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리나라 하늘이라고?…별난 부자(父子)의 별 볼 일 있는 하루 [주말엔]

입력 2023.11.26 (10:02) 수정 2023.11.26 (12: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주말마다 천체망원경을 들고 전국을 떠도는 별난 부자(父子)가 있습니다.

어디로 향할지는 미정. 당일의 날씨를 보고 판단합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 현장에 도착해 해가 지고부터 시작되는 부자의 길고 긴 밤.

KBS는 두 부자의 여정에 동행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망원경을 보던 소년, 그 너머에 있었던 꿈
2014년 3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천문대. 이시우 씨가 꿈을 만난 날2014년 3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천문대. 이시우 씨가 꿈을 만난 날

2014년 3월, 당시 10살이던 이시우 씨는 처음으로 망원경에 눈을 댔고, 별을 관측했습니다.

이때 소년의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마주하면서 소년은 속에서 무언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버지 이완수 씨는 아들의 적극적인 관심에 흥미가 생겨 90mm 굴절 망원경을 선물했습니다.

19세 천체사진가 이시우 씨19세 천체사진가 이시우 씨

“당시 구름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베가라는 별을 본 순간 꿈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아들의 열정에 감명받은 아버지, 아버지의 열정에 감명받은 아들

영하 10도의 추운 겨울날, 가족끼리 글램핑을 갔을 때 이 씨는 망원경을 들고 나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걱정돼 바깥으로 나가보니 눈물 콧물을 훔치며 망원경을 조작하고 있던 이 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씨의 열정을 마주한 아버지는 그때부터 든든한 지원자이자 조력자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별을 보고 싶어 하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동행했습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열정에 덩달아 호기심이 생겨 본인도 함께 천체 관측에 뛰어들었고, 천문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열정은 이 씨가 더 적극적으로 별을 관측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이완수 씨와 아들 이시우 씨아버지 이완수 씨와 아들 이시우 씨

“아들의 진심을 마주한 순간 저 또한 진심으로 천체 관측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 5년 연속 천체사진 공모전 수상, 2023년 마침내 대상까지 석권

이 씨의 천체사진 공모전 수상작들 좌측 위부터 1. 제28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태양계 부문 은상 2. 제29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우수상 3. 제30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꿈나무상이 씨의 천체사진 공모전 수상작들 좌측 위부터 1. 제28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태양계 부문 은상 2. 제29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우수상 3. 제30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꿈나무상

이 씨는 아버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각종 천체사진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제27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동영상 부문 금상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은상, 우수상 등 꾸준하게 입상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9살이 되던 해에 12시간에 걸쳐 촬영한 해파리 성운으로 대망의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 씨는 미국항공우주국인 NASA와 협력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천체사진가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별을 보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제31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대상 - 해파리 성운. 12시간에 걸쳐 촬영한 사진이다제31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대상 - 해파리 성운. 12시간에 걸쳐 촬영한 사진이다

“제 천체사진을 통해 누군가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저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 별에 빠져 사는 '별지기'들의 문화

두 부자에게 별을 관측하며 보내는 밤은 서로 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 씨의 대학 생활, 아버지가 최근에 연구하는 것, 두 부자의 미래 계획 등 별빛이 드리운 하늘 아래에서 부자는 서로 모든 것을 터놓고 대화합니다.

근처의 다른 별지기들과도 소통합니다.

서로 간식을 나눠 먹으며 관측한 것들을 공유하는 것은 낭만이 드리운 밤하늘 아래 별지기들끼리 정을 나누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2023년 11월 경북 봉화군에서 동료 별지기들과 별 관측을 끝내고2023년 11월 경북 봉화군에서 동료 별지기들과 별 관측을 끝내고

■ 내가 오늘 보는 별보다 내일 보는 별이 더 밝게 빛나기를

모든 별지기들에게 밝은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맑은 날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환경오염이 점점 심각해져 1년 중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날의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별 관측을 지속하기 위해 이들은 주변의 작은 쓰레기 정리부터 환경 운동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자연을 보호합니다.

