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주거 빈곤]① 부산 아동 가구 8%…처음 드러난 주거 빈곤

입력 2023.12.06 (07:43) 수정 2023.12.0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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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엔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집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산시의 첫 공식 조사로 주거 빈곤을 겪는 아동 가구의 실태가 드러났는데요,

KBS는 그 결과를 최초로 확인해 제도적 문제와 대책까지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철거를 앞둔 재개발 구역과 맞닿은 주택가.

좁은 골목을 따라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낡고, 오래된 이 건물엔 다섯 식구가 삽니다.

["집이 너무 오래되니까 벽지가 막 떨어지고 손을 못 대요. 대면 무너질 것 같으니까…."]

10㎡가 채 안 되는 방이 2개.

어른 2명 정도 누울 수밖에 없는 크기입니다.

["(1층 방에) 저하고 애 아빠하고 자고, 위에는 애들 3명이서…."]

2층 방은 가파른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초등학생 등 자녀 3명이 공부하고 자는 공간입니다.

주택법에서 명시한 5인 가족 최저 주거 기준인 방 3개, 총 주거 면적 46㎡는 꿈같은 얘기입니다.

["애들도 방을 갖고 싶은데 못 갖고 이렇게 하는 게 좀…. 친구들은 방이 있는데 애들은 없으니까 마음이 조금 아프죠."]

네 가족이 사는 또 다른 집.

이 방에서 초등학교 2학년이 부모와 함께 생활합니다.

책상이 없어 벽 한쪽에 학습 도구를 정리해 뒀습니다.

나머지 방 하나는 오빠가 씁니다.

["방 달라, 방 달라 노래를 불렀어요. 방을 안 주니까, 엄마 방 언제 줄 거야 이러면서…."]

법으로 정한 주거 기준을 보면 6살 이상의 아동이 있는 경우 부모와 분리된 방을 갖춰야 합니다.

["(왜 그런 거야? 혼자 있고 싶어?) 친구들도 방 있고 해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기준.

부산시가 이 기준에도 못 미치는 아동 가구의 규모를 처음 확인했습니다.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와 소득 수준 등을 토대로 추정한 부산의 아동 주거 빈곤 가구는 최소 2만 2천여 곳.

18살 미만 아동이 사는 부산지역 가구의 약 8%에 달합니다.

16개 구·군 중에서는 중구와 금정구, 부산진구, 사상구, 서구 순으로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 지역만 놓고 보면 아동 가구 10곳 중 1곳 넘게 주거 빈곤을 겪고 있습니다.

[윤성호/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실태조사 자문 :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은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 그리고 제2의 도시라고 하는 부산, 이런 도시에서 이 정도의 생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이건 또 다른 모습의 부산, 우리들이 보지 못했던 부산이 아닌가…."]

아이들이 겪는 주거 빈곤의 책임을 보호자인 부모에게만 떠넘길 순 없습니다.

[임세희/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소득 대비 높은 주거비라든가,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서 부모들이 아무리 열심히 장시간 노동해도 높은 주거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의 책임이 보호자에게만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4년 전, 공공 임대주택 공급 등 대책을 내놨지만, '아동 주거권'은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청년, 신혼부부, 노인, 이런 정책은 많이 나오지만, 아동에 집중하는 정책은 그렇게 많이 나와 있지 않고, 다른 계층보다 먼저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주거 정책에서 굉장히 소외돼 있는 게 아동 주거 문제입니다."]

부산시는 주거 등 유엔협약에 담긴 아동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2019년 전국 광역시 중 처음으로 '아동 친화 도시' 인증을 받았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소연·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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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주거 빈곤]① 부산 아동 가구 8%…처음 드러난 주거 빈곤
    • 입력 2023-12-06 07:43:35
    • 수정2023-12-06 13:44:52
    뉴스광장(부산)
[앵커]

우리 주변엔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주거 기준에도 못 미치는 집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산시의 첫 공식 조사로 주거 빈곤을 겪는 아동 가구의 실태가 드러났는데요,

KBS는 그 결과를 최초로 확인해 제도적 문제와 대책까지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철거를 앞둔 재개발 구역과 맞닿은 주택가.

좁은 골목을 따라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낡고, 오래된 이 건물엔 다섯 식구가 삽니다.

["집이 너무 오래되니까 벽지가 막 떨어지고 손을 못 대요. 대면 무너질 것 같으니까…."]

10㎡가 채 안 되는 방이 2개.

어른 2명 정도 누울 수밖에 없는 크기입니다.

["(1층 방에) 저하고 애 아빠하고 자고, 위에는 애들 3명이서…."]

2층 방은 가파른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초등학생 등 자녀 3명이 공부하고 자는 공간입니다.

주택법에서 명시한 5인 가족 최저 주거 기준인 방 3개, 총 주거 면적 46㎡는 꿈같은 얘기입니다.

["애들도 방을 갖고 싶은데 못 갖고 이렇게 하는 게 좀…. 친구들은 방이 있는데 애들은 없으니까 마음이 조금 아프죠."]

네 가족이 사는 또 다른 집.

이 방에서 초등학교 2학년이 부모와 함께 생활합니다.

책상이 없어 벽 한쪽에 학습 도구를 정리해 뒀습니다.

나머지 방 하나는 오빠가 씁니다.

["방 달라, 방 달라 노래를 불렀어요. 방을 안 주니까, 엄마 방 언제 줄 거야 이러면서…."]

법으로 정한 주거 기준을 보면 6살 이상의 아동이 있는 경우 부모와 분리된 방을 갖춰야 합니다.

["(왜 그런 거야? 혼자 있고 싶어?) 친구들도 방 있고 해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 기준.

부산시가 이 기준에도 못 미치는 아동 가구의 규모를 처음 확인했습니다.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와 소득 수준 등을 토대로 추정한 부산의 아동 주거 빈곤 가구는 최소 2만 2천여 곳.

18살 미만 아동이 사는 부산지역 가구의 약 8%에 달합니다.

16개 구·군 중에서는 중구와 금정구, 부산진구, 사상구, 서구 순으로 아동 주거 빈곤 가구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 지역만 놓고 보면 아동 가구 10곳 중 1곳 넘게 주거 빈곤을 겪고 있습니다.

[윤성호/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실태조사 자문 :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은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 그리고 제2의 도시라고 하는 부산, 이런 도시에서 이 정도의 생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이건 또 다른 모습의 부산, 우리들이 보지 못했던 부산이 아닌가…."]

아이들이 겪는 주거 빈곤의 책임을 보호자인 부모에게만 떠넘길 순 없습니다.

[임세희/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소득 대비 높은 주거비라든가,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서 부모들이 아무리 열심히 장시간 노동해도 높은 주거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의 책임이 보호자에게만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4년 전, 공공 임대주택 공급 등 대책을 내놨지만, '아동 주거권'은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청년, 신혼부부, 노인, 이런 정책은 많이 나오지만, 아동에 집중하는 정책은 그렇게 많이 나와 있지 않고, 다른 계층보다 먼저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주거 정책에서 굉장히 소외돼 있는 게 아동 주거 문제입니다."]

부산시는 주거 등 유엔협약에 담긴 아동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2019년 전국 광역시 중 처음으로 '아동 친화 도시' 인증을 받았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그래픽:김소연·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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