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대의 아이콘이 된 '페이커' 이상혁과 '현대 바둑 지존' 신진서
e스포츠의 '페이커' 이상혁과 바둑의 신진서 9단은 참 많이 닮았다.
이상혁은 17살, 신진서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천재'로 불리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둘은 이내 자기 종목 최고의 선수가 됐다. 2023년 이상혁은 7년 만에 통산 4번째 '리그오브레전드 월즈(이하 롤드컵) 우승으로, 신진서는 바둑 역사상 최초 연간 100승 달성으로 새 역사를 썼다. 어릴수록 유리하다는 종목 특성도, 메타(주류 전략)와 기술(인공지능)의 발전이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도 이상혁과 신진서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데뷔 10년을 넘긴 둘은 여전히 e스포츠와 바둑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이다.
"전성기를 따지자면 우승을 많이 했을 때, 아마 그때가 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최근 굉장히 많은 선수가 발전했고 잘하는 선수들도 무척 많죠. 그래도 여전히 저는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 '페이커' 이상혁 -
"9~10살 때부터 단순히 프로가 목표가 아니라, 1인자를 목표로 계속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조금 위태위태하긴 하지만(웃음), 최근에는 그래도 제가 가장 꾸준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신진서 9단 -

■ 이상혁과 신진서를 움직이는 단어, '책임감'
1996년생의 이상혁, 2000년생 신진서는 20대의 젊은 나이다.
또래들처럼 즐길 것도 빠져들 것도 많은 청춘의 시기지만, 둘은 e스포츠와 바둑에 각각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 일찍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만큼, 유독 무거웠던 왕관의 무게를 이상혁은 지금껏 감당하고 있다. 함께 데뷔한 선수들이 코치, 감독, 해설자를 거쳐 일반인으로 돌아갔지만, 이상혁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해 콘텐츠'라 불리던 게임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되고, '누적 시청자 4억 명'짜리 스포츠 콘텐츠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상혁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제가 결국 추구 하는 건 많은 분께 게임으로서 좋은 영향을 주는 겁니다. 제게는 이만한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열심히 하고 있죠. 경쟁하는 모습이 많은 팬께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 '페이커' 이상혁 -
이창호, 이세돌을 이어 한국 바둑의 간판이 된 신진서도 책임감은 마찬가지다. 길게는 하루 10시간 이상 컴퓨터와 바둑판을 붙잡고 공부하며 자신과 싸운다. 주말이 주말인지 모를 정도로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생활을 견딘다. 한국 기사로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 예도와 수련의 스포츠인 바둑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이 신진서의 원동력이다.
"시합 두고, 공부하고, 쉬고…. 인생을 즐긴다기보다는 아직은 바둑 하나만 보고 가고 있습니다. 한국 바둑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그래서 스스로 계속 '발전하는 기사'가 돼야 한다고 다짐했고요. 더 많은 사람이 바둑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저부터 더 많이 노력하려고 합니다."
- 신진서 9단 -

■ 페이커처럼, '신진서 vs 중국'
올해 롤드컵에서 페이커의 T1은 한국의 최대 라이벌 중국팀을 모두 격파하는 드라마를 썼다. 다른 한국팀(젠지, KT, 디플러스 KIA)이 모두 탈락한 상황에서, T1은 중국의 비리비리(BLG), 리닝(LNG), 징동(JDG), 웨이보(WBG)를 차례로 '다운'시키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3년부터 롤드컵 무대를 누빈 이상혁은 중국팀과의 롤드컵 다전제 승부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불사 대마왕 신화'를 이룩했다.
'페이커' 이상혁처럼, 신진서도 비슷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한-중-일 최고 바둑 기사들이 맞붙는 제25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하 농심배)에서 한국은 신진서를 제외한 다른 기사들이 4연패로 모두 탈락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신진서는 중국의 셰얼하오 9단을 흑 불계승으로 꺾고 일단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우승을 위해선 신진서가 내년 2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3라운드에서 중국의 커제·딩하오·구쯔하오·자오천위 9단을 모두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쉽지 않지만, 농심배에서만 최근 11연승으로 3년 연속 한국의 우승을 이끈 신진서이기에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도 마냥 꿈은 아니다.
"한국 바둑이 위기 상황이었지만, 제 바둑을 두려고 했습니다. 보통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다섯 판은 둬야 하는데, 지금 농심배의 남은 판이 다섯 판입니다. 첫판이라는 마음으로 한 판 한 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신진서 9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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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커’ 이상혁, ‘신공지능’ 신진서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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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12-06 06:00:17

