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일이냐 육아냐 위기의 엄마들

입력 2023.11.2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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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냐 육아냐, 위기의 엄마들

[프롤로그/스튜디오]

남현종/9층시사국 MC
다음 주제는 일이냐 육아냐 위기의 엄마들 아무래도 워킹맘에 대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일도 하면서 육아도 병행하는 엄마들에 대한 얘기인데요. 요즘 맞벌이 부부가 워낙 많잖아요. 앵커님은 나중에 혹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일 계속하실 생각이세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아니요, 저는 쉬고 싶습니다. 쉬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그럴 수가 없고 오히려 아이가 생기면 책임감에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죠.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러면 일과 육아는 어떻게 병행하실 생각이세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아무래도 제가 미래에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하겠지만, 이 두 명이 함께 일이랑 가정이랑 분담을 해서 잘 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아마도 많은 맞벌이 부부들의 일상일텐데요. 그런데 보통 하루 근무시간이 한 8시간이고 여기에 의무 휴게 시간 1시간 또 출퇴근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에 한 10시간에서 11시간은 일을 쏟는 게 평균적인 직장인의 모습이잖아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러니까요. 출근 준비하면서 아이 등원도 시키고 사실 또 직장인이 퇴근하고 집에 가면 오후 7시가 넘는 시간인데 그렇게 되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아침 일찍 잠깐 퇴근하고 저녁 늦게 잠깐 정말 가정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그렇게 일과 육아에 허덕이다가 결국에는 일이냐 육아냐 양자택일해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아직은 엄마들이 그런 위기에 놓이고 있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 아이 셋, 행복도 세 배지만... '경력 포기'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정화 "제 나이는 서른여덟이고요."
원준 "저는 한 살 어린 서른일곱 김원준이라고 하고요. (웃음) 아이 셋을 가졌고 결혼 11년 차입니다."


엄마는 아침 준비, 아빠는 출근 준비, 흔한 풍경입니다.
다른 점은, 보기 드문 ‘아이 셋 집’이라는 겁니다.
돌쟁이에 9살 11살 남매까지, 아빠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교대 근무인데 주마다 로테이션으로 주간, 오후, 야간,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아내가 더 대단한 것 같습니다.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아내가 집에서 아이들 전담, 전담 마크라고 해야 하나? 아마 힘들 거예요. 제가 하루, 이틀 혼자 봤는데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준비물 같은 것도 꼭 애들이 전날 안 챙겨놓고 아침에 또 이제 부랴부랴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거 했는지, 다시 있는지 한번 확인해 줘야 하고. 정신이 없기는 없어요."


아이 둘이 집을 비워도 정화 씨는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기자: 눈을 진짜 잠시도 떼기가 어려우시겠어요.)
김정화 "맞아요. 잠깐 사이에도 사고를 쳐 놔서. (웃음) 안 돼요."


정화 씨는 원래 어린이집 선생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뒤부턴 경력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보육이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이루어지기는 하는데 내 애는 좀 방치된 느낌이기는 한데 내가 다른 아이들 이렇게 케어를 해야 하나?"

그렇다고 일을 아예 안 할 수도 없었습니다.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저희는 아기가 또 셋이다 보니까 식비만 해도 되게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더 내가 사회생활을 빨리해야 하겠다는 게…."

시간이 날 때만 할 수 있는 단기 일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결혼하면서) 새로운 곳에서 다시 취직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잠깐 쉬었고 아기 낳고 이러다가 또 중간중간 쉬었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일한 게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간 게 둘째 낳고. 다른 사무직 쪽으로 하다가. 그래서 또 얘마저도 생기는 바람에 아예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그러는 사이, 경력을 쌓아 이루려 했던 목표는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유치원 교사가 꿈이라는 거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어린이집 차려서 원장까지 목표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억울하기도 했죠."

남편은 남편대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아무래도 통장 잔고가 조금씩 줄어드는 걸 보니까. 저도 모르게 아내한테 언제 다시 복귀할 거야? 이러면서 그런 말들이 아내도 상처를 좀 ( 받은 것 같아요.)"

