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주일 미국 대사가 본 한미일 협력의 미래는?

입력 2023.12.06 (06:22) 수정 2023.12.06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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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5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한·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협력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5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한·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협력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8월18일.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연 날입니다. 한미일 3국 협력 체제의 근간을 구축한 기념비적인 날로 꼽힙니다.
이날 이후, 3국 협력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틀 뒤인 8일에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서울을 방문해,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가 열립니다.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위기 등 국제 정세에서 여러 불안 요소가 중첩해 발생하는 상황에, 3국 협력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대 복병은 한일 간 역사 갈등입니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진행형'이고, 미·중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이지만 언제든 '활화산'으로 타오를 수 있습니다. 한미일 3각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 최일선에서 뛴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 빌 해거티 전 주일 미국대사입니다. 각각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아시아 정책을 실행에 옮긴 인물입니다.

■ "한미일 협력,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한미일 협력이 일단 가동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는 어제(5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한·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8월 18일'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크게 바꿔버린 3가지 문제, 즉 코로나 19(COVID19), 분쟁(Conflicts), 강압(Coercion)에 대한 3국의 정치적·외교적 대응이라는 겁니다. 이매뉴얼 대사는 자신 역시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 참석을 위해 이번 주말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점을 예로 들며, 불과 두 달여 만에 십여 개 영역에서 3국 간 협력이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일 미국 대사를 지낸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은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의 미 의회 건물에서 한·일 기자단을 만나 " 3국 협력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 문을 열었습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그는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위협을 언급하면서, 3국 협력을 심화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의 미 의회에서 한·일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의 미 의회에서 한·일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 내년 선거 앞둔 한국과 미국…"트럼프가 돌아온다면, 한미일 협력틀 유지될까?"

국내외에서 한미일 협력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큽니다. 당장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맹주의보다 '미국 제일주의'를 앞세우는 외교 정책을 펼쳤습니다. 한국 역시 내년 총선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일 협력'을 축으로 한 외교 정책 실행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해거티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인도 태평양 지역을 많이 방문했다"며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 경제적 관계가 강력한 군사적 관계와 강력한 외교적 관계의 토대"라면서, "내 목표는 우리의 경제 관계가 정치적 변화를 초월할 수 있도록, 더욱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매뉴얼 대사도 내년 미국 대선 결과가 3국 협력 틀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세 나라가 협력 틀을 구축하는 데 각종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 재정적 비용뿐 아니라 정치적·전략적 비용까지 더해져 협력 틀을 떼어내는 데 너무 큰 비용이 들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 한미일 협력의 잠재적 위험 요소 '한일 역사 갈등'…미국 입장은?

해거티 상원의원은 "한미일 관계에 대한 도전은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적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미일 3국 모두에서 전문가와 정부 당국자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매뉴얼 대사는 " 미국을 통하는 것보다 한일 양국이 서로 대화하는 것이 더 낫다"며 미국의 '중재' 역할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대답을 내놨습니다. 대신, 그는 한일 양국의 문화적 교류를 언급했습니다. 일본에서 K-pop의 인기,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양국 간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꼽았습니다.

■ 한미일 공조 강화될수록 북·중·러도 더욱 밀착?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아질수록, 한편에선 북·중·러가 '한미일'에 대응하기 위해 그들의 '밀착' 관계를 더욱 다지려 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지만, 2019년 멈춰선 비핵화 협상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캄캄하기만 합니다.

이매뉴얼 대사는 북·중·러 관계는 한미일 관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략적 이해 관계와 국제 규범을 공유하고 있는 한미일 관계와 달리, 북·중·러는 "협력적 방식으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미일이 '북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 묻는 말에, 이매뉴얼 대사는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한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 참여하게 되는 만큼, 한미일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관련해서도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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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5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한·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협력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8월18일.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연 날입니다. 한미일 3국 협력 체제의 근간을 구축한 기념비적인 날로 꼽힙니다.
이날 이후, 3국 협력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틀 뒤인 8일에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서울을 방문해,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가 열립니다.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위기 등 국제 정세에서 여러 불안 요소가 중첩해 발생하는 상황에, 3국 협력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대 복병은 한일 간 역사 갈등입니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진행형'이고, 미·중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이지만 언제든 '활화산'으로 타오를 수 있습니다. 한미일 3각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 최일선에서 뛴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 빌 해거티 전 주일 미국대사입니다. 각각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아시아 정책을 실행에 옮긴 인물입니다.

■ "한미일 협력,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한미일 협력이 일단 가동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는 어제(5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한·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8월 18일'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크게 바꿔버린 3가지 문제, 즉 코로나 19(COVID19), 분쟁(Conflicts), 강압(Coercion)에 대한 3국의 정치적·외교적 대응이라는 겁니다. 이매뉴얼 대사는 자신 역시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 참석을 위해 이번 주말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점을 예로 들며, 불과 두 달여 만에 십여 개 영역에서 3국 간 협력이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일 미국 대사를 지낸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은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의 미 의회 건물에서 한·일 기자단을 만나 " 3국 협력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 문을 열었습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그는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위협을 언급하면서, 3국 협력을 심화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의 미 의회에서 한·일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 내년 선거 앞둔 한국과 미국…"트럼프가 돌아온다면, 한미일 협력틀 유지될까?"

국내외에서 한미일 협력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큽니다. 당장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맹주의보다 '미국 제일주의'를 앞세우는 외교 정책을 펼쳤습니다. 한국 역시 내년 총선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일 협력'을 축으로 한 외교 정책 실행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해거티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인도 태평양 지역을 많이 방문했다"며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 경제적 관계가 강력한 군사적 관계와 강력한 외교적 관계의 토대"라면서, "내 목표는 우리의 경제 관계가 정치적 변화를 초월할 수 있도록, 더욱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매뉴얼 대사도 내년 미국 대선 결과가 3국 협력 틀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세 나라가 협력 틀을 구축하는 데 각종 투자를 하기 시작하면, 재정적 비용뿐 아니라 정치적·전략적 비용까지 더해져 협력 틀을 떼어내는 데 너무 큰 비용이 들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 한미일 협력의 잠재적 위험 요소 '한일 역사 갈등'…미국 입장은?

해거티 상원의원은 "한미일 관계에 대한 도전은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적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미일 3국 모두에서 전문가와 정부 당국자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매뉴얼 대사는 " 미국을 통하는 것보다 한일 양국이 서로 대화하는 것이 더 낫다"며 미국의 '중재' 역할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대답을 내놨습니다. 대신, 그는 한일 양국의 문화적 교류를 언급했습니다. 일본에서 K-pop의 인기,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양국 간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꼽았습니다.

■ 한미일 공조 강화될수록 북·중·러도 더욱 밀착?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아질수록, 한편에선 북·중·러가 '한미일'에 대응하기 위해 그들의 '밀착' 관계를 더욱 다지려 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이 핵 능력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지만, 2019년 멈춰선 비핵화 협상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캄캄하기만 합니다.

이매뉴얼 대사는 북·중·러 관계는 한미일 관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략적 이해 관계와 국제 규범을 공유하고 있는 한미일 관계와 달리, 북·중·러는 "협력적 방식으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미일이 '북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 묻는 말에, 이매뉴얼 대사는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한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 참여하게 되는 만큼, 한미일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관련해서도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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