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화살 맞고 살아난 개 ‘천지’…미국으로 입양

입력 2023.11.30 (08:32) 수정 2023.11.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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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천지’가 수술 이후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행동 조정 교육 훈련을 받는 모습. 혼디도랑 제공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천지’가 수술 이후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행동 조정 교육 훈련을 받는 모습. 혼디도랑 제공

지난해 8월, 제주에서 화살에 몸통을 관통당한 채 발견됐던 떠돌이 개 (2023년 3월 23일 KBS 9시 뉴스 개에 활 쏜 40대 검거…"내 닭 지키려고"), 기억하십니까? 길거리를 거닐던 죄 없는 생명을 겨눈 잔인한 행태에 전국적인 공분이 일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 '천지'가 구조돼 치료를 받은 지 1년여 만에, 새 가족을 만나러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화살에 몸이 뚫린 채 발견된 유기견 '천지'는 어제(29일) 저녁 이동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미국 입양 가정이 있는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천지를 새 가족으로 품은 이는 미국인 30대 여성 '에이미(Amy·가명) 씨'라고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은 밝혔습니다.

■ 화살에 몸 뚫린 채 발견된 수컷 허스키 믹스견…극적 회생

네 발을 힘차게 구르며 인조 잔디밭을 가르는 수컷 '허스키 믹스견' 천지. 가을볕을 쬐며 산책을 즐기고, 다른 개들과 어울려 뛰노는 해맑은 얼굴에선 학대의 그늘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천지는 지난해 8월,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길이 70cm 길이 양궁 화살에 맞아 6km가량을 절뚝이며 걷다가, 제주시 한경면의 한 마을회관 인근 도로에서 주민에게 극적으로 발견돼 구조된 아픔을 안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떠돌이 개 ‘천지’. 화살촉과 화살 깃이 몸 밖에 드러나 있다. 제주시 제공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떠돌이 개 ‘천지’. 화살촉과 화살 깃이 몸 밖에 드러나 있다. 제주시 제공

구조 당시 삐쩍 마른 천지는 몸 바깥에 화살촉과 화살 깃이 완전히 드러난 채,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드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낄 만한데도, 도망가거나 저항할 기력조차 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웅크려 앉아있었습니다.

제주 서부경찰서 형사들은 천지를 향해 활시위를 당긴 범인을 찾기 위해 7달 동안 끈질긴 수사를 벌였습니다. 48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마을 농가를 돌아다니며 밤낮으로 탐문 수사를 이어간 끝에, 경찰은 올해 3월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40대 남성 용의자를 붙잡았습니다.

이 용의자가 운영하는 농장 창고에선 '천지'의 몸에 박힌 화살과 똑같은 화살 여러 개가 발견됐습니다.

‘천지’의 몸을 관통한 화살이 선명하게 찍힌 엑스레이(X-Ray) 사진. 제주시 제공‘천지’의 몸을 관통한 화살이 선명하게 찍힌 엑스레이(X-Ray) 사진. 제주시 제공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화살 여러 개를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샀습니다. 활은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이 남성이 길을 지나던 낯선 개에게 활을 쏜 이유는 '과거 자신이 사육하는 닭이 들개의 공격으로 피해를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화살을 맞은 개 '천지'는 정작 이 남성의 닭을 공격한 들개와 관련이 없었습니다. 엉뚱한 떠돌이 개에게 분풀이한 것이었습니다.

천지는 몸통에 화살이 박힌 채로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제주시 한경면까지 길거리를 떠돌다가, 화살 피습 하루가 지나 인근 주민에게 극적으로 발견되면서 구조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됐다가 수술과 치료를 받고 회복한 개 ‘천지(왼쪽)’가 활짝 웃고 있다. 혼디도랑 제공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됐다가 수술과 치료를 받고 회복한 개 ‘천지(왼쪽)’가 활짝 웃고 있다. 혼디도랑 제공

■ 순탄치 않은 노령견 입양길…1년여 만에 미국서 새 가정 찾아

동물보호단체는 화살에 관통당한 이 개에게 '천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천지라는 이름에는 다시 새 생명을 얻었으니 '하늘만큼 땅만큼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는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제주에서 화살을 제거하는 수술에 이어 중성화 수술을 받고 회복한 천지는 이름 모를 전국 독지가들의 지원 아래, 경기도의 한 동물훈련소에서 1년 넘게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을 받고 치유하며, 다시 사람과 교감하는 법을 찾아갔습니다.

구조된 때부터 입양을 떠나보내기까지 1년 넘게 천지를 정성껏 돌봐온 김은숙 사단법인 제주동물사랑실천 혼디도랑 대표는 "천지의 새 가족을 찾기 위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천지’가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산책을 즐기고 있다. 혼디도랑 제공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천지’가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산책을 즐기고 있다. 혼디도랑 제공

천지의 나이는 10살로 추정됩니다. 사람으로 치면 50대 중반이 넘은 노령견인 데다가 치아도 모두 썩어 빠져, 치료가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상상하기 힘든 '화살 공격'을 받은 탓에, 등 쪽에 조금만 손을 대도 몸을 움찔거리는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천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사람이 몇 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좀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천지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찾기 위해 더욱 꼼꼼히 입양자를 찾아 여러 가지를 살피고, 깊이 인터뷰했습니다.

