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80대까지…5,500명 울린 1천억 원대 리딩방 사기극

입력 2023.11.09 (06:01) 수정 2023.1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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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문업체를 사칭해 "원금은 물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전국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5천 명이 넘는 피해자에게서 1천억 원 상당의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투자 전문 업체를 사칭, 일명 '투자 리딩방'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운영한 재테크 투자사기 조직 3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사기와 전자금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2020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짜 자격증과 허위 사이트 등에 속아 돈을 보낸 피해자는 전국에 5천5백여 명, 피해 금액은 1천14억 원에 달하는 대형 사기극이었습니다.

■ "텔레그램 그룹대화방에서 조직적 공모…피의자들, 서로 모르는 사이"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텔레그램 그룹대화방'에서 치밀하게 범행을 공모하고, 수익을 나눴습니다. 각각 '본사', '영업팀', '관리팀', '자금세탁팀'으로 조직화해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습니다.

‘원금 보장·고수익 창출’ 1천억 원대 초대형 투자 리딩방 사기 범죄 개요. 제주경찰청 제공‘원금 보장·고수익 창출’ 1천억 원대 초대형 투자 리딩방 사기 범죄 개요. 제주경찰청 제공

김성훈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피의자들은 같은 팀원 사이 외에는, 서로의 신원을 모르는 채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일당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1월에 이르기까지 투자 전문 업체를 사칭, '투자리딩방'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투자자들을 모집해, 자신들이 만든 가짜 자산 투자(Trading·트레이딩) 사이트로 유인했습니다.

이 같은 가짜 사이트에서 "수익이 발생했다"며 허위 투자 성공 사례를 내밀어 "원금 보장은 물론 200% 고수익 창출도 가능하다"고 투자자들을 속였습니다. 사람들을 모은 오픈채팅방에선 "투자했더니 돈을 벌었다"며 바람을 잡는 사람부터, '투자할 자금을 몇억 원 빌려주겠다'며 영업·관리에 나서기까지, 역할도 체계적으로 나눠 맡았습니다.

투자자들의 의심을 피하려고 말끔한 양복 차림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투자 전문가' 행세를 했고, '1:1 맞춤 컨설팅 상담'이라는 카카오톡 채널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꼬드겼습니다.

일명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와 허위 광고물. 제주경찰청 제공일명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와 허위 광고물. 제주경찰청 제공

■ "수익금 배로 불었다"며 환심 사 '고액 투자' 유도

투자 사기 일당이 처음부터 '고액 투자'를 유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짜 투자 사이트에 가입하면 투자금을 입금하게 했고, "수익금이 2배로 올랐다"면서 이 같은 허위 사이트 화면을 보여줘 투자자들의 환심을 샀습니다.

행여 '사기'를 의심하는 사람에게는 '가짜 자격증'을 내밀며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위조한 문서에는 '국가공인 자산관리사', '투자자산운용사' 등 실제 존재하는 기관과 협회 등에서 내주는 공인 자격이 적혀, 피해자들도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기범 일당은 이렇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에게 "수익금을 인출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고, 돈을 가로챈 뒤엔 잠적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약속한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아 의아해하는 피해자들이 연락을 취했을 땐, 이미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피해금을 날린 뒤였습니다.

일명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며 보여준 가짜 자격증. 제주경찰청 제공일명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며 보여준 가짜 자격증. 제주경찰청 제공

이런 수법에 속은 피해자들은 한 사람당 수백만 원대에서 많게는 8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봤습니다. 2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의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투자 사기 일당은 나이가 많은 피해자들에게는 "위탁 투자를 해서 맡겨만 주면, 알아서 해주겠다", "AI(인공지능)가 알아서 해준다"는 식으로도 속여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성훈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피해자들은 대개 투자에 대해 잘 모르고, 경제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었다"며 "사기범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대출을 권유하기도 했고, 실제 일부 피해자가 대출을 받고 투자에 나선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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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한 50대 여성 피해자도 '조금만 투자해볼까'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사기의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 여성은 "원금의 300%에 이르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채팅방에 수익금이 계좌로 입금돼, 인출되는 모습까지 사진을 찍어 올리니, 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빼돌린 돈 전액 현금화 뒤 '인터넷 도박 수익금' 위장…경찰 수사 피해

이들 조직은 속여 뺏은 자금을 전액 현금으로 뽑아 '자금 세탁'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출한 피해금은 '인터넷 도박'을 해서 얻은 수익금으로 위장했습니다.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가짜 투자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관리하며,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경찰은 장기간 수사 끝에 투자 사기 일당 40명 가운데 38명을 차례로 붙잡았습니다. 일부 조직원이 해외로 도피하자, 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 공조 수사로 잇달아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1천억 원 상당 초대형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모습. 제주경찰청 제공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1천억 원 상당 초대형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모습. 제주경찰청 제공

경찰은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가상자산·주식·선물 등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투자 리딩방 사기행위가 최근 많이 늘어났다며, 거듭 각별한 주의를 부탁했습니다.

