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로봇과 일할 준비되셨습니까?

입력 2023.12.09 (23: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9층시사국 42회 I] 로봇과 일할 준비되셨습니까?

대한뉴스/ 1970. 11. 21
“일곱 번째 맞은 수출의날 기념식입니다. 이 자리에 나온 박정희 대통령은 현재 추세로 보아 올해 수출 목표 10억 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물건 하나 만들려면 사람 손이 구석구석 닿아야 했고..

일할 사람도 넘쳐났습니다.

공장 노동자/
“저희가 만드는 이 실 한 올 한 올에 정성을 들여서요. 좋은 제품을 만들어 가지고 시장 경쟁에서 이기고 또 수출 증대에 힘을 쓰는 산업 역군이 되겠고요”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공장에도, 농촌에도 일할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사람의 자리는 로봇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홍보 영상/
“작업자는 가상 공간에서 업무를 내리고, 로봇은 실제 생산 라인에서 부품이나 차체를 이동시키는 거죠.”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앞으로 우리는 점점 더 로봇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져 있어요. 왜냐하면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건 정해진 미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로봇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KBS 뉴스/ 2023. 11. 8
“고성경찰서는 어젯밤 8시쯤 고성의 한 파프리카 선별장에서 로봇업체 직원 40대 A씨가 기계에 끼어 숨진 사고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끔찍했던 그날의 사고..

선별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1년 중 가장 바쁜 파프리카 수확철인데, 작업도 중단됐습니다.

주민 (음성변조)
우리도, 농민들도 돈 주고 업체를 불렀는데 그 사고 때문에 농민들도 출하를 못하고 있으니까. 12월, 1월달에 제일 (수확량이) 많죠. 제일 비싸고 제일 많고. 우리가 이제 서울 가락시장으로 보내고 일본으로 수출하고 하는 그걸 하고 있는데 지금 이제 출하를 못 하고 미루고 있죠. 지금 물건 자체를, 선별장 자체가 이렇게 돼있으니까.

관계자를 만나 사고가 났던 선별장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로봇에 의해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경남 고성의 한 농산물유통센터.로봇에 의해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경남 고성의 한 농산물유통센터.

선별장 한가운데 가동을 멈춘 로봇 두 대가 보입니다.

크기별로 분류된 파프리카 상자를 옮겨서 쌓아주던 로봇이었습니다.

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저쪽 라인 작업이 다 되고 이쪽에 이제 최종적으로 (파프리카 상자가) 와서 라벨 붙여서 쭉 타고 갔다 오면 각 사이즈 별로 들어오도록 돼 있거든요. 그 들어오는 부분에 센서 점검하는 과정에 그게 안되는 부분을 (점검 업체 관계자가) 저쪽에 가서 이제 점검하고 박스를 회수해 나오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어요).

소방 관계자 (음성변조)
그때 갔을 때는 의식, 호흡이 이미 없으셨고. 저희가 구조 장비 중에 유압전개기라고 중량물 작업 장비인데 이거를 이용해가지고 농산물 선별 기계의 끝부분 그러니까 이 박스를 이렇게 양쪽으로 잡는 부분이라고 해야 되나 그 부분을 저희가 장비로 이렇게 탈락을 시켜가지고..,

바코드가 있는 상자를 들고 로봇의 작업 반경 안으로 들어갔다가, 집게에 눌린 걸로 보입니다.

‘사람 잡는 로봇’, ‘로봇의 역습’..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까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고령화에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농민들이 돈을 모아 도입한 로봇이었습니다.

주민 (음성변조)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서 농민들이 로봇을 설치했죠. 비싼 자부담금도 있었고, 비용도 많이 들었었는데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로봇을 해 가지고 생산량을 좀 많이 좀 빼내기 위해서, 출하하기 위해서. (사고 후에는) 일하러 오시는 분도 좀 꺼림칙하게 생각하시고 농민들은 출하를 못해서 또 그런 생각이 들고.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로봇이 오작동한 것인지, 직원의 과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오정익/ 변호사
일단은 크게 민사와 형사 책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민사적으로는 이제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회사의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유지 보수를 하는 업체와 근로자 사이의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 그거에 따라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해당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조치를 다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고요. 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 책임이나 이런 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다음에 형사상으로는 해당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조치를 다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고요. 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산업안전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 책임이나 이런 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로봇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 당 1000대로 세계 1위였다.국제로봇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 당 1000대로 세계 1위였다.

