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시들했던 ‘중국판 블프’ 광군제…중국 경제 ‘경고음’

입력 2023.11.15 (10:47) 수정 2023.11.15 (10: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방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중국의 경기 부진을 의식해 미국 기업인들 수백 명을 만난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중국 경제 상황은, 지난 11일 열렸던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최대 쇼핑 축제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처음 맞는 광군제였지만 올해 매출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이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싱글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는 2009년부터 중국 최대 쇼핑 축제로 널리 알려졌잖아요.

매해 매출 신기록을 쏟아냈었는데 올해는 어땠습니까?

[기자]

소문난 광군제에 먹을 게 없었다, 이렇게 평할 수 있겠는데요.

단적으로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호스트, 리자치의 매출이 뚝 떨어졌습니다.

중국 남방일보에 따르면 광군제 첫날이었던 지난달 24일, 리자치가 우리돈 1조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이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에 대해 "다른 걸 볼 필요도 없이 중국 소비의 둔화를 단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1·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둥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었다고만 밝혔는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체적인 거래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광군제 기간 온라인 전체 거래액을 비교해 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보다 2% 정도 늘어난 것에 그쳤습니다.

택배량 역시 지난해보다 증가하긴 했습니다.

우리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우정국은 11일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6억 3,000여만 건의 택배 서비스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광군제가 전통적으로 중국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였는데 올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택배량이 늘고, 매출도 좀 늘었다는 거잖아요.

중국인들의 소비 경향이 달라졌다는 거죠?

[기자]

올해 중국사람들의 소비 경향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생활에 필수적이거나, 저렴하거나, 중국산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졌습니다.

알리바바는 앞서 올해 광군제에서 8천만 여개 상품을 최저가로 제공한다고 광고했었거든요.

그만큼 중국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저가 전략을 펼친 건데요.

중국 국산 브랜드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국산 브랜드 85곳의 매출액이 판매 시작과 동시에 우리 돈 18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장○○/베이징 시민 : "제 생각엔 (외국 브랜드와) 효과가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 피부관리 제품 쪽은 국산 브랜드가 더 낫습니다."]

반면 외국산이나 고가품의 인기는 예년만 못했습니다.

[앵커]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이유, 역시 경기가 둔화했기 때문이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꺾이는 중국 내수 경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중국 정부는 이번 광군제와 더불어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앞선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소비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중단한 뒤 경제 활동 재개, 이른바 '리오프닝'을 선언했었는데요.

상반기 동안 중국 경기가 예상만큼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크게 하락하면서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는데요.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졌죠.

중국에서 부동산은 GDP의 20%를 훌쩍 넘고,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적으로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 속에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도 함께 쪼그라든 겁니다.

또, 청년 실업률이 20%가 넘어서 중국 정부가 돌연 이 실업률 발표도 중단했을 정도거든요.

경기 둔화를 의식해 올해 내내 쇼핑업체들이 상시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 것도 광군제의 매력을 떨어트렸단 분석입니다.

[앵커]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중국에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한다고요?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데 중국은 어떻게 된 일인가요?

[기자]

네, 최근 나온 경제 지표들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는데요.

디플레이션이란 장기적인 물가 하락이 경기 침체를 동반하는 현상을 말하죠.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0.2% 하락했습니다.

석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겁니다.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지수도 13개월 연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최근 몇 달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고 국채를 추가 발행했는데요.

이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지난달 수출도 지난해 10월 수출보다 6.4% 감소했습니다.

시장이 전망한 것보다 두 배에 달하는 감소폭입니다.

