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42회 I] 잃어버린 규제를 찾아서
■ 제도 도입 1년도 안 됐는데 “10명 중 8명은 한다”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장에선 다른 공항엔 없는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다 쓴 일회용 컵에 붙은 바코드를 기계에 찍은 뒤, 컵을 별도의 회수함에 넣는 사람들. 제주에서 1년 전 시작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모습입니다.
한 시민이 제주공항 3층 출발장에 있는 일회용 컵 반납기를 이용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빵집·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음료를 포장 주문할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손님이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294억 개. 정부는 일회용 컵 소비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보증금제를 추진했고, 2020년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인데, 환경부 결정에 따라 작년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의 대상 매장에서만 보증금제를 선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한 카페 내 키오스크. 일회용 컵을 선택하자 보증금 300원이 부과된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특히 제주는 도 차원에서 올해 6월부터 보증금제 미이행 매장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는 등, 보증금제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결과, 올 3월 55% 수준이었던 제주 대상 매장들의 컵 보증금제 이행률은 7월 기준 90%로 올라갔습니다.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점검 자료)
시민들의 호응도 역시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행 초기 제주의 일회용 컵 반환율은 30%에 머물렀지만, 올 10월에는 80%에 육박했습니다. (환경부 자료)
<인터뷰> 정근식 / 제주도 자원순환과장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10명 중 8명은 이제 반환을 한다는 얘기거든요. 이런 반환율은 이 정책이 처음 설계되고 시행될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까지 온 거예요. …(중략)… 재밌는 통계 중에 하나가, 전체 매장 중 몇 개 매장에 대해서 텀블러 사용량이 얼마나 늘었느냐, 그럼 작년 같은 기간에 대비해서 237%가 되는 통계도 있어요. 그러면 이 정책에 대한 효과, 이런 것들은 분명히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 |
■ “전국 시행 안 한다고?”…모범 선도 지역 제주도 ‘흔들’
그런데, 이렇게 자리 잡아가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말들이 들려옵니다.
<인터뷰> 홍혜진 / 제주도민 “(대상 매장의) 95%가 했었는데 요새 갑자기 그 뉴스 나온 다음에 지금 하는 데는 한 20%밖에 안 될 걸요? 뉴스 다음에 딱 끊어졌어요.” <인터뷰> 이지은 / 제주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기사가 나오면서, 손님들도 왜 그렇게 (보증금제) 하냐, 다른 데는 안 하는데. 염려해 주시듯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많았었어요.” |
이들이 얘기하는 뉴스, 지난 9월 12일 나온 동아일보 보도입니다.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전국 의무화 방침을 철회하고, 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는 게 기사의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보도에 대해 환경부는 “보증금제 시범 지역(제주·세종)의 현장 의견, 운영 성과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플라스틱 저감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환경부는 또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올해 8월 자치단체 여건에 맞게 컵 보증금제를 자율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대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행 지역 성과, 지자체를 비롯한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추진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정해진 건 아직 없다는 얘기인데, 현장은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지난 11월 20~21일 제주 시내 보증금제 대상 카페 22곳을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곳이 절반인 11곳에 이르렀습니다.
보증금제 대상 매장에서 구입한 음료 컵에 보증금 라벨지가 붙어 있다.
보증금제 대상 매장에서 음료를 구입했지만, 컵에 보증금 라벨지가 붙어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제주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제주 지역 카페 점주들 카카오톡 대화방이 있는데, 정부에서 이번에 이거(보증금제) 한다, 안 한다하고 있고 (실제) 여기저기서 보증금제를 안 한다니까 저희도 안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환경부 측(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보증금 컵 판매량을 보고하는 매장 수도 9월부터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정훈 / 제주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지자체 자율에 맡기겠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거기에 대해서 뚜렷한 해명이 없었어요. 그냥 검토 중이다. 그럼 언제까지 매장에서 이 부담들을 져야 되나. 여기에 대해서 명확한 로드맵도 없고, 계획도 없고, 책임이 있는 발언도 없기 때문에 저희도 더 이상 이걸 믿고 일을 진행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요.” |
관련 법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작년 6월부터 전국에 시행됐어야 하는 제도이지만, 환경부는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전국 시행 시점을 계속 미뤄왔습니다.
