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게이…그리고 ‘국가 안보’

입력 2023.1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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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홍콩에서는 '게이 게임'(Gay Games)이 한창입니다. 게이 게임은 국제 스포츠의 문화적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소수자(LGBTQ)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로, 성소수자 선수들이 농구, 다이빙,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 참여해서 실력을 겨룹니다.

물론 마냥 환영만 받으며 열리는 행사는 아닙니다. 항상 비판 내지는 힐난을 품은 질문이 쏟아집니다만, 이번 홍콩 게이 게임에는 한가지 질문이 더 추가됐습니다.

친중파로 분류되는 허쥔야오(Junius Ho) 홍콩 입법회 의원은 게이 게임을 향해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 홍콩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고 자금 출처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습니다.

게이 게임 홍콩 개최에 반대하는 단체들 역시 동성애 관련 활동의 발원지는 미국이라며 홍콩을 교두보로 삼아 중국의 혼인제도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가안보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면서, 행사를 위한 모금이 달러로 결제된 것 역시 조사해 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만든 국가보안법, 그리고 (미국을 지목하는 듯한) 자금출처에 대한 의심까지...성소수자들에게 다분히 정치적인 질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홍콩에서 개막한 제 11회 게이 게임을 두고 ‘국가 안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지난 3일 홍콩에서 개막한 제 11회 게이 게임을 두고 ‘국가 안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동성애, 병이 아니다" … 그런데도 전기 치료까지

과거, 중국은 동성애자들에게 동성애는 병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비로소 '병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정의가 내려진 것은 2001년입니다.

그 해 4월 중화정신과학회가 발간한 '중국정신장애분류와 진단기준 제3판'(CCMD-3)은 이전 판과 달리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동성애의 성적 활동은 꼭 심리적인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만은 볼 수 없으며 심리적 갈등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과 학습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성심리적 장애(psychosexual disorder)로 볼 수 있다고 서술했습니다.

WHO가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게 된 것은 1990년인데, 이에 비춰보면 10년 늦은셈이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전향적인 변화로 평가받았습니다.

물론 동성애를 병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곧바로 바뀌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기적 치료가 행해지기도 했습니다.

2014년, 샤오전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한 동성애자는 부모의 강요로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해 충칭의 한 심리 상담 센터에서 전기 치료를 받았습니다.

최면요법과 전기 충격 등의 치료가 행해졌는데 그렇다고 샤오전이 이성애자로 바뀌지는 않았고, 샤오전은 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센터 측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성애는 정신적 질병이 아니고, 이를 치료할 수 있다는 센터 측의 약속은 허위 선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당시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중국 사회분위기 속에서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직전 해인 2013년에 베이징 LGBT 센터가 성소수자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0분의 1 가량이 부모와 가족을 위해, 혹은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치료'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당시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만 합니다.

■검열 대상 오른 동성애

2018년 웨이보가 동성애를 소재로한 콘텐츠에 대해 검열 방침을 발표하고 나서면서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이 붙었습니다.

검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가 평론을 발표해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고 그 권익을 보장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기본 원칙이라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상당히 환영을 받았고, 결국 웨이보는 검열 방침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인민일보가 게재한 글을 잘 살펴보면 원칙적인 기본 입장과는 달리 검열의 소지는 남겨둔 것으로 읽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성적 성향이 소수의 사람들이 대중심리에 영합하기 위한 콘텐츠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인터넷 플랫폼에서 이런 수단으로 눈길을 끌면서 성적 성향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다면 저속한 표현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중략)… 결론적으로, 동성애자 역시 똑같은 국민이지만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도 져야합니다.

인민일보 (2018년 4월 15일)

폭력이나 여타 성적인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책임'으로 인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어떻게 어떤 수준에서 검열과 단속이 진행되느냐 일텐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동성애 및 성소수자 관련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실제로는 엄격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2017년 중국 청소년들이 만든 성소수자 영화의 포스터. 요즘은 수입 영화도 동성애 관련 장면이 삭제돼 상영되고 있습니다.2017년 중국 청소년들이 만든 성소수자 영화의 포스터. 요즘은 수입 영화도 동성애 관련 장면이 삭제돼 상영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찍은 동성애 영화…다시 볼 수 있을까?

웨이보 검열 논란이 발생했던 때를 기점으로 중국 사회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걸까요?

