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의 골 결정력은 어떻게 EPL의 주목을 받게 됐나

적어도 '골 결정력'을 논할 때 황희찬(울버햄프턴)은 EPL에서도 수준급이다. 올 시즌 아직 초반에 불과하지만, 황희찬이 상대 골망을 가르는 능력은 팀 성적과는 별개로 조명받기 충분하다.

황희찬은 풀럼 원정에서 리그 7호 골을 터트렸다. 페널티킥 득점이지만 본인이 직접 저돌적 돌파로 얻어낸 골이기에 필드 골에 가까운 결과였다. 비록 팀은 막판 풀럼의 페널티킥을 허용해 3-2로 패했지만, 최전방 공격수로 쉴 새 없이 경기장을 누빈 황희찬은 울버햄프턴 경기 MVP에도 뽑혔다.

황희찬의 2023~24시즌은 인상적이다. 리그에서 7골을 터트려 선배 손흥민(8골)을 한 골 차로 추격하며 득점 순위 공동 5위에 올랐다. 팀 내 최다 득점은 물론 최다 공격포인트(9개) 타이틀도 갖고 있다. 이 정도면 프리미어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는 울버햄프턴의 에이스 공격수로 손색이 없다.

황희찬의 골 결정력은 EPL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스포츠전문 매체 '디 애슬래틱'은 "황희찬이 어떻게 울버햄프턴의 최다 득점자가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기사를 올렸다. 이에 따르면 황희찬은 지난 시즌 총 1,130분을 뛰고 18번의 슛을 시도해 3골을 넣었다. 올해는 훨씬 좋아졌다. 리그 13라운드 만에 이미 21차례 슛을 시도했고 골은 지난 시즌의 두 배가 넘는 7골을 터트렸다.

'디 애슬래틱'이 주목한 건 득점의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골이 많다는 것. 황희찬의 기대 득점률은 리그 12라운드까지 2.6으로 집계됐는데 평균 30% 정도의 낮은 득점 확률 속에서 터트린 득점이라는 뜻이다. 특히 10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전에서 황희찬이 골문 오른쪽 구석에서 수비수 한 명을 빠르게 제치고 왼발로 찬 슛은 무에서 유를 창출한 대표적인 경우였다.

울버햄프턴 오닐 감독은 "황희찬이 많은 골을 터트리는 건 전적으로 그의 능력 때문이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고 현재 팀 운영방식도 그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 팀은 특정한 방식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데, 황희찬은 어떤 지점에 이르면 골을 넣을 기회가 온다는 걸 잘 알고 있다. 10번 그 지점에 가서 공이 오지 않는다면, 황희찬은 11번이라도 그 위치를 향해 달려가는 유형의 선수다"며 황희찬의 득점 능력과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2021년 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프턴으로 올 때만 하더라도 임대 신분이었던 황희찬은 이제 팀의 공격을 책임지는 에이스로 한 뼘 더 성장한 채, 흐뭇한 마음으로 재계약 조건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