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돈주의 몰락”…통제받는 북한 시장

입력 2023.12.09 (08:07) 수정 2023.12.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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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3만 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30분의 1 수준입니다.

그런 북한에서 호텔에서 커피를 즐기고, 수입 화장품을 애용하고,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돈주’라 하는 사람들인데, 말하자면 북한의 신흥 부자입니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화를 통해 큰 부를 축적한 돈주들은 북한 일반 주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호화생활을 한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최근 이들의 위상에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장사할 물건이 부족해진데다,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와 관리 강화로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통제와 돈주의 몰락이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바리스타가 선보이는 ‘라떼 아트’.

그리고 여유롭게 커피와 차를 즐기는 사람들.

평양시에 있는 종합 서비스 시설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인데요.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전문 커피숍의 커피 한 잔 가격은 우리 돈 약 6천 원.

북한 주민들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비용이지만 이를 문화생활로 여기는 사람은 꽤 있습니다.

["모처럼 멋쟁이 봉사기지에 와서 여러 가지 봉사를 받고 보니까 정말 기분도 좋고 생각되는 것이 많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식당에서 외식을 즐기기도 하는데요.

피자, 스파게티 등의 서구식 요리는 물론 철판 요리나 초밥과 같이 색다른 메뉴도 다양합니다.

[김금숙/초밥 전문점 봉사자 : "우리 식당에 대한, 초밥 요리들에 대한 평이 대단해졌습니다. 우리는 더 훌륭하고 더 맛있는 초밥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2019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 대성백화점의 경우 해외의 고가 브랜드를 입점시켜 이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합니다.

[박철진/대성백화점 지배인 : "예전의 백화점은 목적 자체가 외국인 봉사 위주였다면 지금 우리 백화점은 인민들을 위한 봉사기지로 전변되었고 지난 시기보다 능력이 3배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렇게 북한 당국이 마련한 각종 문화·유희 시설을 즐길 수 있는 건 대부분 ‘돈주’들인데요.

1990년대 중 후반 배급 체계가 붕괴된 북한 시장에서 장사와 고리대금업, 밀수 등으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은 대형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외국산 전자제품과 사치품 등의 소비를 즐길 정도로 자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막강한 자본력으로 북한 사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돈주들이 지금까지 성장해온 방법 대부분이 상업 자본, 건설 투기 자본 이런 쪽으로 성장해 왔어요. 상업 자본도 예전에 장마당 중심 영역에서 대규모 거래를 통한 대방(무역업) 형식으로 성장하면서 사업 자본 규모가 커졌던 부분이고 돈주 한 사람이 가진 자본 역량이 상당히 커졌던 부분이고."]

그런데 최근 북한 돈주들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는 평안북도와 양강도, 함경북도의 시장 상황을 전하며 돈주의 약 70~80%가 몰락했다고 밝혔는데요.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유통으로 돈을 벌어온 돈주들이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는 겁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 3년 간 국경을 봉쇄하면서 원자재와 식량은 물론 각종 생필품 등의 수입이 급감한 것이 꼽힙니다.

[박현숙/2014년 탈북 : "코로나19로 인해서 중국에서 들어오던 물건들이 일체 고갈 상태에 있고 자국 내에서 생산해야 하는데 자국 내에도 원자재가 없으니까 생산되는 양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점점 시장은 좁아지고 황폐화가 되어가는 거예요."]

한국에 있는 탈북민과 최근 소식이 닿은 돈주 역시 막막한 심정을 전했다는데요.

[박현숙/2014년 탈북 : "물량을 구하지 못해서 있는 돈 까먹고 산다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북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대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대요."]

그런데 이들의 숨통을 죄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북한 당국의 통제와 관리입니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시장의 관리·감독을 강화했는데요.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영역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돼왔던 시장에 적극 개입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시장에서 파는 품목 전체에 대해서 국가 통제가 상당히 강화됐다. 특히 중앙 통제가 상당히 강화 됐다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해 드릴 수 있는데 어떤 배경에서 원인이 됐냐고 보면 국가가 지나치게 시장이 사재기나 독점을 통해서 시장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통제를 굉장히 강화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시기 본격화된 양곡 판매소 운영입니다.

과거 돈주들이 중국산 쌀과 옥수수 등을 매점매석해 식량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당국이 나서서 이를 막겠다는 겁니다.

[조선중앙TV/2월 7일 : "김덕훈 동지는 남포시 안의 양곡판매소들에서 식량공급 실태를 요해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양곡 판매소를 국가가 직접 운영해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판매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러면서 일반 상인들, 돈주들이 장마당에서 식량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겁니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시니어이코노미스트 : "양곡전매제 라고 해서 국가가 독점적으로 양곡 공급권을 쥐고 있는 그런 시스템이 있고 또 국가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되 시장을 어느 정도 열어줘서 시장과 국가의 양곡 공급권의 균형을 맞춰서 동시에 운영하는 이런 제도가 있는데 작년 10월부터 굉장히 적극적으로 판매소를 운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몰락한 돈주들이 꽤 많이 이미 생겨났죠."]

