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50억 의혹’ 보강한 검찰의 세 가지 과제

입력 2023.11.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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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곽상도 전 국회의원을 추가 기소하면서 '하나은행 이탈위기'와 '아들의 50억 퇴직금' 등과 관련한 부분을 상당 부분 보강했습니다.

KBS가 오늘(8일) 확보한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 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위반 혐의 공소장에는 21쪽에 걸쳐 검찰의 공소사실이 기재돼 있습니다.

공소장과 1심 판결문, 곽 전 의원 측 입장을 종합해 다음 달로 예상되는 곽 전 의원의 2심 재판 시작을 앞두고 3가지 쟁점을 짚어 봅니다.

■ 첫째, 하나은행 이탈 위기 있었나?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4년,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은 우리은행·하나은행 등과 함께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구성을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에 뛰어들어 '산업은행 컨소시엄'과 경쟁합니다.

지난 2월 곽 전 의원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당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려 하자 곽 전 의원이 김만배 씨의 부탁을 받고 하나금융지주 측에 청탁해 이를 막았는지였습니다.

1심 재판부가 '하나은행 이탈 위기' 상황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만큼,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서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보강했습니다.

공소장엔 2015년 2월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호반건설 김 모 상무가 남욱 변호사를 만나 합류를 제안하거나, 하나은행 고위 임원을 상대로 영입 로비를 한 정황이 나타나 있습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 측에서 하나은행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합류하면 사실상 단독 공모를 통해 이익을 1,300억 원 상당 더 키울 수 있다는 '그랜드 컨소시엄' 문건도 제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 씨가 곽 전 의원에게 '대가 지급'을 약속하고 김정태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에게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 청탁했다는 게 공소장 내용입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하나은행 이탈' 위기 상황이 존재했는지부터 입증해야, 이후 김 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거나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곽 전 의원의 1심 무죄를 뒤집을 첫 번째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둘째, 곽상도 전 의원이 실제로 영향력 행사했나?

다음으로 중요한 건 '그래서 곽 전 의원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냐' 일 겁니다.

공소장에는 김만배 씨가 2014년 11월 8일 곽 전 의원 등과 골프를 치며 대장동 사업 관련 이야기를 했고, 곽 전 의원이 "은행이나 금융 쪽에 도울 일이 있으면 이야기 해라,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곽 전 의원이 하나금융지주 측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행사를 시도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공소장엔 빠져 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 이탈 문제 해결을 '곽상도가 해줬다'고 막연히 말해 왔다는 김 씨 진술만으로는 김 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그런 요청에 따라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검찰이 첫 번째 쟁점인 '하나은행 이탈 위기가 존재했나'를 입증한다고 해도, 공소장에 드러나 있지 않은 다른 증거들을 통해 '실제로 곽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입증해내는 것이 항소심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 셋째, 아들 '50억 퇴직금'은 '곽상도 영향력' 대가인가?

곽 전 의원의 영향력 행사까지 입증하면, 그 대가로 50억 원을 받아 아들 병채 씨의 퇴직금으로 '은닉'했는지 입증하는 게 관건입니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 공모에 당선된 이후인 2015년 3월 하순 곽 전 의원의 집을 찾아가 특별한 직업 없이 동거하고 있던 아들 병채 씨를 화천대유에 입사시킬 걸 제안한 뒤 두 사람의 '순차적 승낙'을 받았다고 봅니다.

이후 병채 씨는 말단 직원이지만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받고 등록금과 전세자금 등을 대여금 명목으로 제공받는데, 검찰은 이 같은 돈이 이 기간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곽 전 의원과의 친분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지급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

특히 검찰은 2020년 7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사건 무죄로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름에 따라, 이 대표가 업적으로 내세웠던 대장동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을 김 씨가 우려했다는 점도 공소장에 새롭게 담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김 씨가 당시 국민의힘 부동산 특위 위원이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었던 곽 전 의원의 직무 관련 도움이 직접 필요하게 됐단 겁니다.

이에 부동산 특위의 조사를 무마하고 형사 사건 영향력 등을 기대하며, 아들 병채 씨에게 성과급을 가장해 한 번에 50억 원을 지급했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 검찰 "50억 성과급에 곽상도와의 '합의' 있어" … 물증 제시할까

1심 재판부는 당시 병채 씨의 탁월한 업무실적이나 건강 악화 등을 고려하더라도 50억 원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분명하게 적시하면서도, 병채 씨가 받은 돈을 곽 전 의원이 직접 수수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례적으로 큰 돈이 오간 건 맞는데, '왜 줬냐', '대가가 뭐냐'에 대한 검찰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겁니다.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서 '50억 성과급' 지급에 병채 씨는 물론 곽 전 의원과의 '합의'가 있었고 변경성과급지급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곽 전 의원과의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이번에 곽 전 의원과 병채 씨를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함께 기소한 것도 공범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곽 전 의원은 여전히 본인은 몰랐던 일이며, 당시 아들과의 통화는 병상에 있던 아내의 간병과 관련한 내용이 전부였다는 입장인 만큼,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이를 반박할 확실한 물증을 제시할지 주목됩니다.

곽 전 의원의 항소심은 오는 12월부터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은 새로 확인된 혐의 사실을 바탕으로, 항소심 재판부에 곽 전 의원의 공소장 변경도 신청할 방침입니다.