남현종/ MC
기사를 접하고 정말 충격도 많이 받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지금 공장이든 농촌이든 일할 인구가 없기 때문에 로봇 도입이 늘어나고 있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 이렇게 로봇에 의한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김소영/ 기자
실제로도 생각보다 산업 현장에 로봇들이 많이 도입돼 있습니다. 국가별 산업 로봇 밀도라는 게 있는데요. 이게 우리나라가 세계 1위입니다.

근로자 1만 명당 1천 대 그러니까 근로자 10명당 로봇 1대가 도입돼 있는 건데 2위인 싱가포르와도 격차가 큽니다.

이렇다 보니까 로봇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5년간 국내에서 로봇 사고로 숨진 사람만 16명에 이릅니다.

남현종/
만약 이렇게 로봇에 의해서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피해보상은 어떻게 받아야 합니까?

김소영/
보통의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평균 임금의 60~70%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손해에 대해서는 로봇 제조사나 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남현종/
무엇보다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으니까 일할 사람이 없고 그러다 보니까 제조업의 비중이 안 그래도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김소영/
특히 반복적이고 체력 소비가 심한 업종 예를 들어서 물류업계 같은 경우에는 로봇 도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어디까지 도입됐는지 저희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CJ대한통운 인천특송센터에 도입된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CJ대한통운 인천특송센터에 도입된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

인천에 있는 한 물류센터.

거대한 바둑판 모양의 철제 구조물 위로 140대의 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뭘 하는지 봤더니, 제품이 담긴 바구니를 잡아서 이리저리 옮기고 있습니다.

‘오토스토어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최첨단 물류 로봇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주문량 데이터를 분석한 뒤,

인기 많은 상품은 윗층, 잘 안 팔리는 상품은 아래층으로 알아서 분류해 넣습니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운영팀장
지금 왔다 갔다 하면서 물건을 옮기고 있는게 오늘 나가야 되는 물건들을 앞쪽으로 전진 배치를 해놓고 위쪽으로 상단 배치를 해놓고/ 빈 바구니들을 계속 찾는 작업도 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열여섯 개 층으로 쌓인 바구니 속 8만 가지의 상품을 척척 골라냅니다.

사람은, 거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투입됩니다.

물건이 담긴 바구니를 로봇이 작업자에게 건네면 작업자가 제품을 상자에 옮겨 담습니다.

이 상자는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며 포장되는데, 주문이 들어온 후 포장까지 불과 20분이면 완성입니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운영팀장
작업자들도 보시면 굉장히 가벼운 화물들을 박스에 담는 역할이지만 또 이게 상품이 오포장되면 안되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로봇 시스템 도입 후 물류센터 공간 활용은 4배 높아졌고, 하루 처리 물량은 1.5배 늘었습니다.

윤철주 /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 상무
물류업계는 사실 굉장히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입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게 지옥의 아르바이트다, 지옥의 노동현장이다 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충분한 인력을 수급하기가 굉장히 어렵고요. 또한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제는 사람 구하는게 가장 어려운 일이 돼버렸어요. 기존에 사람이 담당했던 일들 중에서 좀 어렵고 부상의 위험이 있고 이런 일들을 로봇이 해주고 여전히 사람이 필요한 영역도 있거든요. 로봇이 어려운 일을 담당해주고 사람과 같이 협업을 하면서 물류의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그런 방향으로 물류 자동화 로봇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어려운 일을 맡고 사람과 함께 일하는 이상적인 장면.

그런데, 안전 문제는 어떨까요.