정화 씨는 지금도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곳을 지금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곳에서는 저를 이제 써줄지 안 써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지금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어린애가 있다고 그러면 사장님들도 좀 꺼리시더라고요."


저출산 시대라는데, 이런 다둥이 집에 사회적 지원은 없을까요?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자동차세 뭐 할인? 뭐 이런 거."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아무리 나라에서 현금성 지원을 해주고 계속 준다고 해도 잠깐인 것 같아요."

■육아에 온 가족 총동원 "이게 맞나?"


INT 김연희(가명)/주말부부, 은행원, 아이 1명
"주말부부를 하고 있고 아이 만 4세인 아이를 한 명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11년 차 은행원 김연희 씨,
출근 준비와 아이 등원 준비를 동시에 하다 보니 아침마다 정신이 없습니다.


INT 김연희(가명)/주말부부, 은행원, 아이 1명
"밥은 무조건 차려놓고 가고 영양제 내놓고 가방 챙겨놓고 원복 챙겨놓고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이렇게 되는?"


엄마는 회사에 가야 하는데 아이는 밥 한술도 안 뜬 상황.
때마침 구원투수, 친정아버지가 왔습니다.


연희 "아빠. 수현이 일찍 일어났지?"
김성종 "응. 일찍 일어났네."
연희 "양치도 했어."

주말부부라 평일이면 홀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딸을 위해 매일 손주의 등・하원을 도와줍니다.
아이는 외할아버지가 반가우면서도,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괜한 심통을 부려 봅니다.


INT 김연희(가명)/은행원, 아이 1명
"주말 특히 지나고 나면 조금 나랑 아침에 헤어지기가 조금 힘들어하죠. 나랑 놀았던 게 있으니까. 그런 거 보면 그런데 너무 짠하고 안타깝죠. 1분이라도 더 있고 싶은데"

손주를 챙기는데 외할아버지만 동원되는 건 아닙니다.

김성종 "갔다 오면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어. 할미가. 누가 기다린다고?"
조수현 "할머니."

INT 김성종/손주 양육 지원
"수현이 태어날 때부터 돌봤죠. 매일 제가 출퇴근 하고 있죠, 여기로. 하원은 할머니가 하고 등원은 제가 하고 그렇게 합니다. 직장을 나가니까 어쩔 수 없죠. 또 돌봐줘야 하니까. 누군가는 봐줘야 하는데 부모로서 모른 체하기도 좀 뭐하고"

"(기자: 손주가 엄마 닮은 것 같아요?) 네. 똑 닮았어요. (웃음)"


아이의 하원 시간, 이 시간부터는 할머니가 바빠집니다.

INT 김재희/손주 양육 지원
"우리보다 (먹는) 시간이 2~3배 걸리니까 간식 간단하게 먹이고 그냥 빨리 해 가지고 빨리 밥을 먼저 먹여놔야 자고 또 목욕시키고 그래야 우리 딸이 편하거든요."


손주 밥 먹이기는 언제나 난관, 그사이 엄마가 퇴근했습니다.


짐을 풀 새도 없이 ‘육아 출근’을 해
아이 밥을 다 먹이자마자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갑니다.


차에 타자마자 잠든 아이, 엄마와 아이는 몇 마디 나눠볼 새도 없이 하루가 끝났습니다.

INT 김연희(가명)/은행원, 아이 1명
"8시 이전에 끝난다고 보면 돼요. 그러니까 좀 많이 아쉽죠. 같이 하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같이 좀 놀아주고 싶고 놀이터라도 가서 놀거나 책이라도 같이 읽어주고 싶고 약간 그렇게 저녁 시간을 조금 보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까 여러모로 아쉽죠."


친정 부모님을 총동원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지만, 매일매일 갈림길에 선 기분입니다.

김연희(가명)/은행원, 아이 1명
"은행 업무다 보니까 이게 실시간으로 계속 이루어지는 업무고 또 그렇다 보니까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없는 거는 어쩔 수 없기는 해요. 그런데 아이는 항상 변수가 있고 애가 언제 아플지도 모르고."

