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MC효과’ 어디까지? 지역경제는 ‘활활’ [특파원 리포트]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JASM공장

일본 구마모토현의 중부, 인구 4만여 명의 기쿠요마치(菊陽町)에 요즘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타이완의 TSMC가 일본 기업들과 합작해 만든 JASM의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 부터입니다.

TSMC와 일본 기업들이 합작한 반도체 제조사 JASM

공장은 곧 완공될 예정이고, 반도체를 직접 양산하는 시점은 내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일본에서 수요가 높은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입니다.

TSMC가 들어서는 산업단지 내부

산업단지 주변은 대부분 밭인데, TSMC가 들어서며 지역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산지 내부에서는 TSMC뿐만 아니라 연관 기업들이 잇따라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나 교대시간이 되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떼를 지어 산단 출입구를 들고 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캡션

산단 입구 교차로에는 공장 직원들이 새롭게 이주해 와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부동산 광고판들이 줄을 잇고 있고, 주변에서는 주택과 아파트 건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의 부동산 업계는 100년 만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역 앞의 택시 운전사들은 승객이 70%는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TSMC 공장 건설 발표 이후 구마모토현 내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르기 시작해 기쿠요마치 주택 가격 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산업단지 입구의 부동산 광고판

지역의 운전학원에서는 타이완에서 이주해 올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진행중입니다.

일본과 타이완의 교통표지판 비교 자료를 준비한 운전학원

구마모토현은 TSMC가 원활하게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시 인프라 총정비에 나섰습니다.

화물항공편 확대, 산업단지 노동자들을 위한 도로 확장, 구마모토 공항까지의 열차편 신설 등을 '신대공항구상(新大空港構想)'이란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소구마모토공항

내친 김에 구마모토를 반도체 생산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입니다.

이런 가운데 TSMC가 제2, 제3의 공장 건설지도 구마모토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TSMC효과'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왕메이화 타이완 경제부장관 NHK 인터뷰

반도체 생산을 통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일본과 타이완은 한층 가까워지는 분위기입니다.

타이완의 반도체 정책을 담당하는 왕메이화 경제부장관은 지난달 NHK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생산지로서 일본의 여건을 추켜세웠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와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함께 연구개발을 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본은 반도체 산업의 재건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TSMC공장 건설비 10조 5천억 원 중 40%가량을 지원했고, 홋카이도에서는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8개 기업이 일본 정부 주도로 첨단반도체 제조사 라피더스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어 반도체 생산능력 강화에 13조 원가량을 추가로 지원하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집권자민당의 반도체전략추진의원연맹회장은 "반도체의 생산거점을 갖고 있는 나라가 세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라며 일본 정부를 지원사격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정부가 아직 그 효과를 알 수 없는 반도체 산업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일본 언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의 의지는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