아들과 함께 기소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는 별개의 재판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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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상도 50억 의혹’ 보강한 검찰의 세 가지 과제
    • 입력 2023-11-08 18: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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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곽상도 전 국회의원을 추가 기소하면서 '하나은행 이탈위기'와 '아들의 50억 퇴직금' 등과 관련한 부분을 상당 부분 보강했습니다.

KBS가 오늘(8일) 확보한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 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위반 혐의 공소장에는 21쪽에 걸쳐 검찰의 공소사실이 기재돼 있습니다.

공소장과 1심 판결문, 곽 전 의원 측 입장을 종합해 다음 달로 예상되는 곽 전 의원의 2심 재판 시작을 앞두고 3가지 쟁점을 짚어 봅니다.

■ 첫째, 하나은행 이탈 위기 있었나?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4년,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은 우리은행·하나은행 등과 함께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구성을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에 뛰어들어 '산업은행 컨소시엄'과 경쟁합니다.

지난 2월 곽 전 의원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당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려 하자 곽 전 의원이 김만배 씨의 부탁을 받고 하나금융지주 측에 청탁해 이를 막았는지였습니다.

1심 재판부가 '하나은행 이탈 위기' 상황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만큼,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서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보강했습니다.

공소장엔 2015년 2월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호반건설 김 모 상무가 남욱 변호사를 만나 합류를 제안하거나, 하나은행 고위 임원을 상대로 영입 로비를 한 정황이 나타나 있습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 측에서 하나은행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합류하면 사실상 단독 공모를 통해 이익을 1,300억 원 상당 더 키울 수 있다는 '그랜드 컨소시엄' 문건도 제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 씨가 곽 전 의원에게 '대가 지급'을 약속하고 김정태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에게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 청탁했다는 게 공소장 내용입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하나은행 이탈' 위기 상황이 존재했는지부터 입증해야, 이후 김 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거나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곽 전 의원의 1심 무죄를 뒤집을 첫 번째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둘째, 곽상도 전 의원이 실제로 영향력 행사했나?

다음으로 중요한 건 '그래서 곽 전 의원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냐' 일 겁니다.

공소장에는 김만배 씨가 2014년 11월 8일 곽 전 의원 등과 골프를 치며 대장동 사업 관련 이야기를 했고, 곽 전 의원이 "은행이나 금융 쪽에 도울 일이 있으면 이야기 해라,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곽 전 의원이 하나금융지주 측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행사를 시도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공소장엔 빠져 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 이탈 문제 해결을 '곽상도가 해줬다'고 막연히 말해 왔다는 김 씨 진술만으로는 김 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그런 요청에 따라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검찰이 첫 번째 쟁점인 '하나은행 이탈 위기가 존재했나'를 입증한다고 해도, 공소장에 드러나 있지 않은 다른 증거들을 통해 '실제로 곽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입증해내는 것이 항소심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 셋째, 아들 '50억 퇴직금'은 '곽상도 영향력' 대가인가?

곽 전 의원의 영향력 행사까지 입증하면, 그 대가로 50억 원을 받아 아들 병채 씨의 퇴직금으로 '은닉'했는지 입증하는 게 관건입니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 공모에 당선된 이후인 2015년 3월 하순 곽 전 의원의 집을 찾아가 특별한 직업 없이 동거하고 있던 아들 병채 씨를 화천대유에 입사시킬 걸 제안한 뒤 두 사람의 '순차적 승낙'을 받았다고 봅니다.

이후 병채 씨는 말단 직원이지만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을 제공받고 등록금과 전세자금 등을 대여금 명목으로 제공받는데, 검찰은 이 같은 돈이 이 기간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곽 전 의원과의 친분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지급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
특히 검찰은 2020년 7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사건 무죄로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름에 따라, 이 대표가 업적으로 내세웠던 대장동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을 김 씨가 우려했다는 점도 공소장에 새롭게 담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김 씨가 당시 국민의힘 부동산 특위 위원이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었던 곽 전 의원의 직무 관련 도움이 직접 필요하게 됐단 겁니다.

이에 부동산 특위의 조사를 무마하고 형사 사건 영향력 등을 기대하며, 아들 병채 씨에게 성과급을 가장해 한 번에 50억 원을 지급했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 검찰 "50억 성과급에 곽상도와의 '합의' 있어" … 물증 제시할까

1심 재판부는 당시 병채 씨의 탁월한 업무실적이나 건강 악화 등을 고려하더라도 50억 원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분명하게 적시하면서도, 병채 씨가 받은 돈을 곽 전 의원이 직접 수수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례적으로 큰 돈이 오간 건 맞는데, '왜 줬냐', '대가가 뭐냐'에 대한 검찰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겁니다.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서 '50억 성과급' 지급에 병채 씨는 물론 곽 전 의원과의 '합의'가 있었고 변경성과급지급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곽 전 의원과의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이번에 곽 전 의원과 병채 씨를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함께 기소한 것도 공범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곽 전 의원은 여전히 본인은 몰랐던 일이며, 당시 아들과의 통화는 병상에 있던 아내의 간병과 관련한 내용이 전부였다는 입장인 만큼,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이를 반박할 확실한 물증을 제시할지 주목됩니다.

곽 전 의원의 항소심은 오는 12월부터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은 새로 확인된 혐의 사실을 바탕으로, 항소심 재판부에 곽 전 의원의 공소장 변경도 신청할 방침입니다.

아들과 함께 기소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는 별개의 재판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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