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폭행에 숨진 60대 여성…상습 폭행 사실 끝내 감싼 모정

입력 2023.12.07 (20:07) 수정 2023.12.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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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계란프라이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게 폭행 이유였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40대 남성에게 오늘(7일)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 "술안주 왜 안 만들어 줘" 모친 때려 숨지게 한 아들, 징역 7년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5월, 서귀포시 동홍동 자택에서 술을 마시며, 60대 어머니에게 계란 프라이를 부쳐달라고 요구했지만, 어머니가 이에 응하지 않자, 다툼 끝에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범행 후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돌아와, 모친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곤 직접 112에 전화해 "어머니가 의식을 잃었다"고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피해 여성은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숨진 여성의 몸에서 머리 외상 등 타살 정황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아들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피해자 부검 결과, 사인은 '뇌 손상'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수사 기관 조사에 이어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동안 줄곧, 자신은 모친을 살짝 밀쳤을 뿐이라며, "어머니가 스스로 넘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존속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 "참고인 조사는 적법한 증거 아냐"…경찰 수사보고서·법정 진술 불인정

이번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피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며, 경찰이 제출한 진술 조서와 수사보고서, 담당 수사관의 법정 진술 가운데 피고인 진술에 관한 모든 내용을 증거로 삼지 않았지만 유죄 판결을 내린 점이 눈에 띕니다.

제주지방법원. KBS제주 DB제주지방법원. KBS제주 DB

재판부는 "경찰이 (수사 당시) 피고인을 참고인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황을 물으며 폭력이 있었는지 질문했고, 여러 정황상 피의자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면 정식으로 피의자로 전환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묻고 답한 것은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할지라도, 나머지 이웃과 딸의 진술, 그리고 검시 결과 등 증거만으로 충분히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아들이 모친을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무차별 구타로 모친을 숨지게 한 것이 아니라, 다소 우발적인 성격의 사건으로 보인다고 징역 7년 선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모친 폭행…피해자 검시·부검 결과가 증명"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은 "강한 충격에 두뇌가 손상됐다"는 피해자 부검 결과와 '평소에도 폭행이 잦았다'는 증인 진술을 토대로, 존속상해치사죄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이웃 주민들이나 피해자의 누나 진술에 따르면, 평소에도 피고인은 모친인 피해자에게 상당한 폭력과 폭언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하루 전날에도 피해자가 자신의 딸(피고인의 누나)에게 '아들이 때렸다'고 말했다는 진술이 있다"며 "피고인 본인 진술에 따르더라도 주방에서 공구로 식기를 모두 깨뜨렸다고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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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검시 과정에서 멍 다수가 발견된 점"이라며 "피고인이 '단순히 살짝 밀쳤다'고 주장하는데, 이와 같은 증거로 비춰 볼 때 모친인 피해자에게 상당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밀었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피해자의 사인은 뒷머리가 바닥이나 벽 등 둔탁한 물체에 강하게 부딪혀서, 안에서 뇌가 손상됐다는 것이다. 두개골 안에 뇌가 손상될 정도로 정말 세게, 매우 빠른 속력으로 넘어졌다는 말"이라며 "이는 누군가가 피해자의 머리나 상체를 강하게 밀었기 때문에라고 볼 수밖에 없다. 피해자와 같이 있었던 사람은 피고인 한 명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CCTV 영상을 통해서도 그날 피해자가 실수로 넘어질 정도로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주변인들 역시 피해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넘어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도 재판부는 언급했습니다.

■ 모친은 숨지기 전날도 아들의 상습 폭행 사실 딸에게 털어 놓았다

피해자는 숨지기 전날까지 딸에게 아들의 폭행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끝까지 자식을 감쌌던 사실도 법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인 모친을 폭행한 이유가 '계란프라이를 안 해줘서'라고 스스로 진술했다. 그런 이유로 모친을 그렇게 심하게 폭행하고 구타해, 결국 모친이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평소에도 폭력과 폭행이 일상적이었다. 죄책이 너무나 무겁고, 친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그렇게 했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이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꾸짖었습니다.