윤철주/
과거 3년 전에는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는 로봇이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저희가 직접적으로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로봇의 대수가 이미 500여 대를 넘어섰고요. 내년이 되면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전이라든지 피로감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저희가 필요한 인력들을 모실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물류 자동화를 통한 작업 방식의 개선, 안전의 개선, 작업 강도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숙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남현종/
문제는 이제 로봇끼리 일하는 게 아니라 아직까지 사람과 함께 일하니까 사람에 대해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처음에 봤던 고성 사고 사례는 비교적 단순한 일을 하는 로봇이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김소영/
인공지능 로봇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는 건 단순 작업을 하는 로봇에 비해서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인공지능 탑재 로봇이 산업재해를 일으킬 경우에는 법적인 책임 문제도 더 복잡해지는데요.

제조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오정익/ 변호사
고도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탑재된 로봇을 사용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조금은 책임 소재가 달라질 것으로 보여요. 인공지능의 (판단) 결과는 사람이 전부 다 예상할 수 없거든요. 인공지능에 그런 경우에는 법인격을 부여해야되는 것 아니냐부터 시작을 해서 너무 복잡한 논의들이 있긴 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인공지능의 뛰어난 기술들이 전반적으로 점차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 소위 최근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환각 현상(AI가 허구를 진실처럼 답변하는 현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산업 현장에서도 그러한 비슷한 오류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장담할 수는 없거든요. 이제 더 오히려 약간 어떻게 보면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지 않느냐.

남현종/
올해 돌풍을 일으켰던 인공지능 챗GPT 같은 경우도 초기 모델로 따지자면 굉장히 엉뚱한 답변을 내려놓은 적이 있었잖아요.

부디 인공지능 로봇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람이 안전사고를 겪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대응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고요.

김소영/
분명한 건 이미 많은 산업 분야에 로봇이 도입이 돼있고 이런 흐름을 늦추거나 발전을 지체시킬 수는 없다는 겁니다.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예방 체계를 구축을 해서 늦지 않은 시기에 대응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자동차 부품 조립 상태를 검수하고 있는 사족보행 로봇.자동차 부품 조립 상태를 검수하고 있는 사족보행 로봇.

싱가포르에 문을 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첫 지능형 공장입니다.

작업자들이 보조 로봇을 착용한 채 자동차 부품을 조립합니다.

부품도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로봇이 날라다 줍니다.

공장을 뛰어다니는 사족보행 로봇은 검수 작업에 한창입니다.

카메라가 달린 머리 부분을 이리저리 들이밉니다.

주문대로 차가 잘 만들어졌는지, 불량인 곳은 없는지 조립된 차체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사람이 다칠 위험이 있는 곳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경고 문구도 나옵니다.

“비켜나세요. 위험합니다.”

디지털 공간에는 실제 공장과 똑같은 이른바 ‘쌍둥이 공장’이 구축돼, 한국에서 싱가포르 공장의 설비를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정홍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법인장
공장 전반의 상황을 감지하고 그 데이터를 받아서 인공지능들이 분석해서 최적화된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런 시스템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추구하는 것은 향후에는 (로봇) 자율 생산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어떤 물건을 지금 쥐고 계시든 그 물건은 로봇 손을 거쳐서 만들어졌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는 점점 더 로봇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져 있어요. 왜냐하면 생산 가능성 인구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금 신생아 태어난 숫자를 보면 와 우리 대한민국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만약 노동력이 더 만들어질 수 있다면, 사람은 정해져있지만 우리는 그 사람이 아닌 다른 노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스토리를 쓸 수가 있는 거죠.

피할 수 없는 로봇과의 공존 사회.

우리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을까요?

한재권/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를 두려워했어요. ‘킬링 머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자꾸 사고를 내거든요. 모든 기술이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모를 때는 굉장히 무서워요. 하지만 이것을 알게 되면, 일단 알게 되면 그것을 이용하게 되고 이용을 하게 되면 우리 삶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취재기자: 김소영
촬영: 강우용
영상편집: 손보라
CG: 정예나
자료조사: 김예은
AD: 유화영 김영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9층시사국] 로봇과 일할 준비되셨습니까?
    • 입력 2023-12-09 23:05:11
    방송 다시보기
[9층시사국 42회 I] 로봇과 일할 준비되셨습니까?

