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법적 대응 어려운데…지원센터 예산 ‘전액 삭감’

입력 2023.11.27 (07:55) 수정 2023.11.2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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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사정에 익숙치 않은 이주 노동자가 고소·고발을 당하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이주 노동자를 돕는 곳이 전국 40여 개 외국인 지원센터입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예산이 전면 삭감되면서 더는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이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김해의 한 공장.

모두가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지만, 한 명만 서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공장 직원/음성변조 : "(네가) 밥을 안 먹고 맨날 가니까 의자 뺀 거 아니야. 니 잘못을 생각해. 인마!"]

폭언과 욕설은 여기서 그치치 않았습니다.

[공장 사장/음성변조 : "내가 했나 누가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거를 XX놈아! XX 이 개XX야!"]

모두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온 35살 다비 씨가 겪은 일입니다.

이런 일을 다섯 달 동안 견디다 결국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무고죄'로 고소됐다는 경찰 전화를 받았습니다.

[코이 다비/캄보디아 이주노동자 : "불법(체류자 되는 거) 무서워요. 근데 어쩌겠습니까. 사장님 계속 신고해요. 한 달(마다) 경찰이 연락해요. 사장님이 계속 신고(해서) 경찰 김해에, 지금 성남, 수원, 출입국 왔다 갔다 (조사 받는다)."]

한국어가 서툴고 법률 문제에 낮선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런 경우 제대로 대응하기가 힘듭니다.

때문에 전국에 40여 개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국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의 한 해 예산은 70억 원.

그런데 정부가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해 내년부터 지원센터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지난 10월 26일 국정감사 : "허투루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필요 불급한 데다가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급하다 보니까..."]

대신 고용노동부의 지방관서 등이 직접 업무를 맡겠다고 했지만,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안대환/한국이주노동재단대표 : "(센터에서) 진정을 내주고 하는 걸 보고 (노동부에서) 판단하는 것도 어려워했는데 자신들이 그거를 다 하겠다고... 노동부가 한다고 그런다면 지금 인원보다도 몇 배의 더 인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원방식을 개편한 것뿐"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 삭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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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노동자 법적 대응 어려운데…지원센터 예산 ‘전액 삭감’
    • 입력 2023-11-27 07:55:15
    • 수정2023-11-27 07: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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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사정에 익숙치 않은 이주 노동자가 고소·고발을 당하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이주 노동자를 돕는 곳이 전국 40여 개 외국인 지원센터입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예산이 전면 삭감되면서 더는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이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김해의 한 공장.

모두가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지만, 한 명만 서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공장 직원/음성변조 : "(네가) 밥을 안 먹고 맨날 가니까 의자 뺀 거 아니야. 니 잘못을 생각해. 인마!"]

폭언과 욕설은 여기서 그치치 않았습니다.

[공장 사장/음성변조 : "내가 했나 누가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거를 XX놈아! XX 이 개XX야!"]

모두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온 35살 다비 씨가 겪은 일입니다.

이런 일을 다섯 달 동안 견디다 결국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무고죄'로 고소됐다는 경찰 전화를 받았습니다.

[코이 다비/캄보디아 이주노동자 : "불법(체류자 되는 거) 무서워요. 근데 어쩌겠습니까. 사장님 계속 신고해요. 한 달(마다) 경찰이 연락해요. 사장님이 계속 신고(해서) 경찰 김해에, 지금 성남, 수원, 출입국 왔다 갔다 (조사 받는다)."]

한국어가 서툴고 법률 문제에 낮선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런 경우 제대로 대응하기가 힘듭니다.

때문에 전국에 40여 개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국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의 한 해 예산은 70억 원.

그런데 정부가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해 내년부터 지원센터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지난 10월 26일 국정감사 : "허투루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필요 불급한 데다가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급하다 보니까..."]

대신 고용노동부의 지방관서 등이 직접 업무를 맡겠다고 했지만,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안대환/한국이주노동재단대표 : "(센터에서) 진정을 내주고 하는 걸 보고 (노동부에서) 판단하는 것도 어려워했는데 자신들이 그거를 다 하겠다고... 노동부가 한다고 그런다면 지금 인원보다도 몇 배의 더 인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원방식을 개편한 것뿐"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 삭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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