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강국’ 에스토니아 앞질렀지만…“자신감 부족”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2.07 (07:00) 수정 2023.12.0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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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3년마다 발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 전 세계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영역 역량과 창의적 사고 능력 등 여러 부문을 평가해 공개합니다. 일종의 국가별 교육 성적표인 셈입니다.

최근 2022년도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수학과 읽기, 과학 부문만 발표했습니다. 4년 전 2018년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OECD 회원국 평균 점수는 세 영역에서 다 10점 이상 떨어졌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았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코로나 사태에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타이완, 싱가포르(읽기 제외) 등 최상위권에 포진한 아시아 국가들은 오히려 성적이 더 올랐습니다.

[연관 기사] “한국 학업 성취도, 코로나 영향 없었다”…“원격 수업·교사 관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34481

■ 코로나 직격탄 맞은 유럽 국가 '울상'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건 유럽 국가들입니다. 2018년보다 매우 저조한 성적을 받은 네덜란드를 보면, 수학 -27점, 읽기 -26점, 과학 -15점으로 모든 영역에서 큰 폭 하락했습니다. 핀란드도 수학 -23점, 읽기 -30점, 과학 -11점을 기록했습니다. OECD 평균 점수가 떨어진 것 (수학 : -12점, 읽기: -11점, 과학 -4점)보다 하락 폭이 두 배 이상 컸습니다.


OECD 평균 점수대에는 속했지만 독일과 프랑스도 수학에서 20점 이상 떨어져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입니다. 당장 프랑스 교육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학 점수가 전례없이 떨어진 데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 상황에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한국과 일본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자국의 교육 실태를 진단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교육계 신흥강국으로 관심을 받았던 에스토니아 역시 코로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수학이 -13점, 읽기 -12점, 과학 -4점으로, 2018년보다 부진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2018년엔 세 영역에서 모두 한국을 앞섰지만, 이번에는 한국 바로 다음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상위권에는 자리하고 있습니다.

■ 점수 떨어져도 에스토니아 '근거 있는 자신감'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한국과 에스토니아를 비교하며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성장형 사고방식(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수학 점수 간 연관성에 관한 조사입니다.

가로축이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성장형 사고방식(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이 높음. 세로축은 ‘수학 점수’. 예시로 든 에스토니아는 ‘성장형 사고방식’과 ‘수학 점수’가 모든 높은 사례. 반면 한국은 ‘수학 점수’는 높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은 낮은 편.가로축이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성장형 사고방식(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이 높음. 세로축은 ‘수학 점수’. 예시로 든 에스토니아는 ‘성장형 사고방식’과 ‘수학 점수’가 모든 높은 사례. 반면 한국은 ‘수학 점수’는 높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은 낮은 편.

에스토니아의 경우 학생들이 스스로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 지수도 높고, 실제 수학 성적도 높아 두 가지 요인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KBS와 인터뷰 중)

에스토니아는 매우 흥미로운 예시입니다. 학교 가는 날이 많지도 않고, 과외도 없고, 한국에 비해 학습에 할애하는 시간도 훨씬 짧습니다. 그런데 에스토니아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며 영감을 주는 환경이고요. 또 교사들은 학생들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도록 하며, 새로운 도전에 맞서도록 지도합니다.

반면 한국은 실제 수학 성적은 높지만, '성장형 사고방식'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OECD 평균보다도 낮았습니다. 그 만큼 자신감이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국에서 유달리 수학 과목을 콕 짚어,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KBS와 인터뷰 중)

높은 성취도를 보이는 교육 체계에서는 학생들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학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패턴에 예외적입니다. 한국 학생들은 학업적으로 성취도가 높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을 그다지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학업성취도가 높으니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삶에서 '성장형 사고방식'은 중요합니다. 이겨내기 힘든 도전을 종종 마주할 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성장형 사고방식'과 수학 점수 간 연관성 조사에서 한국, 에스토니아와 다른 범위에 속한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과 알바니아입니다. 미국은 '성장형 사고방식' 쉽게 말해 자신감은 가장 높은 편에 속했는데, 수학 점수는 OECD 평균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알바니아는 자신감과 수학 점수가 모두 최하위권에 속했는데, '타고난 머리가 좋아야 성적이 좋을 것'이라 믿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투자 많이 하면 수학 점수 오를까?

