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대국’ 부활 꿈꾸지만…‘마약·총격’에 난감한 태국

입력 2023.11.18 (22:21) 수정 2023.11.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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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기 한국은 본격적인 겨울 날씨가 시작됐죠,

그래서 동남아 국가, 특히 태국 찾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태국도 한때 '관광 대국'으로 불렸던 만큼,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마약이나 총기 관련 강력범죄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데요,

방콕 정윤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300년대, 태국 북부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번성한 란나 왕조의 도시성곽 출입문이었던 이곳, 비둘기 떼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단골 코습니다.

[왕쓰첸·리한/중국인 관광객 : "신혼 여행을 왔어요. 태국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시원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많고요."]

겨울 성수기와 함께, 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미여 츠어므어꾸/기념품 판매상 : "예전엔 돈을 못 번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면서 수입도 늘었어요."]

지난 9월 25일부터 전격 시행한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첫 무비자 입국 중국인 관광객 환영 행사에, 태국 총리가 직접 나섰습니다.

관광객들과 사진도 찍고, 선물도 건네고, 뜻밖의 환대에 중국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쭈앙 판/중국인 관광객 : "예약할 때도 몰랐는데 우연히도 오늘이 비자 면제 첫 날이네요. 환영식에 깜짝 놀랐고, 매우 행복합니다."]

태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건 결국 경제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5월 총선 때 제1당이 안 됐는데도 집권에 성공한 세타 총리로선,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경제살리기가 급선뭅니다.

[세타 타위신/태국 총리 : "우리 관광 정책이 경제 부양에 엄청난 자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태국을 오시는 순간부터 안전함을 느끼실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 태국을 찾은 외국인 4천만 명 가운데 중국인은 28%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GDP의 20%를 차지하는 태국 관광산업의 최대 고객이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는 태국 경제에 직격탄이었습니다.

이렇게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각종 규제 완화 덕분에 태국 관광업계는 모처럼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방콕 도심의 한 유명 쇼핑몰에서 잇따라 울린 총성, 14살 소년의 무차별 총격에, 중국인 1명과 미얀마인 1명이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세타 총리는 곧바로 중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습니다.

[세타 타위신/태국 총리 : "중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번 불행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태국 매체들도, "중국에서 태국처럼 위험한 국가를 방문하기 꺼려진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총격 사건 이후 중국인 등 관광객 수가 줄고 있다"며 우려하는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태국 총리가 "중국은 큰형"이라며 치켜세웠지만, 최근에도 총기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상황, 심지어 중국 경찰을 태국에 상주시켜 합동 순찰을 하겠다는 정부 대책까지 나왔지만, 결국 주권침해 논란에 곧바로 철회됐습니다.

[떠싹 쑥위몬/태국 경찰청장 : "우리의 주권 문제입니다. 중국 경찰이 우리처럼 순찰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중국 경찰이 순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약 문제도 태국 관광산업 부활의 걸림돌입니다.

태국은 아시아 유일의 대마 합법 국가.

중국처럼 대마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곳곳에서 이어지는 유혹에 무심코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야티팟 잔드리/대마 상점 주인 : "이 제품은 휴식을 위한 겁니다. 잠들기 위한 거죠. 많은 분들이 휴식과 잠을 원해요. 비행기를 오래 타면 피곤하니까요."]

외국인 관광객이 대마 차를 마시고 숨지는 등 관련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태국 정부가 대마 규제 방침을 내놨습니다.

[세타 타위신/태국 총리/블룸버그 인터뷰 : "마약 문제가 최근에 정말 커졌습니다. 오직 의료용 대마만 허용하게 될 겁니다. (오락용은 어떻게 됩니까?) 안됩니다."]

태국 정부는 이제서야 관련 법안 개정에 나섰습니다.

과거 '관광 대국'으로의 부활을 꿈꾸는 태국이지만, 총기, 그리고 마약.

이 난감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입니다.

