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밀한 범행? 억울한 누명?…‘마약 연루’ 세관의 반박

입력 2023.11.22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꽤 큰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은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국의 마약 조직이 연합한 사건을 검거했다며 성과를 설명했습니다. 74kg,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 밀반입을 적발한 겁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이 사건과 관련해 '네 명'을 추가로 내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네 명, 다름 아닌 우리나라 '세관 직원'이었습니다.

■ 세관 직원 4명 입건...마약 밀반입 공조?

경찰은 세관 직원들이 해외 조직원들의 마약 밀반입을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진술입니다.

마약 조직원 진술 내용 요약
말레이시아 총책이 '한국 세관 직원들이 매수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한 조직원이 정복 차림의 세관 직원 사진을 전달받았고, 우리(조직원) 사진도 세관 측에 넘어갔다고 들었다. 실제로 1월 27일, 몸에 마약을 숨긴 채로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세관 직원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우리를 다른 길로 인도해서 몸 검색을 받지 않을 수 있게 해줬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약 반입을 막아야 할 세관 직원이, 이를 도운 셈이니까요.

경찰은 이 같은 진술에 근거해서 지난달 21일 직원 네 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제(21일)로 수사 한 달째를 넘겼습니다.

인천공항세관은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입장문을 내고 "여러 정황상 개연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펄쩍 뛰었습니다. 관세청장도 "조직의 명예와도 관련되는 사안"이라고 나섰습니다.

두 기관의 입장이 정반대로 갈리는 상황. 당사자는 어떨까요. KBS 취재진은 수사를 받고 있는 세관 직원 네 명 중 세 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엇갈리는 입장, 짚어보겠습니다.

"세관 도움 없으면 반입 불가능" vs "일제 검역 대상도 원래 몸수색 안 해"

경찰 조사에 따르면 1월 27일 하루에만 조직원 여섯 명이 몸에 필로폰 24kg을 숨겨 들여왔습니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쉽게 뚫린다고?

게다가, 이날 조직원들이 타고 온 쿠알라룸푸르발 비행기는 '일제 검역' 대상 비행기였습니다. 이 비행기에서 내린 모든 승객은 검역 당국의 검역을 받는단 뜻입니다.

의문은 커집니다. 그런데도 뚫었다고?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은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세관 직원들이 길을 안내해서 따라갔더니, 검역소가 아니라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갔다"고요.

경찰도 이 부분 때문에 강력하게,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검역소를 피해 몸 수색을 피하게 해줬단 겁니다.

그런데 세관 직원들 이야기는 다릅니다. '일제 검역'이, 세관 직원을 미리 매수해서, 주변의 시선을 감수하며 세관 구역으로 빼내야 할 만큼, '무시무시한' 절차가 아니란 겁니다.

세관 직원 A 씨
"일제 검역은 '사람'이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이 아니라, 물품의 전염병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신병 검색도 안 해요."

세관 직원 B 씨
"검역소 직원들은 승객들이 들여오는 햄, 고기, 과일을 봐요. 몸을 수색할 이유가 없어요. 과일을 옷 사이에다가 많이 들고 올 수가 없잖아요. 그 직원들은 짐만 검사합니다."

애초에 조직원들이 마약을 지닌채 일제검역 구역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걸리기 쉽지 않았을 거란 설명. 만에 하나 직원들이 실제 공모를 했다면, 조직원들을 다른 구역으로 빼돌려가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 "다수 조직원이 4명 지목"..."조직원 한 명이 지목"

경찰은 내사 단계에서, 조직원들을 데리고 공항 '현장 검증'을 했습니다. 조직원들의 진술과 묘사에 신빙성이 있는지 교차 검증하기 위해섭니다.

이 자리에서, 복수의 조직원들이 세관 직원 3명을 '도와준 인물'이라고 정확하게 지목했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자리에 없었던 나머지 한 명도, 조직원들은 사진을 보더니 '이 사람이 도왔다'고 했다고 합니다.