"자꾸 진짜 모든 사람한테 미안해하고 있고 이러다 보니까 나 자신한테도 미안해지는 거 있잖아요. 그렇게 하면서 육아하면서 일을 하고 육아하고. 이게 맞나? 뭐가 맞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하죠. 진짜 세상의 모든 워킹맘은 기로에 서 있을 거예요, 진짜."

■ 여전히 갈 길 먼 일과 육아 양립, 20여 년 지나도록 경력 단절 지속…."저출산 상당한 영향"


INT 최선영/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과 가족이 상당한 긴장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성의 10명 중에 약 5명은 첫 출산을 경험하게 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다는 것이고요."


2000년 기준 여성 고용률은 20대 초반 56.3%였다가 30대 초반에 47.3%로 떨어지고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오르는 ‘M’자 형태를 보였는데요.

20여 년이 지난 2022년에도 고용률이 급감하는 나이대가 30대 중반으로 바뀌었을 뿐, 여성의 경력 단절은 여전했습니다.

이와 달리 남성은 20대 후반 노동시장에 진입해 50대 후반까지 고용률이 비슷하게 유지됐습니다.

INT 최선영/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여성이 계속 일할 것을 기대하는데 일과 가족 사이의 갈등 관계는 크게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이죠. 그런 사실들을 이미 학습하고 있는 여성들은 그런 미래가 기대될 때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하는 거죠. 이것은 결혼 연령, 결혼 여부, 출산 시기, 출산 연령, 출산 여부에도 다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튜디오]

남현종/9층시사국 MC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일과 가족이 양립하기가 힘들고 오히려 일과 가족이 긴장 관계, 갈등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합니다. 특히나 요즘은 누구나 다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또 경력도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고 특히나 엄마들의 경우에는 이런 고민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부모 중 한 명은 육아를 위해서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건데 대체로 엄마들이 말씀대로 포기하는 편이고요.

실제 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보면 올해 4월 기준에 15살부터 54살까지 결혼한 여성 794만여 명 중에서 경력이 단절된 경우가 134만여 명이었습니다. 사유를 보면 육아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문제는 만약에 이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아이가 자란 후에 다시 복귀해서 일하면 좀 나을 텐데 재취업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잖아요.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경력 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는 곳을 찾아가 봤거든요.
그곳에서 만난 엄마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는 일단 육아와 병행할 일자리 자체도 좀 드물고 또 안정적인 일터에서는 한마디로 쳐다봐 주지도 않는다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육아하기 전 직장에서 쌓은 본업에서 점점 멀어지고 단기 일자리만 전전하게 되는 거죠.

INT 최유희/경력 단절 7년
저는 병원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했었어요. 그래서 거의 약 10년 가까이. 다시 지원하고 했거든요. 근데 그때마다 느끼는 게 경력자를 위주로 뽑는데 제 나이 때에 경력이 없으니까 그걸 아예 쳐다봐 주지도 않는 것처럼 연락이 한 번이 안 오더라고요.

INT 임미향/경력 단절 2년
방과 후 교실에서 피아노를 가르쳤거든요. 첫째를 키우면서도 일을 하다가 둘째를 가지면서 그만두게 됐거든요.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 뭐 그런 사람들만 봐도 되게 부럽다. 나는 갈 곳이 없는데,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근본적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텐데 최근에 그래도 유연근로제도 같은 게 생기면서 어느 정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잖아요.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까?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말씀대로 유연 근로가 이 코로나19 이후로 사용률이 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에 전체 노동자의 한 16% 정도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전반적으로는 활성화되지 않은 거죠.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남현종/9층시사국 MC
16%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머네요. 전체적인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방법으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맞습니다. 기업의 의지와 정부의 정책 이런 노력들이 다 필요한 시점인데 일과 가정의 양립에 도전하고 있는 한 기업을 찾아가 봤습니다.

■ 일-육아 양립? 기업의 노력만으로도 가정에는 '큰 변화'

INT 신지원/경영관리직, 자녀 2명
"(사회생활) 16년 차,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워킹맘 신지원이라고 합니다."


