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법원으로 간 ‘택배 지상 출입 갈등’…‘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앵커]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출입 문제,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아파트 측이 단지 내 차량 통행을 금지하면 택배 기사들이 '문 앞 배송'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하는 건데요.

최근 경기도 성남에서, 택배 기사들이 입주민을 상대로 배송 업무를 방해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법적 판단을 받아보는 겁니다.

사회부 이예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법원까지 갔다고 하니, 갈등이 큰가 봐요?

먼저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문제가 된 곳은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세 곳입니다.

지난 6월부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 차량 지상 진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지상에 차량이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 단지란 이유 때문인데요.

그러자 기사들이 단지 밖에 '천막'을 설치하고 그곳에 물건을 배송하는 상황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량을 못 들어가게 한다면 물건을 천막에 갖다 놓을 테니 입주민이 직접 찾아가라는 겁니다.

[택배기사 : "공원형 아파트다 보니까 택배차가 들어오는 게 싫으신 거죠. 택배가 지하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와서 배송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세요."]

[앵커]

이 기자가 '천막 배송' 현장에 직접 가봤는데, 어떤 상황이던가요?

[기자]

천막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 빈 공터에 설치돼 있었는데요.

택배 기사들이 차량에서 물건을 꺼내 천막 안으로 쉴 새 없이 옮기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물류 센터처럼 보였습니다.

주민들은 손수레를 끌고 오거나, 차를 타고 와 물건을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앵커]

주민에게도, 택배 기사에게도 불편한 배송 방식인 거 같은데요?

불만 많지 않아요?

[기자]

맞습니다.

주민들은 불편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특히 혼자 무거운 물건을 옮기기 힘든 노인들은 어려움을 많이 호소했습니다.

[한옥희/아파트 주민 : "(주민분들 이렇게 찾아가는 거 불편하지 않으세요?) 불편한 건 백번도 불편하지. 지금도 어디 가야 하는데 싣고 가는 거야. 나이 먹은 사람들은 허리 아프지, 뭐하지 하니깐."]

[택배기사 : "김장철이고 하니까 배추라든가 쌀이라든가 그런 거 계속 올 텐데, 20kg 넘는 거 어르신들이 끌고 가는 거 보면 저희도 인간인지라 너무 마음 아프고..."]

택배 기사들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는 건데요.

고객들에게 거센 항의를 듣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유근성/택배기사 : "다짜고짜 욕부터 하시는 분들도 있고. (택배기사들) 나쁜 놈들이라고 그러면서."]

[앵커]

반년 넘게 입주민도 택배기사들도 같이 이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건데, 가장 큰 입장 차이는 뭡니까?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기사 측에 요구하는 건 '저상 차량'을 이용한 배송입니다.

'저상 차량'은 일반적인 택배차보다 적재 칸의 높이가 낮은 차량을 뜻하는데요.

저상 차량은 일반차량과 달리 지하주차장을 거쳐 배송이 가능합니다.

우체국 등 일부 택배사는 저상 차량을 배송 업무에 투입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택배사는 '저상 차량' 배송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앵커]

택배 기사들이 '저상 차량' 배송을 꺼리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저상 차량은 적재 칸 높이가 낮죠.

당연히 짐을 많이 싣질 못합니다.

건강상 이유도 있는데요.

바른 자세로 서서 일할 수 있는 일반 차량과 달리, 저상 차량은 구부정한 자세로 일하게 됩니다.

[유근성/택배기사 : "아파트 주차장 들어가는 높이로 맞추려면 탑이 한 이 정도밖에 안 돼요. 서지도 못해요. 이러고 일해야 해요."]

실제로 2년 전 고용노동부도 이 저상 차량이 일반 차량보다 근골격계 질환 위험성이 높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앵커]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이 문제가 법정까지 갔다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달 27일 택배기사 단체가 아파트 단지 3곳을 상대로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택배기사 측은 차량 진입 금지는 업무 방해이고, 저상탑차 사용 강요로 택배기사들의 건강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성욱/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 : "천막을 치고 그곳에 물품을 놔두고 주민들이 찾아가도록 하고는 있지만, 분실·파손 등 물품 사고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어 법의 판단을 받고자..."]

이 문제가 법원 판단을 받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첫 기일은 다음 달 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앵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없습니까?

[기자]

'실버 택배'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정문까지 물건을 배송하면, 노인들이 수레 등을 이용해 이를 집 앞까지 옮겨주는 서비스입니다.

실제로 인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과 지자체가 공동 부담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실버 택배'를 도입해, '택배 대란'을 해소한 바 있습니다.

[앵커]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네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하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