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칼 겨눈 EU…중국과 접점 찾을까?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2.06 (16:51) 수정 2023.12.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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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 중국·EU 정상회담…"진영 대립 안 돼"vs"시장 왜곡 우려"

내일(7일)로 예정된 중국·EU 정상회담은 2019년 EU 현 집행부 출범 이후 4년만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손을 맞잡을 예정입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EU 회원국의 주중 외교 사절들을 만났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내놓고자 하는 메시지를 미리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EU가 대화와 협력을 선택한다면 진영 대립은 없을 것이고, 평화와 안정을 선택한다면 신냉전도 일어나지 않을 것"

-왕이 중국 외교부장(지난 4일)

진영대결과 신냉전을 피하자는 말, 중국이 서방 국가들을 대할때마다 늘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미국과 발을 맞추면서 '디리스킹' 기조를 뚜렷이 보이고 있는 EU를 향한 요구인 셈입니다. 그럼 EU는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대중국 견제가 뚜렷합니다.

"(중국의) 단일 시장을 왜곡하는 불공정하고 때로는 약탈적인 관행에 관한 우려는 절대적으로 가시적이고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어"

"중국은 무역 강제, 유럽 상품 불매운동, 주요 원자재 수출 통제에 종종 의존해 와…우리가 중국과 분리를 원하지 않지만, 관계의 일부 위험을 제거해야 함을 보여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지난 달 6일)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갈등을 관리해나가자는데 합의하며 유화적 메시지가 나온 이후, 한 때 중국·EU 정상회담을 놓고도 양측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습니다. 다만 정상회담 직후 미중 사이에도 공급망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되는 것을 보면 중국과 EU사이에 쌓인 현안의 무게감이 상당해보입니다.

■중국산 전기차 칼 겨눈 EU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로 꼽히는 것은 바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문제입니다.

지난 9월 EU는 중국산 전기차가 막대한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토대로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면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U 집행위는 중국산 전기차는 국가 보조금에 기대 가격을 유럽 차 대비 평균 20% 낮춘 뒤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것을 일종의 시장 왜곡 내지는 교란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속내는 유럽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는데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보호무역주의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점적인 조사 대상에 오른건 BYD(비야디),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의 역내 시장 점유율은 8%인데, 지금의 빠른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2025년에는 점유율이 1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 증가에 따른 2030년 EU의 경제적 손실 규모를 240억 유로로 추산하기도 합니다.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는 최장 1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빠르면 조사 개시 9개월만에 잠정 조치가 발표될 수도 있습니다.

EU는 소득세 감면 및 면제, 국유은행에서의 대출 우대, 수출입세 환급 등의 방식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에 사실상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보는데, 이 보조금의 존재 여부가 실제로 확인되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 다른 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인과관계가 드러날 경우 중국 업체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2012년에도 EU가 중국이 자국 태양광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EU가 3.5~11.4%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 문제를 두고 이번 회담에서 양 측이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IAA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는 모습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IAA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포괄적 투자협정(CAI)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양 측은 2020년 약 7년 만에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EU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 측 사이에 서로 제재가 오갔고, 그 이후로도 EU가 미국과 함께 대중견제에 나서면서 포괄적 투자협정도 후속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교착국면에 빠졌습니다.

이 협정은 중국의 외국인투자 규제 규정을 손 봄으로써 EU의 중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보조금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한 공정 시장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질때만 해도 미중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EU가 미국과 노선을 달리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섰고 중국도 EU라는 든든한 교역 및 투자 파트너를 찾은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문제, 홍콩 민주운동가 체포 등의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EU가 중국과 대립하는 일이 잦아졌고 지금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서 대중국 디리스킹 대열에 합류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묵혀뒀던 포괄적 투자협정이 이번 정상회담때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면 양 측이 어떤 접근방식을 취할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에 대해 중국이 수출 통제를 시작하는 등 공급망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에 대해 중국이 수출 통제를 시작하는 등 공급망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또 '공급망'…균열 확인할까?


무엇보다, 중국과 EU 사이에는 최근 국제 무역 최대의 현안 '공급망' 문제가 놓여있습니다. 공급망을 둘러싼 상호 견제 속에서 전기차 문제 등 눈앞의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EU는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 의회, EU 집행위 간 핵심원자재법(CRMA)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필요한 원자재와 핵심광물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 목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30년까지 수입원을 다변화해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가 6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분리를 원하지는 않지만 일부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보여주듯 EU의 디리스킹 기조는 뚜렷합니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공동성명 발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앞서 미중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이 군사대화 재개 등에 합의하면서 갈등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회담 종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시작됐고 미국도 곧이어 소재지가 중국이거나 중국에서 법인 등록을 한 기업에서 핵심광물을 조달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미중정상회담의 성과보다 양국의 균열이 다시금 더 뚜렷하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EU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높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중국과 EU는 국제 안보 현안도 함께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EU가 대러시아 제재를 회피해 러시아군에 첨단기술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요구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헝가리가 조만간 있을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현안을 제외시키자고 요구하면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방중 일정을 단축하고 첫날 일정만 마무리한 뒤 헝가리 설득을 위해 벨기에로 출발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는데, EU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도 요청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가까이 가기는 어렵고 멀어지기는 싫은 것이 중국과 EU의 관계일텐데요. 균열이 드러날지, 아니면 접점을 찾을지 여부는 내일 있을 정상회담의 결과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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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7일)로 예정된 중국·EU 정상회담은 2019년 EU 현 집행부 출범 이후 4년만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손을 맞잡을 예정입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EU 회원국의 주중 외교 사절들을 만났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내놓고자 하는 메시지를 미리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EU가 대화와 협력을 선택한다면 진영 대립은 없을 것이고, 평화와 안정을 선택한다면 신냉전도 일어나지 않을 것"

