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있지만 지키지 않았다! 마약류 처방 실태 보고 [창+]

입력 2023.11.27 (07:00) 수정 2023.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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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처방된 중독, 나를 믿지 마세요.' 중에서]

2019년 이후, 식약처가 지자체, 경찰과 합동 조사해 마약류 과다 처방으로 수사 의뢰한 병·의원 내역을 살펴봤다.

경찰 단계에서 수사 결론이 난 143곳 중 44%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 기간, 식약처가 두 번 이상 수사 의뢰한 병·의원은 16곳,

그 중 11곳은 경찰이 무혐의 처분하거나 불기소 처분했다.

그 사이 식약처는 과다 처방 의심을 추가로 확인해, 다시 수사를 의뢰하는 식이다.

그나마 검찰 기소까지 넘어간 곳은 단 1곳, 그마저도 벌금형에 그쳤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의료용 마약 수사가 상당히 어려워요. 일반적인 마약 수사 같은 경우에는 필로폰을 했냐 안 했냐 검사 결과 나오면 이제 그걸 가지고 판단하면 되는데, 의료용 마약 사건은 이제 의사 처방권이라는 게 있거든요. 예를 들어가지고 이제 유아인 사건도 서울청 마수대 전문 수사 부서에서 했는데도 6개월이 걸렸는데.

대상 병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수사와 처벌은 미약했다.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의사들은 ‘오남용 사실을 몰랐다’, ‘환자들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녹취> 펜타닐 처방 A의원 (음성변조)
잘 모르고 쓴 거죠. 누가 나한테 와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었고, 나 관심도 없었고, 써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녹취> 펜타닐 처방 B의원 (음성변조)
벌금형으로 끝났어. (사실상 처방이 잘못됐던 거 아닌가 해서요.) 아니야, 나는 제대로 처방한 거니까 벌금이 나온 거야.

행정 처분도 하나 마나 한 조치, 설령 마약류 취급 정지를 받아도 하루 3만 원의 과징금만 내면 된다.

제재와 처벌이 미미하다 보니 일부 의료인들은 의료용 마약류 처방을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

가장 흔한 게 프로포폴 불법 투약이다.

<녹취> 조선화 (가명, 음성변조)
저 한 번만 더 놔주세요, 이 말이 저도 모르게 그냥 나오는 거예요. 근데 그런 말을 이제 하면 보통 병원은 그냥 집에 보내야 되는데, 이 병원에서는 한 번 더 놔주더라고요. 며칠 있다가 실장한테 연락이 왔어요. 시술 뭐 하실 거 있으면 조금 일찍 오셔도 된다고

프로포폴 중독 재활 중인 조 씨가 밝힌 일부 병·의원의 실태는 놀라웠다.

<녹취> 조선화 (가명, 음성변조)
일단 CCTV는 들어가는 순간 포스트잇으로 붙여놨고, 그리고 말하지 말라고, 그다음에 종이와 펜을 주고 자기가 먼저 ‘한 번에 30’, 이렇게 ‘한 번에 30’ 이렇게 써놨고, 그래서 저는 거기다가 오케이 이렇게 쓴 거죠.

프로포폴 불법 투약 거래는 현금으로만 했다고 한다.

<녹취> 조선화 (가명, 음성변조)
10병 했잖아요. 그러면 더 하고 싶잖아요. 그러면 링거를 꽂았으니까 밖에 못 나가잖아요. 그러면 체크카드랑 비밀번호 주면 간호사들이 돈 뽑아와요.

ADHD,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치료제도 병·의원에서 과다 처방하는 의료용 마약류 중 하나.

중독자들 사이에서는 프로포폴만큼이나 공공연하고 흔한 마약이 됐다.

<녹취> 강성훈 (가명, 음성변조)
100% 비슷하다, 효과가 비슷하죠. 만나는 사람 10명 중 한 여섯, 일곱 명은 다 콘서타 많이 먹으면 그렇게 온다, 그랬던 것 같아요. 구치소는 열이면 아홉 명, 병원은 열이면 여섯 명, 일곱 명? 어떤 약을 콤바인 그러니까 섞어서 먹으면 어떤 효과가 나오고 이런 것까지 디테일하게 엄청나게 많이 알려주더라고요.

