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줄여보자”…주 4일제 ‘실험 중’

입력 2023.11.10 (21:22) 수정 2023.11.11 (08: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유럽을 비롯해 몇몇 나라에서는 1주일에 5일이 아니라 4일 일합니다.

우리 나라도 일부 대기업에서는 '주 4일 제가' 단체 협약에 들어가기도 했는데요.

그럼 어떤 식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운영하고 있는지 최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 4일 근무를 하는 권혜인 씨에게 금요일은 휴일입니다.

아이 등원 준비가 한결 여유로워졌고, 머리도 더 신경써서 매만져줄 수 있습니다.

[권혜인/주 4일제 근무자 : "아이를 키워 보면, 하루도 그렇고 반나절만 여유가 돼도 차이가 크긴 하거든요. 금요일에는 아빠도 부담이 적어지고..."]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권 씨의 회사는 1년 전부터, 임금 삭감 없는 '온전한 주 4일제'를 운영 중입니다.

주당 근무시간이 32시간으로 줄었지만,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도입한 덕에 회사 실적은 오히려 14% 늘었습니다.

[김영아/휴넷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잘 돼야 된다'라는 생각이 되게 강했던 것 같아요. 압축적으로 일을 해야겠다라는 동의가 되었던 것 같고."]

이 대학 병원은 올해부터 간호사 서른 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실시합니다.

입사 1년차 미만 간호사의 퇴직율이 50%에 달하자, 노사 협의로 도입했습니다.

주4일제 참여 간호사들은 임금 10% 삭감에 동의했고, 대신 24시간 병동을 운영해야 하는 병원 측은 간호 인력 5명을 추가 고용했습니다.

[권미경/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 "5명 정도는 충원하는 데는 그렇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직원들이 굉장히 만족해 하고, 퇴사율이 줄어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카카오 등은 월 1회, 주4일제를 실행중이고 배달의 민족도 주 32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주4일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올해 임금단체 협약에서 '격주 주 4일제'에 합의하는 등 주 4일제 도입 시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 김재현/영상편집:한찬의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최은진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주 4일제 시도하는 기업들, 어떻게 가능했던 겁니까?

[기자]

취재해보니,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은 '업무 효율'이 높아졌을 때입니다.

시간을 줄여도 똑같이 일을 마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거죠.

앞서 보신 교육콘텐츠 회사처럼 신기술을 도입해서 그럴 수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줄이는 업무 개편으로 생산성을 높여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더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고급 인재를 구해야 하는 IT 기업들은 더 좋은 인재를 뽑으려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 요건들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사업장이 많지는 않을거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서 주로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혁신 기업 등에서 주4일제가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일한 시간만큼 생산물이 나오는 노동 집약적인 업종이나,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나 추가 고용을 할 수 없는 영세 사업장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깁니다.

결국 대기업이나 혁신기업에 인력이 더 쏠릴 수 있고, 휴식에 있어서도 노동시장 내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정부도 곧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새로 내놓지 않습니까?

이런 근로시간 단축 흐름이랑은 좀 온도차가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올초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안이 최대 주69시간 초과 근로가 가능해진다고 해서 여론의 반발이 컸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현재 주 52시간 체제를 크게 손보지 않는 선에서 개편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업종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계절별로 근로시간이 다르거나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곳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들 예외업종에서 연장근로 최대 상한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도 관심사인데요.

이 문제를 포함해서 다음주 초에 새 근로시간 개편안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영상편집:최찬종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장시간 노동 줄여보자”…주 4일제 ‘실험 중’
    • 입력 2023-11-10 21:22:52
    • 수정2023-11-11 08:40:51
    뉴스 9
[앵커]

유럽을 비롯해 몇몇 나라에서는 1주일에 5일이 아니라 4일 일합니다.

우리 나라도 일부 대기업에서는 '주 4일 제가' 단체 협약에 들어가기도 했는데요.

그럼 어떤 식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운영하고 있는지 최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 4일 근무를 하는 권혜인 씨에게 금요일은 휴일입니다.

아이 등원 준비가 한결 여유로워졌고, 머리도 더 신경써서 매만져줄 수 있습니다.

[권혜인/주 4일제 근무자 : "아이를 키워 보면, 하루도 그렇고 반나절만 여유가 돼도 차이가 크긴 하거든요. 금요일에는 아빠도 부담이 적어지고..."]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권 씨의 회사는 1년 전부터, 임금 삭감 없는 '온전한 주 4일제'를 운영 중입니다.

주당 근무시간이 32시간으로 줄었지만,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도입한 덕에 회사 실적은 오히려 14% 늘었습니다.

[김영아/휴넷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잘 돼야 된다'라는 생각이 되게 강했던 것 같아요. 압축적으로 일을 해야겠다라는 동의가 되었던 것 같고."]

이 대학 병원은 올해부터 간호사 서른 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실시합니다.

입사 1년차 미만 간호사의 퇴직율이 50%에 달하자, 노사 협의로 도입했습니다.

주4일제 참여 간호사들은 임금 10% 삭감에 동의했고, 대신 24시간 병동을 운영해야 하는 병원 측은 간호 인력 5명을 추가 고용했습니다.

[권미경/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 "5명 정도는 충원하는 데는 그렇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직원들이 굉장히 만족해 하고, 퇴사율이 줄어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카카오 등은 월 1회, 주4일제를 실행중이고 배달의 민족도 주 32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주4일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올해 임금단체 협약에서 '격주 주 4일제'에 합의하는 등 주 4일제 도입 시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 김재현/영상편집:한찬의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최은진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주 4일제 시도하는 기업들, 어떻게 가능했던 겁니까?

[기자]

취재해보니,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은 '업무 효율'이 높아졌을 때입니다.

시간을 줄여도 똑같이 일을 마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거죠.

앞서 보신 교육콘텐츠 회사처럼 신기술을 도입해서 그럴 수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줄이는 업무 개편으로 생산성을 높여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더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고급 인재를 구해야 하는 IT 기업들은 더 좋은 인재를 뽑으려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 요건들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사업장이 많지는 않을거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래서 주로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혁신 기업 등에서 주4일제가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일한 시간만큼 생산물이 나오는 노동 집약적인 업종이나,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나 추가 고용을 할 수 없는 영세 사업장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깁니다.

결국 대기업이나 혁신기업에 인력이 더 쏠릴 수 있고, 휴식에 있어서도 노동시장 내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정부도 곧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새로 내놓지 않습니까?

이런 근로시간 단축 흐름이랑은 좀 온도차가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올초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안이 최대 주69시간 초과 근로가 가능해진다고 해서 여론의 반발이 컸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현재 주 52시간 체제를 크게 손보지 않는 선에서 개편 방향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업종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계절별로 근로시간이 다르거나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곳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들 예외업종에서 연장근로 최대 상한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도 관심사인데요.

이 문제를 포함해서 다음주 초에 새 근로시간 개편안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영상편집:최찬종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