이번 조사는 학업성취도와 돈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학생 1명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높으면 수학 성적도 잘 나올 것이냐는 물음입니다. OECD가 내린 결론은 돈이 필요는 하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겁니다.

가로축이 학생 한 명에게 총 학업 기간 동안 투자하는 비용. 세로축은 수학 점수. 오른쪽에 분포할수록 투자 비용이 많은 나라. 위쪽에 분포할수록 수학 점수가 높은 나라. 한국과 싱가포르는 투자 비용도 많고 수학 점수도 높은 사례. 베트남은 투자 비용은 적지만 수학 점수가 비교적 높은 사례.가로축이 학생 한 명에게 총 학업 기간 동안 투자하는 비용. 세로축은 수학 점수. 오른쪽에 분포할수록 투자 비용이 많은 나라. 위쪽에 분포할수록 수학 점수가 높은 나라. 한국과 싱가포르는 투자 비용도 많고 수학 점수도 높은 사례. 베트남은 투자 비용은 적지만 수학 점수가 비교적 높은 사례.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 수학 성적이 잘 나오는, 한국이나 싱가포르가 있는 반면, 비슷한 비용을 들이고도 OECD 평균에 못미치는 미국이나 아이슬란드 사례도 있습니다. 또 카타르는 꽤 많은 투자를 하고도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 사례는 베트남입니다. 한 학생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드는 비용이 2만 달러 미만(한국은 12만 달러~14만 달러, OECD 평균은 10만 2천여 달러)으로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데, 수학 점수는 OECD 평균에 근접했습니다. 베트남과 비슷한 비용을 투자한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은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 집 가까운 학교, 최고의 학교일 수 있을까?

OECD는 학교 간 수학 점수 편차도 조사했습니다. OECD 회원국은 학교 간 편차가 평균 32%였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40%로 학교 간 편차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독일과 일본은 한국보다 더 편차가 큰 국가에 속했고, 학교 간 수학 점수 편차가 가장 큰 나라는 70%를 넘은 네덜란드였습니다. 이는 성적이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있고,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특정 학교를 골라 가야한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퍼센티지(%)가 높을수록 학교 간 격차가 크다는 의미. 한국과 독일, 일본, 네덜란드는 OECD 평균 이상으로 학교 간 격차가 큰 사례. 아이슬란드와 에스토니아는 OECD 평균 이하.퍼센티지(%)가 높을수록 학교 간 격차가 크다는 의미. 한국과 독일, 일본, 네덜란드는 OECD 평균 이상으로 학교 간 격차가 큰 사례. 아이슬란드와 에스토니아는 OECD 평균 이하.

반면 수학 점수가 최상위권인 에스토니아는 학교 간 편차가 10%대로 낮은 축에 속했습니다. 몇 개의 좋은 학교가 평균 성적을 이른바 '하드 캐리'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학교나 골고루 수학 점수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는 그 편차가 10% 미만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에스토니아와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에서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집 가까운 학교가 최고 학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코로나에도 선방한 한국 , 개선점은?

코로나에도 '선방'한 한국 교육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코로나 사태 기간에 한국에 있으며, 한국 교육의 강점과 약점을 직접 보고 느꼈다는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에게 물었습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KBS와 인터뷰 중)

한 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한국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팬데믹 기간에도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겁니다. 스스로 학습 목표를 정하고,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선생님이 곁에 있을 때는 잘 배웁니다. 그러나 자율 학습에 대한 동기나 동력이 없습니다.

