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돌아온 ‘인민 호날두’…선수 수출 재개?

입력 2023.12.02 (08:15) 수정 2023.12.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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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의 원정에서 3대 0 완승을 거뒀죠.

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선수와 같은 해외파들도 합류해 상대를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줬는데요.

같은 날 북한도 미얀마와의 경기에서 해외파 선수를 출전시켜 6대 1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 ‘세리에A’에 진출하며 ‘인민 호날두’로 불린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3년여 만에 등장한 건데요.

한광성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영향으로 유럽 리그에서 추방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이번에 국제 무대에 다시 나타난 겁니다.

북한이 한광성 선수를 국제 경기에 출전시킨 의도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9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르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 우리 대표팀.

공항 출국장엔 대표팀을 응원하는 축구 팬들로 가득했는데요.

선수들이 도착한 중국 공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 교민 뿐 아니라 중국팬들까지 대거 운집한 상황.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해외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보기 위해섭니다.

[중국인 축구 팬 : "(손흥민 선수 보러 나오신 거예요?) 네 맞아요. 프리미어리그를 자주 봐서 손흥민의 팬이 정말 많아요."]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은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돋보였습니다.

조규성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된 손흥민.

전반 11분 페널티킥 기회에서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가볍게 선제골을 터트렸습니다.

전반 종료 직전엔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추가 골에도 성공했는데요.

결국 우리 대표팀은 최대 고비로 꼽힌 중국 원정에서 무난한 승리를 거두고 예선 C조 1위를 지켰습니다.

같은 날 미얀마 양곤에선 북한 축구팀이 1승을 올렸습니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B조 경기에서 미얀마에 6대 1로 크게 이긴 건데요.

특히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으로 유럽 리그에서 활약했던 한광성이 골을 터뜨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0년 이후 종적을 감췄다가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한광성.

기량은 여전하다는 평갑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일반인들이 깜짝 놀랄 이야기이긴 한데 밥 먹고 맨날 운동하는 애들이 한 달 안 뛰었다고 경기력이 떨어져? 상상하기 쉽지 않지 않습니까? 그런데 선수들은 한 달만, 일주일만 훈련 안 해도 몸 근육이 다 풀어진다고 이야기하거든요. 3년을 허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와서 뛸 정도면 굉장히 개인 차원에서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봐야죠."]

1998년생인 한광성은 2015년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차세대 축구선수 50인'에 포함됐을 정도로 촉망받던 유망주였습니다.

2017년 이탈리아 구단 칼리아리에 입단해 1부리그인 세리에 A에서 골을 넣으며 주목받았고, 2019년 세계적인 축구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로 이적했습니다.

[KBS 스포츠 뉴스/2019년 8월 31일 : "북한 호날두로 불리는 공격수 한광성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에서 진짜 호날두와 함께 뛸 수 있게 됐습니다."]

유벤투스는 한광성의 영입을 위해 이적료 5백 만 유로, 약 66억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유벤투스까지 간 걸 보면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인데 그 선수의 기량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흥민 선수급이라고 봤고 개인 드리블 같은 경우는 이강인 선수 정도의 드리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호날두를 좋아하고, 골을 넣는 것을 즐긴다고 밝힌 공격수 한광성.

[한광성/2018년 인터뷰 : "파울로 디발라와 호날두를 좋아해요. 저는 중앙공격수로 뛰는 걸 좋아해요. 왜냐하면 저는 골을 넣어 점수 얻는 걸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실제로도 그의 경기 방식이 호날두와 닮아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호날두의 특징이 저돌적이고 빠른 스피드, 현란한 발재간 등을 호날두 특징이라고 하거든요. 한광성 선수가 그런 스타일인 거죠. 빠른 발과 발재간, 경기하는 걸 보면 굉장히 저돌적이거든요. 야생마처럼 막 뛰어가고 부딪히고 이러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국제사회가 이 친구를 인민 호날두라 하는 게 그런 특성을 두고 인민 호날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해외파 축구선수를 배출하기까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북한을 대표하는 능라도 5.1 경기장을 최신식 축구장으로 리모델링했고, 축구 영재교육도 강조했는데요.

