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행 참고 마약 정보 내놔라’?…이상한 경찰의 마약 수사

입력 2023.11.13 (21:26) 수정 2023.12.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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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약 사건을 조작해 무고한 사람을 마약 범죄자로 만들었던 사건, 최근 KBS 보도로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경찰의 마약사건 수사 실태를 고발합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을 찾아가 가해자가 마약 사범이라고 신고했는데 경찰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는 소흘히하고 마약 정보를 계속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또 다른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KBS의 단독보도, 김청윤, 이도윤 기자가 연이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대마 재배 시설까지 갖추고 운영됐던 이른바 '마약 파티룸.'

지난 1월, 경찰은 마약 집중단속의 결과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음성변조 : "대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하지만 경찰의 눈부신 성과 뒤엔 한 성폭력 피해자의 말 못할 고통이 있었습니다.

20대 여성 A 씨가 경찰서에 찾아간 건 지난해 8월.

헤어진 남자친구 황 모 씨가 자신을 불법 촬영해 트위터에 유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접수한 경찰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트위터는 아동이 아닌 이상 협조가 어렵다."]

경찰의 관심은 제보자와 달랐습니다.

남자친구였던 황 씨가 대마 유통책이란 걸 듣고는, 마약 수사 정보를 요구했습니다.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목록으로 적어주면서, 문제가 되는 "성범죄도 나중에 다 해결해주겠다"고 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같이 해결해주겠다면서 저한테 (수사에 필요한 게 적힌) 쪽지를 준 거잖아요. 믿을 사람이 마약 수사대밖에 없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때부터 생각지 못한 고통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증거를 잡기 위해 성범죄 가해자인 전 남자친구를 계속 만나야했고 관계도 유지해야 했습니다.

불법신체 촬영과 촬영물 유포, 스토킹도 계속됐고 갈수록 수위는 높아졌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일부러 제3자,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추행해서) 너무 놀랐고 좀 더럽고..."]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평소와 같이 행동하라”.

강제추행도 호소했지만, “기다려라” 같은 지시뿐, “불안해 미칠 것 같다.” “죽기 직전이다.” 경찰에 호소도 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경찰에) 도와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계속 '기다리라'고 말하고...'경찰도 나를 이용했다' 생각이 드니까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것 같고."]

A 씨가 2달 간 성범죄에 노출된 채 확보한 정보 덕분에, 경찰은 지난해 10월, 황 씨를 마약 유통책으로 체포했습니다.

그럼, 성범죄 수사는 경찰이 장담한대로 잘 됐을까요?

이어서 이도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A 씨 현관문 앞을 서성이고, 수차례 원치 않은 연락을 해온 황 씨.

A 씨는 경찰 수사를 위해 이를 참았고, 황 씨가 마약 혐의로 체포되자 '성범죄 수사가 시작되겠지' 믿었다고 합니다.

[A 씨/음성변조 : "(경찰이) 연락이나 그런 것도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해 달라' 부탁을 했었어요. (스토킹은) 어차피 나중에 신고하면 다 되니까 기다려 달래요."]

경찰은, 바라던 대로 A 씨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황 씨를 마약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A 씨가 호소했던 황 씨의 성범죄는 불송치했습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그냥 정말 자기들 마약 실적만 쏙 빼 먹고 그냥 제꺼는 그냥 뒤로 하고 나중에 든 생각은 제가 미끼였다고 생각을 했어요."]

추가 피해도 호소했지만 실제 수사에 착수한 건 불법동영상 유포 한 건에 불과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스토킹이나 강제추행 이런 것도 분명히 얘기를 했었잖아요. 경찰 분한테 그런 거에 대해서는 따로 추가 조사나 그런 것도 없이..."]

결국 A 씨는 황 씨를 스토킹 혐의 등으로 따로 고소했지만 그것도 허사였습니다.

검찰은 A 씨와 황 씨가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경찰 수사를 돕기위해 황 씨와 연락을 계속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겁니다.