시진핑 국가 주석으로서는 내수 경제도 살리고,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외국인 투자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런 와중에 우리 시각으로 내일 미·중 정상회담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립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최고 경제정책 결정 회의를 APEC 이후인 다음달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만큼 중국이 이 회담에서 경제 위기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시들했던 ‘중국판 블프’ 광군제…중국 경제 ‘경고음’
    • 입력 2023-11-15 10:47:37
    • 수정2023-11-15 10:56:37
    지구촌뉴스
[앵커]

방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중국의 경기 부진을 의식해 미국 기업인들 수백 명을 만난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중국 경제 상황은, 지난 11일 열렸던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최대 쇼핑 축제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처음 맞는 광군제였지만 올해 매출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이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싱글의 날'이라는 뜻의 광군제는 2009년부터 중국 최대 쇼핑 축제로 널리 알려졌잖아요.

매해 매출 신기록을 쏟아냈었는데 올해는 어땠습니까?

[기자]

소문난 광군제에 먹을 게 없었다, 이렇게 평할 수 있겠는데요.

단적으로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호스트, 리자치의 매출이 뚝 떨어졌습니다.

중국 남방일보에 따르면 광군제 첫날이었던 지난달 24일, 리자치가 우리돈 1조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이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에 대해 "다른 걸 볼 필요도 없이 중국 소비의 둔화를 단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1·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둥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었다고만 밝혔는데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체적인 거래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광군제 기간 온라인 전체 거래액을 비교해 볼 수 있는데요.

지난해보다 2% 정도 늘어난 것에 그쳤습니다.

택배량 역시 지난해보다 증가하긴 했습니다.

우리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우정국은 11일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6억 3,000여만 건의 택배 서비스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광군제가 전통적으로 중국 소비 심리의 바로미터였는데 올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택배량이 늘고, 매출도 좀 늘었다는 거잖아요.

중국인들의 소비 경향이 달라졌다는 거죠?

[기자]

올해 중국사람들의 소비 경향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생활에 필수적이거나, 저렴하거나, 중국산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졌습니다.

알리바바는 앞서 올해 광군제에서 8천만 여개 상품을 최저가로 제공한다고 광고했었거든요.

그만큼 중국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저가 전략을 펼친 건데요.

중국 국산 브랜드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국산 브랜드 85곳의 매출액이 판매 시작과 동시에 우리 돈 18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장○○/베이징 시민 : "제 생각엔 (외국 브랜드와) 효과가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 피부관리 제품 쪽은 국산 브랜드가 더 낫습니다."]

반면 외국산이나 고가품의 인기는 예년만 못했습니다.

[앵커]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이유, 역시 경기가 둔화했기 때문이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꺾이는 중국 내수 경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중국 정부는 이번 광군제와 더불어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앞선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소비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중단한 뒤 경제 활동 재개, 이른바 '리오프닝'을 선언했었는데요.

상반기 동안 중국 경기가 예상만큼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크게 하락하면서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는데요.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졌죠.

중국에서 부동산은 GDP의 20%를 훌쩍 넘고,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적으로 자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 속에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도 함께 쪼그라든 겁니다.

또, 청년 실업률이 20%가 넘어서 중국 정부가 돌연 이 실업률 발표도 중단했을 정도거든요.

경기 둔화를 의식해 올해 내내 쇼핑업체들이 상시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 것도 광군제의 매력을 떨어트렸단 분석입니다.

[앵커]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중국에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한다고요?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데 중국은 어떻게 된 일인가요?

[기자]

네, 최근 나온 경제 지표들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는데요.

디플레이션이란 장기적인 물가 하락이 경기 침체를 동반하는 현상을 말하죠.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0.2% 하락했습니다.

석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겁니다.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지수도 13개월 연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최근 몇 달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고 국채를 추가 발행했는데요.

이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지난달 수출도 지난해 10월 수출보다 6.4% 감소했습니다.

시장이 전망한 것보다 두 배에 달하는 감소폭입니다.

시진핑 국가 주석으로서는 내수 경제도 살리고,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외국인 투자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런 와중에 우리 시각으로 내일 미·중 정상회담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립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최고 경제정책 결정 회의를 APEC 이후인 다음달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만큼 중국이 이 회담에서 경제 위기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