대한뉴스/ 1970. 11. 21
“일곱 번째 맞은 수출의날 기념식입니다. 이 자리에 나온 박정희 대통령은 현재 추세로 보아 올해 수출 목표 10억 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런 시절도 있었습니다.

물건 하나 만들려면 사람 손이 구석구석 닿아야 했고..

일할 사람도 넘쳐났습니다.

공장 노동자/
“저희가 만드는 이 실 한 올 한 올에 정성을 들여서요. 좋은 제품을 만들어 가지고 시장 경쟁에서 이기고 또 수출 증대에 힘을 쓰는 산업 역군이 되겠고요”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공장에도, 농촌에도 일할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사람의 자리는 로봇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홍보 영상/
“작업자는 가상 공간에서 업무를 내리고, 로봇은 실제 생산 라인에서 부품이나 차체를 이동시키는 거죠.”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앞으로 우리는 점점 더 로봇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져 있어요. 왜냐하면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건 정해진 미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로봇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KBS 뉴스/ 2023. 11. 8
“고성경찰서는 어젯밤 8시쯤 고성의 한 파프리카 선별장에서 로봇업체 직원 40대 A씨가 기계에 끼어 숨진 사고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끔찍했던 그날의 사고..

선별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1년 중 가장 바쁜 파프리카 수확철인데, 작업도 중단됐습니다.

주민 (음성변조)
우리도, 농민들도 돈 주고 업체를 불렀는데 그 사고 때문에 농민들도 출하를 못하고 있으니까. 12월, 1월달에 제일 (수확량이) 많죠. 제일 비싸고 제일 많고. 우리가 이제 서울 가락시장으로 보내고 일본으로 수출하고 하는 그걸 하고 있는데 지금 이제 출하를 못 하고 미루고 있죠. 지금 물건 자체를, 선별장 자체가 이렇게 돼있으니까.

관계자를 만나 사고가 났던 선별장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로봇에 의해 작업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경남 고성의 한 농산물유통센터.
선별장 한가운데 가동을 멈춘 로봇 두 대가 보입니다.

크기별로 분류된 파프리카 상자를 옮겨서 쌓아주던 로봇이었습니다.

센터 관계자 (음성변조)
저쪽 라인 작업이 다 되고 이쪽에 이제 최종적으로 (파프리카 상자가) 와서 라벨 붙여서 쭉 타고 갔다 오면 각 사이즈 별로 들어오도록 돼 있거든요. 그 들어오는 부분에 센서 점검하는 과정에 그게 안되는 부분을 (점검 업체 관계자가) 저쪽에 가서 이제 점검하고 박스를 회수해 나오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어요).

소방 관계자 (음성변조)
그때 갔을 때는 의식, 호흡이 이미 없으셨고. 저희가 구조 장비 중에 유압전개기라고 중량물 작업 장비인데 이거를 이용해가지고 농산물 선별 기계의 끝부분 그러니까 이 박스를 이렇게 양쪽으로 잡는 부분이라고 해야 되나 그 부분을 저희가 장비로 이렇게 탈락을 시켜가지고..,

바코드가 있는 상자를 들고 로봇의 작업 반경 안으로 들어갔다가, 집게에 눌린 걸로 보입니다.

‘사람 잡는 로봇’, ‘로봇의 역습’..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까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고령화에 인구 감소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농민들이 돈을 모아 도입한 로봇이었습니다.