A 씨는 '수사를 위한 연락'이었다고 경찰에 확인서와 탄원서를 써 달라고도 했지만 돌아온 건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결국 스토킹과 강제추행은 '무혐의' 종결, 일부 불법촬영 혐의만 기소됐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전화도 미친 듯이 오니까... 연락도 카톡이나 문자도 주고 받기 싫은데 다 견뎌 가면서 그렇게 했더니..."]

경찰은 KBS의 취재에 A 씨가 아니었다면 마약 수사를 할 수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성범죄) 신고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고 한 것뿐, "관계를 유지하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스토킹 피해 해결을 위해 A 씨 집 앞에 CCTV를 설치해 줬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류재현 하정현/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지훈 박미주

[정정 및 반론보도] <'성추행 참고 마약 정보 내놔라'?…이상한 경찰의 마약수사> 외 4건 관련
본 방송은 지난 2023년 11월 13일과 14일 <뉴스9> 프로그램에서 「'성추행 참고 마약 정보 내놔라'?...이상한 경찰의 마약 수사」, 「'실적 매몰'이 무리한 수사 불렀나..."본연 업무 했을 뿐"」, 「"대마밭 잠입까지 시켰다"...시민 위협 내몰고 '수사 실적'」, 「"이용만하고 버리나"..받지도 못할 표창장을 미끼로?」 제목으로 모든 마약수사를 제보자한테 맡기고 경찰이 놓친 용의자를 유인해 달라고 하는 등 수사를 외주화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제보자의 도움을 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피의자를 놓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그리고 마약수사대는, “최초 마약제보를 받기 위해 제보자를 만났으며, 성추행 신고나 수사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제보자가 제보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해 일단 평소와 같이 행동하라고 제안했으며, 수사는 경찰이 주도해 진행했고, 수사정보 대가로 표창장을 약속한 사실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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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성추행 참고 마약 정보 내놔라’?…이상한 경찰의 마약 수사
    • 입력 2023-11-13 21:26:57
    • 수정2023-12-26 16:00:07
    뉴스 9
[앵커]

마약 사건을 조작해 무고한 사람을 마약 범죄자로 만들었던 사건, 최근 KBS 보도로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경찰의 마약사건 수사 실태를 고발합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을 찾아가 가해자가 마약 사범이라고 신고했는데 경찰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는 소흘히하고 마약 정보를 계속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또 다른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KBS의 단독보도, 김청윤, 이도윤 기자가 연이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대마 재배 시설까지 갖추고 운영됐던 이른바 '마약 파티룸.'

지난 1월, 경찰은 마약 집중단속의 결과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음성변조 : "대마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하지만 경찰의 눈부신 성과 뒤엔 한 성폭력 피해자의 말 못할 고통이 있었습니다.

20대 여성 A 씨가 경찰서에 찾아간 건 지난해 8월.

헤어진 남자친구 황 모 씨가 자신을 불법 촬영해 트위터에 유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접수한 경찰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트위터는 아동이 아닌 이상 협조가 어렵다."]

경찰의 관심은 제보자와 달랐습니다.

남자친구였던 황 씨가 대마 유통책이란 걸 듣고는, 마약 수사 정보를 요구했습니다.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목록으로 적어주면서, 문제가 되는 "성범죄도 나중에 다 해결해주겠다"고 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같이 해결해주겠다면서 저한테 (수사에 필요한 게 적힌) 쪽지를 준 거잖아요. 믿을 사람이 마약 수사대밖에 없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때부터 생각지 못한 고통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증거를 잡기 위해 성범죄 가해자인 전 남자친구를 계속 만나야했고 관계도 유지해야 했습니다.

불법신체 촬영과 촬영물 유포, 스토킹도 계속됐고 갈수록 수위는 높아졌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일부러 제3자,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추행해서) 너무 놀랐고 좀 더럽고..."]