아침 8시, 엄마와 9살, 7살 두 아이가 손을 잡고 집을 나섭니다.
이렇게 매일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회사에 갑니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 근로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NT 신지원/경영관리직, 자녀 2명
"만약에 (오전) 8시면 (오후) 5시 퇴근, 9시면 6시 퇴근, 10시면 7시 퇴근 이렇게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병원에 갔다가 진료를 보는 경우도 있어서 오전에도 출근 시간에 대해서도 미리 말씀드리고 와서 근무를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크게 부담은 없는 거 같습니다."

낮엔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킵니다.

INT 신지원/경영관리직, 자녀 2명
"불필요하게 야근한다거나 눈치를 보면서까지 남아서 일을 한다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요. 왜냐하면, PC가 꺼지기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이 회사 직원 백여 명 모두가 이렇게 유연 근로를 합니다.
핵심 근로시간만 포함하면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INT 이형석/동아쏘시오홀딩스 HR실장
"회사생활 하는데 이 행복감을 저해하는 요소가 무엇이냐를 집중을 해서 파악을 해봤거든요. 그래서 그러한 요소 중의 하나가 자유롭게 휴가를 가지 못한다. 육아휴직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유연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잘 운영이 되지 않는다 등 여러 가지 불편함을 좀 도출이 됐었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부분들을 좀 해결하고자…."

육아 중심적 분위기가 자리 잡자 남성 육아휴직자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올해 아이가 태어난 남성 직원 중 절반이 육아휴직을 썼을 정도입니다.

INT 김경민/육아휴직 중, 자녀 2명
"육아휴직은 2주 차 되는 시점이고요. 첫째 때 아내가 밤잠 포함해서 3시간도 못 잤고, 너무 힘들어서 몸이 많이 망가졌기 때문에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저도 육아를 함께하면서 조금 같이 할 수 있는 거를 고려했기 때문에…."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좋고요. (첫째 때 아기가) 왜 우는지를 몰랐는데 둘째가 태어나면서 제가 육아휴직을 쓰니까 아이가 왜 울고 어디가 불편한지에 대한 부분을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이 회사에서는 결혼한 직원의 88%가 아이를 출산했고,
자연스레 둘째를 고려하는 직원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INT 김경민/육아휴직 중, 자녀 2명
"제가 육아휴직에 대한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하면 둘째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 같고요. 나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면 둘째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보자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NT 이형석/동아쏘시오홀딩스 HR실장
“올해 3분기 실적도 계속 증가하는 매출 증가를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행복한 몰입감 안정감 성취감을 가지고 일했을 때 당연히 집중도 하게 되고 몰입하고 이로 인한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INT 신지원/경영관리직, 자녀 2명
(기자: 계속해서 일을 지속하실 계획이신 거예요.?)
"네. 저 스스로한테 쓴 편지가 있거든요."

"워킹맘에게 일이란 애들 생각만 하면 당장 지금이라도.. 아, 어떡해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워킹맘에게 일이란 애들 생각만 하면 당장 지금이라도 엄마라는 자존심 죄책감 때문에 포기하고 싶다가도 포기하면 영영 잡지 못할 거 같은 존재, 남편도 대신하지 못할 존재, 하지만 나도 독박 육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이유, 그리고 결과는 모르지만 독한 마음에 나도 이루어 내는 중이라는 자신감까지…."

"아내이기 전에 직장인이기 전에 엄마이기 전에 저는 일단 삶의 주인공이 저이기 때문에 저를 위해서라도 잘 선택했고 앞으로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그렇게 시너지를 받으면서 계속 생활할 거 같습니다."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원준 "막둥이가 태어났을 때 정말 이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아요."
정화 "살면서 아기 낳으면서 또 힘든 점도 있겠죠."
원준 "앞으로 당장은 좀 힘들더라도 나중에 좋은 날이 오겠지."

INT 김연희(가명)/ 은행원, 자녀 1명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아이는 진짜 곧 행복이니까. 너무 행복해요, 아이랑 있으면."