세관 직원들이 말하는 당시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통역사를 제외하면 현장검증에 온 조직원은 단 두명, 이 중에서도 1명이 주로 진술했다는 주장입니다. '다수의 지목'이 아니란 거죠.

세관 직원 A 씨
양복 입은 사람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어요. 거긴 보안 시설이라서 촬영이 안 되거든요. 가서 촬영하지 말라고 했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하더니, (경찰이) 직원을 지목했어요. '어 맞아? 맞아?' 하면서 지목을 하더라고요.

세관 직원 C 씨
황당했죠.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래서 당신이 진짜 나를 본 게 맞냐고 했더니 또 맞다고 두 번이나 말을 했죠.

[두 명 다 그렇게 말하던가요?] 아뇨 한 명. 한 명은 가만히 있었고 한 명한테만 집중적으로 (질문이) 있었어요.

[다른 한 명은 가만히 있었어요?] 네, 가만히 있었어요.


■ "연가인데도 밀반입 도왔다"..."연가 내고 아기와 찍은 사진까지 있다"

직원들의 알리바이를 볼까요.

경찰은 현장검증 당시 직원 C 씨를 가장 먼저 '공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런데 C 씨, 1월 27일 조직원들이 입국한 날 '연가' 를 냈습니다. 이는 근무표와 내부 결재 시스템에서도 확인됩니다.

C 씨 근무표와 근태 관련 내부 결재 시스템 화면C 씨 근무표와 근태 관련 내부 결재 시스템 화면

이 날 '마약' 반입 조직원들이 입국장에 들어선 건 오전 8시쯤으로 추정됩니다. 이 씨는 이 시간, 공항에서 차로 20분쯤 되는 집에 있었다고 합니다.

세관 직원 C 씨
당시 아이가 10개월 정도 됐을 땐데, 아내가 육아로 힘드니까 좀 쉬라고 26일부터 27일까지 연가를 사용했어요. 제가 구글 타임라인을 써서 기록을 보니까, 26일에는 아내랑 커피를 마시러 나간 기록이 었더라고요. 27일에는 집에서 온종일 아기를 보고 있었고요. 오전 9시 50분엔 집에서 아기와 사진 찍은 기록이 있더라고요.



C 씨의 공항 출입기록도 확인해봤습니다.

1월 26일부터 27일 사이, C 씨의 중앙 통로 출입내역을 조회하면 '조회된 자료가 없습니다'고 떴습니다.

세관 직원 C 씨
해당 구역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중앙 통로밖에 없어요. 저는 거길 출입한 기록이 없습니다. 중앙을 관리하는 분들은 저희랑 같은 세관 직원이 아니라, 공항 공사에 소속된 보안직원들이거든요. 제가 그 보안구역 직원 서너 명과 공모를 하지 않는 이상 들어갈 수가 없는 거죠.

경찰은 오히려 이 부분을 더 '수상한' 지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가인데도, 굳이 공항으로 나와 밀반입을 도왔다'는 해석을 했습니다. 출입 기록도 '다른 통로'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4, 5번 검색대 사이로 빠져나갔다"..."4, 5번 검색대 근무자 없어"

이번엔 '장소' 문제입니다. 조직원들이 '세관 직원들과 빠져나왔다'고 말하는 장소는 '4·5번 검색대'입니다.

직원 두 명이 조직원들을 입국장에서 데리고 나와, 4·5번 검색대에 있는 다른 직원 둘과 눈짓을 주고받은 뒤, 그 사이로 빼냈단 겁니다.

그런데, 입건된 직원 중 당일 '4·5번 검색대'에서 일한 사람이 없습니다.

두 명은 검색대 인근을 순찰했고, 한 명은 2번 검색대에 있었고, 나머지 한 명 C 씨는 연가였습니다.

이 중 문제의 '4·5번 검색대'와 가장 가까이 있던 건 2번 검색대에서 일하고 있던 B 씨. 잠시 다른 검색대로 가 마약 반입을 도운 건 아닐까요?