김성훈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보낸 허위 광고 문자만 3,600만 건에 달한다"면서 "모르는 사람이 걸어오는 전화나 전송된 문자·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투자를 권유한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원금을 보장한다, 몇 배 이상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은 피해자를 속이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조직폭력배 총책 A 씨와 자금세탁 팀장급 B 씨 등 피의자 2명을 뒤쫓는 한편, 추가 범죄 수익금 환수를 위해서도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피해자만 5,500명…천억 대 투자사기 조직 검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2983

일명 ‘1천억 원대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수익이 났다”는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가 인출 명목으로 요구받은 ‘수수료’를 입금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전국에 5천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제주경찰청 제공일명 ‘1천억 원대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수익이 났다”는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가 인출 명목으로 요구받은 ‘수수료’를 입금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전국에 5천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제주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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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부터 80대까지…5,500명 울린 1천억 원대 리딩방 사기극
    • 입력 2023-11-09 06:01:36
    • 수정2023-11-09 1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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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문업체를 사칭해 "원금은 물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전국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5천 명이 넘는 피해자에게서 1천억 원 상당의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투자 전문 업체를 사칭, 일명 '투자 리딩방'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운영한 재테크 투자사기 조직 3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사기와 전자금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2020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짜 자격증과 허위 사이트 등에 속아 돈을 보낸 피해자는 전국에 5천5백여 명, 피해 금액은 1천14억 원에 달하는 대형 사기극이었습니다.

■ "텔레그램 그룹대화방에서 조직적 공모…피의자들, 서로 모르는 사이"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텔레그램 그룹대화방'에서 치밀하게 범행을 공모하고, 수익을 나눴습니다. 각각 '본사', '영업팀', '관리팀', '자금세탁팀'으로 조직화해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습니다.

‘원금 보장·고수익 창출’ 1천억 원대 초대형 투자 리딩방 사기 범죄 개요. 제주경찰청 제공
김성훈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피의자들은 같은 팀원 사이 외에는, 서로의 신원을 모르는 채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일당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1월에 이르기까지 투자 전문 업체를 사칭, '투자리딩방'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투자자들을 모집해, 자신들이 만든 가짜 자산 투자(Trading·트레이딩) 사이트로 유인했습니다.

이 같은 가짜 사이트에서 "수익이 발생했다"며 허위 투자 성공 사례를 내밀어 "원금 보장은 물론 200% 고수익 창출도 가능하다"고 투자자들을 속였습니다. 사람들을 모은 오픈채팅방에선 "투자했더니 돈을 벌었다"며 바람을 잡는 사람부터, '투자할 자금을 몇억 원 빌려주겠다'며 영업·관리에 나서기까지, 역할도 체계적으로 나눠 맡았습니다.

투자자들의 의심을 피하려고 말끔한 양복 차림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투자 전문가' 행세를 했고, '1:1 맞춤 컨설팅 상담'이라는 카카오톡 채널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꼬드겼습니다.

일명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와 허위 광고물. 제주경찰청 제공
■ "수익금 배로 불었다"며 환심 사 '고액 투자' 유도

투자 사기 일당이 처음부터 '고액 투자'를 유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짜 투자 사이트에 가입하면 투자금을 입금하게 했고, "수익금이 2배로 올랐다"면서 이 같은 허위 사이트 화면을 보여줘 투자자들의 환심을 샀습니다.

행여 '사기'를 의심하는 사람에게는 '가짜 자격증'을 내밀며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위조한 문서에는 '국가공인 자산관리사', '투자자산운용사' 등 실제 존재하는 기관과 협회 등에서 내주는 공인 자격이 적혀, 피해자들도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기범 일당은 이렇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에게 "수익금을 인출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고, 돈을 가로챈 뒤엔 잠적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약속한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아 의아해하는 피해자들이 연락을 취했을 땐, 이미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피해금을 날린 뒤였습니다.

일명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며 보여준 가짜 자격증. 제주경찰청 제공
이런 수법에 속은 피해자들은 한 사람당 수백만 원대에서 많게는 8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봤습니다. 2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의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투자 사기 일당은 나이가 많은 피해자들에게는 "위탁 투자를 해서 맡겨만 주면, 알아서 해주겠다", "AI(인공지능)가 알아서 해준다"는 식으로도 속여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성훈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피해자들은 대개 투자에 대해 잘 모르고, 경제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었다"며 "사기범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대출을 권유하기도 했고, 실제 일부 피해자가 대출을 받고 투자에 나선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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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한 50대 여성 피해자도 '조금만 투자해볼까'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사기의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 여성은 "원금의 300%에 이르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채팅방에 수익금이 계좌로 입금돼, 인출되는 모습까지 사진을 찍어 올리니, 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빼돌린 돈 전액 현금화 뒤 '인터넷 도박 수익금' 위장…경찰 수사 피해

이들 조직은 속여 뺏은 자금을 전액 현금으로 뽑아 '자금 세탁'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출한 피해금은 '인터넷 도박'을 해서 얻은 수익금으로 위장했습니다.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이었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가짜 투자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원격으로 관리하며, 수사망을 빠져나가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경찰은 장기간 수사 끝에 투자 사기 일당 40명 가운데 38명을 차례로 붙잡았습니다. 일부 조직원이 해외로 도피하자, 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 공조 수사로 잇달아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1천억 원 상당 초대형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모습. 제주경찰청 제공
경찰은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가상자산·주식·선물 등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투자 리딩방 사기행위가 최근 많이 늘어났다며, 거듭 각별한 주의를 부탁했습니다.

김성훈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보낸 허위 광고 문자만 3,600만 건에 달한다"면서 "모르는 사람이 걸어오는 전화나 전송된 문자·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투자를 권유한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원금을 보장한다, 몇 배 이상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은 피해자를 속이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조직폭력배 총책 A 씨와 자금세탁 팀장급 B 씨 등 피의자 2명을 뒤쫓는 한편, 추가 범죄 수익금 환수를 위해서도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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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만 5,500명…천억 대 투자사기 조직 검거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2983

일명 ‘1천억 원대 투자 리딩방’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수익이 났다”는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가 인출 명목으로 요구받은 ‘수수료’를 입금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전국에 5천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제주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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