취재진은 2021년과 2022년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의 1심 판결문을
모두 입수해 분석했다.

투약 사범은 5천 백여 명. 이들 중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으로 투약, 사용한 사람은 186명으로,
전체 투약 사범의 3.6%에 불과하다.

이 중 대부분은 다른 범죄나, 다른 마약과 연관돼 있었고,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한 가지만으로
죄가 인정된 경우는 41명, 같은 기간 과다 처방으로 처벌 받은 의사는 12명뿐이었다.

불법 사용자와 의료인 모두 처벌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녹취> 신준호
의료용 마약류는 말 그대로 의료 영역 그러니까 치료나 진단이 의료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권한을 주고 광범위한 처방 권한을 줬는데 여기에 대해서 충분한 책임감이나 사명감 없이 영리 목적으로 자꾸 유통이 되고 하다 보니까 지금 범죄화되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습니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공급 단계에서 차단하는 수단으로, 의사 처방 전, 환자가 1년간 처방 받은 이력을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사용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녹취> 장창현
처방 시스템과 연동이 돼서 자동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안 그래도 쉴 틈 없는 진료 현장인데, 그거, 의료쇼핑 방지망 시스템을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환자분 이름을 또 따로 입력하고, 환자분 앞에 앉아있는데, 그 작업 하느라 5분 사용한다?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허술한 감시망 속에 점점 많은 이들이 의료용 마약류를 병·의원에서 구하고 있고, 중독자들 사이에선 양지에서 구할 수 있는 합법 마약으로까지 통한다.

<녹취> 천영훈
불법 마약을 하고 있는 환자들은 거의 90% 이상은 합법 마약이라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는 건데 의사를 통해서 대체 마약으로 복용할 수 있는 그런 오남용이 가능한 중독성 약물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어요.

의사가 처방한 약이니 불안감이나 죄의식도 덜하다.

<녹취> 송기준 (가명, 음성변조)
제가 (약을) 탄 다음에 그게 걸렸다 싶으면 의사도 이제 인정을 하는 거잖아요. 인정을 하는 순간 자기도 이제 오진이라는 게 인정이 되고 거의 이제 마약을 처방해준 거랑 어떻게 보면 똑같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인정을 당연히 안 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방송일시 : 2023년 11월 21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Menu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RbOcsRmmm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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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7 07:00:23
    • 수정2023-11-27 07: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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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후, 식약처가 지자체, 경찰과 합동 조사해 마약류 과다 처방으로 수사 의뢰한 병·의원 내역을 살펴봤다.

경찰 단계에서 수사 결론이 난 143곳 중 44%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 기간, 식약처가 두 번 이상 수사 의뢰한 병·의원은 16곳,

그 중 11곳은 경찰이 무혐의 처분하거나 불기소 처분했다.

그 사이 식약처는 과다 처방 의심을 추가로 확인해, 다시 수사를 의뢰하는 식이다.

그나마 검찰 기소까지 넘어간 곳은 단 1곳, 그마저도 벌금형에 그쳤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의료용 마약 수사가 상당히 어려워요. 일반적인 마약 수사 같은 경우에는 필로폰을 했냐 안 했냐 검사 결과 나오면 이제 그걸 가지고 판단하면 되는데, 의료용 마약 사건은 이제 의사 처방권이라는 게 있거든요. 예를 들어가지고 이제 유아인 사건도 서울청 마수대 전문 수사 부서에서 했는데도 6개월이 걸렸는데.

대상 병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수사와 처벌은 미약했다.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의사들은 ‘오남용 사실을 몰랐다’, ‘환자들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녹취> 펜타닐 처방 A의원 (음성변조)
잘 모르고 쓴 거죠. 누가 나한테 와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었고, 나 관심도 없었고, 써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녹취> 펜타닐 처방 B의원 (음성변조)
벌금형으로 끝났어. (사실상 처방이 잘못됐던 거 아닌가 해서요.) 아니야, 나는 제대로 처방한 거니까 벌금이 나온 거야.

행정 처분도 하나 마나 한 조치, 설령 마약류 취급 정지를 받아도 하루 3만 원의 과징금만 내면 된다.

제재와 처벌이 미미하다 보니 일부 의료인들은 의료용 마약류 처방을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

가장 흔한 게 프로포폴 불법 투약이다.

