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수처, 구속영장 ‘4전 4패’…‘영장청구’ 권한 논란까지 자초

입력 2023.11.09 (16:02) 수정 2023.11.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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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 공식출범했습니다. 만 두 살은 진작 넘었고, 세 돌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력과 존재의의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대한 공수처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감사원이 21년 자체 감사를 벌여 위법 정황을 다수 포착하고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 사건인데, 공수처는 이번에도 피의자 신병확보에 실패했습니다.

공수처는 이 밖에도 출범 이후 세 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지만, 단 한 번도 발부받은 적은 없습니다. 4전 4패입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이) 10건 발부되면 큰일 난다", "공수처가 1년에 10건을 기소한다고 생각해보면 나라가 안 돌아간다"고 공수처 수사 사건의 어려움을 에둘러서 표현했습니다.

■ 공수처검사는 검사인가? 신분 논란 여전…"사법경찰관" vs "검사"


공수처로서 더욱 뼈아픈 것은 아직도 공수처검사의 신분과 권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조계에선 여전히 공수처검사를 '검사'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수처검사의 신분을 사법경찰관 혹은 특별사법경찰관에 준하게 봐야 한다는 이른바 '사법경찰관설' 입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을 포함해 현재 학계의 다수가 지지하는 학설입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본질적 기능은 '공소권'이고, 이를 가지지 못한 기관이나 사람은 '검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공수처검사는 고위공직자 전반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판사·검사의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공소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수에 불과하지만 공수처검사를 '검사'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검사설'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공수처검사는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의 조항이 주요 근거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수사처검사) 제4항 : 수사처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 및 「군사법원법」 제37조에 따른 군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공수처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모든 사건에 영장청구권을 주는 것이 공수처법의 입법취지와도 맞다고 설명합니다. 이 같은 검사설을 지지하는 법조인으로는 대표적으로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판·검사 수사에 한해서는 검사 그 밖에는 사법경찰관으로 봐야 한다는 '절충설', 상설특검으로 봐야 한다는 '특검설' 등의 주장도 있습니다.

■ 공수처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위법?…헌법 해석 놓고도 격론

공수처검사의 신분 논쟁은 필연적으로 검사의 고유한 권한 '영장청구권'을 공수처검사가 행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영장청구권은 '검사'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검사' 신분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죠.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3항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사법경찰관설에 따르면 공수처검사가 공소권이 없는 사건에서 영장청구를 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수사, 그러니까 공소권이 없는 공수처 검사의 수사는 권한과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경찰의 수사와 동일할 뿐이라는 겁니다.

특히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가지는 검사 즉 검찰청법상 검사를 입법자의 입맛대로 확대해석한다면, 입법자들이 헌법의 취지를 몰각하고 영장청구권을 가지는 수사기관을 제한 없이 늘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반대로 검사설을 주장하는 법조인들은 검사라는 '지위'와 검사의 고유 업무인 '직무'가 항상 같을 필요는 없다고 반박합니다.

이들은 설사 공소권이 없는 사건에서도 공수처검사는 일반 검사와 비교해 공소제기라는 '직무'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검찰청법상 검사도 업무 내용이 수시로 바뀌고 보직부서에 따라 수사권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대검찰청이나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검사는 실무상 수사를 하지 않습니다.)

■ 헌법재판소 "공수처검사 영장청구권 합법"…그럼에도 논란 종식되지 않는 이유는?


다툼이 있다면 심판이 있어야겠죠? 이번 논란의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1년 1월 공수처의 설립과 운영의 근거인 공수처법을 재판관 6대 3(합헌5·각하1)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헌법에 규정된 영장청구권자로서의 검사가 ‘검찰청법상 검사’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영장청구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도 그동안 이어진 공수처의 영장 청구를 판단하며 자격을 이유로 불허한 적은 없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어제(8일) 최근 불거진 영장청구권한 논란에 대해 이 같은 헌재와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영장청구권이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결론이 난 셈인데도 매번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수사 범위와 관할 그리고 권한이 누더기처럼 쪼개져 있는 공수처법 자체의 허술함에 있습니다. 범죄는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는 데 반해 공수처의 수사범위는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일부 범죄로 한정돼 검찰·경찰과 수사관할이 애매한 경우가 많고, 기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영장 발부 시 검찰과 구속 기간을 어떻게 배분할지 여부는 아직도 정해지지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태생적 한계를 지닌 공수처의 수사 능력에 대한 불신은 여전합니다. 공수처법을 밀어붙인 야당조차 현직검사의 직권남용 의혹이 포함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할 정도입니다.

