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없애자…그런데 여름 시간 기준으로 가자?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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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서머타임이라고 하죠. 일광절약시간(Daylight Saving Time)이라고도 합니다. 낮 시간을 절약하자는 취지의 제도입니다. 해가 일찍 뜨는 시기에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는 것이니(예를 들어 8시를 9시로 조정), 여름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그리서 간편하게 서머타임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88올림픽을 경험한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제24회 올림픽을 계기로 1987년과 1988년에 시행됐습니다. 올림픽 중계 시간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는데, 생활 리듬을 깨고 혼란만 불러온다는 여론에 올림픽이 끝나자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사라졌지만, 이 일광절약시간제도는 현재 전 세계 약 70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3월 마지막 일요일에서 10월 마지막 일요일 사이, 미국과 캐나다에선 3월 두 번째 일요일에서 11월 첫 번째 일요일 사이입니다. 시작할 땐 한 시간 앞당기고, 끝날 땐 한 시간 늦춥니다.

1918년 미국 의회에 있는 시계가 일광절약시간제에 따라 한 시간 앞당겨지고 있다. (사진 : 미 의회 도서관)1918년 미국 의회에 있는 시계가 일광절약시간제에 따라 한 시간 앞당겨지고 있다. (사진 : 미 의회 도서관)

■ 시행 100년 넘은 일광절약시간제

이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 18세기였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처음 시행했습니다. 미국에선 1918년 시행됐습니다. 올해 일광절약시간제도는 미국 시간으로 11월 5일 일요일 새벽 2시를 새벽 1시로 조정하면서 끝났습니다. 미국에선 첫 시행 이후 전쟁과 농민들의 반대, 오일쇼크 등을 겪으며 시행과 중단, 연중 시행 등을 오갔고, 1974년 현 제도가 정착됐습니다. 그런데 그 논란 여전합니다.

일광절약시간제가 좋다는 쪽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해가 길 때 한 시간을 앞당기면, 자연광을 더 이용할 수 있으니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오후 시간이 길어지면 활동도 편해지고, 관광산업에도 이득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교통사고와 절도 사건이 줄어든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합니다.

미국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미국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대체 뭐가 좋다고....?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 일광절약시간제가 도입됐을 때는 자연광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구만이 아니라 컴퓨터, TV, 에어컨 등 훨씬 많은 전기를 쓰고 있으니, 전구를 켜느라 들어가는 에너지는 무시해도 될만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심지어는 전기 사용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합니다.

비용도 더 든다고 합니다. 컴퓨터 시스템 등을 제도 시행에 맞춰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들고 가을에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면서 일찍 어두워지면 안전 관리에도 더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거죠.

여기엔 의학적인 의견도 개입됩니다.

가을에 한 시간 늦춰질 때는 적응이 쉽습니다. 실질적으로 한 시간 늦게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봄입니다.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피로감이 더 많아지고, 심장에도 부담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우울증을 불러 자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사고와 의료 사고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 햇빛을 보호하자

그래도 여전히 일광절약시간제는 해마다 시행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미국에선 재미있는 법안이 하나 제출됐습니다. 봄에 한 시간 당기고, 가을에 한 시간 늦추는 걸 없애야 한다는 법안입니다. 햇빛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 방향입니다. 이 법안의 목적은 일광절약시간제의 폐지가 아니라 일광절약시간제의 영구화입니다. 봄에 한 시간 당긴 뒤 가을에 이 시간을 되돌릴 게 아니라 계속 유지하자는 겁니다.

시간을 조정하는일이 사라지면, 범죄를 줄이고, 아이들이 밖에서 더 오래 놀 수 있고, 심장 마비의 위험성을 줄이는 등 일광절약시간제에 대한 찬반 양쪽의 이익을 모두 취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올해 ‘햇빛보호법’을 다시 꺼내 든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 의원올해 ‘햇빛보호법’을 다시 꺼내 든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 의원

■일년 내내 매일이 월요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면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수면학자들은 해가 가장 높은 정오를 기준으로 신체가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광절약시간제를 계속 시행하면 신체 활동이 자연 시간에 어긋나게 된다는 겁니다. "매일매일이 월요일 같을 것"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이미 인위적인 시간 구분으로 정확한 시간대에 있지 않은 지역은 그 오차가 더 커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서부 시애틀의 경우 표준시 기준으로는 30분 벗어나 있고, 일광절약시간 기준으로는 1시간 30분 벗어나게 됩니다.

