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정치인, 분노를 대변하고 공감을 얻다 [창+]

입력 2023.11.20 (07:00) 수정 2023.11.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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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아웃사이더' 중에서]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관련 혐의로 4번째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미국 전직 대통령 최초로 머그숏까지 남겼습니다.

이 머그숏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결과, 94억 원이라는 정치자금이 모였을 만큼 그의 인기는 건재합니다.

2007년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미국사회에는 양극화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중산층이 무너져 내리고 있던 그 시기, 트럼프는 미국 백인사회와 중산층의 요구를 확실하게 대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2017년 트럼프 취임 연설)
"지난 수 십 년간 우리는 미국의 산업을 희생시켜 외국의 산업을 키웠습니다. 다른 나라에 수조 달러를 쓰는 동안 미국의 인프라는 낙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과거의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은 최우선시 될 것입니다."

하상응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러스트 벨트 지역 그러니까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중공업 지대에 일하는 사람 들이 민주당 친화적이었던 전통 때문에 계속 민주당을 찍어 왔는데 듣고 싶어 하는 소리인데 아무도 애기 안했던 그런 중국으로부터 다시 공장을 가지고 오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트럼프가 니까 잠시 고졸 출신 백인 남성들이 그 지역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거고."

트럼프의 메시지는 백인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정치적 열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CNN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됐던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70%를 차지하는 백인 중 58%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김창준 / 전 미국 하원의원
"트럼프는 사나이, 남자같아요. 이게 대통령이 이거 뭐 그런거 상관 안하고 그냥 할 말은 딱 하고. 그런 리더가 우리 필요합니다. 좀 그냥 껍데기에다 씌우고 이런거 보다는 까놓고 그냥(할말을 하고) 그리고 전통적인 미국사람이고."

아웃사이더의 성공 법칙 중, 필수요소는 이처럼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특정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박성민 / 정치컨설팅민 대표
"영웅 서사라는 게 그렇잖아요 대중들은 자기들을 대신해서 권력자들에게 말을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까?"

지난 9월 2호선 시청역...

출근길 인파로 붐비는 지하철 역사 앞에서 열차 탑승을 시도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간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서로 간 언쟁이 거세질 무렵, 시위대 앞으로 나와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입니다.

장혜영 / 정의당 의원
" 누군가가 아프기도 하고 장애를 갖기도 하고 그래서 출근길 지하철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이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그런 분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혜영 의원은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의정활동의 많은 부분을 장애인 인권운동을 위해 힘써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중시하는 진보정당에서 다소 낯선 화두일 수 있습니다.

박성민 / 정치컨설팅민 대표
"장혜영 의원은 젠더라든가 기후라든가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에서 던지지 않았던 소홀했던 이슈 어젠다 이제 그 문제에 대해서 좀 더 관심 있는 세대의 등장 아니겠습니까. 보수정당의 이준석 만큼이나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죠."

이십대 때도, 장 의원은 남들이 좀처럼 택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출세 길로 여겨지는 명문대학을 자퇴하며 공개 이별선언문을 남긴 것은 장 의원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납니다.

장혜영 / 정의당 의원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어떤 자신이 없었냐 하면 그 경쟁 사다리에 끝까지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는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드는 쪽이 훨씬 더 낫겠다."

오늘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인 동생 혜정 씨의 활동지원사 역할을 위해 성미산 마을극장을 찾았습니다.

혜정 씨는 발달장애인 청년 예술가들이 출연하는 미디어오페라 <메마른 땅의 동물왕국>에서 피아노 역으로 출연 중입니다.

"혜정? 왜 오늘 분장 안 하고 싶어? 머리띠 안 하고 싶어?"
"분장, 분장."
"언니가 그러면 분장하면 되게 멋있을 것 같은데, 예쁘고?"
"분장을 하겠다고 합니다."
"혜정아, 오늘 공연 잘 끝내고, 끝내고 언니랑 맥주 한잔하자. 알았지?"

18년 동안 장애인 시설에서 지내던 동생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서, 장 의원의 삶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장혜영 / 정의당 의원
"제 인생은 혜정 없이는 설명 안 되는 삶이었어요. 시설에 동생이 보내진 다음에는 몸은 그렇게 분리돼서 동생을 돌보지는 않았지만 그 분리 자체가 저한테 너무나 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되지? 어떻게 해야 될까라고 하다 보니까 또 창작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까지 가게 된 거고, 그런 거죠."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해 온 언니는 이제 정치인이 되어 대한민국 장애인 모두의 삶을 대변해주려 합니다. 장의원이 비례대표를 만들어준 정의당 해체를 주장하며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을 출범시킨 이유입니다.

장혜영 / 정의당 의원
"정의당이 가지고 왔던 세계관으로 지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설명되고 있지 못하다라고 하는 게 저는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훨씬 더 다양한 문제들을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야 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장 의원에게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장애인 인권’을 말하는 것이 작은 집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대변하는 일임을 설득해야 합니다.

또 정의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더 큰 정당이 되도록, 변화를 모색해야합니다.