"트라우마가 있는 천지에게 좋은 가정을 찾아주고 싶어요." 미국 뉴욕의 한 입양인이 남긴 말이 김 대표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천지의 미국 입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단체 대화방. 천지의 입양을 결정한 뒤 기뻐하는 에이미 씨의 메시지(왼쪽 위 끝)와 천지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물으며 미리 입양을 준비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혼디도랑 제공천지의 미국 입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단체 대화방. 천지의 입양을 결정한 뒤 기뻐하는 에이미 씨의 메시지(왼쪽 위 끝)와 천지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물으며 미리 입양을 준비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혼디도랑 제공

국내외 여러 단체를 통해 입양자를 찾으려 노력한 끝에, 천지는 영상 통화로 지구 반대편, 1만 1천km 떨어진 곳에 사는 에이미(Amy·가명) 씨와 처음 만났습니다.

김 대표와 에이미 씨,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들은 14시간 시차를 극복하고 밤낮 할 것 없이 한 달 가까이 매일 연락하며 천지의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입양가정을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11월 22일 천지의 미국 입양이 비로소 확정됐습니다.

"천지는 흔히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예요. 누군가는 하찮은 생명으로 치부하기도 하죠. 하지만 천지를 처음 발견한 주민은 모른 체하지 않고 신고했고, 경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대범을 붙잡았어요. 또 동물보호센터는 천지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줬고요. 천지의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이 함께 마음 아파하고 관심을 가진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천지의 치료와 회복, 입양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꼼꼼하게 챙긴 김은숙 혼디도랑 대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습니다.

김 대표는 천지를 입양 보내는 마지막 날까지 직접 깨끗이 목욕을 시키고 충치를 치료하고 스케일링해주는 치과 진료까지 해주고, 한국을 떠나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모두 '천지'의 입양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학대받은 데다가 노령견을 선뜻 데려가겠다는 사람들이 국내에는 많지 않았어요. 천지의 사연을 사진과 함께 올려도 그저 '좋은 곳에 입양 가길 원합니다.' 하는 (동정의 메시지) 정도였지요. 아프고 늙은 개에 대한 우리나라의 복지와 인식 수준은, 아직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김은숙 혼디도랑 대표)

천지는 이동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어제(29일) 저녁 8시 35분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화살에 몸이 뚫린 채 고통을 받다가 길거리에서 발견돼 구조된 후, 수술과 함께 재활 훈련을 받으며 건강을 회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새 가정을 만나기까지…. 천지는 새로 지어준 이름대로 '하늘만큼 땅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반려견으로 누군가의 새 가족이 될 준비가 되었습니다.

 치료와 트라우마 훈련을 받고 미국의 새 가정에 입양되는 ‘천지’(왼쪽). 혼디도랑 제공 치료와 트라우마 훈련을 받고 미국의 새 가정에 입양되는 ‘천지’(왼쪽). 혼디도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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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천지’가 수술 이후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행동 조정 교육 훈련을 받는 모습. 혼디도랑 제공
지난해 8월, 제주에서 화살에 몸통을 관통당한 채 발견됐던 떠돌이 개 (2023년 3월 23일 KBS 9시 뉴스 개에 활 쏜 40대 검거…"내 닭 지키려고"), 기억하십니까? 길거리를 거닐던 죄 없는 생명을 겨눈 잔인한 행태에 전국적인 공분이 일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 '천지'가 구조돼 치료를 받은 지 1년여 만에, 새 가족을 만나러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화살에 몸이 뚫린 채 발견된 유기견 '천지'는 어제(29일) 저녁 이동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미국 입양 가정이 있는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천지를 새 가족으로 품은 이는 미국인 30대 여성 '에이미(Amy·가명) 씨'라고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은 밝혔습니다.

■ 화살에 몸 뚫린 채 발견된 수컷 허스키 믹스견…극적 회생

네 발을 힘차게 구르며 인조 잔디밭을 가르는 수컷 '허스키 믹스견' 천지. 가을볕을 쬐며 산책을 즐기고, 다른 개들과 어울려 뛰노는 해맑은 얼굴에선 학대의 그늘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천지는 지난해 8월,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길이 70cm 길이 양궁 화살에 맞아 6km가량을 절뚝이며 걷다가, 제주시 한경면의 한 마을회관 인근 도로에서 주민에게 극적으로 발견돼 구조된 아픔을 안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떠돌이 개 ‘천지’. 화살촉과 화살 깃이 몸 밖에 드러나 있다. 제주시 제공
구조 당시 삐쩍 마른 천지는 몸 바깥에 화살촉과 화살 깃이 완전히 드러난 채,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드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낄 만한데도, 도망가거나 저항할 기력조차 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웅크려 앉아있었습니다.

제주 서부경찰서 형사들은 천지를 향해 활시위를 당긴 범인을 찾기 위해 7달 동안 끈질긴 수사를 벌였습니다. 48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마을 농가를 돌아다니며 밤낮으로 탐문 수사를 이어간 끝에, 경찰은 올해 3월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40대 남성 용의자를 붙잡았습니다.