-왕이 중국 외교부장(지난 4일)

진영대결과 신냉전을 피하자는 말, 중국이 서방 국가들을 대할때마다 늘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미국과 발을 맞추면서 '디리스킹' 기조를 뚜렷이 보이고 있는 EU를 향한 요구인 셈입니다. 그럼 EU는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대중국 견제가 뚜렷합니다.

"(중국의) 단일 시장을 왜곡하는 불공정하고 때로는 약탈적인 관행에 관한 우려는 절대적으로 가시적이고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어"

"중국은 무역 강제, 유럽 상품 불매운동, 주요 원자재 수출 통제에 종종 의존해 와…우리가 중국과 분리를 원하지 않지만, 관계의 일부 위험을 제거해야 함을 보여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지난 달 6일)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갈등을 관리해나가자는데 합의하며 유화적 메시지가 나온 이후, 한 때 중국·EU 정상회담을 놓고도 양측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습니다. 다만 정상회담 직후 미중 사이에도 공급망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되는 것을 보면 중국과 EU사이에 쌓인 현안의 무게감이 상당해보입니다.

■중국산 전기차 칼 겨눈 EU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로 꼽히는 것은 바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문제입니다.

지난 9월 EU는 중국산 전기차가 막대한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토대로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면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U 집행위는 중국산 전기차는 국가 보조금에 기대 가격을 유럽 차 대비 평균 20% 낮춘 뒤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것을 일종의 시장 왜곡 내지는 교란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속내는 유럽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는데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보호무역주의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점적인 조사 대상에 오른건 BYD(비야디),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의 역내 시장 점유율은 8%인데, 지금의 빠른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2025년에는 점유율이 1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 증가에 따른 2030년 EU의 경제적 손실 규모를 240억 유로로 추산하기도 합니다.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는 최장 1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빠르면 조사 개시 9개월만에 잠정 조치가 발표될 수도 있습니다.

EU는 소득세 감면 및 면제, 국유은행에서의 대출 우대, 수출입세 환급 등의 방식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에 사실상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보는데, 이 보조금의 존재 여부가 실제로 확인되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 다른 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인과관계가 드러날 경우 중국 업체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2012년에도 EU가 중국이 자국 태양광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EU가 3.5~11.4%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 문제를 두고 이번 회담에서 양 측이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3  IAA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는 모습
포괄적 투자협정(CAI)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양 측은 2020년 약 7년 만에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EU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 측 사이에 서로 제재가 오갔고, 그 이후로도 EU가 미국과 함께 대중견제에 나서면서 포괄적 투자협정도 후속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교착국면에 빠졌습니다.

이 협정은 중국의 외국인투자 규제 규정을 손 봄으로써 EU의 중국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보조금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한 공정 시장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질때만 해도 미중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EU가 미국과 노선을 달리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섰고 중국도 EU라는 든든한 교역 및 투자 파트너를 찾은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문제, 홍콩 민주운동가 체포 등의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EU가 중국과 대립하는 일이 잦아졌고 지금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서 대중국 디리스킹 대열에 합류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묵혀뒀던 포괄적 투자협정이 이번 정상회담때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면 양 측이 어떤 접근방식을 취할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에 대해 중국이 수출 통제를 시작하는 등 공급망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또 '공급망'…균열 확인할까?


무엇보다, 중국과 EU 사이에는 최근 국제 무역 최대의 현안 '공급망' 문제가 놓여있습니다. 공급망을 둘러싼 상호 견제 속에서 전기차 문제 등 눈앞의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EU는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유럽 의회, EU 집행위 간 핵심원자재법(CRMA)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필요한 원자재와 핵심광물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 목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30년까지 수입원을 다변화해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가 6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과 분리를 원하지는 않지만 일부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발언이 보여주듯 EU의 디리스킹 기조는 뚜렷합니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공동성명 발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앞서 미중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이 군사대화 재개 등에 합의하면서 갈등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회담 종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시작됐고 미국도 곧이어 소재지가 중국이거나 중국에서 법인 등록을 한 기업에서 핵심광물을 조달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미중정상회담의 성과보다 양국의 균열이 다시금 더 뚜렷하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EU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높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중국과 EU는 국제 안보 현안도 함께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EU가 대러시아 제재를 회피해 러시아군에 첨단기술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요구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헝가리가 조만간 있을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현안을 제외시키자고 요구하면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방중 일정을 단축하고 첫날 일정만 마무리한 뒤 헝가리 설득을 위해 벨기에로 출발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는데, EU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도 요청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가까이 가기는 어렵고 멀어지기는 싫은 것이 중국과 EU의 관계일텐데요. 균열이 드러날지, 아니면 접점을 찾을지 여부는 내일 있을 정상회담의 결과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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