문제는 국가 주도의 양곡 판매소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 내 생산되는 식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데다 수입 물량도 여전히 부족해 한 달에 일주일 정도만 판매하는 실정.

또 공장이나 기업소 등에 노동자로 등록되지 않은 주민들은 식량을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 식량 분배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시니어이코노미스트 : "아주 일반적인 그 사람들, 직장도 없고 배급도 받을 대상이 아닌 사람들은 양곡 판매소에서 살 수 있는 쿠폰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사야 하는데 시장은 큰손들이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 개인들로서는 굉장히 힘든 거죠.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왜 시장 통제를 강화하는 걸까요?

먼저 북한 사회에서 시장화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국가 통제를 벗어나 커지고 있는 사적 재산을 억제하고 돈주들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자신이 통제하는 영역이 지나치게 시장의 영역에 맡겨져 있다든가 지나치게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부분 여기서 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게 중점이 될 가능성이 높죠."]

또 한편으론 개인 경제활동이 커지는데 따른 주민 사상 이완과 변질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북한은 코로나19 시기 시장 통제와 함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등 주민들의 일상을 통제하는 법안들을 제정했습니다.

[박현숙/2014년 탈북 : "내가 물건 하나를 산다고 하면 이 물건을 누구에게 주면은 가장 비싼 값에 팔까? 오직 그 연구만 해요. 사람들이 조직 생활 안 해요. 돈만 내고. 그리고 고액주라는 것도 있어서 인민반 동원 나간다고 하면 고액 주는 돈을 내서 하루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요. 그러니까 김정은이 놓고 볼 때 시장은 북한 사회에서 암적인 존재인 거예요."]

지난 8월, 북한은 3년 7개월 동안 닫았던 국경의 일부를 공식 개방했습니다.

하지만 물자 이동이나 인적 왕래는 여전히 제한적인데요.

돈주들이 자체적인 힘으로 다시 일어설 기회는 그만큼 적다는 의미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예를 들어 러시아와의 협력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특정 사업이 크게 공단 형식으로든 아니면 산업 단지 형식으로 진행된다가 아니면 거기에 대규모 뭔가 플랜트가 들어온다든가 이런 방식으로 아주 극적인 외부 도움이 없다면 북한 자체적으로 활성화 시키고 경제 여건을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동력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때 그들의 자금 흐름이 북한 경제의 흐름이라 불릴 만큼 시장의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던 돈주들.

이들의 몰락이 북한 사회에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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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돈주의 몰락”…통제받는 북한 시장
    • 입력 2023-12-09 08:07:23
    • 수정2023-12-09 10: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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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3만 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30분의 1 수준입니다.

그런 북한에서 호텔에서 커피를 즐기고, 수입 화장품을 애용하고,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돈주’라 하는 사람들인데, 말하자면 북한의 신흥 부자입니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화를 통해 큰 부를 축적한 돈주들은 북한 일반 주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호화생활을 한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최근 이들의 위상에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장사할 물건이 부족해진데다,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와 관리 강화로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통제와 돈주의 몰락이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바리스타가 선보이는 ‘라떼 아트’.

그리고 여유롭게 커피와 차를 즐기는 사람들.

평양시에 있는 종합 서비스 시설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인데요.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전문 커피숍의 커피 한 잔 가격은 우리 돈 약 6천 원.

북한 주민들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비용이지만 이를 문화생활로 여기는 사람은 꽤 있습니다.

["모처럼 멋쟁이 봉사기지에 와서 여러 가지 봉사를 받고 보니까 정말 기분도 좋고 생각되는 것이 많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식당에서 외식을 즐기기도 하는데요.

피자, 스파게티 등의 서구식 요리는 물론 철판 요리나 초밥과 같이 색다른 메뉴도 다양합니다.

[김금숙/초밥 전문점 봉사자 : "우리 식당에 대한, 초밥 요리들에 대한 평이 대단해졌습니다. 우리는 더 훌륭하고 더 맛있는 초밥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2019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 대성백화점의 경우 해외의 고가 브랜드를 입점시켜 이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합니다.

[박철진/대성백화점 지배인 : "예전의 백화점은 목적 자체가 외국인 봉사 위주였다면 지금 우리 백화점은 인민들을 위한 봉사기지로 전변되었고 지난 시기보다 능력이 3배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렇게 북한 당국이 마련한 각종 문화·유희 시설을 즐길 수 있는 건 대부분 ‘돈주’들인데요.

1990년대 중 후반 배급 체계가 붕괴된 북한 시장에서 장사와 고리대금업, 밀수 등으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은 대형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외국산 전자제품과 사치품 등의 소비를 즐길 정도로 자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막강한 자본력으로 북한 사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돈주들이 지금까지 성장해온 방법 대부분이 상업 자본, 건설 투기 자본 이런 쪽으로 성장해 왔어요. 상업 자본도 예전에 장마당 중심 영역에서 대규모 거래를 통한 대방(무역업) 형식으로 성장하면서 사업 자본 규모가 커졌던 부분이고 돈주 한 사람이 가진 자본 역량이 상당히 커졌던 부분이고."]

