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한국은 왜 자전거만 훔치죠?…엄복동의 나라?”

입력 2023.11.22 (19:47) 수정 2023.11.23 (15: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엄복동의 나라'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엄복동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자전거 선수인데요.

여러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지만, 동시에 상습적인 자전거 절도로 징역을 살기도 했습니다.

'엄복동의 나라'는 이런 그의 행각에 빗대, 유난히 자전거 절도범이 많은 우리나라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건데요.

SNS에서도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은 노트북이나 카메라, 휴대폰 같은 물건은 잘 안 훔쳐 가면서 자전거는 훔쳐 간다,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영상이 많습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전거 절도는 1만 2천 건.

소매치기의 43배, 상점 절도의 3배 수준이었습니다.

자전거 절도는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런 이유와 함께 전문가들은 표적으로 삼기 쉽고 중고 장터 같은 곳에서 현금화하기 간편한 점을 자전거 절도가 많은 이유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역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종시에서는 지난 9월까지 올해 발생한 절도 범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자전거가 차지했는데요.

특히 검거된 자전거 절도범 10명 중 9명은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세종남부경찰서 관계자 : "(자전거) 잠금장치를 많이 안 해요. 청소년들이 길을 가다가 죄의식 없이 '이거 타도 되나 보다'라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죠. 대부분 초범이고 또 미성년자다 보니 크게 처벌할 정도는 아닌데... 학교를 상대로 홍보를 해서 학생들이 절도를 안 하도록 예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220여 대, 합계 1억 원이 넘는 금액의 자전거를 훔쳐 이득을 챙긴 절도범이 검거된 적도 있습니다.

이 절도범이 자전거를 훔친 기간은 무려 8년.

이 긴 시간 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온 건데요.

실제 지난해 자전거 도난 사건의 범인 3명 중 2명은 경찰에 붙잡히지 않았습니다.

검거율이 33%에 불과했는데요.

전체 절도 평균 검거율의 거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성범죄, 강도 이런 것이 상대적으로 사실상 수사의 우위에 둘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까 모든 수사 역량을 자전거 절도에만 집중할 수 없는 한계가 있겠죠. 그런 점도 검거율이 떨어지고 범죄 억제력을 다소 약화시키는 그런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청자 자전거에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 분실이나 도난 발생 시 추적이 수월한데요.

충청권에서는 지난 9월에 당진시가 도입했습니다.

극악무도했던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첫 범죄는, 18살에 대전에서 저지른 '자전거 절도'였습니다.

이후 그의 범죄는 협박과 갈취, 상습 절도, 끔찍한 아동 성폭행까지 이어진 건데요.

조두순뿐 아니라 상습 범죄자, 강력 범죄자 가운데는 '자전거 절도'가 범죄의 시작이었던 사례가 많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인 '자전거 절도'.

만약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면, 그저 '운이 없었다'고 넘길 게 아니라 신고를 통해 범인을 찾아야겠고요.

경찰에서도 낮은 검거율을 높여 자전거 절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함께 끌어 올려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더하기] “한국은 왜 자전거만 훔치죠?…엄복동의 나라?”
    • 입력 2023-11-22 19:47:25
    • 수정2023-11-23 15:07:44
    뉴스7(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엄복동의 나라'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엄복동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자전거 선수인데요.

여러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지만, 동시에 상습적인 자전거 절도로 징역을 살기도 했습니다.

'엄복동의 나라'는 이런 그의 행각에 빗대, 유난히 자전거 절도범이 많은 우리나라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건데요.

SNS에서도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은 노트북이나 카메라, 휴대폰 같은 물건은 잘 안 훔쳐 가면서 자전거는 훔쳐 간다,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영상이 많습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전거 절도는 1만 2천 건.

소매치기의 43배, 상점 절도의 3배 수준이었습니다.

자전거 절도는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런 이유와 함께 전문가들은 표적으로 삼기 쉽고 중고 장터 같은 곳에서 현금화하기 간편한 점을 자전거 절도가 많은 이유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역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종시에서는 지난 9월까지 올해 발생한 절도 범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자전거가 차지했는데요.

특히 검거된 자전거 절도범 10명 중 9명은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세종남부경찰서 관계자 : "(자전거) 잠금장치를 많이 안 해요. 청소년들이 길을 가다가 죄의식 없이 '이거 타도 되나 보다'라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죠. 대부분 초범이고 또 미성년자다 보니 크게 처벌할 정도는 아닌데... 학교를 상대로 홍보를 해서 학생들이 절도를 안 하도록 예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220여 대, 합계 1억 원이 넘는 금액의 자전거를 훔쳐 이득을 챙긴 절도범이 검거된 적도 있습니다.

이 절도범이 자전거를 훔친 기간은 무려 8년.

이 긴 시간 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온 건데요.

실제 지난해 자전거 도난 사건의 범인 3명 중 2명은 경찰에 붙잡히지 않았습니다.

검거율이 33%에 불과했는데요.

전체 절도 평균 검거율의 거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성범죄, 강도 이런 것이 상대적으로 사실상 수사의 우위에 둘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까 모든 수사 역량을 자전거 절도에만 집중할 수 없는 한계가 있겠죠. 그런 점도 검거율이 떨어지고 범죄 억제력을 다소 약화시키는 그런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청자 자전거에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 분실이나 도난 발생 시 추적이 수월한데요.

충청권에서는 지난 9월에 당진시가 도입했습니다.

극악무도했던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첫 범죄는, 18살에 대전에서 저지른 '자전거 절도'였습니다.

이후 그의 범죄는 협박과 갈취, 상습 절도, 끔찍한 아동 성폭행까지 이어진 건데요.

조두순뿐 아니라 상습 범죄자, 강력 범죄자 가운데는 '자전거 절도'가 범죄의 시작이었던 사례가 많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인 '자전거 절도'.

만약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면, 그저 '운이 없었다'고 넘길 게 아니라 신고를 통해 범인을 찾아야겠고요.

경찰에서도 낮은 검거율을 높여 자전거 절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함께 끌어 올려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대전-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