사실 불과 한 해 전인 2017년만해도 중국 인민대학부속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영화(제목 : 逃離)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감독, 연출, 배우 모두 학생들이 맡았고 영화의 70%정도가 학교교정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중국 내부에서도 논쟁의 대상이었지만, 학생들의 눈으로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호평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중국에서 이런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작품들마저 동성애 관련 내용이 삭제된 채 상영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영국의 유명 밴드 퀸의 메인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2019년)는 남자친구와의 키스 등 머큐리의 동성애 성향을 보여주는 장면이 삭제된 채 관객을 맞이했습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 3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년) 역시 동성애를 암시하는 일부 대사가 삭제된 채로 개봉했습니다.

올해는 중국의 성소수자 비영리 기구인 베이징 LGBT 센터가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2008년에 설립돼 '중국 성소수자 집단의 생존 환경을 바꾸기 위해' 활동했던 단체인데, 갑작스럽게 올해 5월 들어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해' 운영을 멈춘다고 밝혔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동성 커플' 이 거둔 부분적 승리…그리고 '새로운 질문'

홍콩의 상황은 중국과는 좀 달랐습니다.

올해 9월 홍콩 최고 법원인 종심법원은 미국에서 동성배우자와 결혼한 홍콩 민주운동가 지미 샴이 홍콩 정부가 외국에서 한 이성간 결혼은 인정하면서 동성간 결혼은 인정하지 않아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가 동성 커플이 법적인 인정을 받도록 대안적인 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지미 샴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혼 제도에서 동성 커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그러면서도 동성 커플의 기본적인 사회적 필요를 위한 대안적인 법적 틀이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이 판결만으로도 홍콩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는 '부분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홍콩입법회의 일부 친중파 의원들이 게이 게임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싱다오신원)홍콩입법회의 일부 친중파 의원들이 게이 게임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싱다오신원)

그런데 지금 이들에게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다시 게이 게임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국가보안법까지 거론하며 게이 게임 홍콩 개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잘 살펴보면 그 근간에는 성소수자 문화를 미국 등 서방의 것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홍콩은 물론 더 나아가 중국 사회와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중국 일각에는 성소수자 문화와 이에 기반한 각종 성소수자 활동을 내정간섭 및 전략적 행위와 결부시켜 이해하려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국가 정권 전복·테러 활동·외국 세력과의 결탁이라는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을 지닌 국가보안법이 성소수자 행사와 한 데 묶여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이 같은 시선이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홍콩과 중국의 성소수자들은 정신질환이 아니냐,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있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이어 이제는 국가 안보 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냐는 물음에도 답해야 합니다.

이번에 열린 게이 게임은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개최됐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해외 선수들은 홍콩의 정치적 상황을 우려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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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 게이…그리고 ‘국가 안보’
    • 입력 2023-11-09 08: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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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홍콩에서는 '게이 게임'(Gay Games)이 한창입니다. 게이 게임은 국제 스포츠의 문화적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소수자(LGBTQ)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로, 성소수자 선수들이 농구, 다이빙,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 참여해서 실력을 겨룹니다.

물론 마냥 환영만 받으며 열리는 행사는 아닙니다. 항상 비판 내지는 힐난을 품은 질문이 쏟아집니다만, 이번 홍콩 게이 게임에는 한가지 질문이 더 추가됐습니다.

친중파로 분류되는 허쥔야오(Junius Ho) 홍콩 입법회 의원은 게이 게임을 향해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 홍콩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고 자금 출처도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습니다.

게이 게임 홍콩 개최에 반대하는 단체들 역시 동성애 관련 활동의 발원지는 미국이라며 홍콩을 교두보로 삼아 중국의 혼인제도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가안보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면서, 행사를 위한 모금이 달러로 결제된 것 역시 조사해 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만든 국가보안법, 그리고 (미국을 지목하는 듯한) 자금출처에 대한 의심까지...성소수자들에게 다분히 정치적인 질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3일 홍콩에서 개막한 제 11회 게이 게임을 두고 ‘국가 안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동성애, 병이 아니다" … 그런데도 전기 치료까지

과거, 중국은 동성애자들에게 동성애는 병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비로소 '병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정의가 내려진 것은 2001년입니다.

그 해 4월 중화정신과학회가 발간한 '중국정신장애분류와 진단기준 제3판'(CCMD-3)은 이전 판과 달리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동성애의 성적 활동은 꼭 심리적인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만은 볼 수 없으며 심리적 갈등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과 학습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성심리적 장애(psychosexual disorder)로 볼 수 있다고 서술했습니다.

WHO가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게 된 것은 1990년인데, 이에 비춰보면 10년 늦은셈이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전향적인 변화로 평가받았습니다.

물론 동성애를 병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곧바로 바뀌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기적 치료가 행해지기도 했습니다.

2014년, 샤오전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한 동성애자는 부모의 강요로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해 충칭의 한 심리 상담 센터에서 전기 치료를 받았습니다.

