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년 맞은 진실화해위, 진실규명률 21%에 그쳐…활동기간 1년 연장은?

입력 2023.12.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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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출범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항일독립운동이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 일어났던 다양한 인권침해 등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독립적인 조사기관이자 국가기관입니다.

진실화해위는 오늘(6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출범 3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지난 3년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짚어봅니다.

■ 신청 사건 '종결률' 49.3%…'진실규명률'은 21%에 그쳐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재출범한 이후, 모두 2만 323건의 사건을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전체 사건의 49.3%(1만 19건)를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세부적으로는 △항일독립운동 90건(69.2%) △한국전쟁 발발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 3,545건(35.5%) △적대 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2,195건 △미군 관련 사건 44건(18.3%) △3·15의거 사건 275건(80.9%) 등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종결사건은 크게 '진실규명 결정'이나 '진실규명 불능', '각하' 등으로 나뉩니다.

진실규명 결정은 신청인이 주장한 피해 사실이 확인된 경우로, 진실화해위는 국가나 관련 기관에 피해 구제 등의 권고를 내립니다. 진실규명 불능은 조사를 거쳤지만, 증거의 부족 등으로 객관적으로 피해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각하는 신청받은 사건이 진실화해위가 정하는 조사 대상이 아닌 경우입니다.

즉, 종결된 사건 가운데 진실규명 결정이 된 경우, 즉 진실규명률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종결 처리 사건 가운데 '진실규명'이 된 사건은 얼마나 될까요? 진실규명률은 사건 종결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21%(4천 290건)에 그쳤습니다.

오늘 간담회에서도 낮은 진실규명률에 대한 취재진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1기 진실화해위(2005~2010년)와의 직접적인 비교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1기 진실화해위는 약 4년 2개월 동안 1만 1,175건 사건을 처리했고, 이 가운데 진실규명 결정 건은 8,450건, 즉 진실규명률은 약 76%였습니다.

■ 2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에 필요한 참고인, 1기 때만큼 충분치 않아"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이런 지적에 우선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진실규명률을 높이기 위해서 조사관과 위원회 전체가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옥남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1기 진실화해위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상임위원은 "6.25 한국전쟁 발발 약 60년이 지난 뒤 1기 위원회가 설립됐다"며 "한국전쟁 관련 진실규명에 필요한 참고인이 많았기 때문에, 15년 전 설립된 1기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진실규명을 위해 경찰·국정원 등 다른 기관과의 원활한 협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충분히 (관련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시간·공간 확보했으면 좋겠지만, 기관의 협조가 부실하거나, 관리 기관에서 특정된 제한된 키워드에 대한 열람만 허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광동 위원장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 표현 안 해"

한편, 과거 이력과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광동 위원장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전쟁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전시에는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게 맞는가"라는 무소속 이성만 의원 질의에 "그런 취지의 발언을 명백하게 했다"고 답한 바 있는데요.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는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는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오늘 취재진에게 "영천유족회를 만났을 때 '전쟁 중에 적대세력에 가담해 살인이나 방화 등 적대 활동을 한 활동자에 대한 여부를 보는 것'이라 말했을 뿐"이라며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표현은 제 표현이 아니고, 제 워딩이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취임 전에 과거사위원회 활동 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담은 발언과 기고를 했는데 위원회 활동을 하며 의견이 바뀌었나'는 질의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왜 그런 판단을 했었는지 공식적 자리에서 설명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다만 1기 위원회 진행 과정에서 활동과 처리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지적한 게 사실이고, 그 이후에 그 부분이 개선된 게 있고 개선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내년 5월 만료되는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연장되나?

진실화해위는 성과에 대해서도 밝혔습니다.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희생 사건과 공군첩보대의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등 다수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에 근거해 법원에서 배상판결이 내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진실화해위의 권고 이후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의 권고 이행 사례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언배 항일독립운동 사건'과 '예농속회 사건' 관련자들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또, 경기도와 충청남도, 부산시에서는 형제복지원 사건이나 선감학원, 서산개척단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금 지원 등 피해보상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10월, 선감학원 유해발굴 현장 언론공개 설명회지난 10월, 선감학원 유해발굴 현장 언론공개 설명회

김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을 1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8천여 건이 넘는 전시 민간인 희생 사건과 해외 입양 과정의 인권침해, 건국대 사건 등 진실규명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2기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은 내년 5월 26일까지입니다. '과거사 정리법'에 근거해 2기 위원회의 조사 기간은 최초 조사개시일로부터 3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1년 안에서 연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 5월로 위원회가 종료되면 전체 사건의 61.4% 처리에 머무를 것으로 에상되지만, 조사 기간이 1년 연장되면 사건 처리는 84.2%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기간 연장을 위해 지난 11월 말 대통령실과 국회 등 관련 기관에 보고하고, 현재는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빠르면 올해 말, 조사 기간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기간 신청사건 처리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진실규명에 대한 오랜 염원을 실현하고, 단 하나의 억울함도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기 진실화해위의 그간 활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오늘 밝힌 '단 하나의 억울함도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처럼, 진실화해위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많은 진실규명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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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주년 맞은 진실화해위, 진실규명률 21%에 그쳐…활동기간 1년 연장은?
    • 입력 2023-12-06 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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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출범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항일독립운동이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 일어났던 다양한 인권침해 등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독립적인 조사기관이자 국가기관입니다.