한국이 별 관측 명소가 되길 바란다는 별지기들, 우리 모두의 관심이 모인다면 불가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약간씩만 더 자연에 관심을 가지면 한국의 모든 하늘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게 우리나라 하늘이라고?…별난 부자(父子)의 별 볼 일 있는 하루 [주말엔]
    • 입력 2023-11-26 10:02:45
    • 수정2023-11-26 12:00:12
    주말엔

주말마다 천체망원경을 들고 전국을 떠도는 별난 부자(父子)가 있습니다.

어디로 향할지는 미정. 당일의 날씨를 보고 판단합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 현장에 도착해 해가 지고부터 시작되는 부자의 길고 긴 밤.

KBS는 두 부자의 여정에 동행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망원경을 보던 소년, 그 너머에 있었던 꿈
2014년 3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천문대. 이시우 씨가 꿈을 만난 날
2014년 3월, 당시 10살이던 이시우 씨는 처음으로 망원경에 눈을 댔고, 별을 관측했습니다.

이때 소년의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마주하면서 소년은 속에서 무언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버지 이완수 씨는 아들의 적극적인 관심에 흥미가 생겨 90mm 굴절 망원경을 선물했습니다.

19세 천체사진가 이시우 씨
“당시 구름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베가라는 별을 본 순간 꿈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 아들의 열정에 감명받은 아버지, 아버지의 열정에 감명받은 아들

영하 10도의 추운 겨울날, 가족끼리 글램핑을 갔을 때 이 씨는 망원경을 들고 나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걱정돼 바깥으로 나가보니 눈물 콧물을 훔치며 망원경을 조작하고 있던 이 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씨의 열정을 마주한 아버지는 그때부터 든든한 지원자이자 조력자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별을 보고 싶어 하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동행했습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열정에 덩달아 호기심이 생겨 본인도 함께 천체 관측에 뛰어들었고, 천문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열정은 이 씨가 더 적극적으로 별을 관측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이완수 씨와 아들 이시우 씨
“아들의 진심을 마주한 순간 저 또한 진심으로 천체 관측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 5년 연속 천체사진 공모전 수상, 2023년 마침내 대상까지 석권

이 씨의 천체사진 공모전 수상작들 좌측 위부터 1. 제28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태양계 부문 은상 2. 제29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우수상 3. 제30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꿈나무상
이 씨는 아버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각종 천체사진 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제27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동영상 부문 금상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은상, 우수상 등 꾸준하게 입상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9살이 되던 해에 12시간에 걸쳐 촬영한 해파리 성운으로 대망의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 씨는 미국항공우주국인 NASA와 협력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천체사진가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별을 보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제31회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 공모전 대상 - 해파리 성운. 12시간에 걸쳐 촬영한 사진이다
“제 천체사진을 통해 누군가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저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 별에 빠져 사는 '별지기'들의 문화

두 부자에게 별을 관측하며 보내는 밤은 서로 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 씨의 대학 생활, 아버지가 최근에 연구하는 것, 두 부자의 미래 계획 등 별빛이 드리운 하늘 아래에서 부자는 서로 모든 것을 터놓고 대화합니다.

근처의 다른 별지기들과도 소통합니다.

서로 간식을 나눠 먹으며 관측한 것들을 공유하는 것은 낭만이 드리운 밤하늘 아래 별지기들끼리 정을 나누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2023년 11월 경북 봉화군에서 동료 별지기들과 별 관측을 끝내고
■ 내가 오늘 보는 별보다 내일 보는 별이 더 밝게 빛나기를

모든 별지기들에게 밝은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맑은 날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환경오염이 점점 심각해져 1년 중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날의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별 관측을 지속하기 위해 이들은 주변의 작은 쓰레기 정리부터 환경 운동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자연을 보호합니다.

한국이 별 관측 명소가 되길 바란다는 별지기들, 우리 모두의 관심이 모인다면 불가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약간씩만 더 자연에 관심을 가지면 한국의 모든 하늘에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