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투자하세요” 투자금 25억 가로챈 2명 구속…보조금도 꿀꺽

입력 2023.12.07 (10:56) 수정 2023.12.0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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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속여 수십억 원을 가로챈 40대 형제가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7명, 피해 금액은 25억 원에 달하는데요. 피해자는 대부분 40대 중년층으로 이 형제의 지인들입니다.

■"법인 설립하는데 대표로 등재해주겠다"...대출까지 받아 투자금 마련

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

경찰 수사 내용과 공소 사실 등을 보면 이렇습니다. 2014년 제주 면세점 두 곳에서 액세서리 판매장을 운영해 온 40대 강 모 씨 형제. 강 씨 형제는 2016년부터 지인들에게 "제주에서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개설된 매장의 직원만 200명이 넘고 수익이 계속 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3억 원을 투자하면 신규 입점 예정인 유명 건강 식품 판매장 지분 절반을 취득해 큰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지인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사실 강 씨 형제는 당시 매장 운영난으로 적자가 누적되어 직원들의 임금 체불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

이들은 초기에는 수익금이라면서 돈을 보내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돈을 더 많이 내면 법인 설립 때 대표로 등재해주고,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말에 속아 최대 8억 원까지 낸 피해자도 있었는데요. 피해자들은 가족에게 돈을 빌리거나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입차를 끌고 나타나 "지금 당장 투자해야 너의 투자금이 선 순위가 된다"며 피해자를 꼬드기기도 했습니다.

■ 수익금 지급은 '차일피일'…'돈 벌고 싶은 마음' 이용

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

피해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익금이 들어오기로 한 날. 돈은 들어오지 않았고 "면세점 안에 새 브랜드를 개업할 건데, 6개월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없었습니다.

불안해진 피해자들이 "수익금은 도대체 언제 받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이들 형제의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다른 사업이 또 있으니 기다려라" "또 다른 법인의 대표로 등재해주겠다 기다려라" "다음 해 연말까지는 정산해주겠다." 이렇게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 말만 믿고, 한 피해자는 다니던 대기업도 그만뒀습니다. 퇴직금을 받아 투자금으로 넣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형제는 피해자를 속여 받아낸 돈으로 또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수익금이라며 일부 돈을 나눠주며 사기 행각을 숨겼습니다. 이른바 '다단계 금융사기'였습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모두 잃게 생긴 피해자들은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빚을 내어 투자한 피해자들은 지금도 큰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 35억 도시재생 보조금 꿀꺽…보조금 관리 구멍

사기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형제 중 동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속여 수십억 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업 법인을 갖고 있던 강 씨는 2018년 제주시와 서귀포시 건물 두 채를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하겠다는 도시재생 사업계획서를 내고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보조금 격인 대출을 받았습니다.

2018년부터 6차례에 걸쳐 받은 보조금만 35억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리모델링 공사는 하는 둥 마는 둥이었고 강 씨는 보조금을 생활비와 카드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2023년 12월 5일 KBS 제주 7 뉴스2023년 12월 5일 KBS 제주 7 뉴스

취재진이 강 씨가 도시재생 목적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보조금을 받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건물 두 채를 확인했더니, 텅 빈 건물 안에는 공사 자재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방치 상태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경찰 조사 결과 이 건물은 실제 강 씨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건물을 자신의 법인 명의로 이전 해놓고, 매매대금이 오간 것처럼 가짜 거래 확인증을 꾸몄습니다.

2023년 12월 5일 KBS 제주 7 뉴스2023년 12월 5일 KBS 제주 7 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실제 금융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좌이체 내역은 보지 않아 이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당시엔 매매대금 확인증이나 계좌 이체 내역 중 하나만 제출해도 보조금 지급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택도시공사는 당시 내부 규정 심사 매뉴얼을 준수해 적법하게 심사했다면서, 제도를 악용한 해당 사업자에 대해서는 대출금 상환과 회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택도시기금 융자 심사 과정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경찰에 붙잡힌 일당 "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일"


수사를 맡은 제주 동부경찰서는 40대 형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유사 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2016년부터 3년 동안 투자자 7명으로부터 25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습니다.