진실화해위는 오늘(6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출범 3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지난 3년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짚어봅니다.

■ 신청 사건 '종결률' 49.3%…'진실규명률'은 21%에 그쳐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재출범한 이후, 모두 2만 323건의 사건을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전체 사건의 49.3%(1만 19건)를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세부적으로는 △항일독립운동 90건(69.2%) △한국전쟁 발발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 3,545건(35.5%) △적대 세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2,195건 △미군 관련 사건 44건(18.3%) △3·15의거 사건 275건(80.9%) 등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종결사건은 크게 '진실규명 결정'이나 '진실규명 불능', '각하' 등으로 나뉩니다.

진실규명 결정은 신청인이 주장한 피해 사실이 확인된 경우로, 진실화해위는 국가나 관련 기관에 피해 구제 등의 권고를 내립니다. 진실규명 불능은 조사를 거쳤지만, 증거의 부족 등으로 객관적으로 피해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각하는 신청받은 사건이 진실화해위가 정하는 조사 대상이 아닌 경우입니다.

즉, 종결된 사건 가운데 진실규명 결정이 된 경우, 즉 진실규명률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종결 처리 사건 가운데 '진실규명'이 된 사건은 얼마나 될까요? 진실규명률은 사건 종결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21%(4천 290건)에 그쳤습니다.

오늘 간담회에서도 낮은 진실규명률에 대한 취재진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1기 진실화해위(2005~2010년)와의 직접적인 비교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1기 진실화해위는 약 4년 2개월 동안 1만 1,175건 사건을 처리했고, 이 가운데 진실규명 결정 건은 8,450건, 즉 진실규명률은 약 76%였습니다.

■ 2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에 필요한 참고인, 1기 때만큼 충분치 않아"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이런 지적에 우선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진실규명률을 높이기 위해서 조사관과 위원회 전체가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옥남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1기 진실화해위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상임위원은 "6.25 한국전쟁 발발 약 60년이 지난 뒤 1기 위원회가 설립됐다"며 "한국전쟁 관련 진실규명에 필요한 참고인이 많았기 때문에, 15년 전 설립된 1기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진실규명을 위해 경찰·국정원 등 다른 기관과의 원활한 협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충분히 (관련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시간·공간 확보했으면 좋겠지만, 기관의 협조가 부실하거나, 관리 기관에서 특정된 제한된 키워드에 대한 열람만 허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광동 위원장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 표현 안 해"

한편, 과거 이력과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광동 위원장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전쟁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전시에는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게 맞는가"라는 무소속 이성만 의원 질의에 "그런 취지의 발언을 명백하게 했다"고 답한 바 있는데요.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는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오늘 취재진에게 "영천유족회를 만났을 때 '전쟁 중에 적대세력에 가담해 살인이나 방화 등 적대 활동을 한 활동자에 대한 여부를 보는 것'이라 말했을 뿐"이라며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표현은 제 표현이 아니고, 제 워딩이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취임 전에 과거사위원회 활동 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담은 발언과 기고를 했는데 위원회 활동을 하며 의견이 바뀌었나'는 질의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왜 그런 판단을 했었는지 공식적 자리에서 설명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다만 1기 위원회 진행 과정에서 활동과 처리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지적한 게 사실이고, 그 이후에 그 부분이 개선된 게 있고 개선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내년 5월 만료되는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연장되나?

진실화해위는 성과에 대해서도 밝혔습니다. 전남 화순 군경에 의한 희생 사건과 공군첩보대의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등 다수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에 근거해 법원에서 배상판결이 내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진실화해위의 권고 이후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의 권고 이행 사례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언배 항일독립운동 사건'과 '예농속회 사건' 관련자들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또, 경기도와 충청남도, 부산시에서는 형제복지원 사건이나 선감학원, 서산개척단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금 지원 등 피해보상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 10월, 선감학원 유해발굴 현장 언론공개 설명회
김 위원장은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을 1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8천여 건이 넘는 전시 민간인 희생 사건과 해외 입양 과정의 인권침해, 건국대 사건 등 진실규명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2기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은 내년 5월 26일까지입니다. '과거사 정리법'에 근거해 2기 위원회의 조사 기간은 최초 조사개시일로부터 3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1년 안에서 연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 5월로 위원회가 종료되면 전체 사건의 61.4% 처리에 머무를 것으로 에상되지만, 조사 기간이 1년 연장되면 사건 처리는 84.2%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기간 연장을 위해 지난 11월 말 대통령실과 국회 등 관련 기관에 보고하고, 현재는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빠르면 올해 말, 조사 기간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기간 신청사건 처리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진실규명에 대한 오랜 염원을 실현하고, 단 하나의 억울함도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기 진실화해위의 그간 활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오늘 밝힌 '단 하나의 억울함도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처럼, 진실화해위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많은 진실규명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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