최면요법과 전기 충격 등의 치료가 행해졌는데 그렇다고 샤오전이 이성애자로 바뀌지는 않았고, 샤오전은 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센터 측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성애는 정신적 질병이 아니고, 이를 치료할 수 있다는 센터 측의 약속은 허위 선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당시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중국 사회분위기 속에서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직전 해인 2013년에 베이징 LGBT 센터가 성소수자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0분의 1 가량이 부모와 가족을 위해, 혹은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치료'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당시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만 합니다.

■검열 대상 오른 동성애

2018년 웨이보가 동성애를 소재로한 콘텐츠에 대해 검열 방침을 발표하고 나서면서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이 붙었습니다.

검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가 평론을 발표해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고 그 권익을 보장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기본 원칙이라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상당히 환영을 받았고, 결국 웨이보는 검열 방침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인민일보가 게재한 글을 잘 살펴보면 원칙적인 기본 입장과는 달리 검열의 소지는 남겨둔 것으로 읽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성적 성향이 소수의 사람들이 대중심리에 영합하기 위한 콘텐츠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인터넷 플랫폼에서 이런 수단으로 눈길을 끌면서 성적 성향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다면 저속한 표현으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중략)… 결론적으로, 동성애자 역시 똑같은 국민이지만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도 져야합니다.

인민일보 (2018년 4월 15일)

폭력이나 여타 성적인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책임'으로 인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실제로 어떻게 어떤 수준에서 검열과 단속이 진행되느냐 일텐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동성애 및 성소수자 관련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실제로는 엄격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2017년 중국 청소년들이 만든 성소수자 영화의 포스터. 요즘은 수입 영화도 동성애 관련 장면이 삭제돼 상영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찍은 동성애 영화…다시 볼 수 있을까?

웨이보 검열 논란이 발생했던 때를 기점으로 중국 사회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걸까요?

사실 불과 한 해 전인 2017년만해도 중국 인민대학부속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영화(제목 : 逃離)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감독, 연출, 배우 모두 학생들이 맡았고 영화의 70%정도가 학교교정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중국 내부에서도 논쟁의 대상이었지만, 학생들의 눈으로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호평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중국에서 이런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작품들마저 동성애 관련 내용이 삭제된 채 상영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영국의 유명 밴드 퀸의 메인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2019년)는 남자친구와의 키스 등 머큐리의 동성애 성향을 보여주는 장면이 삭제된 채 관객을 맞이했습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 3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년) 역시 동성애를 암시하는 일부 대사가 삭제된 채로 개봉했습니다.

올해는 중국의 성소수자 비영리 기구인 베이징 LGBT 센터가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2008년에 설립돼 '중국 성소수자 집단의 생존 환경을 바꾸기 위해' 활동했던 단체인데, 갑작스럽게 올해 5월 들어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인해' 운영을 멈춘다고 밝혔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동성 커플' 이 거둔 부분적 승리…그리고 '새로운 질문'

홍콩의 상황은 중국과는 좀 달랐습니다.

올해 9월 홍콩 최고 법원인 종심법원은 미국에서 동성배우자와 결혼한 홍콩 민주운동가 지미 샴이 홍콩 정부가 외국에서 한 이성간 결혼은 인정하면서 동성간 결혼은 인정하지 않아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가 동성 커플이 법적인 인정을 받도록 대안적인 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이 지미 샴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결혼 제도에서 동성 커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그러면서도 동성 커플의 기본적인 사회적 필요를 위한 대안적인 법적 틀이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이 판결만으로도 홍콩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는 '부분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홍콩입법회의 일부 친중파 의원들이 게이 게임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출처 : 싱다오신원)
그런데 지금 이들에게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다시 게이 게임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국가보안법까지 거론하며 게이 게임 홍콩 개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잘 살펴보면 그 근간에는 성소수자 문화를 미국 등 서방의 것으로 규정하고, 이것이 홍콩은 물론 더 나아가 중국 사회와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중국 일각에는 성소수자 문화와 이에 기반한 각종 성소수자 활동을 내정간섭 및 전략적 행위와 결부시켜 이해하려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국가 정권 전복·테러 활동·외국 세력과의 결탁이라는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을 지닌 국가보안법이 성소수자 행사와 한 데 묶여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이 같은 시선이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홍콩과 중국의 성소수자들은 정신질환이 아니냐,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있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이어 이제는 국가 안보 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냐는 물음에도 답해야 합니다.

이번에 열린 게이 게임은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개최됐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해외 선수들은 홍콩의 정치적 상황을 우려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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