(기자: 이러다 낳는 거 아니에요?)
"낳으면 연락드릴게요. (웃음) 가지면 연락드릴게요. (웃음)"

(끝)

취재: 차주하
촬영 : 조선기 강우용 설태훈
영상편집: 이상미 CG : 정예나
리서처: 이정훈 AD: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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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5 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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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냐 육아냐, 위기의 엄마들

[프롤로그/스튜디오]

남현종/9층시사국 MC
다음 주제는 일이냐 육아냐 위기의 엄마들 아무래도 워킹맘에 대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일도 하면서 육아도 병행하는 엄마들에 대한 얘기인데요. 요즘 맞벌이 부부가 워낙 많잖아요. 앵커님은 나중에 혹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일 계속하실 생각이세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아니요, 저는 쉬고 싶습니다. 쉬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그럴 수가 없고 오히려 아이가 생기면 책임감에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죠.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러면 일과 육아는 어떻게 병행하실 생각이세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아무래도 제가 미래에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하겠지만, 이 두 명이 함께 일이랑 가정이랑 분담을 해서 잘 조절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아마도 많은 맞벌이 부부들의 일상일텐데요. 그런데 보통 하루 근무시간이 한 8시간이고 여기에 의무 휴게 시간 1시간 또 출퇴근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에 한 10시간에서 11시간은 일을 쏟는 게 평균적인 직장인의 모습이잖아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러니까요. 출근 준비하면서 아이 등원도 시키고 사실 또 직장인이 퇴근하고 집에 가면 오후 7시가 넘는 시간인데 그렇게 되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아침 일찍 잠깐 퇴근하고 저녁 늦게 잠깐 정말 가정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그렇게 일과 육아에 허덕이다가 결국에는 일이냐 육아냐 양자택일해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아직은 엄마들이 그런 위기에 놓이고 있다고 해서 그들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 아이 셋, 행복도 세 배지만... '경력 포기'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정화 "제 나이는 서른여덟이고요."
원준 "저는 한 살 어린 서른일곱 김원준이라고 하고요. (웃음) 아이 셋을 가졌고 결혼 11년 차입니다."


엄마는 아침 준비, 아빠는 출근 준비, 흔한 풍경입니다.
다른 점은, 보기 드문 ‘아이 셋 집’이라는 겁니다.
돌쟁이에 9살 11살 남매까지, 아빠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교대 근무인데 주마다 로테이션으로 주간, 오후, 야간,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아내가 더 대단한 것 같습니다.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아내가 집에서 아이들 전담, 전담 마크라고 해야 하나? 아마 힘들 거예요. 제가 하루, 이틀 혼자 봤는데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준비물 같은 것도 꼭 애들이 전날 안 챙겨놓고 아침에 또 이제 부랴부랴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거 했는지, 다시 있는지 한번 확인해 줘야 하고. 정신이 없기는 없어요."


아이 둘이 집을 비워도 정화 씨는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기자: 눈을 진짜 잠시도 떼기가 어려우시겠어요.)
김정화 "맞아요. 잠깐 사이에도 사고를 쳐 놔서. (웃음) 안 돼요."


정화 씨는 원래 어린이집 선생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뒤부턴 경력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보육이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 반까지 이루어지기는 하는데 내 애는 좀 방치된 느낌이기는 한데 내가 다른 아이들 이렇게 케어를 해야 하나?"

그렇다고 일을 아예 안 할 수도 없었습니다.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저희는 아기가 또 셋이다 보니까 식비만 해도 되게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더 내가 사회생활을 빨리해야 하겠다는 게…."

시간이 날 때만 할 수 있는 단기 일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결혼하면서) 새로운 곳에서 다시 취직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잠깐 쉬었고 아기 낳고 이러다가 또 중간중간 쉬었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일한 게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간 게 둘째 낳고. 다른 사무직 쪽으로 하다가. 그래서 또 얘마저도 생기는 바람에 아예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그러는 사이, 경력을 쌓아 이루려 했던 목표는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유치원 교사가 꿈이라는 거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어린이집 차려서 원장까지 목표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억울하기도 했죠."

남편은 남편대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아무래도 통장 잔고가 조금씩 줄어드는 걸 보니까. 저도 모르게 아내한테 언제 다시 복귀할 거야? 이러면서 그런 말들이 아내도 상처를 좀 ( 받은 것 같아요.)"

정화 씨는 지금도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곳을 지금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곳에서는 저를 이제 써줄지 안 써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지금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어린애가 있다고 그러면 사장님들도 좀 꺼리시더라고요."


