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12년 지났지만…” 갈 길 먼 피해 보상

입력 2023.11.21 (16:05) 수정 2023.11.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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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참사 종합보고서(2022)'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인구 규모는 약 627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 가운데 건강에 이상이 온 피해자는 약 67만 명에 사망자는 약 3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2022년 6월 기준 4,300여 명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받았습니다.

제주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난 7월까지 피해를 인정받은 인원은 40명에 불과합니다.


■ "제주 100명 중 1명도 신고 안 해"…신고자 59명 중 40명 인정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오늘(21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센터'로부터 입수한 ' 제주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7월까지 제주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59명(제주시 43명·서귀포시 16명) 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자 5명 중 1명꼴로 세상을 떠난 겁니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자료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자료

신고자 중 2017년 제정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의해 구제 대상으로 인정된 사람은 40명(제주시 28명·서귀포시 12명) 으로, 이 가운데 8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머지 19명은 아직 판정을 받지 못했거나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자료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자료

2021년 조사 당시 피해를 인정받은 26명(사망자 5명 포함)에서 14명 더 추가로 인정된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들 시민단체가 2020년 관련 논문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1994~2011년 제주지역 가습기 살균제 제품 노출자는 11만 4,000여 명이고, 이 가운데 건강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1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12,000명은 제주도민 67만여 명 가운데 1.8%에 이르는 인원입니다.

하지만 앞서 확인했듯, 제주지역 피해 신고자는 59명으로 전체 피해 추정자의 0.48%에 불과해 100명 중 1명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 "정부, 적극적인 피해 구제 필요"…사법부에 '단죄' 촉구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피해자를 찾고 구제하는 것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 기제"라며 "정부와 제주도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 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구제 인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내년 1월 11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에 대한 2심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 정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사법부에 요구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들 기업은 2021년 1심 재판에서 "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과 폐 질환·천식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어나 2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채택되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 규명 역시 반 토막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살균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사용한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세퓨 등의 경우 2019년 유죄가 인정돼 신현우 옥시 사장 등이 실형을 받은 바 있습니다.

■ 대법원, 배상 책임 첫 인정…"더 늦기 전에 피해자 편에 서야"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지 9년 만에 나온 판결입니다.

대법원 1부는 지난 9일 김옥분 씨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와 납품업체 한빛 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김 씨는 2007년부터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2010년 간질성 폐 질환 진단을 받고 2014년 정부에 피해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정부는 폐 손상 1·2단계만 피해자로 인정했고 김 씨와 같은 3단계나 4단계는 보상 피해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옥시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3,000만 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옥시가 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 성분을 사용해 설계상 결함이 있고, 그러면서도 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표시한 건 표시상 결함으로 인정된다는 취지에 섭니다. 그리고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배상 액수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정부와 기업이 인정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 사례에 대해 법원이 기업에 책임을 묻는 확정 판결을 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최 소장은 "사법적 판단이 9년이나 지나서 나온다는 것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며 죽어가는 상황에서 너무나 늦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원이 신속하게 피해자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폐 손상 1·2단계 인정자 500여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은 여전히 배·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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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 참사 12년 지났지만…” 갈 길 먼 피해 보상
    • 입력 2023-11-21 16:05:00
    • 수정2023-11-22 16: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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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strong><br /><br /><strong>'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참사 종합보고서(2022)'에 따르면 </strong><strong>가습기 살균제 사용 인구 규모는 약 627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strong><strong>이 가운데 건강에 이상이 온 피해자는 약 67만 명에 사망자는 약 3만 명으로 추산됐지만, 2022년 6월 기준 4,300여 명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받았습니다. </strong><br /><br /><strong>제주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난 7월까지 피해를 인정받은 인원은 40명에 불과합니다.</strong><br />

■ "제주 100명 중 1명도 신고 안 해"…신고자 59명 중 40명 인정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오늘(21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센터'로부터 입수한 ' 제주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7월까지 제주지역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59명(제주시 43명·서귀포시 16명) 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자 5명 중 1명꼴로 세상을 떠난 겁니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자료
신고자 중 2017년 제정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의해 구제 대상으로 인정된 사람은 40명(제주시 28명·서귀포시 12명) 으로, 이 가운데 8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머지 19명은 아직 판정을 받지 못했거나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자료
2021년 조사 당시 피해를 인정받은 26명(사망자 5명 포함)에서 14명 더 추가로 인정된 점은 고무적이지만 그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들 시민단체가 2020년 관련 논문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1994~2011년 제주지역 가습기 살균제 제품 노출자는 11만 4,000여 명이고, 이 가운데 건강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1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12,000명은 제주도민 67만여 명 가운데 1.8%에 이르는 인원입니다.

하지만 앞서 확인했듯, 제주지역 피해 신고자는 59명으로 전체 피해 추정자의 0.48%에 불과해 100명 중 1명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 "정부, 적극적인 피해 구제 필요"…사법부에 '단죄' 촉구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피해자를 찾고 구제하는 것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 기제"라며 "정부와 제주도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 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구제 인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내년 1월 11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에 대한 2심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 정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사법부에 요구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들 기업은 2021년 1심 재판에서 "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과 폐 질환·천식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어나 2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채택되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들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 규명 역시 반 토막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살균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사용한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세퓨 등의 경우 2019년 유죄가 인정돼 신현우 옥시 사장 등이 실형을 받은 바 있습니다.

■ 대법원, 배상 책임 첫 인정…"더 늦기 전에 피해자 편에 서야"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지 9년 만에 나온 판결입니다.

대법원 1부는 지난 9일 김옥분 씨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와 납품업체 한빛 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김 씨는 2007년부터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2010년 간질성 폐 질환 진단을 받고 2014년 정부에 피해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정부는 폐 손상 1·2단계만 피해자로 인정했고 김 씨와 같은 3단계나 4단계는 보상 피해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옥시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3,000만 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옥시가 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 성분을 사용해 설계상 결함이 있고, 그러면서도 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표시한 건 표시상 결함으로 인정된다는 취지에 섭니다. 그리고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배상 액수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정부와 기업이 인정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 사례에 대해 법원이 기업에 책임을 묻는 확정 판결을 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최 소장은 "사법적 판단이 9년이나 지나서 나온다는 것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며 죽어가는 상황에서 너무나 늦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원이 신속하게 피해자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폐 손상 1·2단계 인정자 500여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은 여전히 배·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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