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인천 ‘2만 원에 간다’…한-중 노선에 무슨 일?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1.30 (12:42) 수정 2023.11.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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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이 눈이 번쩍 뜨이는 행사를 내놨습니다. 우리 아시아나항공과 손을 잡고 '100위안(우리 돈 18,000원)' 항공 할인권 라이브 커머스 행사를 연 건데요.

어제(29일) 오후 3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아시아나 항공 라이브 커머스'행사에는 중국 네티즌들도 댓글을 달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행사 찬성한다"거나 "아시아나 항공은 5성급"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댓글이 많았는데요. 한편에서는 "세금을 포함하면 그리 싼 게 아니다."라는 댓글도 일부 보였습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 12월 19일 베이징-인천 편도 항공권은 107위안으로 2만 원이 조금 못 되는 가격에 예약 가능했습니다. 공항세 등은 제외한 금액입니다. 베이징을 포함해 상하이와 광저우 등 중국에서 출발하는 15개 노선 항공권을 저렴한 가격에 대거 내놨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100위안(만 8천 원) 항공 할인권을 내걸고 29일 중국에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했다.아시아나항공이 100위안(만 8천 원) 항공 할인권을 내걸고 29일 중국에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베이징에서 인천을 오가는 편도 항공권이 20~3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토막이 난 가격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유커'(단체 관광객)에서 '싼커'(개별 관광객)로 바뀌고 있는 중국 젊은 소비자층의 여행 흐름을 반영해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항공도 이달 기준 인천에서 우한과 상하이 등을 오가는 노선 등 20여 개 중국 노선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항공 업계의 행보에는 다른 고민도 숨어 있습니다.

■한국-중국, 덜 오고 덜 가고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인원이 더디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여행업계는 올해 말이면 우리나라와 중국을 오가는 여행객들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80~90%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5만 6,452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6% 수준이었습니다.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회복도 더딘데요, 지난달 중국을 오간 여객 수는 86만 7,611명으로 코로나 이전 승객의 51.9%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국제선 승객 회복률이 91% 달하는 것에 비하면 한참이나 뛰떨어진 수치입니다.


중국이 지난 8월 자국민들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한 지 3달이나 지났지만 '유커(단체여행객)' 효과가 생각보다 적은 겁니다. 여행 대리점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엔저 효과 등으로 중국인들이 한국보다 일본 등 다른 나라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인들의 씀씀이 자체가 줄어든 것도 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며 중국인들이 위기에 대비해 '저축'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겁니다. 지난해 중국의 저축률은 33% 수준으로 많은 중국인이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중국 정저우 ‘화물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사진: 대한항공)대한항공은 지난 5월 중국 정저우 ‘화물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사진: 대한항공)

여객 수가 더디게 늘면서 항공사들은 '화물' 영업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중국 정저우에 화물기를 신규 취항했는데요. 상하이와 선전, 광저우 등에 이어 6번째 화물 노선입니다. 정저우에는 아이폰 생산 공장인 폭스콘이 자리 잡고 있어 관련 화물량 확대를 노린 행보로 보입니다.

■중국→한국→미국 경유 노선도 '비상'

중국을 취항하는 우리 항공사에 숨은 복병은 또 있습니다. 패권 경쟁을 벌이며 멀어졌던 미국과 중국이 최근 '항공편 증편'에 뜻을 모은 겁니다.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의제 가운데 하나는 '항공편 대폭 증편'이었습니다.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졌다.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장 지난주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와 쑹즈융 중국 민항국 국장이 만나 실무차원의 논의를 이어가면서 미-중 노선 증편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미국-중국 노선이 1주일에 340회에 달했는데, 현재는 24회 운항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장 모두 회복하지는 못해도 이번 계기로 주 70회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하늘길이 막히다시피 하면서, 많은 중국인이 한국과 동남아를 경유해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미주 노선 승객들이 환승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 사진)미주 노선 승객들이 환승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 사진)

현재까지 정확한 환승 효과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항공 업계는 미-중 노선이 회복될 경우 한국으로 향하는 경유 승객들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승객들에게는 장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 폭증하면서 운임 인상으로 이어졌는데요. 미-중 직항 노선이 증편되면 한국에서의 미국행 운임은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풍선효과는 어디에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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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인천 ‘2만 원에 간다’…한-중 노선에 무슨 일?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11-30 12:42:38
    • 수정2023-11-30 16: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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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이 눈이 번쩍 뜨이는 행사를 내놨습니다. 우리 아시아나항공과 손을 잡고 '100위안(우리 돈 18,000원)' 항공 할인권 라이브 커머스 행사를 연 건데요.

