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불가’ 감귤, 도매시장은 예외?…폐기도 못 한다

입력 2023.11.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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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에 따라 비상품 감귤인지를 확인하는 제주도 자치경찰단 (화면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규격에 따라 비상품 감귤인지를 확인하는 제주도 자치경찰단 (화면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

없으면 아쉬운 겨울철 대표 간식, 바로 감귤입니다. 본격적인 감귤철이 시작됐습니다. 제주에선 밭에서 키우는 노지 감귤 수확이 한창인데요. 올해는 특히나 감귤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달 들어 감귤 5kg 한 상자당 평균 가격은 1만 원대로, 11월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봄철 기온이 낮고, 장마가 길어지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게 원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상승을 틈타, 상품으로 판매할 수 없는 비상품 감귤 유통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판매 불가' 비상품 감귤, 수도권 도매시장서 줄줄이 적발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지난 14일부터 사흘 동안 수도권 도매시장 4곳에서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비상품 감귤 9톤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적발된 양이 4톤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강서구 농산물 도매시장과 인천, 수원 도매시장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에 단속된 감귤 유통업체는 22곳으로, 이 중 18곳은 상품 크기 기준을 초과한 감귤 6.5톤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도 감귤 생산과 유통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감귤은 크기에 따라 2S부터 2L까지 5가지 규격으로 분류하는데, 이 규격에 맞는 감귤만 시중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할 수 없는 비상품 감귤을 유통하면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시중에 판매할 수 없는 비상품 감귤을 유통하면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다른 유통업체 4곳에선 품질 검사를 하지 않은 감귤을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통상 감귤 유통업체, 일명 선과장에선 농가로부터 감귤을 밭째 사들인 뒤 상품 분류와 품질 검사 등을 거쳐 도매시장 등에 판매합니다. 이때 유통업체마다 품질검사원이 상주하며, 이들이 검사를 마친 감귤 상자에 자신의 이름과 위촉 번호 등이 적힌 도장을 찍게 됩니다.

자치경찰단 조사 결과, 위반 업체에선 이러한 품질 검사 없이 도매시장에 감귤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적발된 감귤도 2.6톤에 달합니다.

자치경찰단은 해당 업체들을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입니다. 조례에 따라 위반 업체에는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비상품 감귤, 과태료 부과해도 폐기는 못 한다

그렇다면 단속에 적발된 비상품 감귤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판매할 수 없는 감귤이니 폐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적발된 비상품 감귤은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게 자치경찰단 설명입니다. 유통업체와 도매상이 계약을 마쳤거나 경매가 끝나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담당 수사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제주도 조례에 따른 단속이기 때문에 폐기를 지시할 권한이 없다"며 "과태료는 부과할 수 있지만, 폐기 명령은 내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나타냈습니다.

자치경찰단 단속에도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적발된 비상품 감귤은 폐기가 어렵다 (화면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자치경찰단 단속에도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적발된 비상품 감귤은 폐기가 어렵다 (화면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

단속 역시 쉽지 않습니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 소속 모니터링 요원들이 수도권 도매시장마다 파견돼있지만, 하루에 들어오는 물량만 적게는 50톤에서 많게는 200톤에 달하다 보니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비상품 감귤은 제주 감귤 이미지를 훼손하고, 소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행정당국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앞으로도 제주 감귤이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기 위해, 유통업체들의 자정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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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 불가’ 감귤, 도매시장은 예외?…폐기도 못 한다
    • 입력 2023-11-23 0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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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에 따라 비상품 감귤인지를 확인하는 제주도 자치경찰단 (화면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
없으면 아쉬운 겨울철 대표 간식, 바로 감귤입니다. 본격적인 감귤철이 시작됐습니다. 제주에선 밭에서 키우는 노지 감귤 수확이 한창인데요. 올해는 특히나 감귤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달 들어 감귤 5kg 한 상자당 평균 가격은 1만 원대로, 11월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봄철 기온이 낮고, 장마가 길어지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게 원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상승을 틈타, 상품으로 판매할 수 없는 비상품 감귤 유통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판매 불가' 비상품 감귤, 수도권 도매시장서 줄줄이 적발

제주도자치경찰단은 지난 14일부터 사흘 동안 수도권 도매시장 4곳에서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비상품 감귤 9톤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적발된 양이 4톤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강서구 농산물 도매시장과 인천, 수원 도매시장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번에 단속된 감귤 유통업체는 22곳으로, 이 중 18곳은 상품 크기 기준을 초과한 감귤 6.5톤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도 감귤 생산과 유통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감귤은 크기에 따라 2S부터 2L까지 5가지 규격으로 분류하는데, 이 규격에 맞는 감귤만 시중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할 수 없는 비상품 감귤을 유통하면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다른 유통업체 4곳에선 품질 검사를 하지 않은 감귤을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통상 감귤 유통업체, 일명 선과장에선 농가로부터 감귤을 밭째 사들인 뒤 상품 분류와 품질 검사 등을 거쳐 도매시장 등에 판매합니다. 이때 유통업체마다 품질검사원이 상주하며, 이들이 검사를 마친 감귤 상자에 자신의 이름과 위촉 번호 등이 적힌 도장을 찍게 됩니다.

자치경찰단 조사 결과, 위반 업체에선 이러한 품질 검사 없이 도매시장에 감귤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적발된 감귤도 2.6톤에 달합니다.

자치경찰단은 해당 업체들을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입니다. 조례에 따라 위반 업체에는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비상품 감귤, 과태료 부과해도 폐기는 못 한다

그렇다면 단속에 적발된 비상품 감귤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판매할 수 없는 감귤이니 폐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적발된 비상품 감귤은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게 자치경찰단 설명입니다. 유통업체와 도매상이 계약을 마쳤거나 경매가 끝나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자치경찰단 담당 수사관은 KBS와의 통화에서 "제주도 조례에 따른 단속이기 때문에 폐기를 지시할 권한이 없다"며 "과태료는 부과할 수 있지만, 폐기 명령은 내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나타냈습니다.

자치경찰단 단속에도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적발된 비상품 감귤은 폐기가 어렵다 (화면제공: 제주도 자치경찰단)
단속 역시 쉽지 않습니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 소속 모니터링 요원들이 수도권 도매시장마다 파견돼있지만, 하루에 들어오는 물량만 적게는 50톤에서 많게는 200톤에 달하다 보니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비상품 감귤은 제주 감귤 이미지를 훼손하고, 소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행정당국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앞으로도 제주 감귤이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기 위해, 유통업체들의 자정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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