세관 직원 B 씨
모험을 감수하면서 2번 자리를 비우면, 엑스레이 근무하는 직원이나 '보는 눈'이 벌써 한 서너 명 이상이 되는데. 화장실만 가도 얘기하고 빨리 갔다 와야 하고, 잠깐 어디 가려고 하면 어디 가는지 물어보는 상황에서 굳이 왜 4, 5번으로 가겠어요.

다만 검색대를 사용하려면 해당 검색대에 '시스템 로그인'을 해야하는데, B 씨가 5번 검색대에 로그인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휴대전화 압수 다음은?"..."정황 증거 더 있다"

세관 직원들은 '답'이 정해져 있고, 그 답이 나올 때까지 수사가 지속 되는 건 아닐지 걱정합니다.

세관 직원 A 씨
초반에는 우리가 가서 얘기하고 증거 제출하자 하면서 별 느낌이 없었어요. 통신영장이 발부됐다길래, 그럼 혐의에서 벗어나겠다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입건을 했대요. 또 영장 재청구를 했잖아요. CCTV 영장을 받고, 거기서 안 나오면 계좌를 들출 거고, 그래도 이상 없으면 휴대전화 볼 거고. 휴대전화 봐서 이상 없으면 그 다음엔 어디로 갈 건지...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반입을 도왔다면, 그 '대가'가 있었을 겁니다. 직을 걸고 여럿이 공모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만큼, 꽤 큰 돈이 오갈 일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한 차례 검찰의 기각 끝에, 지난달 30일에야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찰은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세관 CCTV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계좌 수색은 아직입니다.

수사팀은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 이들이 타국에서 수사를 받으며 '세관 직원'을 무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세관 직원들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밝힐 수 없는 없지만, 세관 직원들의 알리바이를 반박할 정황들이 더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제(20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디지털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단서가 있는지 이 부분을 좀 더 확인할 예정"이라며 "CCTV 복원 작업 중이라서 속단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치밀한 범행? 억울한 누명?…‘마약 연루’ 세관의 반박
    • 입력 2023-11-22 07:01:16
    단독

지난달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꽤 큰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은 한국-중국-말레이시아 3국의 마약 조직이 연합한 사건을 검거했다며 성과를 설명했습니다. 74kg,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 밀반입을 적발한 겁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이 사건과 관련해 '네 명'을 추가로 내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네 명, 다름 아닌 우리나라 '세관 직원'이었습니다.

■ 세관 직원 4명 입건...마약 밀반입 공조?

경찰은 세관 직원들이 해외 조직원들의 마약 밀반입을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진술입니다.

마약 조직원 진술 내용 요약
말레이시아 총책이 '한국 세관 직원들이 매수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한 조직원이 정복 차림의 세관 직원 사진을 전달받았고, 우리(조직원) 사진도 세관 측에 넘어갔다고 들었다. 실제로 1월 27일, 몸에 마약을 숨긴 채로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세관 직원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우리를 다른 길로 인도해서 몸 검색을 받지 않을 수 있게 해줬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약 반입을 막아야 할 세관 직원이, 이를 도운 셈이니까요.

경찰은 이 같은 진술에 근거해서 지난달 21일 직원 네 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제(21일)로 수사 한 달째를 넘겼습니다.

인천공항세관은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입장문을 내고 "여러 정황상 개연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펄쩍 뛰었습니다. 관세청장도 "조직의 명예와도 관련되는 사안"이라고 나섰습니다.

두 기관의 입장이 정반대로 갈리는 상황. 당사자는 어떨까요. KBS 취재진은 수사를 받고 있는 세관 직원 네 명 중 세 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엇갈리는 입장, 짚어보겠습니다.

"세관 도움 없으면 반입 불가능" vs "일제 검역 대상도 원래 몸수색 안 해"

경찰 조사에 따르면 1월 27일 하루에만 조직원 여섯 명이 몸에 필로폰 24kg을 숨겨 들여왔습니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쉽게 뚫린다고?