■ 시대의 아이콘이 된 '페이커' 이상혁과 '현대 바둑 지존' 신진서
e스포츠의 '페이커' 이상혁과 바둑의 신진서 9단은 참 많이 닮았다.
이상혁은 17살, 신진서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천재'로 불리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둘은 이내 자기 종목 최고의 선수가 됐다. 2023년 이상혁은 7년 만에 통산 4번째 '리그오브레전드 월즈(이하 롤드컵) 우승으로, 신진서는 바둑 역사상 최초 연간 100승 달성으로 새 역사를 썼다. 어릴수록 유리하다는 종목 특성도, 메타(주류 전략)와 기술(인공지능)의 발전이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도 이상혁과 신진서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데뷔 10년을 넘긴 둘은 여전히 e스포츠와 바둑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이다.
"전성기를 따지자면 우승을 많이 했을 때, 아마 그때가 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최근 굉장히 많은 선수가 발전했고 잘하는 선수들도 무척 많죠. 그래도 여전히 저는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 '페이커' 이상혁 -
"9~10살 때부터 단순히 프로가 목표가 아니라, 1인자를 목표로 계속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조금 위태위태하긴 하지만(웃음), 최근에는 그래도 제가 가장 꾸준하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신진서 9단 -

■ 이상혁과 신진서를 움직이는 단어, '책임감'
1996년생의 이상혁, 2000년생 신진서는 20대의 젊은 나이다.
또래들처럼 즐길 것도 빠져들 것도 많은 청춘의 시기지만, 둘은 e스포츠와 바둑에 각각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 일찍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만큼, 유독 무거웠던 왕관의 무게를 이상혁은 지금껏 감당하고 있다. 함께 데뷔한 선수들이 코치, 감독, 해설자를 거쳐 일반인으로 돌아갔지만, 이상혁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해 콘텐츠'라 불리던 게임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되고, '누적 시청자 4억 명'짜리 스포츠 콘텐츠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상혁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제가 결국 추구 하는 건 많은 분께 게임으로서 좋은 영향을 주는 겁니다. 제게는 이만한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열심히 하고 있죠. 경쟁하는 모습이 많은 팬께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 '페이커' 이상혁 -
이창호, 이세돌을 이어 한국 바둑의 간판이 된 신진서도 책임감은 마찬가지다. 길게는 하루 10시간 이상 컴퓨터와 바둑판을 붙잡고 공부하며 자신과 싸운다. 주말이 주말인지 모를 정도로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생활을 견딘다. 한국 기사로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 예도와 수련의 스포츠인 바둑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이 신진서의 원동력이다.
"시합 두고, 공부하고, 쉬고…. 인생을 즐긴다기보다는 아직은 바둑 하나만 보고 가고 있습니다. 한국 바둑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그래서 스스로 계속 '발전하는 기사'가 돼야 한다고 다짐했고요. 더 많은 사람이 바둑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저부터 더 많이 노력하려고 합니다."
- 신진서 9단 -

■ 페이커처럼, '신진서 vs 중국'
올해 롤드컵에서 페이커의 T1은 한국의 최대 라이벌 중국팀을 모두 격파하는 드라마를 썼다. 다른 한국팀(젠지, KT, 디플러스 KIA)이 모두 탈락한 상황에서, T1은 중국의 비리비리(BLG), 리닝(LNG), 징동(JDG), 웨이보(WBG)를 차례로 '다운'시키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3년부터 롤드컵 무대를 누빈 이상혁은 중국팀과의 롤드컵 다전제 승부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불사 대마왕 신화'를 이룩했다.
'페이커' 이상혁처럼, 신진서도 비슷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한-중-일 최고 바둑 기사들이 맞붙는 제25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하 농심배)에서 한국은 신진서를 제외한 다른 기사들이 4연패로 모두 탈락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신진서는 중국의 셰얼하오 9단을 흑 불계승으로 꺾고 일단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우승을 위해선 신진서가 내년 2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3라운드에서 중국의 커제·딩하오·구쯔하오·자오천위 9단을 모두 꺾어야 하는 상황이다. 쉽지 않지만, 농심배에서만 최근 11연승으로 3년 연속 한국의 우승을 이끈 신진서이기에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도 마냥 꿈은 아니다.
"한국 바둑이 위기 상황이었지만, 제 바둑을 두려고 했습니다. 보통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다섯 판은 둬야 하는데, 지금 농심배의 남은 판이 다섯 판입니다. 첫판이라는 마음으로 한 판 한 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신진서 9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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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형 기자 nobrot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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