또 제주도 건물 2채를 도시재생사업에 사용하겠다고 속여 보조금 35억 원을 부정으로 받은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또, 추가 피해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이들의 범죄 수익금 중 9억 7천여만 원을 몰수 추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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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12-07 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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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속여 수십억 원을 가로챈 40대 형제가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7명, 피해 금액은 25억 원에 달하는데요. 피해자는 대부분 40대 중년층으로 이 형제의 지인들입니다.

■"법인 설립하는데 대표로 등재해주겠다"...대출까지 받아 투자금 마련

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
경찰 수사 내용과 공소 사실 등을 보면 이렇습니다. 2014년 제주 면세점 두 곳에서 액세서리 판매장을 운영해 온 40대 강 모 씨 형제. 강 씨 형제는 2016년부터 지인들에게 "제주에서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개설된 매장의 직원만 200명이 넘고 수익이 계속 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3억 원을 투자하면 신규 입점 예정인 유명 건강 식품 판매장 지분 절반을 취득해 큰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지인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사실 강 씨 형제는 당시 매장 운영난으로 적자가 누적되어 직원들의 임금 체불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
이들은 초기에는 수익금이라면서 돈을 보내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돈을 더 많이 내면 법인 설립 때 대표로 등재해주고,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말에 속아 최대 8억 원까지 낸 피해자도 있었는데요. 피해자들은 가족에게 돈을 빌리거나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입차를 끌고 나타나 "지금 당장 투자해야 너의 투자금이 선 순위가 된다"며 피해자를 꼬드기기도 했습니다.

■ 수익금 지급은 '차일피일'…'돈 벌고 싶은 마음' 이용

2023년 12월 4일 KBS 제주 7 뉴스
피해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익금이 들어오기로 한 날. 돈은 들어오지 않았고 "면세점 안에 새 브랜드를 개업할 건데, 6개월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없었습니다.

불안해진 피해자들이 "수익금은 도대체 언제 받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이들 형제의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다른 사업이 또 있으니 기다려라" "또 다른 법인의 대표로 등재해주겠다 기다려라" "다음 해 연말까지는 정산해주겠다." 이렇게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 말만 믿고, 한 피해자는 다니던 대기업도 그만뒀습니다. 퇴직금을 받아 투자금으로 넣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형제는 피해자를 속여 받아낸 돈으로 또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수익금이라며 일부 돈을 나눠주며 사기 행각을 숨겼습니다. 이른바 '다단계 금융사기'였습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모두 잃게 생긴 피해자들은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빚을 내어 투자한 피해자들은 지금도 큰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 35억 도시재생 보조금 꿀꺽…보조금 관리 구멍

사기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형제 중 동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속여 수십억 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업 법인을 갖고 있던 강 씨는 2018년 제주시와 서귀포시 건물 두 채를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하겠다는 도시재생 사업계획서를 내고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보조금 격인 대출을 받았습니다.

2018년부터 6차례에 걸쳐 받은 보조금만 35억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리모델링 공사는 하는 둥 마는 둥이었고 강 씨는 보조금을 생활비와 카드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2023년 12월 5일 KBS 제주 7 뉴스
취재진이 강 씨가 도시재생 목적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보조금을 받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건물 두 채를 확인했더니, 텅 빈 건물 안에는 공사 자재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방치 상태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경찰 조사 결과 이 건물은 실제 강 씨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건물을 자신의 법인 명의로 이전 해놓고, 매매대금이 오간 것처럼 가짜 거래 확인증을 꾸몄습니다.

2023년 12월 5일 KBS 제주 7 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실제 금융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좌이체 내역은 보지 않아 이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당시엔 매매대금 확인증이나 계좌 이체 내역 중 하나만 제출해도 보조금 지급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택도시공사는 당시 내부 규정 심사 매뉴얼을 준수해 적법하게 심사했다면서, 제도를 악용한 해당 사업자에 대해서는 대출금 상환과 회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택도시기금 융자 심사 과정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경찰에 붙잡힌 일당 "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일"


수사를 맡은 제주 동부경찰서는 40대 형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유사 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2016년부터 3년 동안 투자자 7명으로부터 25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습니다.

또 제주도 건물 2채를 도시재생사업에 사용하겠다고 속여 보조금 35억 원을 부정으로 받은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또, 추가 피해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이들의 범죄 수익금 중 9억 7천여만 원을 몰수 추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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