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어기 풀리자 기승”…해경,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입력 2023.12.0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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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어선 단속에 나선 해양경찰.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어선 단속에 나선 해양경찰.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에서도 70여㎞ 떨어진 먼바다.

우리 주권이 미치는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입니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양국 어선은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허가로 우리 측 경제수역을 침범하거나,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과도하게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금어기가 끝나면서 다시금 불법 조업이 고개를 드는 상황.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목포해경과 군산해경을 동원해 지난달 말 특별 단속에 나섰습니다. KBS 취재진이 해경의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 '불법 조업' 최근 3년간 158척 나포

중국어선 검문에 나선 해경이 선체에 올라타는 모습.중국어선 검문에 나선 해경이 선체에 올라타는 모습.

"대한민국 해경입니다. 곧 검문검색 예정이니 협조 바랍니다."

망망 대해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해경 대원이 중국어로 경고 방송을 합니다. 멀리 보이는 중국어선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달고 있습니다. 어업협정에 따라 허가를 받고 조업하는 배라는 표시입니다.

고속 단정을 타고 중국어선에 올라탄 해경 대원들. 중국어선이 신고한 것과 실제 어획량이 맞는지 갑판 아래 어창에 들어가 살피고, 조업일지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허가받은 중국어선이라 할지라도 어획량을 속이는 경우가 적지 않아섭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다시 늘고 있습니다. 해경은 최근 3년간 153척의 중국어선을 나포했는데, 무허가 조업은 물론 허가받은 어선의 경우에도 조업일지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 위법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고 밝혔습니다.

■ "쥐가 갉아먹어서" 황당한 변명도

해경에 적발된 중국어선 선장의 진술을 번역한 내용. (목포해양경찰서 제공)해경에 적발된 중국어선 선장의 진술을 번역한 내용.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이번 특별 단속 기간 해경에 적발된 한 중국어선.

어업협정에 따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할 조업일지를 반년 가까이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과도한 양의 어획량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해경의 설명입니다.

중국어선은 우리 바다에서 조업한 뒤, 중국 수역을 오가는 운반선에 어획물을 옮겨 보내고 또다시 조업에 나섭니다. 한 어선이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쿼터제로 제한하고 있어서 일부러 일지에 쓰지 않고 어창도 비워두는 수법입니다.

붙잡힌 중국 선장은 해경에 "다른 일지에 조업 내용을 기재해놨다"고 항의했습니다. 해경이 재차 그 일지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쥐가 갉아먹어 없어졌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습니다. 해경은 조업일지 미기재로 해당 어선을 나포하고 담보금 4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 해경 접근 막으려 '쇠창살'까지 달아

우리 측 경제적 배타수역을 침범한 무허가 중국어선. 선체 측면에 와이어로 고정한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우리 측 경제적 배타수역을 침범한 무허가 중국어선. 선체 측면에 와이어로 고정한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군산해경이 특별 단속에 나선 어청도 먼바다에서는 무허가 중국어선과 해경의 팽팽한 대치가 벌어졌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틈타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어온 2척의 중국어선. 선체에는 해경의 접근을 막기 위해 와이어로 고정한 '쇠창살'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수차례 경고 방송에도 불응하자 해경은 물대포를 쏴 우리 수역 바깥으로 어선을 밀어냈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큰 충돌 없이 퇴거가 이뤄졌지만, 간혹 고의로 선박을 충돌하거나 단속에 나선 해경 대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경 대원들이 고무탄에 권총까지 무장하고 단속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해경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야간이나 기상이 악화된 때를 틈타 우리 측 해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게 해경의 얘기입니다.

■ '싹쓸이 어구' 범장망 52군데서 발견

해경 대원이 삼각자로 그물코의 길이를 재는 모습.해경 대원이 삼각자로 그물코의 길이를 재는 모습.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른바 '범장망'이라는 불법 어구입니다.

200m가 넘는 원뿔형 그물에 닻을 달아 바다에 던져놓고 물고기가 차면 걷어 올리는 식으로 조업이 이뤄집니다. 그물코가 2~3㎝ 정도로 촘촘해 어린 물고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 우리 바다의 어족 자원을 고갈시킵니다.

불법 어구로 지정해 사용을 금하고 있지만, 중국어선들은 지속적으로 우리 해역에 범장망을 뿌리고 있습니다. 실제 서해해경청은 이번 특별 단속 기간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 52군데에서 범장망을 발견했습니다.

해경은 항공 순찰을 동원해 중국어선이 범장망을 거두러 오는 순간을 잡아 적발할 방침입니다.