어제(29일) 오후 3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아시아나 항공 라이브 커머스'행사에는 중국 네티즌들도 댓글을 달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행사 찬성한다"거나 "아시아나 항공은 5성급"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댓글이 많았는데요. 한편에서는 "세금을 포함하면 그리 싼 게 아니다."라는 댓글도 일부 보였습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 12월 19일 베이징-인천 편도 항공권은 107위안으로 2만 원이 조금 못 되는 가격에 예약 가능했습니다. 공항세 등은 제외한 금액입니다. 베이징을 포함해 상하이와 광저우 등 중국에서 출발하는 15개 노선 항공권을 저렴한 가격에 대거 내놨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100위안(만 8천 원) 항공 할인권을 내걸고 29일 중국에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베이징에서 인천을 오가는 편도 항공권이 20~3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토막이 난 가격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유커'(단체 관광객)에서 '싼커'(개별 관광객)로 바뀌고 있는 중국 젊은 소비자층의 여행 흐름을 반영해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항공도 이달 기준 인천에서 우한과 상하이 등을 오가는 노선 등 20여 개 중국 노선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항공 업계의 행보에는 다른 고민도 숨어 있습니다.

■한국-중국, 덜 오고 덜 가고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인원이 더디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여행업계는 올해 말이면 우리나라와 중국을 오가는 여행객들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80~90%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5만 6,452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6% 수준이었습니다.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회복도 더딘데요, 지난달 중국을 오간 여객 수는 86만 7,611명으로 코로나 이전 승객의 51.9%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국제선 승객 회복률이 91% 달하는 것에 비하면 한참이나 뛰떨어진 수치입니다.


중국이 지난 8월 자국민들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한 지 3달이나 지났지만 '유커(단체여행객)' 효과가 생각보다 적은 겁니다. 여행 대리점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엔저 효과 등으로 중국인들이 한국보다 일본 등 다른 나라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인들의 씀씀이 자체가 줄어든 것도 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며 중국인들이 위기에 대비해 '저축'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겁니다. 지난해 중국의 저축률은 33% 수준으로 많은 중국인이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중국 정저우 ‘화물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사진: 대한항공)
여객 수가 더디게 늘면서 항공사들은 '화물' 영업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 중국 정저우에 화물기를 신규 취항했는데요. 상하이와 선전, 광저우 등에 이어 6번째 화물 노선입니다. 정저우에는 아이폰 생산 공장인 폭스콘이 자리 잡고 있어 관련 화물량 확대를 노린 행보로 보입니다.

■중국→한국→미국 경유 노선도 '비상'

중국을 취항하는 우리 항공사에 숨은 복병은 또 있습니다. 패권 경쟁을 벌이며 멀어졌던 미국과 중국이 최근 '항공편 증편'에 뜻을 모은 겁니다.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의제 가운데 하나는 '항공편 대폭 증편'이었습니다.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장 지난주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와 쑹즈융 중국 민항국 국장이 만나 실무차원의 논의를 이어가면서 미-중 노선 증편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미국-중국 노선이 1주일에 340회에 달했는데, 현재는 24회 운항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장 모두 회복하지는 못해도 이번 계기로 주 70회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하늘길이 막히다시피 하면서, 많은 중국인이 한국과 동남아를 경유해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미주 노선 승객들이 환승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 사진)
현재까지 정확한 환승 효과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항공 업계는 미-중 노선이 회복될 경우 한국으로 향하는 경유 승객들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승객들에게는 장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 수요가 공급량을 넘어 폭증하면서 운임 인상으로 이어졌는데요. 미-중 직항 노선이 증편되면 한국에서의 미국행 운임은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풍선효과는 어디에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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