게다가, 이날 조직원들이 타고 온 쿠알라룸푸르발 비행기는 '일제 검역' 대상 비행기였습니다. 이 비행기에서 내린 모든 승객은 검역 당국의 검역을 받는단 뜻입니다.

의문은 커집니다. 그런데도 뚫었다고?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은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세관 직원들이 길을 안내해서 따라갔더니, 검역소가 아니라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갔다"고요.

경찰도 이 부분 때문에 강력하게,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검역소를 피해 몸 수색을 피하게 해줬단 겁니다.

그런데 세관 직원들 이야기는 다릅니다. '일제 검역'이, 세관 직원을 미리 매수해서, 주변의 시선을 감수하며 세관 구역으로 빼내야 할 만큼, '무시무시한' 절차가 아니란 겁니다.

세관 직원 A 씨
"일제 검역은 '사람'이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이 아니라, 물품의 전염병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신병 검색도 안 해요."

세관 직원 B 씨
"검역소 직원들은 승객들이 들여오는 햄, 고기, 과일을 봐요. 몸을 수색할 이유가 없어요. 과일을 옷 사이에다가 많이 들고 올 수가 없잖아요. 그 직원들은 짐만 검사합니다."

애초에 조직원들이 마약을 지닌채 일제검역 구역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걸리기 쉽지 않았을 거란 설명. 만에 하나 직원들이 실제 공모를 했다면, 조직원들을 다른 구역으로 빼돌려가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 "다수 조직원이 4명 지목"..."조직원 한 명이 지목"

경찰은 내사 단계에서, 조직원들을 데리고 공항 '현장 검증'을 했습니다. 조직원들의 진술과 묘사에 신빙성이 있는지 교차 검증하기 위해섭니다.

이 자리에서, 복수의 조직원들이 세관 직원 3명을 '도와준 인물'이라고 정확하게 지목했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자리에 없었던 나머지 한 명도, 조직원들은 사진을 보더니 '이 사람이 도왔다'고 했다고 합니다.

세관 직원들이 말하는 당시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통역사를 제외하면 현장검증에 온 조직원은 단 두명, 이 중에서도 1명이 주로 진술했다는 주장입니다. '다수의 지목'이 아니란 거죠.

세관 직원 A 씨
양복 입은 사람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어요. 거긴 보안 시설이라서 촬영이 안 되거든요. 가서 촬영하지 말라고 했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하더니, (경찰이) 직원을 지목했어요. '어 맞아? 맞아?' 하면서 지목을 하더라고요.

세관 직원 C 씨
황당했죠.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래서 당신이 진짜 나를 본 게 맞냐고 했더니 또 맞다고 두 번이나 말을 했죠.

[두 명 다 그렇게 말하던가요?] 아뇨 한 명. 한 명은 가만히 있었고 한 명한테만 집중적으로 (질문이) 있었어요.

[다른 한 명은 가만히 있었어요?] 네, 가만히 있었어요.


■ "연가인데도 밀반입 도왔다"..."연가 내고 아기와 찍은 사진까지 있다"

직원들의 알리바이를 볼까요.

경찰은 현장검증 당시 직원 C 씨를 가장 먼저 '공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런데 C 씨, 1월 27일 조직원들이 입국한 날 '연가' 를 냈습니다. 이는 근무표와 내부 결재 시스템에서도 확인됩니다.

C 씨 근무표와 근태 관련 내부 결재 시스템 화면
이 날 '마약' 반입 조직원들이 입국장에 들어선 건 오전 8시쯤으로 추정됩니다. 이 씨는 이 시간, 공항에서 차로 20분쯤 되는 집에 있었다고 합니다.

세관 직원 C 씨
당시 아이가 10개월 정도 됐을 땐데, 아내가 육아로 힘드니까 좀 쉬라고 26일부터 27일까지 연가를 사용했어요. 제가 구글 타임라인을 써서 기록을 보니까, 26일에는 아내랑 커피를 마시러 나간 기록이 었더라고요. 27일에는 집에서 온종일 아기를 보고 있었고요. 오전 9시 50분엔 집에서 아기와 사진 찍은 기록이 있더라고요.



