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 ‘방 빼는’ 북한…경제난? 신냉전 외교?

입력 2023.11.10 (15:30) 수정 2023.11.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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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네팔 대사관도 철수"…지난달 말부터 최소 5번째

네팔 일간지 '더카트만두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은 현지시간 10일, 북한 당국이 네팔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조영만 주네팔 북한대사는 지난 6일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와 만나 대사관 폐쇄 결정을 전달했는데, 당시 조 대사는 계속되는 북한의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환경 변화 등을 폐쇄의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영만 주네팔 북한대사가 지난 6일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에게 대사관 철수를 통보했다 / @ 네팔 총리 SNS조영만 주네팔 북한대사가 지난 6일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에게 대사관 철수를 통보했다 / @ 네팔 총리 SNS

이번 대사관 폐쇄로, 향후 북한의 네팔 관련 업무는 인도 주재 북한 대사관이 맡게 됩니다.

지난달 말부터 북한 당국이 연쇄적으로 재외공관을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네팔 대사관 철수는 우간다와 앙골라, 스페인 대사관과 홍콩 총영사관에 이어, 알려진 것으로만 5번째 공관 철수입니다.

지난달 기준 정부가 파악 중인 북한의 재외공관은 대사관 47곳과 총영사관 3곳, 대표부 3곳으로 총 53곳이었는데, 최소 5곳이 폐쇄 절차에 들어가며 이제 북한의 재외공관은 50개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인은 경제난…'신냉전 외교' 추구 분석도

조영만 대사의 말처럼, 북한의 연이은 공관 철수의 배경에는 '경제난'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의 재외공관 운영은 일종의 '자급자족'형으로, 현지에서 각종 사업 등을 통해 운영 자금 등을 조달해왔다"면서 "이것이 대북 제재로 어려워지면서, 외화벌이 창구나 자급자족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관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북한 재외 공관은 외교관의 면책 특권과 외교 행낭 등을 악용, 정상적인 상거래 행위뿐 아니라 밀수를 비롯한 각종 탈·불법적 상거래를 통해 공관 유지 경비를 자체 조달하는 한편, 일정 부분의 자금을 본국에 바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네갈 독립 50주년에 맞춰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세네갈 다카르에 만든 동상 ‘아프리카 르네상스’ / @ 게티이미지세네갈 독립 50주년에 맞춰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세네갈 다카르에 만든 동상 ‘아프리카 르네상스’ / @ 게티이미지

특히 북한의 아프리카 주재 공관들에서는 동상 제작이나 무기 수출, 의사·간호사 등 의료 인력 송출 등에 관여해 외화벌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대북제재 강화로 이러한 활동들이 대부분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외교 역량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일종의 '신냉전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기준으로 판단하면, 현재 북한 재정 상황은 특별히 나쁘지 않다"며 "대신 북한이 더 폐쇄적이었던, 1960년대 김일성 시기의 외교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양무진 교수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중심의 사회주의 연대 강화 차원의 행보라며, "다중 외교보다는 중러 편중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과거 북한은 진영 외교뿐 아니라 제3세계와의 비동맹 외교도 중시한 시기가 있었는데, 김정은 시대는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나라가 늘며 북한이 우호적인 나라들하고만 외교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신설 동향도…'좌파' 중남미·'자원' 중앙아 가능성

다만 북한이 재외공관을 폐쇄하기만 하는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6일, 북한의 공관 신설 추진 관련 정황이 있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최근 우리는 변화된 국제 환경과 외교 정책에 따라, 다른 나라 주재 외교대표부들을 철수 및 신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폐쇄 외에 '신설'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공관이 들어설 수 있는 국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예측이 나왔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에게 동유럽 지역은 냉전 시기보다 중요성이 떨어졌고, 아프리카 지역도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북한이 파견했던) 군사고문단도 사라졌다"면서 "좌파 성향 정부들이 집권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남미나 아프리카, 중동 쪽이 될 가능성이 크고, 전통적 (동)유럽 외교가 북한에게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며 "북한은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들 위주로 개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앙아시아의 소위 '스탄' 국가들(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도 주목해볼 만하다"며 "이들 국가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통과하는 주요 지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천연가스와 석유 등이 다량 매장돼 있는데다 친러시아적인 국가도 많아 북한이 관심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현재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와 관련해 무기 거래나, 혹은 해킹을 통한 가상화폐 탈취 등에 도움이 될 만한 곳에 먼저 공관을 세울 것이라고 본다"며 "이를 감안하면 과거 소비에트 연방 지역, 혹은 동유럽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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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일간지 '더카트만두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은 현지시간 10일, 북한 당국이 네팔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조영만 주네팔 북한대사는 지난 6일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와 만나 대사관 폐쇄 결정을 전달했는데, 당시 조 대사는 계속되는 북한의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환경 변화 등을 폐쇄의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영만 주네팔 북한대사가 지난 6일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에게 대사관 철수를 통보했다 / @ 네팔 총리 SNS
이번 대사관 폐쇄로, 향후 북한의 네팔 관련 업무는 인도 주재 북한 대사관이 맡게 됩니다.

