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마약 공급처? 처방까지 단 1분! [창+]

입력 2023.11.26 (09:04) 수정 2023.1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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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처방된 중독, 나를 믿지 마세요.' 중에서]

<녹취> A 내과 의사 (음성변조)
(제가 잠이 너무 안 와서 밤에. 혹시 수면제 처방 받을 수 있을까요.) 며칠 치? (며칠 치 처방이 나오나요?) 열흘 치 드릴게요. (열흘 치요?) 네 (제가 자주 못 와서 그러는데 한 달 치 혹시 가능할까요?) 예 그런데 이거 잘못하면 못 빠져나와요, (못 빠져 나온다는 게?) 중독돼서. 이거 안 먹으면 잠을 못 자요. 하나 가지고 안 돼요. 두 알 먹지, 그러다가 세 알 먹지, 다른 거 섞어 먹지. 그렇게 되게 돼 있어요. 맨 그런 사람만 와요. 그러니까 알죠. 됐어요.

의료용 마약류인 수면제 한 달치를 처방 받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중독될 수 있다고 경고는 했지만, 처방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미용 목적으로 처방하면 안 되는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 처방도 어렵지 않았다.

투약 이력과 부작용 경험을 묻더니,

<녹취> B 내과 의사 (음성변조)
혹시 지금까지 다이어트약 많이 드셔보셨을까요? (예전에 한 3년 전인가) 그때 약간 가슴 두근두근하거나 잠 못 자거나, 손 떨리거나 이런 거 있으셨을까요? (그때는 별로 없었는데 제가 이번에 두 달 뒤에 결혼 사진을 좀 찍어야 돼가지고 급하게)
아~ 빨리~

이유를 대자 곧바로, 처방한다.

<녹취> B 내과 의사 (음성변조)
보통 예비신부님들 많이 오는데요. 향정으로 한 두세 달 빨리 딱 먹고 싹 빼고, 그 다음에 당연히 그냥 또 끊으면 요요 오잖아요. 비향정 계열 중에서 식탐억제제 같은 걸로 넘어가서 최대한 길게 빼다가 끊으면 그래도 요요가 적게 오죠.

키와 몸무게 확인도 없이 처방과 조제가 순식간에 이뤄졌다.

두 병원 모두 의존성과 부작용 위험성을 설명했지만, 정작 환자에게 꼭 필요한 처방인지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녹취> 장창현
(의료용 마약류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의존성과 남용 위험성에 대해서 같이 상의를 해야 되고. 약의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 염려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같이 환자분과 상의를 하는 것이 옳고, 또 정기적으로 재평가를 해야 되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이 약의 필요성에 대해서요.

최근 5년간 종합병원과 일반 병·의원의 의료용 마약류 처방 건수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특히, 처방량이 많은 상위 20% 일반 의원의 처방량 증가세는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의료용 마약류를 더 쉽게 처방 받을 수 있는 의원으로 사람들이 몰린다는 얘기다.

김주희 씨의 관심도 온통 병원과 약국 뿐이었다.

<녹취> 김주희 (가명, 음성변조)
그냥 보이는 게 약국이랑 저기 병원이랑 그냥 눈에 띄는 게 어디 의원 이런 데 밖에 없었어요. 내과 검색해 보고 내과 쫙 돌고, 정형외과 검색해 가지고 정형외과 싹 돌고,

김 씨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중독자였다.

펜타닐은 아편 유사제로 대표적인 의료용 마약류,

두 달 만에 1년치 넘는 펜타닐을 구하기도 했다.

김 씨가 달라는대로 주거나,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처방 받는 것을 알면서도 처방한 병·의원도 있었다.

<녹취> 김주희 (가명, 음성변조)
펜타닐 패치 이제 다 사용하고 기간이 안 됐을 때 가잖아요? 그러면 다른 아편유사제를 줬었어요. 펜타닐 말고 아이알코돈 이런 거 주고. 이거 먹으면 펜타닐 모자란 기간 동안 안 아프니까 다 먹고 그 다음에 이거 펜타닐 기간 끝나고 와.

김 씨에게 일부 병·의원은 마약 공급처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병·의원들이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는 건 아니다.

"배우 유아인 씨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과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44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수면제를 불법 처방 받은 혐의를...."

배우 유아인 씨의 투약 혐의는 식약처가 병·의원의 처방 실태를 살펴보다 밝혀냈다.