저출산 시대라는데, 이런 다둥이 집에 사회적 지원은 없을까요?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자녀 3명
"자동차세 뭐 할인? 뭐 이런 거."

INT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아무리 나라에서 현금성 지원을 해주고 계속 준다고 해도 잠깐인 것 같아요."

■육아에 온 가족 총동원 "이게 맞나?"


INT 김연희(가명)/주말부부, 은행원, 아이 1명
"주말부부를 하고 있고 아이 만 4세인 아이를 한 명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11년 차 은행원 김연희 씨,
출근 준비와 아이 등원 준비를 동시에 하다 보니 아침마다 정신이 없습니다.


INT 김연희(가명)/주말부부, 은행원, 아이 1명
"밥은 무조건 차려놓고 가고 영양제 내놓고 가방 챙겨놓고 원복 챙겨놓고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이렇게 되는?"


엄마는 회사에 가야 하는데 아이는 밥 한술도 안 뜬 상황.
때마침 구원투수, 친정아버지가 왔습니다.


연희 "아빠. 수현이 일찍 일어났지?"
김성종 "응. 일찍 일어났네."
연희 "양치도 했어."

주말부부라 평일이면 홀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딸을 위해 매일 손주의 등・하원을 도와줍니다.
아이는 외할아버지가 반가우면서도,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괜한 심통을 부려 봅니다.


INT 김연희(가명)/은행원, 아이 1명
"주말 특히 지나고 나면 조금 나랑 아침에 헤어지기가 조금 힘들어하죠. 나랑 놀았던 게 있으니까. 그런 거 보면 그런데 너무 짠하고 안타깝죠. 1분이라도 더 있고 싶은데"

손주를 챙기는데 외할아버지만 동원되는 건 아닙니다.

김성종 "갔다 오면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어. 할미가. 누가 기다린다고?"
조수현 "할머니."

INT 김성종/손주 양육 지원
"수현이 태어날 때부터 돌봤죠. 매일 제가 출퇴근 하고 있죠, 여기로. 하원은 할머니가 하고 등원은 제가 하고 그렇게 합니다. 직장을 나가니까 어쩔 수 없죠. 또 돌봐줘야 하니까. 누군가는 봐줘야 하는데 부모로서 모른 체하기도 좀 뭐하고"

"(기자: 손주가 엄마 닮은 것 같아요?) 네. 똑 닮았어요. (웃음)"


아이의 하원 시간, 이 시간부터는 할머니가 바빠집니다.

INT 김재희/손주 양육 지원
"우리보다 (먹는) 시간이 2~3배 걸리니까 간식 간단하게 먹이고 그냥 빨리 해 가지고 빨리 밥을 먼저 먹여놔야 자고 또 목욕시키고 그래야 우리 딸이 편하거든요."


손주 밥 먹이기는 언제나 난관, 그사이 엄마가 퇴근했습니다.


짐을 풀 새도 없이 ‘육아 출근’을 해
아이 밥을 다 먹이자마자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갑니다.


차에 타자마자 잠든 아이, 엄마와 아이는 몇 마디 나눠볼 새도 없이 하루가 끝났습니다.

INT 김연희(가명)/은행원, 아이 1명
"8시 이전에 끝난다고 보면 돼요. 그러니까 좀 많이 아쉽죠. 같이 하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같이 좀 놀아주고 싶고 놀이터라도 가서 놀거나 책이라도 같이 읽어주고 싶고 약간 그렇게 저녁 시간을 조금 보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까 여러모로 아쉽죠."


친정 부모님을 총동원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지만, 매일매일 갈림길에 선 기분입니다.

김연희(가명)/은행원, 아이 1명
"은행 업무다 보니까 이게 실시간으로 계속 이루어지는 업무고 또 그렇다 보니까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없는 거는 어쩔 수 없기는 해요. 그런데 아이는 항상 변수가 있고 애가 언제 아플지도 모르고."

"자꾸 진짜 모든 사람한테 미안해하고 있고 이러다 보니까 나 자신한테도 미안해지는 거 있잖아요. 그렇게 하면서 육아하면서 일을 하고 육아하고. 이게 맞나? 뭐가 맞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하죠. 진짜 세상의 모든 워킹맘은 기로에 서 있을 거예요, 진짜."