방송일시 : 2023년 11월 14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45UPh60Su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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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치인 #정치 #노무현 #이재명 #장혜영 #장애인 #정의당 #트럼프 # 중도 #보수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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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관련 혐의로 4번째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미국 전직 대통령 최초로 머그숏까지 남겼습니다.

이 머그숏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결과, 94억 원이라는 정치자금이 모였을 만큼 그의 인기는 건재합니다.

2007년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미국사회에는 양극화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중산층이 무너져 내리고 있던 그 시기, 트럼프는 미국 백인사회와 중산층의 요구를 확실하게 대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2017년 트럼프 취임 연설)
"지난 수 십 년간 우리는 미국의 산업을 희생시켜 외국의 산업을 키웠습니다. 다른 나라에 수조 달러를 쓰는 동안 미국의 인프라는 낙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과거의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은 최우선시 될 것입니다."

하상응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러스트 벨트 지역 그러니까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중공업 지대에 일하는 사람 들이 민주당 친화적이었던 전통 때문에 계속 민주당을 찍어 왔는데 듣고 싶어 하는 소리인데 아무도 애기 안했던 그런 중국으로부터 다시 공장을 가지고 오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트럼프가 니까 잠시 고졸 출신 백인 남성들이 그 지역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거고."

트럼프의 메시지는 백인노동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정치적 열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CNN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됐던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70%를 차지하는 백인 중 58%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김창준 / 전 미국 하원의원
"트럼프는 사나이, 남자같아요. 이게 대통령이 이거 뭐 그런거 상관 안하고 그냥 할 말은 딱 하고. 그런 리더가 우리 필요합니다. 좀 그냥 껍데기에다 씌우고 이런거 보다는 까놓고 그냥(할말을 하고) 그리고 전통적인 미국사람이고."

아웃사이더의 성공 법칙 중, 필수요소는 이처럼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특정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박성민 / 정치컨설팅민 대표
"영웅 서사라는 게 그렇잖아요 대중들은 자기들을 대신해서 권력자들에게 말을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까?"

지난 9월 2호선 시청역...

출근길 인파로 붐비는 지하철 역사 앞에서 열차 탑승을 시도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간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서로 간 언쟁이 거세질 무렵, 시위대 앞으로 나와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 청년이 있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입니다.

장혜영 / 정의당 의원
" 누군가가 아프기도 하고 장애를 갖기도 하고 그래서 출근길 지하철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이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그런 분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혜영 의원은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의정활동의 많은 부분을 장애인 인권운동을 위해 힘써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중시하는 진보정당에서 다소 낯선 화두일 수 있습니다.

박성민 / 정치컨설팅민 대표
"장혜영 의원은 젠더라든가 기후라든가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에서 던지지 않았던 소홀했던 이슈 어젠다 이제 그 문제에 대해서 좀 더 관심 있는 세대의 등장 아니겠습니까. 보수정당의 이준석 만큼이나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죠."

이십대 때도, 장 의원은 남들이 좀처럼 택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출세 길로 여겨지는 명문대학을 자퇴하며 공개 이별선언문을 남긴 것은 장 의원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납니다.

장혜영 / 정의당 의원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어떤 자신이 없었냐 하면 그 경쟁 사다리에 끝까지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는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드는 쪽이 훨씬 더 낫겠다."

오늘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인 동생 혜정 씨의 활동지원사 역할을 위해 성미산 마을극장을 찾았습니다.

혜정 씨는 발달장애인 청년 예술가들이 출연하는 미디어오페라 <메마른 땅의 동물왕국>에서 피아노 역으로 출연 중입니다.

"혜정? 왜 오늘 분장 안 하고 싶어? 머리띠 안 하고 싶어?"
"분장, 분장."
"언니가 그러면 분장하면 되게 멋있을 것 같은데, 예쁘고?"
"분장을 하겠다고 합니다."
"혜정아, 오늘 공연 잘 끝내고, 끝내고 언니랑 맥주 한잔하자. 알았지?"

18년 동안 장애인 시설에서 지내던 동생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서, 장 의원의 삶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장혜영 / 정의당 의원
"제 인생은 혜정 없이는 설명 안 되는 삶이었어요. 시설에 동생이 보내진 다음에는 몸은 그렇게 분리돼서 동생을 돌보지는 않았지만 그 분리 자체가 저한테 너무나 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되지? 어떻게 해야 될까라고 하다 보니까 또 창작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까지 가게 된 거고, 그런 거죠."

발달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해 온 언니는 이제 정치인이 되어 대한민국 장애인 모두의 삶을 대변해주려 합니다. 장의원이 비례대표를 만들어준 정의당 해체를 주장하며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을 출범시킨 이유입니다.

장혜영 / 정의당 의원
"정의당이 가지고 왔던 세계관으로 지금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설명되고 있지 못하다라고 하는 게 저는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훨씬 더 다양한 문제들을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야 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장 의원에게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장애인 인권’을 말하는 것이 작은 집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대변하는 일임을 설득해야 합니다.

또 정의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더 큰 정당이 되도록, 변화를 모색해야합니다.

방송일시 : 2023년 11월 14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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