주민 (음성변조)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서 농민들이 로봇을 설치했죠. 비싼 자부담금도 있었고, 비용도 많이 들었었는데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려우니까 로봇을 해 가지고 생산량을 좀 많이 좀 빼내기 위해서, 출하하기 위해서. (사고 후에는) 일하러 오시는 분도 좀 꺼림칙하게 생각하시고 농민들은 출하를 못해서 또 그런 생각이 들고.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로봇이 오작동한 것인지, 직원의 과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오정익/ 변호사
일단은 크게 민사와 형사 책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민사적으로는 이제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회사의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유지 보수를 하는 업체와 근로자 사이의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 그거에 따라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해당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조치를 다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고요. 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 책임이나 이런 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다음에 형사상으로는 해당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조치를 다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고요. 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산업안전법 위반이나 업무상 과실 책임이나 이런 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로봇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 명 당 1000대로 세계 1위였다.
남현종/ MC
기사를 접하고 정말 충격도 많이 받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지금 공장이든 농촌이든 일할 인구가 없기 때문에 로봇 도입이 늘어나고 있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 이렇게 로봇에 의한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김소영/ 기자
실제로도 생각보다 산업 현장에 로봇들이 많이 도입돼 있습니다. 국가별 산업 로봇 밀도라는 게 있는데요. 이게 우리나라가 세계 1위입니다.

근로자 1만 명당 1천 대 그러니까 근로자 10명당 로봇 1대가 도입돼 있는 건데 2위인 싱가포르와도 격차가 큽니다.

이렇다 보니까 로봇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5년간 국내에서 로봇 사고로 숨진 사람만 16명에 이릅니다.

남현종/
만약 이렇게 로봇에 의해서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피해보상은 어떻게 받아야 합니까?

김소영/
보통의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평균 임금의 60~70%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손해에 대해서는 로봇 제조사나 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남현종/
무엇보다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으니까 일할 사람이 없고 그러다 보니까 제조업의 비중이 안 그래도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김소영/
특히 반복적이고 체력 소비가 심한 업종 예를 들어서 물류업계 같은 경우에는 로봇 도입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어디까지 도입됐는지 저희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CJ대한통운 인천특송센터에 도입된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
인천에 있는 한 물류센터.

거대한 바둑판 모양의 철제 구조물 위로 140대의 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뭘 하는지 봤더니, 제품이 담긴 바구니를 잡아서 이리저리 옮기고 있습니다.

‘오토스토어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최첨단 물류 로봇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주문량 데이터를 분석한 뒤,

인기 많은 상품은 윗층, 잘 안 팔리는 상품은 아래층으로 알아서 분류해 넣습니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운영팀장
지금 왔다 갔다 하면서 물건을 옮기고 있는게 오늘 나가야 되는 물건들을 앞쪽으로 전진 배치를 해놓고 위쪽으로 상단 배치를 해놓고/ 빈 바구니들을 계속 찾는 작업도 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열여섯 개 층으로 쌓인 바구니 속 8만 가지의 상품을 척척 골라냅니다.

사람은, 거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투입됩니다.

물건이 담긴 바구니를 로봇이 작업자에게 건네면 작업자가 제품을 상자에 옮겨 담습니다.

이 상자는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며 포장되는데, 주문이 들어온 후 포장까지 불과 20분이면 완성입니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운영팀장
작업자들도 보시면 굉장히 가벼운 화물들을 박스에 담는 역할이지만 또 이게 상품이 오포장되면 안되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로봇 시스템 도입 후 물류센터 공간 활용은 4배 높아졌고, 하루 처리 물량은 1.5배 늘었습니다.

윤철주 /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 상무
물류업계는 사실 굉장히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입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게 지옥의 아르바이트다, 지옥의 노동현장이다 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충분한 인력을 수급하기가 굉장히 어렵고요. 또한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제는 사람 구하는게 가장 어려운 일이 돼버렸어요. 기존에 사람이 담당했던 일들 중에서 좀 어렵고 부상의 위험이 있고 이런 일들을 로봇이 해주고 여전히 사람이 필요한 영역도 있거든요. 로봇이 어려운 일을 담당해주고 사람과 같이 협업을 하면서 물류의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그런 방향으로 물류 자동화 로봇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어려운 일을 맡고 사람과 함께 일하는 이상적인 장면.

그런데, 안전 문제는 어떨까요.

