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화장실 몰카’ 남학생 가정방문에 여교사들 보낸 학교

입력 2023.11.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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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제주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이 피해자일 수 있는 여교사들에게 해당 학생의 가정 방문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오늘(22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 측이 10회에 걸쳐 불법 촬영 기기를 학교 화장실에 설치한 남학생에 대해 피해자일 수 있는 여교사 2명에게 가정방문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정방문을 다녀온 교사 중 1명은 심리적 충격과 2차 피해를 호소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을 진단받고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학교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기기가 있는 것을 여교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학생은 자수했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이후 지난달 26일 학교 측은 담임교사와 학생부장 등 여교사 2명에게 문제가 불거진 남학생에게 가해 관련 확인서 등을 받아야 한다며 가정방문을 지시했는데, 당시 집에는 남학생과 학생의 아버지가 있었다고 노조는 설명했습니다.

노조는 "두 여교사는 가정방문 직전 '혹시나 가해 학생이든 아버지든 달려들면 한 명이라도 빠져나와 112에 신고하자'는 얘기까지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또 "메뉴얼 상 교사의 가정방문 시 학생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학교전담경찰관(SPO)'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았다"며 황당함을 표했습니다.

노조는 "성범죄 피의자인 학생의 가정에 가정방문을 보내는 위험한 상황에서 SPO 동행 등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직무유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학교 측은 불법 촬영 기기를 최초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여교사에 대해서도 '누가 그 화장실을 쓰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범죄 현장을 발견하고 신고한 당연한 행위를 유별난 행동으로 몰아세운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을 받은 이 여교사 역시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또 다른 여교사는 "학생이 피해자일수도, 교사가 피해자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는 지금 각자가 경찰 측에 연락해서 제가 피해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노조는 "지난 6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교와 교육청에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피해교사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요청했지만,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노조는 "성범죄 대응의 가장 첫 조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라고 강조하며 "강력 범죄에 해당하는 성폭력 사건에서조차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고 위협을 느끼며 일 해야 한다는 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교장은 "당시 가정방문을 지시한 건 불법 촬영 건과 별개로 학교폭력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담임과 학생부장을 보낸 것이었다"며 "이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장은 이어 "이미 여성 교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소통이 미흡했고 불안함을 주게 돼 죄송하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며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사과는 당연히 할 것이고, 더는 선생님들이 마음에 상처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은 노조와 면담을 하고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한편 문제가 불거진 남학생은 최근 교권보호위원회를 거쳐 퇴학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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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2 16: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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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이 피해자일 수 있는 여교사들에게 해당 학생의 가정 방문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오늘(22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 측이 10회에 걸쳐 불법 촬영 기기를 학교 화장실에 설치한 남학생에 대해 피해자일 수 있는 여교사 2명에게 가정방문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정방문을 다녀온 교사 중 1명은 심리적 충격과 2차 피해를 호소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을 진단받고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학교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기기가 있는 것을 여교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학생은 자수했습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이후 지난달 26일 학교 측은 담임교사와 학생부장 등 여교사 2명에게 문제가 불거진 남학생에게 가해 관련 확인서 등을 받아야 한다며 가정방문을 지시했는데, 당시 집에는 남학생과 학생의 아버지가 있었다고 노조는 설명했습니다.

노조는 "두 여교사는 가정방문 직전 '혹시나 가해 학생이든 아버지든 달려들면 한 명이라도 빠져나와 112에 신고하자'는 얘기까지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또 "메뉴얼 상 교사의 가정방문 시 학생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학교전담경찰관(SPO)'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았다"며 황당함을 표했습니다.

노조는 "성범죄 피의자인 학생의 가정에 가정방문을 보내는 위험한 상황에서 SPO 동행 등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직무유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학교 측은 불법 촬영 기기를 최초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여교사에 대해서도 '누가 그 화장실을 쓰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범죄 현장을 발견하고 신고한 당연한 행위를 유별난 행동으로 몰아세운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을 받은 이 여교사 역시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또 다른 여교사는 "학생이 피해자일수도, 교사가 피해자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는 지금 각자가 경찰 측에 연락해서 제가 피해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노조는 "지난 6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교와 교육청에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 피해교사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요청했지만,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노조는 "성범죄 대응의 가장 첫 조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라고 강조하며 "강력 범죄에 해당하는 성폭력 사건에서조차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고 위협을 느끼며 일 해야 한다는 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학교장은 "당시 가정방문을 지시한 건 불법 촬영 건과 별개로 학교폭력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담임과 학생부장을 보낸 것이었다"며 "이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장은 이어 "이미 여성 교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소통이 미흡했고 불안함을 주게 돼 죄송하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며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사과는 당연히 할 것이고, 더는 선생님들이 마음에 상처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은 노조와 면담을 하고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한편 문제가 불거진 남학생은 최근 교권보호위원회를 거쳐 퇴학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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