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재소장 퇴임…대법·헌재 수장 사상 첫 동시 공백

입력 2023.11.10 (12: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유남석 제7대 헌법재판소장이 오늘(1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2018년 9월21일 7대 헌재 소장으로 취임한 지 5년 2개월 만입니다.

유 소장은 퇴임사에서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현실과 시대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헌법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가치와 이해관계의 충돌을 헌법재판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헌법조항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느 조항이든 제정 당시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규범으로도 기능한다"면서 "국민의 뜻이 담긴 헌법을 현재의 과학기술과 경제·사회적 상황에 알맞게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재판, 미래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재판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헌법재판소는 헌법질서의 대전제인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단단한 기둥으로 하여, 급변하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좌)와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좌)와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유 소장의 퇴임으로 당분간 헌법재판소장 자리는 공석이 됐습니다.

대법원도 지난달 6일 국회가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를 낙마시킨 후 안철상 선임대법관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양대 최고법원의 수장 자리가 동시에 비게 된 것입니다.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석 헌법재판관의 청문회는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는데 인사청문회 후 본회의가 빨리 열리더라도 임명까지 최소한 1, 2주는 더 걸리게 됩니다.

■ 헌법재판소장도 공석…당분간 '이은애 권한대행' 체제로

헌법재판소법 제12조
④ 헌법재판소장이 궐위(闕位)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재판관이 헌법재판소규칙으로 정하는 순서에 따라 그 권한을 대행한다.

헌법재판소장의 권한대행에 관한 규칙 제2조
헌법재판소장이 일시적인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임명일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다만, 임명일자가 같을 때에는 연장자 순으로 대행한다.

비어 있는 헌법재판소장 자리는 당분간 이은애 헌법재판관이 권한을 대행할 전망입니다.

헌법재판소장 일시 유고시에는 다른 재판관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임명된 지 가장 오래된 최선임 대법관이 이를 맡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2018년 9월 임명된 이은애 재판관이 최선임 재판관이라, 규정에 따라 권한 대행을 맡게 됩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에서 이은애 재판관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에서 이은애 재판관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한 달 이상 소장이 임명되지 않는 경우엔 헌법재판관들이 회의를 열어 정식으로 권한 대행을 선출하는데, 이 경우에도 관례적으로 최선임 대법관이 권한 대행으로 선출돼 왔습니다.

■ 헌재소장 교체 때마다 권한대행…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도

다만 이런 헌법재판소장 공석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헌재는 2006년 퇴임한 윤영철 3대 소장부터 2018년 퇴임한 이진성 6대 소장까지 후임자가 제때 취임한 적이 없어, 권한대행 체제가 익숙할 정도입니다.

2017년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고 이진성 소장이 취임할 땐 무려 296일간 권한 대행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①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② 재판부는 종국심리(終局審理)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認容決定)을 하는 경우

소장 한 명이 빠졌다고 해서 심리를 아예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헌법재판소장에게 특별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건 심리는 형식적으로 재판관 7명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헌재는 지난 2017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면서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은 상황에서 재판관 8인 체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었던 2017년 3월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한 이 재판관은 긴장된 상황을 반영하듯 머리카락에 미용도구(헤어 롤)를 그대로 꽂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었던 2017년 3월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한 이 재판관은 긴장된 상황을 반영하듯 머리카락에 미용도구(헤어 롤)를 그대로 꽂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헌재의 모든 본안사건 판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처럼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해 심리·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나아가 위헌 결정과 탄핵, 정당해산 및 법률의 위헌 결정 등에는 6명의 재판관이 필요해, 전체 재판관 수가 줄어들수록 이러한 결정을 하기 어려워지고, 헌재 결정의 정당성이 부족해진다는 지적 역시 불가피합니다.

■ 사형제 등 쟁점 사건, 선고 연기될 듯…11월 헌재 선고 없어

헌재 안팎에선 이 때문에 재판관 간 의견이 엇갈리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은 심리와 선고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헌재에 계류 중인 사형제 헌법소원이 그렇습니다. 헌정사상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사형 대체 제도로 평가받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유류분(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 제도 위헌법률 심판 △안동완 부산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KBS 수신료 분리 징수 헌법 소원 등 주요 사건들도 '9인 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심리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헌재는 한 달에 한 번 선고공판을 진행하는데, 헌재는 이번 달에는 내부 검토를 거쳐 선고공판을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수장이 공석 상태임 점을 감안한 겁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유남석 헌재소장 퇴임…대법·헌재 수장 사상 첫 동시 공백
    • 입력 2023-11-10 12:00:10
    심층K

유남석 제7대 헌법재판소장이 오늘(1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2018년 9월21일 7대 헌재 소장으로 취임한 지 5년 2개월 만입니다.