이 용의자가 운영하는 농장 창고에선 '천지'의 몸에 박힌 화살과 똑같은 화살 여러 개가 발견됐습니다.

‘천지’의 몸을 관통한 화살이 선명하게 찍힌 엑스레이(X-Ray) 사진. 제주시 제공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화살 여러 개를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샀습니다. 활은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이 남성이 길을 지나던 낯선 개에게 활을 쏜 이유는 '과거 자신이 사육하는 닭이 들개의 공격으로 피해를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화살을 맞은 개 '천지'는 정작 이 남성의 닭을 공격한 들개와 관련이 없었습니다. 엉뚱한 떠돌이 개에게 분풀이한 것이었습니다.

천지는 몸통에 화살이 박힌 채로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제주시 한경면까지 길거리를 떠돌다가, 화살 피습 하루가 지나 인근 주민에게 극적으로 발견되면서 구조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됐다가 수술과 치료를 받고 회복한 개 ‘천지(왼쪽)’가 활짝 웃고 있다. 혼디도랑 제공
■ 순탄치 않은 노령견 입양길…1년여 만에 미국서 새 가정 찾아

동물보호단체는 화살에 관통당한 이 개에게 '천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천지라는 이름에는 다시 새 생명을 얻었으니 '하늘만큼 땅만큼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길 바란다'는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제주에서 화살을 제거하는 수술에 이어 중성화 수술을 받고 회복한 천지는 이름 모를 전국 독지가들의 지원 아래, 경기도의 한 동물훈련소에서 1년 넘게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을 받고 치유하며, 다시 사람과 교감하는 법을 찾아갔습니다.

구조된 때부터 입양을 떠나보내기까지 1년 넘게 천지를 정성껏 돌봐온 김은숙 사단법인 제주동물사랑실천 혼디도랑 대표는 "천지의 새 가족을 찾기 위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8월, 몸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된 ‘천지’가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산책을 즐기고 있다. 혼디도랑 제공
천지의 나이는 10살로 추정됩니다. 사람으로 치면 50대 중반이 넘은 노령견인 데다가 치아도 모두 썩어 빠져, 치료가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상상하기 힘든 '화살 공격'을 받은 탓에, 등 쪽에 조금만 손을 대도 몸을 움찔거리는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천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사람이 몇 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좀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천지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찾기 위해 더욱 꼼꼼히 입양자를 찾아 여러 가지를 살피고, 깊이 인터뷰했습니다.

"트라우마가 있는 천지에게 좋은 가정을 찾아주고 싶어요." 미국 뉴욕의 한 입양인이 남긴 말이 김 대표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천지의 미국 입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단체 대화방. 천지의 입양을 결정한 뒤 기뻐하는 에이미 씨의 메시지(왼쪽 위 끝)와 천지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물으며 미리 입양을 준비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혼디도랑 제공
국내외 여러 단체를 통해 입양자를 찾으려 노력한 끝에, 천지는 영상 통화로 지구 반대편, 1만 1천km 떨어진 곳에 사는 에이미(Amy·가명) 씨와 처음 만났습니다.

김 대표와 에이미 씨,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들은 14시간 시차를 극복하고 밤낮 할 것 없이 한 달 가까이 매일 연락하며 천지의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입양가정을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11월 22일 천지의 미국 입양이 비로소 확정됐습니다.

"천지는 흔히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예요. 누군가는 하찮은 생명으로 치부하기도 하죠. 하지만 천지를 처음 발견한 주민은 모른 체하지 않고 신고했고, 경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대범을 붙잡았어요. 또 동물보호센터는 천지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줬고요. 천지의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이 함께 마음 아파하고 관심을 가진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천지의 치료와 회복, 입양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꼼꼼하게 챙긴 김은숙 혼디도랑 대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습니다.

김 대표는 천지를 입양 보내는 마지막 날까지 직접 깨끗이 목욕을 시키고 충치를 치료하고 스케일링해주는 치과 진료까지 해주고, 한국을 떠나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모두 '천지'의 입양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학대받은 데다가 노령견을 선뜻 데려가겠다는 사람들이 국내에는 많지 않았어요. 천지의 사연을 사진과 함께 올려도 그저 '좋은 곳에 입양 가길 원합니다.' 하는 (동정의 메시지) 정도였지요. 아프고 늙은 개에 대한 우리나라의 복지와 인식 수준은, 아직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김은숙 혼디도랑 대표)

천지는 이동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어제(29일) 저녁 8시 35분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화살에 몸이 뚫린 채 고통을 받다가 길거리에서 발견돼 구조된 후, 수술과 함께 재활 훈련을 받으며 건강을 회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새 가정을 만나기까지…. 천지는 새로 지어준 이름대로 '하늘만큼 땅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반려견으로 누군가의 새 가족이 될 준비가 되었습니다.

 치료와 트라우마 훈련을 받고 미국의 새 가정에 입양되는 ‘천지’(왼쪽). 혼디도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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