<녹취> 조선화 (가명, 음성변조)
저 한 번만 더 놔주세요, 이 말이 저도 모르게 그냥 나오는 거예요. 근데 그런 말을 이제 하면 보통 병원은 그냥 집에 보내야 되는데, 이 병원에서는 한 번 더 놔주더라고요. 며칠 있다가 실장한테 연락이 왔어요. 시술 뭐 하실 거 있으면 조금 일찍 오셔도 된다고

프로포폴 중독 재활 중인 조 씨가 밝힌 일부 병·의원의 실태는 놀라웠다.

<녹취> 조선화 (가명, 음성변조)
일단 CCTV는 들어가는 순간 포스트잇으로 붙여놨고, 그리고 말하지 말라고, 그다음에 종이와 펜을 주고 자기가 먼저 ‘한 번에 30’, 이렇게 ‘한 번에 30’ 이렇게 써놨고, 그래서 저는 거기다가 오케이 이렇게 쓴 거죠.

프로포폴 불법 투약 거래는 현금으로만 했다고 한다.

<녹취> 조선화 (가명, 음성변조)
10병 했잖아요. 그러면 더 하고 싶잖아요. 그러면 링거를 꽂았으니까 밖에 못 나가잖아요. 그러면 체크카드랑 비밀번호 주면 간호사들이 돈 뽑아와요.

ADHD,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치료제도 병·의원에서 과다 처방하는 의료용 마약류 중 하나.

중독자들 사이에서는 프로포폴만큼이나 공공연하고 흔한 마약이 됐다.

<녹취> 강성훈 (가명, 음성변조)
100% 비슷하다, 효과가 비슷하죠. 만나는 사람 10명 중 한 여섯, 일곱 명은 다 콘서타 많이 먹으면 그렇게 온다, 그랬던 것 같아요. 구치소는 열이면 아홉 명, 병원은 열이면 여섯 명, 일곱 명? 어떤 약을 콤바인 그러니까 섞어서 먹으면 어떤 효과가 나오고 이런 것까지 디테일하게 엄청나게 많이 알려주더라고요.

취재진은 2021년과 2022년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의 1심 판결문을
모두 입수해 분석했다.

투약 사범은 5천 백여 명. 이들 중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으로 투약, 사용한 사람은 186명으로,
전체 투약 사범의 3.6%에 불과하다.

이 중 대부분은 다른 범죄나, 다른 마약과 연관돼 있었고,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한 가지만으로
죄가 인정된 경우는 41명, 같은 기간 과다 처방으로 처벌 받은 의사는 12명뿐이었다.

불법 사용자와 의료인 모두 처벌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녹취> 신준호
의료용 마약류는 말 그대로 의료 영역 그러니까 치료나 진단이 의료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권한을 주고 광범위한 처방 권한을 줬는데 여기에 대해서 충분한 책임감이나 사명감 없이 영리 목적으로 자꾸 유통이 되고 하다 보니까 지금 범죄화되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습니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공급 단계에서 차단하는 수단으로, 의사 처방 전, 환자가 1년간 처방 받은 이력을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사용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녹취> 장창현
처방 시스템과 연동이 돼서 자동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안 그래도 쉴 틈 없는 진료 현장인데, 그거, 의료쇼핑 방지망 시스템을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환자분 이름을 또 따로 입력하고, 환자분 앞에 앉아있는데, 그 작업 하느라 5분 사용한다?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허술한 감시망 속에 점점 많은 이들이 의료용 마약류를 병·의원에서 구하고 있고, 중독자들 사이에선 양지에서 구할 수 있는 합법 마약으로까지 통한다.

<녹취> 천영훈
불법 마약을 하고 있는 환자들은 거의 90% 이상은 합법 마약이라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는 건데 의사를 통해서 대체 마약으로 복용할 수 있는 그런 오남용이 가능한 중독성 약물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어요.

의사가 처방한 약이니 불안감이나 죄의식도 덜하다.

<녹취> 송기준 (가명, 음성변조)
제가 (약을) 탄 다음에 그게 걸렸다 싶으면 의사도 이제 인정을 하는 거잖아요. 인정을 하는 순간 자기도 이제 오진이라는 게 인정이 되고 거의 이제 마약을 처방해준 거랑 어떻게 보면 똑같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인정을 당연히 안 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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