그런데 최근 북한 돈주들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는 평안북도와 양강도, 함경북도의 시장 상황을 전하며 돈주의 약 70~80%가 몰락했다고 밝혔는데요.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유통으로 돈을 벌어온 돈주들이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는 겁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 3년 간 국경을 봉쇄하면서 원자재와 식량은 물론 각종 생필품 등의 수입이 급감한 것이 꼽힙니다.

[박현숙/2014년 탈북 : "코로나19로 인해서 중국에서 들어오던 물건들이 일체 고갈 상태에 있고 자국 내에서 생산해야 하는데 자국 내에도 원자재가 없으니까 생산되는 양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점점 시장은 좁아지고 황폐화가 되어가는 거예요."]

한국에 있는 탈북민과 최근 소식이 닿은 돈주 역시 막막한 심정을 전했다는데요.

[박현숙/2014년 탈북 : "물량을 구하지 못해서 있는 돈 까먹고 산다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북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대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대요."]

그런데 이들의 숨통을 죄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북한 당국의 통제와 관리입니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시장의 관리·감독을 강화했는데요.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영역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돼왔던 시장에 적극 개입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시장에서 파는 품목 전체에 대해서 국가 통제가 상당히 강화됐다. 특히 중앙 통제가 상당히 강화 됐다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해 드릴 수 있는데 어떤 배경에서 원인이 됐냐고 보면 국가가 지나치게 시장이 사재기나 독점을 통해서 시장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통제를 굉장히 강화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시기 본격화된 양곡 판매소 운영입니다.

과거 돈주들이 중국산 쌀과 옥수수 등을 매점매석해 식량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당국이 나서서 이를 막겠다는 겁니다.

[조선중앙TV/2월 7일 : "김덕훈 동지는 남포시 안의 양곡판매소들에서 식량공급 실태를 요해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양곡 판매소를 국가가 직접 운영해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판매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러면서 일반 상인들, 돈주들이 장마당에서 식량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겁니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시니어이코노미스트 : "양곡전매제 라고 해서 국가가 독점적으로 양곡 공급권을 쥐고 있는 그런 시스템이 있고 또 국가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되 시장을 어느 정도 열어줘서 시장과 국가의 양곡 공급권의 균형을 맞춰서 동시에 운영하는 이런 제도가 있는데 작년 10월부터 굉장히 적극적으로 판매소를 운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몰락한 돈주들이 꽤 많이 이미 생겨났죠."]

문제는 국가 주도의 양곡 판매소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 내 생산되는 식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데다 수입 물량도 여전히 부족해 한 달에 일주일 정도만 판매하는 실정.

또 공장이나 기업소 등에 노동자로 등록되지 않은 주민들은 식량을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 식량 분배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권태진/GS&J 인스티튜트 시니어이코노미스트 : "아주 일반적인 그 사람들, 직장도 없고 배급도 받을 대상이 아닌 사람들은 양곡 판매소에서 살 수 있는 쿠폰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사야 하는데 시장은 큰손들이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 개인들로서는 굉장히 힘든 거죠.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왜 시장 통제를 강화하는 걸까요?

먼저 북한 사회에서 시장화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국가 통제를 벗어나 커지고 있는 사적 재산을 억제하고 돈주들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자신이 통제하는 영역이 지나치게 시장의 영역에 맡겨져 있다든가 지나치게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부분 여기서 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게 중점이 될 가능성이 높죠."]

또 한편으론 개인 경제활동이 커지는데 따른 주민 사상 이완과 변질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북한은 코로나19 시기 시장 통제와 함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등 주민들의 일상을 통제하는 법안들을 제정했습니다.

[박현숙/2014년 탈북 : "내가 물건 하나를 산다고 하면 이 물건을 누구에게 주면은 가장 비싼 값에 팔까? 오직 그 연구만 해요. 사람들이 조직 생활 안 해요. 돈만 내고. 그리고 고액주라는 것도 있어서 인민반 동원 나간다고 하면 고액 주는 돈을 내서 하루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요. 그러니까 김정은이 놓고 볼 때 시장은 북한 사회에서 암적인 존재인 거예요."]

지난 8월, 북한은 3년 7개월 동안 닫았던 국경의 일부를 공식 개방했습니다.

하지만 물자 이동이나 인적 왕래는 여전히 제한적인데요.

돈주들이 자체적인 힘으로 다시 일어설 기회는 그만큼 적다는 의미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예를 들어 러시아와의 협력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특정 사업이 크게 공단 형식으로든 아니면 산업 단지 형식으로 진행된다가 아니면 거기에 대규모 뭔가 플랜트가 들어온다든가 이런 방식으로 아주 극적인 외부 도움이 없다면 북한 자체적으로 활성화 시키고 경제 여건을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동력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때 그들의 자금 흐름이 북한 경제의 흐름이라 불릴 만큼 시장의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던 돈주들.

이들의 몰락이 북한 사회에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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