■ 여전히 갈 길 먼 일과 육아 양립, 20여 년 지나도록 경력 단절 지속…."저출산 상당한 영향"


INT 최선영/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과 가족이 상당한 긴장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성의 10명 중에 약 5명은 첫 출산을 경험하게 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다는 것이고요."


2000년 기준 여성 고용률은 20대 초반 56.3%였다가 30대 초반에 47.3%로 떨어지고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오르는 ‘M’자 형태를 보였는데요.

20여 년이 지난 2022년에도 고용률이 급감하는 나이대가 30대 중반으로 바뀌었을 뿐, 여성의 경력 단절은 여전했습니다.

이와 달리 남성은 20대 후반 노동시장에 진입해 50대 후반까지 고용률이 비슷하게 유지됐습니다.

INT 최선영/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여성이 계속 일할 것을 기대하는데 일과 가족 사이의 갈등 관계는 크게 해결되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이죠. 그런 사실들을 이미 학습하고 있는 여성들은 그런 미래가 기대될 때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하는 거죠. 이것은 결혼 연령, 결혼 여부, 출산 시기, 출산 연령, 출산 여부에도 다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튜디오]

남현종/9층시사국 MC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일과 가족이 양립하기가 힘들고 오히려 일과 가족이 긴장 관계, 갈등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합니다. 특히나 요즘은 누구나 다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또 경력도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고 특히나 엄마들의 경우에는 이런 고민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부모 중 한 명은 육아를 위해서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건데 대체로 엄마들이 말씀대로 포기하는 편이고요.

실제 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보면 올해 4월 기준에 15살부터 54살까지 결혼한 여성 794만여 명 중에서 경력이 단절된 경우가 134만여 명이었습니다. 사유를 보면 육아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문제는 만약에 이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아이가 자란 후에 다시 복귀해서 일하면 좀 나을 텐데 재취업이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잖아요.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경력 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 교육을 받는 곳을 찾아가 봤거든요.
그곳에서 만난 엄마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는 일단 육아와 병행할 일자리 자체도 좀 드물고 또 안정적인 일터에서는 한마디로 쳐다봐 주지도 않는다 이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육아하기 전 직장에서 쌓은 본업에서 점점 멀어지고 단기 일자리만 전전하게 되는 거죠.

INT 최유희/경력 단절 7년
저는 병원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했었어요. 그래서 거의 약 10년 가까이. 다시 지원하고 했거든요. 근데 그때마다 느끼는 게 경력자를 위주로 뽑는데 제 나이 때에 경력이 없으니까 그걸 아예 쳐다봐 주지도 않는 것처럼 연락이 한 번이 안 오더라고요.

INT 임미향/경력 단절 2년
방과 후 교실에서 피아노를 가르쳤거든요. 첫째를 키우면서도 일을 하다가 둘째를 가지면서 그만두게 됐거든요.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 뭐 그런 사람들만 봐도 되게 부럽다. 나는 갈 곳이 없는데,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남현종/9층시사국 MC
근본적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텐데 최근에 그래도 유연근로제도 같은 게 생기면서 어느 정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잖아요.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까?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말씀대로 유연 근로가 이 코로나19 이후로 사용률이 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에 전체 노동자의 한 16% 정도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서 전반적으로는 활성화되지 않은 거죠.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남현종/9층시사국 MC
16%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머네요. 전체적인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방법으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취재기자
맞습니다. 기업의 의지와 정부의 정책 이런 노력들이 다 필요한 시점인데 일과 가정의 양립에 도전하고 있는 한 기업을 찾아가 봤습니다.

■ 일-육아 양립? 기업의 노력만으로도 가정에는 '큰 변화'

INT 신지원/경영관리직, 자녀 2명
"(사회생활) 16년 차,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워킹맘 신지원이라고 합니다."


아침 8시, 엄마와 9살, 7살 두 아이가 손을 잡고 집을 나섭니다.
이렇게 매일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회사에 갑니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 근로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NT 신지원/경영관리직, 자녀 2명
"만약에 (오전) 8시면 (오후) 5시 퇴근, 9시면 6시 퇴근, 10시면 7시 퇴근 이렇게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병원에 갔다가 진료를 보는 경우도 있어서 오전에도 출근 시간에 대해서도 미리 말씀드리고 와서 근무를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크게 부담은 없는 거 같습니다."