유 소장은 퇴임사에서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현실과 시대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헌법적 쟁점들이 제기되고, 가치와 이해관계의 충돌을 헌법재판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헌법조항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느 조항이든 제정 당시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규범으로도 기능한다"면서 "국민의 뜻이 담긴 헌법을 현재의 과학기술과 경제·사회적 상황에 알맞게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재판, 미래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재판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헌법재판소는 헌법질서의 대전제인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단단한 기둥으로 하여, 급변하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좌)와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유 소장의 퇴임으로 당분간 헌법재판소장 자리는 공석이 됐습니다.

대법원도 지난달 6일 국회가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를 낙마시킨 후 안철상 선임대법관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양대 최고법원의 수장 자리가 동시에 비게 된 것입니다.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석 헌법재판관의 청문회는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는데 인사청문회 후 본회의가 빨리 열리더라도 임명까지 최소한 1, 2주는 더 걸리게 됩니다.

■ 헌법재판소장도 공석…당분간 '이은애 권한대행' 체제로

헌법재판소법 제12조
④ 헌법재판소장이 궐위(闕位)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재판관이 헌법재판소규칙으로 정하는 순서에 따라 그 권한을 대행한다.

헌법재판소장의 권한대행에 관한 규칙 제2조
헌법재판소장이 일시적인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임명일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다만, 임명일자가 같을 때에는 연장자 순으로 대행한다.

비어 있는 헌법재판소장 자리는 당분간 이은애 헌법재판관이 권한을 대행할 전망입니다.

헌법재판소장 일시 유고시에는 다른 재판관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임명된 지 가장 오래된 최선임 대법관이 이를 맡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2018년 9월 임명된 이은애 재판관이 최선임 재판관이라, 규정에 따라 권한 대행을 맡게 됩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에서 이은애 재판관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한 달 이상 소장이 임명되지 않는 경우엔 헌법재판관들이 회의를 열어 정식으로 권한 대행을 선출하는데, 이 경우에도 관례적으로 최선임 대법관이 권한 대행으로 선출돼 왔습니다.

■ 헌재소장 교체 때마다 권한대행…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도

다만 이런 헌법재판소장 공석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헌재는 2006년 퇴임한 윤영철 3대 소장부터 2018년 퇴임한 이진성 6대 소장까지 후임자가 제때 취임한 적이 없어, 권한대행 체제가 익숙할 정도입니다.

2017년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고 이진성 소장이 취임할 땐 무려 296일간 권한 대행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①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② 재판부는 종국심리(終局審理)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認容決定)을 하는 경우

소장 한 명이 빠졌다고 해서 심리를 아예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헌법재판소장에게 특별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건 심리는 형식적으로 재판관 7명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헌재는 지난 2017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면서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은 상황에서 재판관 8인 체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었던 2017년 3월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한 이 재판관은 긴장된 상황을 반영하듯 머리카락에 미용도구(헤어 롤)를 그대로 꽂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헌재의 모든 본안사건 판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처럼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해 심리·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나아가 위헌 결정과 탄핵, 정당해산 및 법률의 위헌 결정 등에는 6명의 재판관이 필요해, 전체 재판관 수가 줄어들수록 이러한 결정을 하기 어려워지고, 헌재 결정의 정당성이 부족해진다는 지적 역시 불가피합니다.

■ 사형제 등 쟁점 사건, 선고 연기될 듯…11월 헌재 선고 없어

헌재 안팎에선 이 때문에 재판관 간 의견이 엇갈리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은 심리와 선고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헌재에 계류 중인 사형제 헌법소원이 그렇습니다. 헌정사상 세 번째로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사형 대체 제도로 평가받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유류분(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 제도 위헌법률 심판 △안동완 부산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KBS 수신료 분리 징수 헌법 소원 등 주요 사건들도 '9인 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심리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헌재는 한 달에 한 번 선고공판을 진행하는데, 헌재는 이번 달에는 내부 검토를 거쳐 선고공판을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수장이 공석 상태임 점을 감안한 겁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