(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야만 구축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한국은 비교적 짧다고 볼 수 있는 8년에서 10년이라는 기간만에 한국형 시스템을 만든 것으로 정말 인상적이고 놀라운 일입니다."

"삼성이 첫 번째 휴대전화를 만들고, 현대가 첫 번째 자동차를 만들었을 때 절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우수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들이 이어져야 합니다."

- Dale Barker(데일 바커)
前 영국 기상청 국장, 現 싱가포르 기상청 기후연구센터장

비제이 탈라프라가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석연구원 또한 ''KIM'의 일부 기술에 대해서는 미국 기상청이 현업에 활용할 정도'라며 'KIM'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더 높은 해상도와 정확한 수치들을 표현하기 위해 과학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3년 차' KIM, 수십년 경험 외국 모델과 견줄 만…

'KIM'은 예보정확도에서도 해외 수치모델에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수치모델이 강수를 모의한 경우 중 실제로 비가 관측된 비율을 의미하는 임계성공지수(CSI)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임계성공지수는 해마다 달라지는 기상 특성 상, 기간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KIM 0.40, UM(영국 통합모델) 0.41, ECMWF(유럽중기예보센터) 0.42로 해외 모델에 비해 약간 낮은 값을 보였지만 지속적인 개선을 거쳐 올해 여름철(6~8월) 모델별 임계성공지수는 KIM 0.48, UM 0.46, ECMWF 0.50으로 나타났습니다. UM 모델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일 정도로 성능이 좋아진 겁니다.
도입 3년차의 우리 수치모델이 수십년간 현업에서 활용되며 개선을 거쳐온 해외 모델에 견줄 수준까지 따라왔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KIM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기상청 하종철 과장은 우리나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극한호우 등 강수 예측 성능에 중점을 두고 모델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임계성공지수 개선과 관련해)해마다 기상 특성이 다른 부분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저희가 KIM 모델을 직접 개선하는 부분이 지수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성능과 함께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극단적인 기상현상에 초점을 두고 모델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 하종철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장

■ 수치예보 모델, '투자 대비 최대 20배의 재해 예방 효과'

발언하는 영국, 싱가포르 기상청의 데일 바커 박사. 기상청 제공
데일 바커 센터장은 기상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폭염, 사이클론 등으로 인한 재산 피해의 규모는 수조 원 수준'이라며 수치예보에 대한 투자 대비 재해 예방 효과는 최대 20배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치예보에 1달러를 투자하면 10~20달러에 해당하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투자 수익률(Return of Investment)이 10배, 20배에 달한다면, 우리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이 같은 수치예보모델과 기상 관련 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적 우선순위가 돼야 합니다. "

- Dale Barker(데일 바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국은 우리나라 연구 인력의 약 5배에 달하는 500여 명의 과학자가 수치모델 개발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우리의 10배 규모의 수치모델 관련 사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 등으로 대기과학과 수치 모델링 분야의 전문 연구인력이 해외로 떠나고,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오고 있습니다.

■ '임시 조직'이라는 한계, 미진한 인력 충원으로 이어져


간담회에서는 사업단의 '상시 조직화'도 언급됐습니다. 사업단은 운영 기한이 정해진 임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2세대 모델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해단 예정입니다.

임시 조직이라는 특성은 인력 충원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사업단이 이미 1단계(한국형수치예보모델사업단)에서 2단계(차세대수치예보모델사업단)으로 넘어오는 데 인력 충원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대기과학 분야의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사업단이 상설화됨으로써 그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Vijay Tallapragada(비제이 탈라프라가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치모델링센터 수석연구원

그러나 사업단 상설화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과학계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줄어들었습니다.

■ '전 지구 통합모델' 비현실적…경쟁·협력이 더 나은 예측으로 이어져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자본,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는 수치모델 개발 작업. 전 세계 과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하나의 전 지구 통합 모델(One United Model)'을 구축할 순 없을까?

이 같은 질문에 스테판 잉글리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부원장은 '이에 대한 논의가 이미 50여년 전 이뤄진 적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 논의가 유럽의 34개국이 함께 협력하는 유럽중기예보센터의 설립 배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 출처 : ECMWF 누리집
"유럽의 여러 작은 국가들 사이에서 이런 논의가 있었습니다. '왜 각자의 역량으로 개발해야 할까? (인력과 기술 등) 리소스를 함께 공유했을 때 더 나은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ECMWF가 사실상 설립된 것입니다."

- Stephen English(스테판 잉글리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연구부 부원장

이미 논의된 바 있었던 전 지구 통합모델, 유럽 내에서는 성과를 거뒀습니다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협력만큼 중요한 '경쟁의 필요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각국이 독자적인 수치모델을 구축하고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결과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발언하는 스테판 잉글리시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부원장. 기상청 제공
스테판 잉글리시 부원장은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졌을 때 그 에너지가 더 클 것'이라며 '하나의 글로벌 통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겠지만 경쟁의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 그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식의 공유와 기술적 협력은 필요하지만, 각자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데일 바커 센터장 또한 '타 국가에 대한 수치예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과 같이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수치예보 시스템은 국가적 자산이자 대외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지구에 살고 있고, 같은 물리 법칙을 적용받습니다. 하나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각국이 원하는 요소에 맞게끔 조정은 분명히 가능하지만 이건 과학기술적 차원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기상예보의 중요성이 너무나 높기 때문에 그것을 다른 국가에 의존하는 건 안 됩니다. 전쟁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중요한 국가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축은 함께 한다 하더라도, 시스템에 대한 운영은 국가별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 Dale Barker(데일 바커)

또 경제, 국방, 항공, 방재 등 '기상예보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도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예보의 초점, 예보의 시간적, 공간적 단위에 대한 요구사항이 국가마다, 지역마다 제각각이라는 점이 전 지구 통합모델 구축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상예보와 수치모델에 대한 투자국가별 수치예보 시스템 운영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언급됐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2020년부터 'KIM'을 고도화 하기 위한 2차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차 사업에는 2026년까지 1000여억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독자적인 수치모델 개발에 성공했고, 전 세계의 기상 전문가들로부터 괄목할만한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예보 선진국'과 비교하며 그 차이를 더욱 좁혀갈 것인지, 지금까지 사업단의 성과에 만족하며 예정된 수순대로 해단 절차를 밟을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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