이어 "피해자는 자기 딸에게 평소에 '아들에게 폭행당하는 게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감싸셨다. 아들이니까"라며 "피고인의 누나도 '모친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패륜적 행동이 계속됐을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굉장히 안타깝게 돌아가셨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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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계란프라이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게 폭행 이유였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40대 남성에게 오늘(7일)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 "술안주 왜 안 만들어 줘" 모친 때려 숨지게 한 아들, 징역 7년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5월, 서귀포시 동홍동 자택에서 술을 마시며, 60대 어머니에게 계란 프라이를 부쳐달라고 요구했지만, 어머니가 이에 응하지 않자, 다툼 끝에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범행 후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돌아와, 모친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곤 직접 112에 전화해 "어머니가 의식을 잃었다"고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피해 여성은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숨진 여성의 몸에서 머리 외상 등 타살 정황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아들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피해자 부검 결과, 사인은 '뇌 손상'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수사 기관 조사에 이어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동안 줄곧, 자신은 모친을 살짝 밀쳤을 뿐이라며, "어머니가 스스로 넘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존속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 "참고인 조사는 적법한 증거 아냐"…경찰 수사보고서·법정 진술 불인정

이번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피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며, 경찰이 제출한 진술 조서와 수사보고서, 담당 수사관의 법정 진술 가운데 피고인 진술에 관한 모든 내용을 증거로 삼지 않았지만 유죄 판결을 내린 점이 눈에 띕니다.

제주지방법원. KBS제주 DB
재판부는 "경찰이 (수사 당시) 피고인을 참고인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황을 물으며 폭력이 있었는지 질문했고, 여러 정황상 피의자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면 정식으로 피의자로 전환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참고인 조사를 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묻고 답한 것은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할지라도, 나머지 이웃과 딸의 진술, 그리고 검시 결과 등 증거만으로 충분히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아들이 모친을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무차별 구타로 모친을 숨지게 한 것이 아니라, 다소 우발적인 성격의 사건으로 보인다고 징역 7년 선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모친 폭행…피해자 검시·부검 결과가 증명"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은 "강한 충격에 두뇌가 손상됐다"는 피해자 부검 결과와 '평소에도 폭행이 잦았다'는 증인 진술을 토대로, 존속상해치사죄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이웃 주민들이나 피해자의 누나 진술에 따르면, 평소에도 피고인은 모친인 피해자에게 상당한 폭력과 폭언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하루 전날에도 피해자가 자신의 딸(피고인의 누나)에게 '아들이 때렸다'고 말했다는 진술이 있다"며 "피고인 본인 진술에 따르더라도 주방에서 공구로 식기를 모두 깨뜨렸다고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티이미지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검시 과정에서 멍 다수가 발견된 점"이라며 "피고인이 '단순히 살짝 밀쳤다'고 주장하는데, 이와 같은 증거로 비춰 볼 때 모친인 피해자에게 상당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밀었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피해자의 사인은 뒷머리가 바닥이나 벽 등 둔탁한 물체에 강하게 부딪혀서, 안에서 뇌가 손상됐다는 것이다. 두개골 안에 뇌가 손상될 정도로 정말 세게, 매우 빠른 속력으로 넘어졌다는 말"이라며 "이는 누군가가 피해자의 머리나 상체를 강하게 밀었기 때문에라고 볼 수밖에 없다. 피해자와 같이 있었던 사람은 피고인 한 명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CCTV 영상을 통해서도 그날 피해자가 실수로 넘어질 정도로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주변인들 역시 피해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넘어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도 재판부는 언급했습니다.

■ 모친은 숨지기 전날도 아들의 상습 폭행 사실 딸에게 털어 놓았다

피해자는 숨지기 전날까지 딸에게 아들의 폭행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끝까지 자식을 감쌌던 사실도 법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인 모친을 폭행한 이유가 '계란프라이를 안 해줘서'라고 스스로 진술했다. 그런 이유로 모친을 그렇게 심하게 폭행하고 구타해, 결국 모친이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평소에도 폭력과 폭행이 일상적이었다. 죄책이 너무나 무겁고, 친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그렇게 했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이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꾸짖었습니다.

이어 "피해자는 자기 딸에게 평소에 '아들에게 폭행당하는 게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감싸셨다. 아들이니까"라며 "피고인의 누나도 '모친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패륜적 행동이 계속됐을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굉장히 안타깝게 돌아가셨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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