방콕에서,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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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 대국’ 부활 꿈꾸지만…‘마약·총격’에 난감한 태국
    • 입력 2023-11-18 22:21:01
    • 수정2023-11-25 22:30:4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여기 한국은 본격적인 겨울 날씨가 시작됐죠,

그래서 동남아 국가, 특히 태국 찾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태국도 한때 '관광 대국'으로 불렸던 만큼,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합니다.

특히 마약이나 총기 관련 강력범죄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데요,

방콕 정윤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300년대, 태국 북부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번성한 란나 왕조의 도시성곽 출입문이었던 이곳, 비둘기 떼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단골 코습니다.

[왕쓰첸·리한/중국인 관광객 : "신혼 여행을 왔어요. 태국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시원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많고요."]

겨울 성수기와 함께, 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미여 츠어므어꾸/기념품 판매상 : "예전엔 돈을 못 번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면서 수입도 늘었어요."]

지난 9월 25일부터 전격 시행한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첫 무비자 입국 중국인 관광객 환영 행사에, 태국 총리가 직접 나섰습니다.

관광객들과 사진도 찍고, 선물도 건네고, 뜻밖의 환대에 중국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쭈앙 판/중국인 관광객 : "예약할 때도 몰랐는데 우연히도 오늘이 비자 면제 첫 날이네요. 환영식에 깜짝 놀랐고, 매우 행복합니다."]

태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서는 건 결국 경제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5월 총선 때 제1당이 안 됐는데도 집권에 성공한 세타 총리로선,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경제살리기가 급선뭅니다.

[세타 타위신/태국 총리 : "우리 관광 정책이 경제 부양에 엄청난 자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태국을 오시는 순간부터 안전함을 느끼실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 태국을 찾은 외국인 4천만 명 가운데 중국인은 28%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GDP의 20%를 차지하는 태국 관광산업의 최대 고객이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는 태국 경제에 직격탄이었습니다.

이렇게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각종 규제 완화 덕분에 태국 관광업계는 모처럼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방콕 도심의 한 유명 쇼핑몰에서 잇따라 울린 총성, 14살 소년의 무차별 총격에, 중국인 1명과 미얀마인 1명이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세타 총리는 곧바로 중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습니다.

[세타 타위신/태국 총리 : "중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번 불행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태국 매체들도, "중국에서 태국처럼 위험한 국가를 방문하기 꺼려진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총격 사건 이후 중국인 등 관광객 수가 줄고 있다"며 우려하는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태국 총리가 "중국은 큰형"이라며 치켜세웠지만, 최근에도 총기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상황, 심지어 중국 경찰을 태국에 상주시켜 합동 순찰을 하겠다는 정부 대책까지 나왔지만, 결국 주권침해 논란에 곧바로 철회됐습니다.

[떠싹 쑥위몬/태국 경찰청장 : "우리의 주권 문제입니다. 중국 경찰이 우리처럼 순찰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중국 경찰이 순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약 문제도 태국 관광산업 부활의 걸림돌입니다.

태국은 아시아 유일의 대마 합법 국가.

중국처럼 대마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곳곳에서 이어지는 유혹에 무심코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야티팟 잔드리/대마 상점 주인 : "이 제품은 휴식을 위한 겁니다. 잠들기 위한 거죠. 많은 분들이 휴식과 잠을 원해요. 비행기를 오래 타면 피곤하니까요."]

외국인 관광객이 대마 차를 마시고 숨지는 등 관련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태국 정부가 대마 규제 방침을 내놨습니다.

[세타 타위신/태국 총리/블룸버그 인터뷰 : "마약 문제가 최근에 정말 커졌습니다. 오직 의료용 대마만 허용하게 될 겁니다. (오락용은 어떻게 됩니까?) 안됩니다."]

태국 정부는 이제서야 관련 법안 개정에 나섰습니다.

과거 '관광 대국'으로의 부활을 꿈꾸는 태국이지만, 총기, 그리고 마약.

이 난감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입니다.

방콕에서,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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