해당 법안은 2018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2022년 3월엔 양당 합의로 미국 상원을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하원에선 통과되지 않아 시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올핸 상임위나 그 아래 단계에서 멈춰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일광절약시간제에 대한 찬반을 끝나지 않는(endless) 논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동의하는 듯합니다. 대부분의 미국민들이 봄과 가을에 한 시간씩 시계를 조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 우리는 자연 시간에 맞춰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협정시계시(UTC)보다 9시간 빠릅니다.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경도는 동경 127도 30분으로, 협정시계시보다 8시간 30분 빠른 위치입니다. 이미 30분 빨리 살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2000년과 2008년, 2013년 등 표준시를 127도 30분으로 바꾸자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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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머타임 없애자…그런데 여름 시간 기준으로 가자?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11-11 11: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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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서머타임이라고 하죠. 일광절약시간(Daylight Saving Time)이라고도 합니다. 낮 시간을 절약하자는 취지의 제도입니다. 해가 일찍 뜨는 시기에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는 것이니(예를 들어 8시를 9시로 조정), 여름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그리서 간편하게 서머타임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88올림픽을 경험한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제24회 올림픽을 계기로 1987년과 1988년에 시행됐습니다. 올림픽 중계 시간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는데, 생활 리듬을 깨고 혼란만 불러온다는 여론에 올림픽이 끝나자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사라졌지만, 이 일광절약시간제도는 현재 전 세계 약 70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3월 마지막 일요일에서 10월 마지막 일요일 사이, 미국과 캐나다에선 3월 두 번째 일요일에서 11월 첫 번째 일요일 사이입니다. 시작할 땐 한 시간 앞당기고, 끝날 땐 한 시간 늦춥니다.

1918년 미국 의회에 있는 시계가 일광절약시간제에 따라 한 시간 앞당겨지고 있다. (사진 : 미 의회 도서관)
■ 시행 100년 넘은 일광절약시간제

이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 18세기였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처음 시행했습니다. 미국에선 1918년 시행됐습니다. 올해 일광절약시간제도는 미국 시간으로 11월 5일 일요일 새벽 2시를 새벽 1시로 조정하면서 끝났습니다. 미국에선 첫 시행 이후 전쟁과 농민들의 반대, 오일쇼크 등을 겪으며 시행과 중단, 연중 시행 등을 오갔고, 1974년 현 제도가 정착됐습니다. 그런데 그 논란 여전합니다.

일광절약시간제가 좋다는 쪽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해가 길 때 한 시간을 앞당기면, 자연광을 더 이용할 수 있으니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오후 시간이 길어지면 활동도 편해지고, 관광산업에도 이득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교통사고와 절도 사건이 줄어든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합니다.

미국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대체 뭐가 좋다고....?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 일광절약시간제가 도입됐을 때는 자연광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구만이 아니라 컴퓨터, TV, 에어컨 등 훨씬 많은 전기를 쓰고 있으니, 전구를 켜느라 들어가는 에너지는 무시해도 될만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심지어는 전기 사용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합니다.

비용도 더 든다고 합니다. 컴퓨터 시스템 등을 제도 시행에 맞춰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들고 가을에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면서 일찍 어두워지면 안전 관리에도 더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거죠.

여기엔 의학적인 의견도 개입됩니다.

가을에 한 시간 늦춰질 때는 적응이 쉽습니다. 실질적으로 한 시간 늦게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문제는 봄입니다. 한 시간 앞당겨지면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피로감이 더 많아지고, 심장에도 부담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우울증을 불러 자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사고와 의료 사고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 햇빛을 보호하자

그래도 여전히 일광절약시간제는 해마다 시행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미국에선 재미있는 법안이 하나 제출됐습니다. 봄에 한 시간 당기고, 가을에 한 시간 늦추는 걸 없애야 한다는 법안입니다. 햇빛보호법(Sunshine Protection Act)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 방향입니다. 이 법안의 목적은 일광절약시간제의 폐지가 아니라 일광절약시간제의 영구화입니다. 봄에 한 시간 당긴 뒤 가을에 이 시간을 되돌릴 게 아니라 계속 유지하자는 겁니다.

시간을 조정하는일이 사라지면, 범죄를 줄이고, 아이들이 밖에서 더 오래 놀 수 있고, 심장 마비의 위험성을 줄이는 등 일광절약시간제에 대한 찬반 양쪽의 이익을 모두 취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올해 ‘햇빛보호법’을 다시 꺼내 든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 의원
■일년 내내 매일이 월요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면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수면학자들은 해가 가장 높은 정오를 기준으로 신체가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광절약시간제를 계속 시행하면 신체 활동이 자연 시간에 어긋나게 된다는 겁니다. "매일매일이 월요일 같을 것"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이미 인위적인 시간 구분으로 정확한 시간대에 있지 않은 지역은 그 오차가 더 커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서부 시애틀의 경우 표준시 기준으로는 30분 벗어나 있고, 일광절약시간 기준으로는 1시간 30분 벗어나게 됩니다.

해당 법안은 2018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2022년 3월엔 양당 합의로 미국 상원을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하원에선 통과되지 않아 시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올핸 상임위나 그 아래 단계에서 멈춰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일광절약시간제에 대한 찬반을 끝나지 않는(endless) 논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동의하는 듯합니다. 대부분의 미국민들이 봄과 가을에 한 시간씩 시계를 조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 우리는 자연 시간에 맞춰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협정시계시(UTC)보다 9시간 빠릅니다.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경도는 동경 127도 30분으로, 협정시계시보다 8시간 30분 빠른 위치입니다. 이미 30분 빨리 살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2000년과 2008년, 2013년 등 표준시를 127도 30분으로 바꾸자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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