스토킹 피해를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평소와 같이 행동하라”.

강제추행도 호소했지만, “기다려라” 같은 지시뿐, “불안해 미칠 것 같다.” “죽기 직전이다.” 경찰에 호소도 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경찰에) 도와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계속 '기다리라'고 말하고...'경찰도 나를 이용했다' 생각이 드니까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것 같고."]

A 씨가 2달 간 성범죄에 노출된 채 확보한 정보 덕분에, 경찰은 지난해 10월, 황 씨를 마약 유통책으로 체포했습니다.

그럼, 성범죄 수사는 경찰이 장담한대로 잘 됐을까요?

이어서 이도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A 씨 현관문 앞을 서성이고, 수차례 원치 않은 연락을 해온 황 씨.

A 씨는 경찰 수사를 위해 이를 참았고, 황 씨가 마약 혐의로 체포되자 '성범죄 수사가 시작되겠지' 믿었다고 합니다.

[A 씨/음성변조 : "(경찰이) 연락이나 그런 것도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해 달라' 부탁을 했었어요. (스토킹은) 어차피 나중에 신고하면 다 되니까 기다려 달래요."]

경찰은, 바라던 대로 A 씨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황 씨를 마약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A 씨가 호소했던 황 씨의 성범죄는 불송치했습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그냥 정말 자기들 마약 실적만 쏙 빼 먹고 그냥 제꺼는 그냥 뒤로 하고 나중에 든 생각은 제가 미끼였다고 생각을 했어요."]

추가 피해도 호소했지만 실제 수사에 착수한 건 불법동영상 유포 한 건에 불과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스토킹이나 강제추행 이런 것도 분명히 얘기를 했었잖아요. 경찰 분한테 그런 거에 대해서는 따로 추가 조사나 그런 것도 없이..."]

결국 A 씨는 황 씨를 스토킹 혐의 등으로 따로 고소했지만 그것도 허사였습니다.

검찰은 A 씨와 황 씨가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경찰 수사를 돕기위해 황 씨와 연락을 계속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겁니다.

A 씨는 '수사를 위한 연락'이었다고 경찰에 확인서와 탄원서를 써 달라고도 했지만 돌아온 건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결국 스토킹과 강제추행은 '무혐의' 종결, 일부 불법촬영 혐의만 기소됐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전화도 미친 듯이 오니까... 연락도 카톡이나 문자도 주고 받기 싫은데 다 견뎌 가면서 그렇게 했더니..."]

경찰은 KBS의 취재에 A 씨가 아니었다면 마약 수사를 할 수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성범죄) 신고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고 한 것뿐, "관계를 유지하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스토킹 피해 해결을 위해 A 씨 집 앞에 CCTV를 설치해 줬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류재현 하정현/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지훈 박미주

[정정 및 반론보도] <'성추행 참고 마약 정보 내놔라'?…이상한 경찰의 마약수사> 외 4건 관련
본 방송은 지난 2023년 11월 13일과 14일 <뉴스9> 프로그램에서 「'성추행 참고 마약 정보 내놔라'?...이상한 경찰의 마약 수사」, 「'실적 매몰'이 무리한 수사 불렀나..."본연 업무 했을 뿐"」, 「"대마밭 잠입까지 시켰다"...시민 위협 내몰고 '수사 실적'」, 「"이용만하고 버리나"..받지도 못할 표창장을 미끼로?」 제목으로 모든 마약수사를 제보자한테 맡기고 경찰이 놓친 용의자를 유인해 달라고 하는 등 수사를 외주화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제보자의 도움을 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피의자를 놓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그리고 마약수사대는, “최초 마약제보를 받기 위해 제보자를 만났으며, 성추행 신고나 수사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제보자가 제보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해 일단 평소와 같이 행동하라고 제안했으며, 수사는 경찰이 주도해 진행했고, 수사정보 대가로 표창장을 약속한 사실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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