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계기’ 고 김용균씨 사건…대법 “원청업체 무죄”

입력 2023.12.07 (10:37) 수정 2023.12.0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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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계기가 된 고(故) 김용균 씨 사건과 관련해 사망 사고의 책임을 원청 기업 대표에게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오늘(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김 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지난 2018년 12월 새벽 혼자 작업을 하던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습니다.

당시 김 씨는 덮개 등 방호장치 없이 작업하도록 방치됐고, 기계의 운전을 시작할 때 위험방지를 위해 2인1조로 근무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홀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지난 2020년 8월, 원·하청 기업 법인과 사장 등 임직원 14명에게 사망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이 인정된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1·2심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관리자급 임직원, 한국발전기술 법인과 관리자급 임직원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의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까지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급심 법원은 그러나 원청업체 대표 김 전 사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원청 대표가 김 씨 사망의 원인으로 꼽힌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고, 김 씨와 원청 사이에 실질적 고용 관계가 없다며 사망 책임을 원청 대표에까지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까지 이어졌지만, 정작 김 씨 사건에선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됐고 법원이 원청 대표의 법 위반 고의도 인정하지 않아 원청 대표이사는 처벌을 피하게 됐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결론을 확정한 뒤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며 규탄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단 증거 아니냐. 그런데도 무죄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안전 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기업과 정부 기관이 수십년간 이해관계로 얽혀 사람의 중함은 무시된 채 목숨조차 돈과 저울질하게 만든 너무도 부당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며 “거대 권력 앞에 무너지는 사람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이 길에서 막힌다 해도 또 다른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씨 유족을 대리한 박다혜 변호사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든 개정법을 적용하든 충분한 증거와 법리가 갖춰져 있는 사건임에도 법원은 위탁 계약과 원·하청 관계라는 형식에 눈이 멀어 그 실체를 보지 못했다”며 “오늘 대법원 선고는 그저 법원의 실패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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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07 10:37:46
    • 수정2023-12-07 13:45:29
    사회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계기가 된 고(故) 김용균 씨 사건과 관련해 사망 사고의 책임을 원청 기업 대표에게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오늘(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에서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김 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지난 2018년 12월 새벽 혼자 작업을 하던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습니다.

당시 김 씨는 덮개 등 방호장치 없이 작업하도록 방치됐고, 기계의 운전을 시작할 때 위험방지를 위해 2인1조로 근무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홀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지난 2020년 8월, 원·하청 기업 법인과 사장 등 임직원 14명에게 사망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이 인정된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1·2심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관리자급 임직원, 한국발전기술 법인과 관리자급 임직원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의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까지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급심 법원은 그러나 원청업체 대표 김 전 사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원청 대표가 김 씨 사망의 원인으로 꼽힌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고, 김 씨와 원청 사이에 실질적 고용 관계가 없다며 사망 책임을 원청 대표에까지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까지 이어졌지만, 정작 김 씨 사건에선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됐고 법원이 원청 대표의 법 위반 고의도 인정하지 않아 원청 대표이사는 처벌을 피하게 됐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결론을 확정한 뒤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며 규탄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단 증거 아니냐. 그런데도 무죄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안전 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기업과 정부 기관이 수십년간 이해관계로 얽혀 사람의 중함은 무시된 채 목숨조차 돈과 저울질하게 만든 너무도 부당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며 “거대 권력 앞에 무너지는 사람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이 길에서 막힌다 해도 또 다른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씨 유족을 대리한 박다혜 변호사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든 개정법을 적용하든 충분한 증거와 법리가 갖춰져 있는 사건임에도 법원은 위탁 계약과 원·하청 관계라는 형식에 눈이 멀어 그 실체를 보지 못했다”며 “오늘 대법원 선고는 그저 법원의 실패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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