둘째는 부모의 지원과 관심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 학부모는 학교의 고객처럼 여겨지고, 학교에 대한 기대도 많습니다. 하지만 학습에 대한 부모의 관심, 진정한 참여는 과거보다 크지 않았고, 오히려 적었습니다. 학교는 하나의 사회가 될 때에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학생과 교사, 부모가 같은 목표를 두고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OECD는 내년 6월에는 '창의적 사고력 평가'와 '금융소양 평가' 부문에 대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조사와 2018년 조사에서 수학, 읽기, 과학 평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된 한국과 에스토니아. 내년 '창의적 사고력 평가' 부문 발표에서는 누가 웃게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자료조사: 이준용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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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교육 강국’ 에스토니아 앞질렀지만…“자신감 부족”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12-07 07:00:26
    • 수정2023-12-07 07: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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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3년마다 발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 전 세계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영역 역량과 창의적 사고 능력 등 여러 부문을 평가해 공개합니다. 일종의 국가별 교육 성적표인 셈입니다.

최근 2022년도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수학과 읽기, 과학 부문만 발표했습니다. 4년 전 2018년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OECD 회원국 평균 점수는 세 영역에서 다 10점 이상 떨어졌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았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코로나 사태에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타이완, 싱가포르(읽기 제외) 등 최상위권에 포진한 아시아 국가들은 오히려 성적이 더 올랐습니다.

[연관 기사] “한국 학업 성취도, 코로나 영향 없었다”…“원격 수업·교사 관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34481

■ 코로나 직격탄 맞은 유럽 국가 '울상'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건 유럽 국가들입니다. 2018년보다 매우 저조한 성적을 받은 네덜란드를 보면, 수학 -27점, 읽기 -26점, 과학 -15점으로 모든 영역에서 큰 폭 하락했습니다. 핀란드도 수학 -23점, 읽기 -30점, 과학 -11점을 기록했습니다. OECD 평균 점수가 떨어진 것 (수학 : -12점, 읽기: -11점, 과학 -4점)보다 하락 폭이 두 배 이상 컸습니다.


OECD 평균 점수대에는 속했지만 독일과 프랑스도 수학에서 20점 이상 떨어져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입니다. 당장 프랑스 교육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학 점수가 전례없이 떨어진 데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 상황에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한국과 일본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자국의 교육 실태를 진단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교육계 신흥강국으로 관심을 받았던 에스토니아 역시 코로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수학이 -13점, 읽기 -12점, 과학 -4점으로, 2018년보다 부진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2018년엔 세 영역에서 모두 한국을 앞섰지만, 이번에는 한국 바로 다음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상위권에는 자리하고 있습니다.

■ 점수 떨어져도 에스토니아 '근거 있는 자신감'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한국과 에스토니아를 비교하며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성장형 사고방식(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수학 점수 간 연관성에 관한 조사입니다.

가로축이 ‘성장형 사고방식’으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성장형 사고방식(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이 높음. 세로축은 ‘수학 점수’. 예시로 든 에스토니아는 ‘성장형 사고방식’과 ‘수학 점수’가 모든 높은 사례. 반면 한국은 ‘수학 점수’는 높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은 낮은 편.
에스토니아의 경우 학생들이 스스로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사고방식' 지수도 높고, 실제 수학 성적도 높아 두 가지 요인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KBS와 인터뷰 중)

에스토니아는 매우 흥미로운 예시입니다. 학교 가는 날이 많지도 않고, 과외도 없고, 한국에 비해 학습에 할애하는 시간도 훨씬 짧습니다. 그런데 에스토니아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며 영감을 주는 환경이고요. 또 교사들은 학생들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도록 하며, 새로운 도전에 맞서도록 지도합니다.

반면 한국은 실제 수학 성적은 높지만, '성장형 사고방식'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OECD 평균보다도 낮았습니다. 그 만큼 자신감이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한국에서 유달리 수학 과목을 콕 짚어,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KBS와 인터뷰 중)

높은 성취도를 보이는 교육 체계에서는 학생들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학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 패턴에 예외적입니다. 한국 학생들은 학업적으로 성취도가 높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을 그다지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학업성취도가 높으니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삶에서 '성장형 사고방식'은 중요합니다. 이겨내기 힘든 도전을 종종 마주할 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이 부분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성장형 사고방식'과 수학 점수 간 연관성 조사에서 한국, 에스토니아와 다른 범위에 속한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과 알바니아입니다. 미국은 '성장형 사고방식' 쉽게 말해 자신감은 가장 높은 편에 속했는데, 수학 점수는 OECD 평균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알바니아는 자신감과 수학 점수가 모두 최하위권에 속했는데, '타고난 머리가 좋아야 성적이 좋을 것'이라 믿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투자 많이 하면 수학 점수 오를까?