윤철주/
과거 3년 전에는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는 로봇이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저희가 직접적으로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로봇의 대수가 이미 500여 대를 넘어섰고요. 내년이 되면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전이라든지 피로감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저희가 필요한 인력들을 모실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물류 자동화를 통한 작업 방식의 개선, 안전의 개선, 작업 강도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숙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남현종/
문제는 이제 로봇끼리 일하는 게 아니라 아직까지 사람과 함께 일하니까 사람에 대해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처음에 봤던 고성 사고 사례는 비교적 단순한 일을 하는 로봇이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김소영/
인공지능 로봇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는 건 단순 작업을 하는 로봇에 비해서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인공지능 탑재 로봇이 산업재해를 일으킬 경우에는 법적인 책임 문제도 더 복잡해지는데요.

제조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도 공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오정익/ 변호사
고도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탑재된 로봇을 사용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조금은 책임 소재가 달라질 것으로 보여요. 인공지능의 (판단) 결과는 사람이 전부 다 예상할 수 없거든요. 인공지능에 그런 경우에는 법인격을 부여해야되는 것 아니냐부터 시작을 해서 너무 복잡한 논의들이 있긴 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인공지능의 뛰어난 기술들이 전반적으로 점차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 소위 최근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환각 현상(AI가 허구를 진실처럼 답변하는 현상)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산업 현장에서도 그러한 비슷한 오류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장담할 수는 없거든요. 이제 더 오히려 약간 어떻게 보면 대응하기가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지 않느냐.

남현종/
올해 돌풍을 일으켰던 인공지능 챗GPT 같은 경우도 초기 모델로 따지자면 굉장히 엉뚱한 답변을 내려놓은 적이 있었잖아요.

부디 인공지능 로봇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람이 안전사고를 겪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대응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고요.

김소영/
분명한 건 이미 많은 산업 분야에 로봇이 도입이 돼있고 이런 흐름을 늦추거나 발전을 지체시킬 수는 없다는 겁니다.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예방 체계를 구축을 해서 늦지 않은 시기에 대응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자동차 부품 조립 상태를 검수하고 있는 사족보행 로봇.
싱가포르에 문을 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첫 지능형 공장입니다.

작업자들이 보조 로봇을 착용한 채 자동차 부품을 조립합니다.

부품도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로봇이 날라다 줍니다.

공장을 뛰어다니는 사족보행 로봇은 검수 작업에 한창입니다.

카메라가 달린 머리 부분을 이리저리 들이밉니다.

주문대로 차가 잘 만들어졌는지, 불량인 곳은 없는지 조립된 차체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사람이 다칠 위험이 있는 곳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경고 문구도 나옵니다.

“비켜나세요. 위험합니다.”

디지털 공간에는 실제 공장과 똑같은 이른바 ‘쌍둥이 공장’이 구축돼, 한국에서 싱가포르 공장의 설비를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정홍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법인장
공장 전반의 상황을 감지하고 그 데이터를 받아서 인공지능들이 분석해서 최적화된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런 시스템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추구하는 것은 향후에는 (로봇) 자율 생산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어떤 물건을 지금 쥐고 계시든 그 물건은 로봇 손을 거쳐서 만들어졌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는 점점 더 로봇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져 있어요. 왜냐하면 생산 가능성 인구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금 신생아 태어난 숫자를 보면 와 우리 대한민국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만약 노동력이 더 만들어질 수 있다면, 사람은 정해져있지만 우리는 그 사람이 아닌 다른 노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스토리를 쓸 수가 있는 거죠.

피할 수 없는 로봇과의 공존 사회.

우리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을까요?

한재권/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를 두려워했어요. ‘킬링 머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자꾸 사고를 내거든요. 모든 기술이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모를 때는 굉장히 무서워요. 하지만 이것을 알게 되면, 일단 알게 되면 그것을 이용하게 되고 이용을 하게 되면 우리 삶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취재기자: 김소영
촬영: 강우용
영상편집: 손보라
CG: 정예나
자료조사: 김예은
AD: 유화영 김영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