지난달 말부터 북한 당국이 연쇄적으로 재외공관을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네팔 대사관 철수는 우간다와 앙골라, 스페인 대사관과 홍콩 총영사관에 이어, 알려진 것으로만 5번째 공관 철수입니다.

지난달 기준 정부가 파악 중인 북한의 재외공관은 대사관 47곳과 총영사관 3곳, 대표부 3곳으로 총 53곳이었는데, 최소 5곳이 폐쇄 절차에 들어가며 이제 북한의 재외공관은 50개가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인은 경제난…'신냉전 외교' 추구 분석도

조영만 대사의 말처럼, 북한의 연이은 공관 철수의 배경에는 '경제난'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의 재외공관 운영은 일종의 '자급자족'형으로, 현지에서 각종 사업 등을 통해 운영 자금 등을 조달해왔다"면서 "이것이 대북 제재로 어려워지면서, 외화벌이 창구나 자급자족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관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북한 재외 공관은 외교관의 면책 특권과 외교 행낭 등을 악용, 정상적인 상거래 행위뿐 아니라 밀수를 비롯한 각종 탈·불법적 상거래를 통해 공관 유지 경비를 자체 조달하는 한편, 일정 부분의 자금을 본국에 바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네갈 독립 50주년에 맞춰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세네갈 다카르에 만든 동상 ‘아프리카 르네상스’ / @ 게티이미지
특히 북한의 아프리카 주재 공관들에서는 동상 제작이나 무기 수출, 의사·간호사 등 의료 인력 송출 등에 관여해 외화벌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대북제재 강화로 이러한 활동들이 대부분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외교 역량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일종의 '신냉전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기준으로 판단하면, 현재 북한 재정 상황은 특별히 나쁘지 않다"며 "대신 북한이 더 폐쇄적이었던, 1960년대 김일성 시기의 외교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양무진 교수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중심의 사회주의 연대 강화 차원의 행보라며, "다중 외교보다는 중러 편중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과거 북한은 진영 외교뿐 아니라 제3세계와의 비동맹 외교도 중시한 시기가 있었는데, 김정은 시대는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나라가 늘며 북한이 우호적인 나라들하고만 외교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신설 동향도…'좌파' 중남미·'자원' 중앙아 가능성

다만 북한이 재외공관을 폐쇄하기만 하는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6일, 북한의 공관 신설 추진 관련 정황이 있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최근 우리는 변화된 국제 환경과 외교 정책에 따라, 다른 나라 주재 외교대표부들을 철수 및 신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폐쇄 외에 '신설'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공관이 들어설 수 있는 국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예측이 나왔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에게 동유럽 지역은 냉전 시기보다 중요성이 떨어졌고, 아프리카 지역도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북한이 파견했던) 군사고문단도 사라졌다"면서 "좌파 성향 정부들이 집권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남미나 아프리카, 중동 쪽이 될 가능성이 크고, 전통적 (동)유럽 외교가 북한에게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며 "북한은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들 위주로 개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앙아시아의 소위 '스탄' 국가들(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도 주목해볼 만하다"며 "이들 국가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통과하는 주요 지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천연가스와 석유 등이 다량 매장돼 있는데다 친러시아적인 국가도 많아 북한이 관심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현재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와 관련해 무기 거래나, 혹은 해킹을 통한 가상화폐 탈취 등에 도움이 될 만한 곳에 먼저 공관을 세울 것이라고 본다"며 "이를 감안하면 과거 소비에트 연방 지역, 혹은 동유럽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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