이번 조사는 학업성취도와 돈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도 주목했습니다. 학생 1명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높으면 수학 성적도 잘 나올 것이냐는 물음입니다. OECD가 내린 결론은 돈이 필요는 하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겁니다.

가로축이 학생 한 명에게 총 학업 기간 동안 투자하는 비용. 세로축은 수학 점수. 오른쪽에 분포할수록 투자 비용이 많은 나라. 위쪽에 분포할수록 수학 점수가 높은 나라. 한국과 싱가포르는 투자 비용도 많고 수학 점수도 높은 사례. 베트남은 투자 비용은 적지만 수학 점수가 비교적 높은 사례.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 수학 성적이 잘 나오는, 한국이나 싱가포르가 있는 반면, 비슷한 비용을 들이고도 OECD 평균에 못미치는 미국이나 아이슬란드 사례도 있습니다. 또 카타르는 꽤 많은 투자를 하고도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 사례는 베트남입니다. 한 학생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드는 비용이 2만 달러 미만(한국은 12만 달러~14만 달러, OECD 평균은 10만 2천여 달러)으로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데, 수학 점수는 OECD 평균에 근접했습니다. 베트남과 비슷한 비용을 투자한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은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 집 가까운 학교, 최고의 학교일 수 있을까?

OECD는 학교 간 수학 점수 편차도 조사했습니다. OECD 회원국은 학교 간 편차가 평균 32%였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40%로 학교 간 편차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독일과 일본은 한국보다 더 편차가 큰 국가에 속했고, 학교 간 수학 점수 편차가 가장 큰 나라는 70%를 넘은 네덜란드였습니다. 이는 성적이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있고, 결국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특정 학교를 골라 가야한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퍼센티지(%)가 높을수록 학교 간 격차가 크다는 의미. 한국과 독일, 일본, 네덜란드는 OECD 평균 이상으로 학교 간 격차가 큰 사례. 아이슬란드와 에스토니아는 OECD 평균 이하.
반면 수학 점수가 최상위권인 에스토니아는 학교 간 편차가 10%대로 낮은 축에 속했습니다. 몇 개의 좋은 학교가 평균 성적을 이른바 '하드 캐리'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학교나 골고루 수학 점수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는 그 편차가 10% 미만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에스토니아와 아이슬란드, 아일랜드에서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집 가까운 학교가 최고 학교'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코로나에도 선방한 한국 , 개선점은?

코로나에도 '선방'한 한국 교육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코로나 사태 기간에 한국에 있으며, 한국 교육의 강점과 약점을 직접 보고 느꼈다는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에게 물었습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 (KBS와 인터뷰 중)

한 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한국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팬데믹 기간에도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더 중요해질 겁니다. 스스로 학습 목표를 정하고,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선생님이 곁에 있을 때는 잘 배웁니다. 그러나 자율 학습에 대한 동기나 동력이 없습니다.

둘째는 부모의 지원과 관심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 학부모는 학교의 고객처럼 여겨지고, 학교에 대한 기대도 많습니다. 하지만 학습에 대한 부모의 관심, 진정한 참여는 과거보다 크지 않았고, 오히려 적었습니다. 학교는 하나의 사회가 될 때에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학생과 교사, 부모가 같은 목표를 두고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OECD는 내년 6월에는 '창의적 사고력 평가'와 '금융소양 평가' 부문에 대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번 조사와 2018년 조사에서 수학, 읽기, 과학 평가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된 한국과 에스토니아. 내년 '창의적 사고력 평가' 부문 발표에서는 누가 웃게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자료조사: 이준용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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