<녹취> 오유경 식약처장 (YTN 뉴스)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지만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은 다 보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내가 처방 받는 것을 데이터는 다 알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적발 사례는 전체 오남용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뿐 아니라, 적발을 해도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위치한 이 의원은 지난해에만 ADHD 치료제 78만 정을 처방했다가, 식약처의 경고를 받았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녹취> C 의원 의사 (음성변조)
(콘** 공부할 때 먹으면 괜찮다고 해서 처방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검사하고 해야 하는데… 집중이 그 전에도 부족했어요? (그렇게까지는…) 뉴스에 나오듯이, 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의사가 처방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라서요.

설명과 달리, 간단한 자가 진단을 마치고 일주일 치 처방이 떨어졌다.

<녹취> C 의원 의사 (음성변조)
(부작용은 없나요?) 신데렐라 마법처럼 그 시간이 딱 지나면 빠져나가는 거예요. (비타민 같은 건가요?) 네.

식욕억제제 과다 처방이 의심돼 식약처가 두 차례 수사 의뢰했던 의원.

이 의사는 취재진의 투약 이력을 미리 확인했다.

<녹취> D 의원 의사 (음성변조)
00에서 약 받으셨던데 그거 먹었을 때 식욕 억제는 어떠셨어요? (좀 입맛 없고 잘 안 먹게 되기는 했어요) 그 약을 하루에 한 번 드셨어요, 두 번 드셨어요? (한 번 먹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역시, 처방은 나왔다.

<녹취> D 의원 의사 (음성변조)
포만감 넣어드릴게요. 2단계 나갈 거고요. 변비약 약한 거, 위장약 안 들어가고, 취침약은 4주분 드릴게요. 혹시 몇 킬로그램까지 빼실 건가요? (저 한 4킬로는 빼고 싶어서...) 제일 중요한 게 복용 방법이에요. 약을 점심, 저녁 먹기 1시간쯤 맞춰서 하루에 두 번, 사실 이번에 드시면 목표까지 빠질 겁니다. 빼고 오시면 끊는 거 같이 할 거고요. 오래 먹어서 좋은 약 아니니까 최대한 빨리 뺀다고 생각하시고.

두 의원 모두 식약처의 감시 대상이었지만, 약간의 경계만 보일 뿐 처방은 스스럼이 없었다.

방송일시 : 2023년 11월 21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RbOcsRmmmKk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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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11-26 12: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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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A 내과 의사 (음성변조)
(제가 잠이 너무 안 와서 밤에. 혹시 수면제 처방 받을 수 있을까요.) 며칠 치? (며칠 치 처방이 나오나요?) 열흘 치 드릴게요. (열흘 치요?) 네 (제가 자주 못 와서 그러는데 한 달 치 혹시 가능할까요?) 예 그런데 이거 잘못하면 못 빠져나와요, (못 빠져 나온다는 게?) 중독돼서. 이거 안 먹으면 잠을 못 자요. 하나 가지고 안 돼요. 두 알 먹지, 그러다가 세 알 먹지, 다른 거 섞어 먹지. 그렇게 되게 돼 있어요. 맨 그런 사람만 와요. 그러니까 알죠. 됐어요.

의료용 마약류인 수면제 한 달치를 처방 받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중독될 수 있다고 경고는 했지만, 처방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미용 목적으로 처방하면 안 되는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 처방도 어렵지 않았다.

투약 이력과 부작용 경험을 묻더니,

<녹취> B 내과 의사 (음성변조)
혹시 지금까지 다이어트약 많이 드셔보셨을까요? (예전에 한 3년 전인가) 그때 약간 가슴 두근두근하거나 잠 못 자거나, 손 떨리거나 이런 거 있으셨을까요? (그때는 별로 없었는데 제가 이번에 두 달 뒤에 결혼 사진을 좀 찍어야 돼가지고 급하게)
아~ 빨리~

이유를 대자 곧바로, 처방한다.

<녹취> B 내과 의사 (음성변조)
보통 예비신부님들 많이 오는데요. 향정으로 한 두세 달 빨리 딱 먹고 싹 빼고, 그 다음에 당연히 그냥 또 끊으면 요요 오잖아요. 비향정 계열 중에서 식탐억제제 같은 걸로 넘어가서 최대한 길게 빼다가 끊으면 그래도 요요가 적게 오죠.

키와 몸무게 확인도 없이 처방과 조제가 순식간에 이뤄졌다.