낮엔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킵니다.

INT 신지원/경영관리직, 자녀 2명
"불필요하게 야근한다거나 눈치를 보면서까지 남아서 일을 한다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요. 왜냐하면, PC가 꺼지기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이 회사 직원 백여 명 모두가 이렇게 유연 근로를 합니다.
핵심 근로시간만 포함하면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INT 이형석/동아쏘시오홀딩스 HR실장
"회사생활 하는데 이 행복감을 저해하는 요소가 무엇이냐를 집중을 해서 파악을 해봤거든요. 그래서 그러한 요소 중의 하나가 자유롭게 휴가를 가지 못한다. 육아휴직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유연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잘 운영이 되지 않는다 등 여러 가지 불편함을 좀 도출이 됐었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부분들을 좀 해결하고자…."

육아 중심적 분위기가 자리 잡자 남성 육아휴직자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올해 아이가 태어난 남성 직원 중 절반이 육아휴직을 썼을 정도입니다.

INT 김경민/육아휴직 중, 자녀 2명
"육아휴직은 2주 차 되는 시점이고요. 첫째 때 아내가 밤잠 포함해서 3시간도 못 잤고, 너무 힘들어서 몸이 많이 망가졌기 때문에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저도 육아를 함께하면서 조금 같이 할 수 있는 거를 고려했기 때문에…."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좋고요. (첫째 때 아기가) 왜 우는지를 몰랐는데 둘째가 태어나면서 제가 육아휴직을 쓰니까 아이가 왜 울고 어디가 불편한지에 대한 부분을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이 회사에서는 결혼한 직원의 88%가 아이를 출산했고,
자연스레 둘째를 고려하는 직원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INT 김경민/육아휴직 중, 자녀 2명
"제가 육아휴직에 대한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하면 둘째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 같고요. 나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을 거 같아 그러면 둘째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보자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NT 이형석/동아쏘시오홀딩스 HR실장
“올해 3분기 실적도 계속 증가하는 매출 증가를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행복한 몰입감 안정감 성취감을 가지고 일했을 때 당연히 집중도 하게 되고 몰입하고 이로 인한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INT 신지원/경영관리직, 자녀 2명
(기자: 계속해서 일을 지속하실 계획이신 거예요.?)
"네. 저 스스로한테 쓴 편지가 있거든요."

"워킹맘에게 일이란 애들 생각만 하면 당장 지금이라도.. 아, 어떡해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워킹맘에게 일이란 애들 생각만 하면 당장 지금이라도 엄마라는 자존심 죄책감 때문에 포기하고 싶다가도 포기하면 영영 잡지 못할 거 같은 존재, 남편도 대신하지 못할 존재, 하지만 나도 독박 육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이유, 그리고 결과는 모르지만 독한 마음에 나도 이루어 내는 중이라는 자신감까지…."

"아내이기 전에 직장인이기 전에 엄마이기 전에 저는 일단 삶의 주인공이 저이기 때문에 저를 위해서라도 잘 선택했고 앞으로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그렇게 시너지를 받으면서 계속 생활할 거 같습니다."

INT 김원준(제조업 근무), 김정화(전 어린이집 교사, 자녀 3명)
원준 "막둥이가 태어났을 때 정말 이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아요."
정화 "살면서 아기 낳으면서 또 힘든 점도 있겠죠."
원준 "앞으로 당장은 좀 힘들더라도 나중에 좋은 날이 오겠지."

INT 김연희(가명)/ 은행원, 자녀 1명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아이는 진짜 곧 행복이니까. 너무 행복해요, 아이랑 있으면."

(기자: 이러다 낳는 거 아니에요?)
"낳으면 연락드릴게요. (웃음) 가지면 연락드릴게요. (웃음)"

(끝)

취재: 차주하
촬영 : 조선기 강우용 설태훈
영상편집: 이상미 CG : 정예나
리서처: 이정훈 AD: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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