C 씨의 공항 출입기록도 확인해봤습니다.

1월 26일부터 27일 사이, C 씨의 중앙 통로 출입내역을 조회하면 '조회된 자료가 없습니다'고 떴습니다.

세관 직원 C 씨
해당 구역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중앙 통로밖에 없어요. 저는 거길 출입한 기록이 없습니다. 중앙을 관리하는 분들은 저희랑 같은 세관 직원이 아니라, 공항 공사에 소속된 보안직원들이거든요. 제가 그 보안구역 직원 서너 명과 공모를 하지 않는 이상 들어갈 수가 없는 거죠.

경찰은 오히려 이 부분을 더 '수상한' 지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가인데도, 굳이 공항으로 나와 밀반입을 도왔다'는 해석을 했습니다. 출입 기록도 '다른 통로'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4, 5번 검색대 사이로 빠져나갔다"..."4, 5번 검색대 근무자 없어"

이번엔 '장소' 문제입니다. 조직원들이 '세관 직원들과 빠져나왔다'고 말하는 장소는 '4·5번 검색대'입니다.

직원 두 명이 조직원들을 입국장에서 데리고 나와, 4·5번 검색대에 있는 다른 직원 둘과 눈짓을 주고받은 뒤, 그 사이로 빼냈단 겁니다.

그런데, 입건된 직원 중 당일 '4·5번 검색대'에서 일한 사람이 없습니다.

두 명은 검색대 인근을 순찰했고, 한 명은 2번 검색대에 있었고, 나머지 한 명 C 씨는 연가였습니다.

이 중 문제의 '4·5번 검색대'와 가장 가까이 있던 건 2번 검색대에서 일하고 있던 B 씨. 잠시 다른 검색대로 가 마약 반입을 도운 건 아닐까요?

세관 직원 B 씨
모험을 감수하면서 2번 자리를 비우면, 엑스레이 근무하는 직원이나 '보는 눈'이 벌써 한 서너 명 이상이 되는데. 화장실만 가도 얘기하고 빨리 갔다 와야 하고, 잠깐 어디 가려고 하면 어디 가는지 물어보는 상황에서 굳이 왜 4, 5번으로 가겠어요.

다만 검색대를 사용하려면 해당 검색대에 '시스템 로그인'을 해야하는데, B 씨가 5번 검색대에 로그인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휴대전화 압수 다음은?"..."정황 증거 더 있다"

세관 직원들은 '답'이 정해져 있고, 그 답이 나올 때까지 수사가 지속 되는 건 아닐지 걱정합니다.

세관 직원 A 씨
초반에는 우리가 가서 얘기하고 증거 제출하자 하면서 별 느낌이 없었어요. 통신영장이 발부됐다길래, 그럼 혐의에서 벗어나겠다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입건을 했대요. 또 영장 재청구를 했잖아요. CCTV 영장을 받고, 거기서 안 나오면 계좌를 들출 거고, 그래도 이상 없으면 휴대전화 볼 거고. 휴대전화 봐서 이상 없으면 그 다음엔 어디로 갈 건지...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반입을 도왔다면, 그 '대가'가 있었을 겁니다. 직을 걸고 여럿이 공모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만큼, 꽤 큰 돈이 오갈 일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한 차례 검찰의 기각 끝에, 지난달 30일에야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찰은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세관 CCTV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계좌 수색은 아직입니다.

수사팀은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 이들이 타국에서 수사를 받으며 '세관 직원'을 무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세관 직원들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밝힐 수 없는 없지만, 세관 직원들의 알리바이를 반박할 정황들이 더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제(20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디지털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단서가 있는지 이 부분을 좀 더 확인할 예정"이라며 "CCTV 복원 작업 중이라서 속단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