내년 공수처 예산은 202억 원입니다. 2021년 232억 원보다는 적지만 올해 176억 원에서 15% 가까이 늘었습니다. 폐지 논란까지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공수처가 그 의의를 국민들에게 증명하려면, 공수처장의 눈물이 아닌 구체적인 실적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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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공수처, 구속영장 ‘4전 4패’…‘영장청구’ 권한 논란까지 자초
    • 입력 2023-11-09 16:02:01
    • 수정2023-11-09 16: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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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 공식출범했습니다. 만 두 살은 진작 넘었고, 세 돌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력과 존재의의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대한 공수처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감사원이 21년 자체 감사를 벌여 위법 정황을 다수 포착하고 공수처에 수사 의뢰한 사건인데, 공수처는 이번에도 피의자 신병확보에 실패했습니다.

공수처는 이 밖에도 출범 이후 세 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지만, 단 한 번도 발부받은 적은 없습니다. 4전 4패입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이) 10건 발부되면 큰일 난다", "공수처가 1년에 10건을 기소한다고 생각해보면 나라가 안 돌아간다"고 공수처 수사 사건의 어려움을 에둘러서 표현했습니다.

■ 공수처검사는 검사인가? 신분 논란 여전…"사법경찰관" vs "검사"


공수처로서 더욱 뼈아픈 것은 아직도 공수처검사의 신분과 권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조계에선 여전히 공수처검사를 '검사'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수처검사의 신분을 사법경찰관 혹은 특별사법경찰관에 준하게 봐야 한다는 이른바 '사법경찰관설' 입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을 포함해 현재 학계의 다수가 지지하는 학설입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본질적 기능은 '공소권'이고, 이를 가지지 못한 기관이나 사람은 '검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공수처검사는 고위공직자 전반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판사·검사의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공소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수에 불과하지만 공수처검사를 '검사'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검사설'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공수처검사는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의 조항이 주요 근거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8조(수사처검사) 제4항 : 수사처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 및 「군사법원법」 제37조에 따른 군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공수처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모든 사건에 영장청구권을 주는 것이 공수처법의 입법취지와도 맞다고 설명합니다. 이 같은 검사설을 지지하는 법조인으로는 대표적으로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판·검사 수사에 한해서는 검사 그 밖에는 사법경찰관으로 봐야 한다는 '절충설', 상설특검으로 봐야 한다는 '특검설' 등의 주장도 있습니다.

■ 공수처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위법?…헌법 해석 놓고도 격론

공수처검사의 신분 논쟁은 필연적으로 검사의 고유한 권한 '영장청구권'을 공수처검사가 행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영장청구권은 '검사'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검사' 신분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죠.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3항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사법경찰관설에 따르면 공수처검사가 공소권이 없는 사건에서 영장청구를 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수사, 그러니까 공소권이 없는 공수처 검사의 수사는 권한과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경찰의 수사와 동일할 뿐이라는 겁니다.

특히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가지는 검사 즉 검찰청법상 검사를 입법자의 입맛대로 확대해석한다면, 입법자들이 헌법의 취지를 몰각하고 영장청구권을 가지는 수사기관을 제한 없이 늘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반대로 검사설을 주장하는 법조인들은 검사라는 '지위'와 검사의 고유 업무인 '직무'가 항상 같을 필요는 없다고 반박합니다.

이들은 설사 공소권이 없는 사건에서도 공수처검사는 일반 검사와 비교해 공소제기라는 '직무'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검찰청법상 검사도 업무 내용이 수시로 바뀌고 보직부서에 따라 수사권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대검찰청이나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검사는 실무상 수사를 하지 않습니다.)

■ 헌법재판소 "공수처검사 영장청구권 합법"…그럼에도 논란 종식되지 않는 이유는?


다툼이 있다면 심판이 있어야겠죠? 이번 논란의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1년 1월 공수처의 설립과 운영의 근거인 공수처법을 재판관 6대 3(합헌5·각하1)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헌법에 규정된 영장청구권자로서의 검사가 ‘검찰청법상 검사’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영장청구권자로서의 검사는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도 그동안 이어진 공수처의 영장 청구를 판단하며 자격을 이유로 불허한 적은 없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어제(8일) 최근 불거진 영장청구권한 논란에 대해 이 같은 헌재와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영장청구권이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결론이 난 셈인데도 매번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수사 범위와 관할 그리고 권한이 누더기처럼 쪼개져 있는 공수처법 자체의 허술함에 있습니다. 범죄는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는 데 반해 공수처의 수사범위는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일부 범죄로 한정돼 검찰·경찰과 수사관할이 애매한 경우가 많고, 기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영장 발부 시 검찰과 구속 기간을 어떻게 배분할지 여부는 아직도 정해지지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태생적 한계를 지닌 공수처의 수사 능력에 대한 불신은 여전합니다. 공수처법을 밀어붙인 야당조차 현직검사의 직권남용 의혹이 포함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할 정도입니다.

내년 공수처 예산은 202억 원입니다. 2021년 232억 원보다는 적지만 올해 176억 원에서 15% 가까이 늘었습니다. 폐지 논란까지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공수처가 그 의의를 국민들에게 증명하려면, 공수처장의 눈물이 아닌 구체적인 실적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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