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불법촬영’ 처벌은?

입력 2023.11.29 (19:26) 수정 2023.11.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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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와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조정아 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을 가지고 오셨나요?

[기자]

네, 몇 년 전 가수 승리 씨와 정준영 씨 등의 불법 촬영 영상 유출 파문에 이어 최근에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도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죠,

불법 촬영은 심각한 범죄지만 어느새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지역에서 있었던 사건과 실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가끔 불법 촬영 관련 기사를 보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아요.

지역에서도 불법 촬영 범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죠?

[기자]

네, 이제는 어딜 가나 이른바 '몰카' 걱정에 안심할 수가 없게 됐는데요,

지난해 4월, 대전에서는 30대 남성이 헬스장 샤워실에서 몰래 촬영을 했다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불법촬영을 한 남성은 헬스장의 트레이너였는데요.

이 트러이너에게 개인 운동 수업을 받아온 여성 회원들이 표적이었습니다.

[앵커]

헬스장이면 사람이 적은 공간도 아닌데 어떻게 범행이 가능할 수 있었죠?

[기자]

네, 일단 범행은 비교적 한가한 시간인 대낮에 일어났고요,

남성은 회원 1명을 담당해 가르치는 개인 운동 수업이 끝난 뒤 헬스장 샤워실에 몰래 들어가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 촬영을 한겁니다.

피해 여성들은 사건 당시에는 피해 사실을 인지만 했을 뿐 범인이 누구인지 알진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트레이너인 해당 남성에게 도움까지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인데요,

법원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했고요,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앵커]

사실 불법 촬영의 유형이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그만큼 범죄 건수도 증가했을 것으로 보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형사 법무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요,

전국적으로 불법촬영 범죄는 2018년 6천 80여 건에서 2019년 5천 8백여 건, 2020년 5천 백여 건으로 줄어들었다가 이듬해인 2021년엔 6천5백여 건, 지난해는 7천 백여 건으로 또다시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불법 촬영범죄는 모두 3만 7백여 건으로 하루 평균 17건꼴이지만 알려지기가 어려운 성범죄 특성상 실제 발생한 불법촬영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불법 촬영 범죄가 성행하는 만큼 불법 촬영 기기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죠?

단속은 잘 되고 있나요?

[기자]

최근 적발 사례로 예를 들어보자면요,

지난 4월, 해외직구를 통해 중국산 초소형 카메라 4천9백여 점을 밀수입해온 업체 두 곳이 부산 세관에 적발됐는데요,

이들이 밀수입한 카메라를 보면요,

시계부터 스마트폰, 면도기 등 일상 생활용품으로 위장됐거나 옷이나 액세서리 등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육안으로 보기엔 영상 촬영이 가능한 기기라고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고요,

촬영 렌즈 크기도 1mm 정도로 매우 작고 무선통신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등 실시간 원격제어가 가능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매우 높은 물품들이었습니다.

부산세관은 적발된 물품을 모두 압수하고 이들이 판매한 물품에 대한 파기와 판매 중지 등을 즉시 조치했습니다.

[앵커]

지자체나 기관마다 불법 촬영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잖아요,

그런데 불법 촬영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처벌'이 약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성범죄의 경우 강간과 강제추행에 대한 양형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불법촬영 범죄는 별도의 양형기준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비슷한 정도의 범행이라도 때로는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실제로 제가 직접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서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이 확정된 판결문 18건을 살펴 보니 이중 가장 무거운 처벌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전부였습니다.

결국, 지금보다는 더 엄격한 처벌이 불법 촬영을 막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사법부는 양형 기준 현실화를 통해 국민 법 감정에 맞는 판결로 모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하겠고요,

국회 역시 하루 빨리, 현재 계류된 수십 건의 불법 촬영 관련 법안들의 통과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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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29 19:26:51
    • 수정2023-11-29 20:08:42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와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조정아 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을 가지고 오셨나요?

[기자]

네, 몇 년 전 가수 승리 씨와 정준영 씨 등의 불법 촬영 영상 유출 파문에 이어 최근에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선수도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죠,

불법 촬영은 심각한 범죄지만 어느새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지역에서 있었던 사건과 실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가끔 불법 촬영 관련 기사를 보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아요.

지역에서도 불법 촬영 범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죠?

[기자]

네, 이제는 어딜 가나 이른바 '몰카' 걱정에 안심할 수가 없게 됐는데요,

지난해 4월, 대전에서는 30대 남성이 헬스장 샤워실에서 몰래 촬영을 했다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불법촬영을 한 남성은 헬스장의 트레이너였는데요.

이 트러이너에게 개인 운동 수업을 받아온 여성 회원들이 표적이었습니다.

[앵커]

헬스장이면 사람이 적은 공간도 아닌데 어떻게 범행이 가능할 수 있었죠?

[기자]

네, 일단 범행은 비교적 한가한 시간인 대낮에 일어났고요,

남성은 회원 1명을 담당해 가르치는 개인 운동 수업이 끝난 뒤 헬스장 샤워실에 몰래 들어가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 촬영을 한겁니다.

피해 여성들은 사건 당시에는 피해 사실을 인지만 했을 뿐 범인이 누구인지 알진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트레이너인 해당 남성에게 도움까지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인데요,

법원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했고요,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앵커]

사실 불법 촬영의 유형이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그만큼 범죄 건수도 증가했을 것으로 보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 형사 법무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요,

전국적으로 불법촬영 범죄는 2018년 6천 80여 건에서 2019년 5천 8백여 건, 2020년 5천 백여 건으로 줄어들었다가 이듬해인 2021년엔 6천5백여 건, 지난해는 7천 백여 건으로 또다시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불법 촬영범죄는 모두 3만 7백여 건으로 하루 평균 17건꼴이지만 알려지기가 어려운 성범죄 특성상 실제 발생한 불법촬영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불법 촬영 범죄가 성행하는 만큼 불법 촬영 기기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죠?

단속은 잘 되고 있나요?

[기자]

최근 적발 사례로 예를 들어보자면요,

지난 4월, 해외직구를 통해 중국산 초소형 카메라 4천9백여 점을 밀수입해온 업체 두 곳이 부산 세관에 적발됐는데요,

이들이 밀수입한 카메라를 보면요,

시계부터 스마트폰, 면도기 등 일상 생활용품으로 위장됐거나 옷이나 액세서리 등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육안으로 보기엔 영상 촬영이 가능한 기기라고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교묘하고요,

촬영 렌즈 크기도 1mm 정도로 매우 작고 무선통신을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등 실시간 원격제어가 가능해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매우 높은 물품들이었습니다.

부산세관은 적발된 물품을 모두 압수하고 이들이 판매한 물품에 대한 파기와 판매 중지 등을 즉시 조치했습니다.

[앵커]

지자체나 기관마다 불법 촬영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잖아요,

그런데 불법 촬영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처벌'이 약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성범죄의 경우 강간과 강제추행에 대한 양형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불법촬영 범죄는 별도의 양형기준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비슷한 정도의 범행이라도 때로는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실제로 제가 직접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서 불법 촬영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이 확정된 판결문 18건을 살펴 보니 이중 가장 무거운 처벌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전부였습니다.

결국, 지금보다는 더 엄격한 처벌이 불법 촬영을 막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사법부는 양형 기준 현실화를 통해 국민 법 감정에 맞는 판결로 모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하겠고요,

국회 역시 하루 빨리, 현재 계류된 수십 건의 불법 촬영 관련 법안들의 통과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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