두 병원 모두 의존성과 부작용 위험성을 설명했지만, 정작 환자에게 꼭 필요한 처방인지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녹취> 장창현
(의료용 마약류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의존성과 남용 위험성에 대해서 같이 상의를 해야 되고. 약의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 염려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같이 환자분과 상의를 하는 것이 옳고, 또 정기적으로 재평가를 해야 되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이 약의 필요성에 대해서요.

최근 5년간 종합병원과 일반 병·의원의 의료용 마약류 처방 건수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특히, 처방량이 많은 상위 20% 일반 의원의 처방량 증가세는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의료용 마약류를 더 쉽게 처방 받을 수 있는 의원으로 사람들이 몰린다는 얘기다.

김주희 씨의 관심도 온통 병원과 약국 뿐이었다.

<녹취> 김주희 (가명, 음성변조)
그냥 보이는 게 약국이랑 저기 병원이랑 그냥 눈에 띄는 게 어디 의원 이런 데 밖에 없었어요. 내과 검색해 보고 내과 쫙 돌고, 정형외과 검색해 가지고 정형외과 싹 돌고,

김 씨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중독자였다.

펜타닐은 아편 유사제로 대표적인 의료용 마약류,

두 달 만에 1년치 넘는 펜타닐을 구하기도 했다.

김 씨가 달라는대로 주거나,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처방 받는 것을 알면서도 처방한 병·의원도 있었다.

<녹취> 김주희 (가명, 음성변조)
펜타닐 패치 이제 다 사용하고 기간이 안 됐을 때 가잖아요? 그러면 다른 아편유사제를 줬었어요. 펜타닐 말고 아이알코돈 이런 거 주고. 이거 먹으면 펜타닐 모자란 기간 동안 안 아프니까 다 먹고 그 다음에 이거 펜타닐 기간 끝나고 와.

김 씨에게 일부 병·의원은 마약 공급처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병·의원들이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는 건 아니다.

"배우 유아인 씨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과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44차례에 걸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수면제를 불법 처방 받은 혐의를...."

배우 유아인 씨의 투약 혐의는 식약처가 병·의원의 처방 실태를 살펴보다 밝혀냈다.

<녹취> 오유경 식약처장 (YTN 뉴스)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지만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은 다 보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내가 처방 받는 것을 데이터는 다 알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적발 사례는 전체 오남용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뿐 아니라, 적발을 해도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위치한 이 의원은 지난해에만 ADHD 치료제 78만 정을 처방했다가, 식약처의 경고를 받았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녹취> C 의원 의사 (음성변조)
(콘** 공부할 때 먹으면 괜찮다고 해서 처방 받을 수 있을까 해서요.) 검사하고 해야 하는데… 집중이 그 전에도 부족했어요? (그렇게까지는…) 뉴스에 나오듯이, 공부 잘하는 약이라고 의사가 처방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라서요.

설명과 달리, 간단한 자가 진단을 마치고 일주일 치 처방이 떨어졌다.

<녹취> C 의원 의사 (음성변조)
(부작용은 없나요?) 신데렐라 마법처럼 그 시간이 딱 지나면 빠져나가는 거예요. (비타민 같은 건가요?) 네.

식욕억제제 과다 처방이 의심돼 식약처가 두 차례 수사 의뢰했던 의원.

이 의사는 취재진의 투약 이력을 미리 확인했다.

<녹취> D 의원 의사 (음성변조)
00에서 약 받으셨던데 그거 먹었을 때 식욕 억제는 어떠셨어요? (좀 입맛 없고 잘 안 먹게 되기는 했어요) 그 약을 하루에 한 번 드셨어요, 두 번 드셨어요? (한 번 먹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역시, 처방은 나왔다.

<녹취> D 의원 의사 (음성변조)
포만감 넣어드릴게요. 2단계 나갈 거고요. 변비약 약한 거, 위장약 안 들어가고, 취침약은 4주분 드릴게요. 혹시 몇 킬로그램까지 빼실 건가요? (저 한 4킬로는 빼고 싶어서...) 제일 중요한 게 복용 방법이에요. 약을 점심, 저녁 먹기 1시간쯤 맞춰서 하루에 두 번, 사실 이번에 드시면 목표까지 빠질 겁니다. 빼고 오시면 끊는 거 같이 할 거고요. 오래 먹어서 좋은 약 아니니까 최대한 빨리 뺀다고 생각하시고.

두 의원 모두 식약처의 감시 대상이었지만, 약간의 경계만 보일 뿐 처방은 스스럼이 없었다.

방송일시 : 2023년 11월 21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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