김경훈 목포해경 3015함 검색팀장은 "우리 바다에서 다른 나라의 어선이 자기 마음대로 조업하는 것은 엄연한 주권 침해 행위"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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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어기 풀리자 기승”…해경,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 입력 2023-12-03 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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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어선 단속에 나선 해양경찰.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에서도 70여㎞ 떨어진 먼바다.

우리 주권이 미치는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입니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양국 어선은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허가로 우리 측 경제수역을 침범하거나,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과도하게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금어기가 끝나면서 다시금 불법 조업이 고개를 드는 상황.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목포해경과 군산해경을 동원해 지난달 말 특별 단속에 나섰습니다. KBS 취재진이 해경의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 '불법 조업' 최근 3년간 158척 나포

중국어선 검문에 나선 해경이 선체에 올라타는 모습.
"대한민국 해경입니다. 곧 검문검색 예정이니 협조 바랍니다."

망망 대해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해경 대원이 중국어로 경고 방송을 합니다. 멀리 보이는 중국어선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달고 있습니다. 어업협정에 따라 허가를 받고 조업하는 배라는 표시입니다.

고속 단정을 타고 중국어선에 올라탄 해경 대원들. 중국어선이 신고한 것과 실제 어획량이 맞는지 갑판 아래 어창에 들어가 살피고, 조업일지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허가받은 중국어선이라 할지라도 어획량을 속이는 경우가 적지 않아섭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다시 늘고 있습니다. 해경은 최근 3년간 153척의 중국어선을 나포했는데, 무허가 조업은 물론 허가받은 어선의 경우에도 조업일지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 위법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고 밝혔습니다.

■ "쥐가 갉아먹어서" 황당한 변명도

해경에 적발된 중국어선 선장의 진술을 번역한 내용.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이번 특별 단속 기간 해경에 적발된 한 중국어선.

어업협정에 따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할 조업일지를 반년 가까이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과도한 양의 어획량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해경의 설명입니다.

중국어선은 우리 바다에서 조업한 뒤, 중국 수역을 오가는 운반선에 어획물을 옮겨 보내고 또다시 조업에 나섭니다. 한 어선이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쿼터제로 제한하고 있어서 일부러 일지에 쓰지 않고 어창도 비워두는 수법입니다.

붙잡힌 중국 선장은 해경에 "다른 일지에 조업 내용을 기재해놨다"고 항의했습니다. 해경이 재차 그 일지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니 "쥐가 갉아먹어 없어졌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놨습니다. 해경은 조업일지 미기재로 해당 어선을 나포하고 담보금 4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 해경 접근 막으려 '쇠창살'까지 달아

우리 측 경제적 배타수역을 침범한 무허가 중국어선. 선체 측면에 와이어로 고정한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군산해경이 특별 단속에 나선 어청도 먼바다에서는 무허가 중국어선과 해경의 팽팽한 대치가 벌어졌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틈타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어온 2척의 중국어선. 선체에는 해경의 접근을 막기 위해 와이어로 고정한 '쇠창살'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수차례 경고 방송에도 불응하자 해경은 물대포를 쏴 우리 수역 바깥으로 어선을 밀어냈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큰 충돌 없이 퇴거가 이뤄졌지만, 간혹 고의로 선박을 충돌하거나 단속에 나선 해경 대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경 대원들이 고무탄에 권총까지 무장하고 단속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해경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야간이나 기상이 악화된 때를 틈타 우리 측 해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게 해경의 얘기입니다.

■ '싹쓸이 어구' 범장망 52군데서 발견

해경 대원이 삼각자로 그물코의 길이를 재는 모습.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른바 '범장망'이라는 불법 어구입니다.

200m가 넘는 원뿔형 그물에 닻을 달아 바다에 던져놓고 물고기가 차면 걷어 올리는 식으로 조업이 이뤄집니다. 그물코가 2~3㎝ 정도로 촘촘해 어린 물고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 우리 바다의 어족 자원을 고갈시킵니다.

불법 어구로 지정해 사용을 금하고 있지만, 중국어선들은 지속적으로 우리 해역에 범장망을 뿌리고 있습니다. 실제 서해해경청은 이번 특별 단속 기간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 52군데에서 범장망을 발견했습니다.

해경은 항공 순찰을 동원해 중국어선이 범장망을 거두러 오는 순간을 잡아 적발할 방침입니다.

김경훈 목포해경 3015함 검색팀장은 "우리 바다에서 다른 나라의 어선이 자기 마음대로 조업하는 것은 엄연한 주권 침해 행위"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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