2013년 문을 연 평양 국제축구학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국에서 체력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하는데 성적과 기량이 떨어지는 학생은 중도 퇴교 조치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파를 길러내기 위한 영어 교육도 필수입니다.

[평양국제축구학교 교사 : "평양 체육단과 기관차 체육단의 남자 축구 선수들 사이에 진행된 축구 경기를 본 자기 소감에 대하여 과거 단순 수칙을 이용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 경기는 굉장했어. 그렇지?) 그래, 난 기관차팀이 경기를 아주 잘했다고 생각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평양팀도 최선을 다했다고 봐.)"]

축구를 통해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북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김정은이 제일 바꾸고 싶었던 게 DPRK를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거거든요. 정치 경제적으로는 부족한 국가지만 우리가 사회 문화 혹은 체육으로는 굉장히 정상 국가이다. ’우리 불량 국가 아니에요. 정상적인 국가예요.‘라는 것을 홍보하려는 측면이 더 큰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같은 노력으로 한광성 뿐만 아니라 박광룡, 정일관, 최성혁 등 북한의 젊은 축구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했고, 유럽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2011년 : "후반 35분엔 박주호의 팀 동료인 북한 출신 박광룡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박광룡은 박지성과 서로 뒹굴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북한이 축구선수를 활용해 외화벌이를 해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사실 축구 같은 경우는 큰 시설과 재원이 들어가지 않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시장 중에서 축구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시장이 넓습니다. 따라서 이런 구조 속에서 자기 나라의 우수한 선수들을 육성해 내면은 속된 말로 팔아먹을 수도 있다는 그런 관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유능한 선수들이 유명한 구단에 들어가면 그 선수들이 받는 연봉과 이적료는 엄청나지 않습니까. 결국 그런 것들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외화벌이에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는 측면들도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북한 축구선수들을 외화벌이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한광성의 경우 소속팀에서 받은 월급 약 1억 8천만 원 가운데 생활비 200만 원을 제외하고 전액 북한에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북한 출신 해외파 축구 선수들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명시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본국 송환조치’에 따라 해당 구단에서 방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왜 3년이 지난 지금, 한광성을 포함한 해외파 선수들을 국제경기에 출전시킨 걸까요?

여기엔 북중러가 밀착하는 국제정세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찰위성 발사 문제를 놓고도 중러가 북한을 감싸고 도는 분위기.

유엔 안보리 무용론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 해외파 선수들이 중국, 러시아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지금은 중국이나 러시아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이 친구들이 능력이 굉장히 출중하면 분명히 러시아 프로 리그라든지 중국의 프로 리그의 니즈가 분명히 있을 거고요. 에이전시가 서로 간의 어떤 니즈만 잘 충족 시킨다면 두 국가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하더라도 본인들은 그거에 크게 거부감을 안 느끼기 때문에 이 두 지역에는 선수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이 전국에 축구학교를 설립하는 것도 장기적인 측면의 선수 양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선수 개인으로서의 성취감은 떨어질 거란 평가입니다.

[성문/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따지고 보면 우리 이강인 선수보다 몇 살 많은 앤데 이강인 같은 선수들 얼마나 잘해요. 제 마음껏 경기력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국제사회가 일거수일투족의 관심을 표명하지 않습니까. 따지고 보면 이강인하고 같은 길을, 몇 년 앞서서 갔던 그런 친군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불행할 거고 정권과 김정은에 대한 불만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표출은 못 하겠죠."]

유럽 5대 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

‘인민 호날두’로 불리던 한광성의 재등장으로 북한 해외파 축구선수들의 향후 행보에 세계 축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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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돌아온 ‘인민 호날두’…선수 수출 재개?
    • 입력 2023-12-02 08:15:04
    • 수정2023-12-04 1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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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의 원정에서 3대 0 완승을 거뒀죠.

