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 주민 ‘승소’…‘감독 미비’ 지자체 책임 인정

입력 2023.11.30 (21:52) 수정 2023.11.3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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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 배상 소송에 나선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앞서 조정은 이뤄졌지만, 감독 의무를 게을리 한 지자체 책임을 법원이 명확히 한 건 처음입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외벽만 남아버린 텅 빈 공장 터.

비료를 만든다며 담뱃잎 찌꺼기를 태운 매연과 폐수는 마을을 병들게 했습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돼 주민 30여 명이 암으로 숨지거나 투병 중인 장점마을.

2001년 문 연 직후부터 민원이 잇따랐지만, 공장은 2017년이 돼서야 문을 닫았습니다.

[장점마을 주민/음성변조 : "씨도 안 먹혔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지. 우리 집 아저씨 위암 수술했고, 전립선암 수술했고."]

폐쇄 뒤에야 시작된 역학조사 결과, 환경부는 발암물질과 '집단 암 발병'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총리와 도지사, 시장이 뒤늦게 고개를 숙였지만, 피해 인정 절차는 고통의 연속.

소송에 나선 백70여 명 가운데 백50여 명은 법원의 화해조정을 수용했지만, 27명은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며 싸움을 이어왔고, 2년 만에 법원이 주민 손을 일부 들어줬습니다.

[장점마을 주민/음성변조 : "저흰 그건 얻은 거죠. 시가 잘못한 게 없다 그러잖아요. 50억 던져주면서 위로금이다."]

법원은 전라북도와 익산시 공무원들이 감독 의무를 지키지 않아 위험에 노출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청구액의 3분의 1가량인 5억 6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칙대로 조사했다면 연초박의 불법 사용과 유해물질 배출을 막을 수 있었지만, 감독을 반복해서 게을리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손문선/좋은정치시민넷 대표/'장점마을 백서' 제작 : "다양한 암으로 결과가 나타났잖습니까. 비특이성 질환에 대해서 환경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인정한 사건은 장점마을이 최초라고 할 수 있고요."]

조정 당시 '위로금'을 강조하며 배상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지자체 입장은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홍정훈/민변 소송대리인단 변호사 : "폐기물관리법, 비료관리법, 대기환경보존법 등 법령이 국민 개인의 환경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다, 위법한 것을 해도 잘못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할 것까진 없단 취지의 태도였거든요."]

3년 전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지만 징계받은 공무원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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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점마을 주민 ‘승소’…‘감독 미비’ 지자체 책임 인정
    • 입력 2023-11-30 21:52:12
    • 수정2023-11-30 22:02:26
    뉴스9(전주)
[앵커]

국가 배상 소송에 나선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앞서 조정은 이뤄졌지만, 감독 의무를 게을리 한 지자체 책임을 법원이 명확히 한 건 처음입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외벽만 남아버린 텅 빈 공장 터.

비료를 만든다며 담뱃잎 찌꺼기를 태운 매연과 폐수는 마을을 병들게 했습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돼 주민 30여 명이 암으로 숨지거나 투병 중인 장점마을.

2001년 문 연 직후부터 민원이 잇따랐지만, 공장은 2017년이 돼서야 문을 닫았습니다.

[장점마을 주민/음성변조 : "씨도 안 먹혔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지. 우리 집 아저씨 위암 수술했고, 전립선암 수술했고."]

폐쇄 뒤에야 시작된 역학조사 결과, 환경부는 발암물질과 '집단 암 발병'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총리와 도지사, 시장이 뒤늦게 고개를 숙였지만, 피해 인정 절차는 고통의 연속.

소송에 나선 백70여 명 가운데 백50여 명은 법원의 화해조정을 수용했지만, 27명은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며 싸움을 이어왔고, 2년 만에 법원이 주민 손을 일부 들어줬습니다.

[장점마을 주민/음성변조 : "저흰 그건 얻은 거죠. 시가 잘못한 게 없다 그러잖아요. 50억 던져주면서 위로금이다."]

법원은 전라북도와 익산시 공무원들이 감독 의무를 지키지 않아 위험에 노출되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청구액의 3분의 1가량인 5억 6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칙대로 조사했다면 연초박의 불법 사용과 유해물질 배출을 막을 수 있었지만, 감독을 반복해서 게을리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손문선/좋은정치시민넷 대표/'장점마을 백서' 제작 : "다양한 암으로 결과가 나타났잖습니까. 비특이성 질환에 대해서 환경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인정한 사건은 장점마을이 최초라고 할 수 있고요."]

조정 당시 '위로금'을 강조하며 배상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지자체 입장은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홍정훈/민변 소송대리인단 변호사 : "폐기물관리법, 비료관리법, 대기환경보존법 등 법령이 국민 개인의 환경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다, 위법한 것을 해도 잘못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할 것까진 없단 취지의 태도였거든요."]

3년 전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지만 징계받은 공무원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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