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선수와 같은 해외파들도 합류해 상대를 압도하는 실력을 보여줬는데요.

같은 날 북한도 미얀마와의 경기에서 해외파 선수를 출전시켜 6대 1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 ‘세리에A’에 진출하며 ‘인민 호날두’로 불린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3년여 만에 등장한 건데요.

한광성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영향으로 유럽 리그에서 추방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이번에 국제 무대에 다시 나타난 겁니다.

북한이 한광성 선수를 국제 경기에 출전시킨 의도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9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르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 우리 대표팀.

공항 출국장엔 대표팀을 응원하는 축구 팬들로 가득했는데요.

선수들이 도착한 중국 공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 교민 뿐 아니라 중국팬들까지 대거 운집한 상황.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등 해외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보기 위해섭니다.

[중국인 축구 팬 : "(손흥민 선수 보러 나오신 거예요?) 네 맞아요. 프리미어리그를 자주 봐서 손흥민의 팬이 정말 많아요."]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은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돋보였습니다.

조규성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된 손흥민.

전반 11분 페널티킥 기회에서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가볍게 선제골을 터트렸습니다.

전반 종료 직전엔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추가 골에도 성공했는데요.

결국 우리 대표팀은 최대 고비로 꼽힌 중국 원정에서 무난한 승리를 거두고 예선 C조 1위를 지켰습니다.

같은 날 미얀마 양곤에선 북한 축구팀이 1승을 올렸습니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B조 경기에서 미얀마에 6대 1로 크게 이긴 건데요.

특히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으로 유럽 리그에서 활약했던 한광성이 골을 터뜨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0년 이후 종적을 감췄다가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한광성.

기량은 여전하다는 평갑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일반인들이 깜짝 놀랄 이야기이긴 한데 밥 먹고 맨날 운동하는 애들이 한 달 안 뛰었다고 경기력이 떨어져? 상상하기 쉽지 않지 않습니까? 그런데 선수들은 한 달만, 일주일만 훈련 안 해도 몸 근육이 다 풀어진다고 이야기하거든요. 3년을 허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와서 뛸 정도면 굉장히 개인 차원에서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봐야죠."]

1998년생인 한광성은 2015년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차세대 축구선수 50인'에 포함됐을 정도로 촉망받던 유망주였습니다.

2017년 이탈리아 구단 칼리아리에 입단해 1부리그인 세리에 A에서 골을 넣으며 주목받았고, 2019년 세계적인 축구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로 이적했습니다.

[KBS 스포츠 뉴스/2019년 8월 31일 : "북한 호날두로 불리는 공격수 한광성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에서 진짜 호날두와 함께 뛸 수 있게 됐습니다."]

유벤투스는 한광성의 영입을 위해 이적료 5백 만 유로, 약 66억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유벤투스까지 간 걸 보면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인데 그 선수의 기량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흥민 선수급이라고 봤고 개인 드리블 같은 경우는 이강인 선수 정도의 드리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호날두를 좋아하고, 골을 넣는 것을 즐긴다고 밝힌 공격수 한광성.

[한광성/2018년 인터뷰 : "파울로 디발라와 호날두를 좋아해요. 저는 중앙공격수로 뛰는 걸 좋아해요. 왜냐하면 저는 골을 넣어 점수 얻는 걸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실제로도 그의 경기 방식이 호날두와 닮아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호날두의 특징이 저돌적이고 빠른 스피드, 현란한 발재간 등을 호날두 특징이라고 하거든요. 한광성 선수가 그런 스타일인 거죠. 빠른 발과 발재간, 경기하는 걸 보면 굉장히 저돌적이거든요. 야생마처럼 막 뛰어가고 부딪히고 이러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국제사회가 이 친구를 인민 호날두라 하는 게 그런 특성을 두고 인민 호날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해외파 축구선수를 배출하기까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북한을 대표하는 능라도 5.1 경기장을 최신식 축구장으로 리모델링했고, 축구 영재교육도 강조했는데요.

2013년 문을 연 평양 국제축구학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국에서 체력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하는데 성적과 기량이 떨어지는 학생은 중도 퇴교 조치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파를 길러내기 위한 영어 교육도 필수입니다.

[평양국제축구학교 교사 : "평양 체육단과 기관차 체육단의 남자 축구 선수들 사이에 진행된 축구 경기를 본 자기 소감에 대하여 과거 단순 수칙을 이용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 경기는 굉장했어. 그렇지?) 그래, 난 기관차팀이 경기를 아주 잘했다고 생각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평양팀도 최선을 다했다고 봐.)"]

축구를 통해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북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김정은이 제일 바꾸고 싶었던 게 DPRK를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거거든요. 정치 경제적으로는 부족한 국가지만 우리가 사회 문화 혹은 체육으로는 굉장히 정상 국가이다. ’우리 불량 국가 아니에요. 정상적인 국가예요.‘라는 것을 홍보하려는 측면이 더 큰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같은 노력으로 한광성 뿐만 아니라 박광룡, 정일관, 최성혁 등 북한의 젊은 축구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했고, 유럽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2011년 : "후반 35분엔 박주호의 팀 동료인 북한 출신 박광룡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박광룡은 박지성과 서로 뒹굴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북한이 축구선수를 활용해 외화벌이를 해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사실 축구 같은 경우는 큰 시설과 재원이 들어가지 않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시장 중에서 축구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시장이 넓습니다. 따라서 이런 구조 속에서 자기 나라의 우수한 선수들을 육성해 내면은 속된 말로 팔아먹을 수도 있다는 그런 관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유능한 선수들이 유명한 구단에 들어가면 그 선수들이 받는 연봉과 이적료는 엄청나지 않습니까. 결국 그런 것들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외화벌이에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는 측면들도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북한 축구선수들을 외화벌이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한광성의 경우 소속팀에서 받은 월급 약 1억 8천만 원 가운데 생활비 200만 원을 제외하고 전액 북한에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북한 출신 해외파 축구 선수들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명시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본국 송환조치’에 따라 해당 구단에서 방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북한은 왜 3년이 지난 지금, 한광성을 포함한 해외파 선수들을 국제경기에 출전시킨 걸까요?

여기엔 북중러가 밀착하는 국제정세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찰위성 발사 문제를 놓고도 중러가 북한을 감싸고 도는 분위기.

유엔 안보리 무용론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 해외파 선수들이 중국, 러시아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허정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 : "지금은 중국이나 러시아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이 친구들이 능력이 굉장히 출중하면 분명히 러시아 프로 리그라든지 중국의 프로 리그의 니즈가 분명히 있을 거고요. 에이전시가 서로 간의 어떤 니즈만 잘 충족 시킨다면 두 국가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하더라도 본인들은 그거에 크게 거부감을 안 느끼기 때문에 이 두 지역에는 선수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이 전국에 축구학교를 설립하는 것도 장기적인 측면의 선수 양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선수 개인으로서의 성취감은 떨어질 거란 평가입니다.

[성문/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 "따지고 보면 우리 이강인 선수보다 몇 살 많은 앤데 이강인 같은 선수들 얼마나 잘해요. 제 마음껏 경기력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국제사회가 일거수일투족의 관심을 표명하지 않습니까. 따지고 보면 이강인하고 같은 길을, 몇 년 앞서서 갔던 그런 친군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불행할 거고 정권과 김정은에 대한 불만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표출은 못 하겠죠."]

유럽 5대 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

‘인민 호날두’로 불리던 한광성의 재등장으로 북한 해외파 축구선수들의 향후 행보에 세계 축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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