그런 보증금제가 이젠 ‘자율 사항’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전국 시행을 전제로 관련 사업에 뛰어든 시작한 사람들은 특히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
<인터뷰> 한제아 / 일회용 컵 수거업체 이사 “이것(보증금제) 때문에 직원을 새로 채용을 해야 되고, 차도 새로 샀고 했는데 만약에 이게 중단되는 상황이라면 그냥 저희 업체만 살짝 좀 피해 보는 그런 느낌, 그렇잖아요. 그러면 솔직히 계속 이런 일에 동참할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컵 회수기 제작 업체 관계자 “(컵 보증금제는) 법률까지 다 통과된 사업이잖아요. 저희는 그걸 믿고, 작은 회사들이 여기 다 덤벼들었거든요. 개발비라든가 인력이라든가 되게 많이 투자를 해 놓은 상태였거든요. 답답한 상황이에요.” |
압축장을 거쳐 재활용 공장으로 가기 위해 수거된 보증금제 컵들이 수거업체 트럭에 실려 있다.
올 8월 감사원은 환경부가 법에 규정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일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법 취지에 맞게 전국 확대 시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지역별 자율 시행을 검토하는 이유는 뭘까?
취재진 질의에 환경부는 “세종·제주 지역 (보증금제) 시행 과정에서 지역별 여건에 따라 시행 결과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고, 특히 소상공인인 매장이 제도 이행 과정에서 부담·불편이 상당하고, 업종별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률적으로 전국 시행할 경우 많은 혼란과 다양한 문제 발생을 우려 중”이라며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지자체별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와 대상 범위를 결정해 시행하는 것도 제도의 확대 시행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환경부는 내년 상반기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향후 추진 방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김포공항 출발장의 음료 수거대에 이용자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컵 여러 개가 놓여 있다.
■ 1년 만에 또 “일부 일회용품 규제 폐지·유예”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건 일회용 컵 보증금제만이 아닙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규제 역시, 단속보다는 자발적 참여 쪽으로 방향이 갑자기 전환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7일, 환경부는 올해 11월 24일 시작한다고 홍보해 왔던 일회용품 단속에 대한 변경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단속 시행일을 불과 16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발표의 핵심 내용은 ①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관련 단속을 유예하고, ②편의점 등 종합소매업 매장의 비닐봉지 사용 금지 관련 단속을 유예하며 ③매장 내 종이컵 사용 금지 규제는 폐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환경부가 정한 단속 시행일(11월 24일)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팸플릿
당시 발표를 맡은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2년 전 일회용품 사용금지 대상을 지금과 같이 확대하면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 한 쪽 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현장 여건을 철저히 살피지 못한 채 조급하게 정책이 도입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작년 11월부터 가진 1년 간의 계도 기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면서 일회용품 감량 정책은 “규제를 통해서이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실천을 통해서 더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에도 정부는 11월 24일부터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사용을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단속 시행일 20여 일 전에 갑자기 계도 기간 1년을 두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1년이 지나자 또 단속 유예를 발표했고 이번엔 정확한 종료 시점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 환경부 발표 이후 멈춰선 공장…“기약이 없다”
정부 결정에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한 건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인 종이 빨대 업체들이었습니다.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자원순환 기본계획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종이 빨대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023년 11월 13일, 종이 빨대 업체 대표들이 환경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마친 뒤 빨대를 바닥에 쏟아 붓고 있다.
<인터뷰> 이상훈 /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 “플라스틱 빨대 규제 정책이 (작년에) 또 갑자기 계도 기간이 생기고 하면서, 저희는 금융 비용을 부담하면서 적자 구조를 유지해 왔어요. ‘이 시간만 좀 이겨내면 우리에게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시장이 열리는 그 시간만 생각하고 계속 버텨온 거예요. ‘1년만 지나면, 2023년 11월 24일부터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못하니까 종이 빨대를 사용하세요’라고 하면서 영업을 다닐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 기간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발표했잖아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대체 상품(종이 빨대)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진 거거든요. 아예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
지난 11월 16일 취재진이 찾은 충남 서산의 한 종이 빨대 제조업체 공장은 가동을 멈춘 상태였습니다.
단속 시행일인 11월 24일에 맞춰 준비해뒀던 종이 빨대 2천 5백만 개는, 창고 세 곳에 나눠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 발표 당일부터 주문 취소와 반품이 잇따르고 있는 기록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종이 빨대 제조업체의 인터넷 쇼핑몰 관리자 화면. 2023년 11월 7일 오전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단속을 유예한다고 밝힌 직후부터 반품 요청이 접수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 한지만 /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 “이렇게 창고에 쌓여 있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국에는 폐기가 될까봐... 진짜 그때는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다들 노력해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건데 이런 부분이 참 안타깝네요. …(중략)… 솔직한 얘기로 처음엔 다 태워 버릴까 그 생각도 했었어요. 너무 흥분돼서. 그런데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 11명은 환경부 발표 다음날인 11월 8일, 모두 퇴사했습니다.
한지만 대표는 “기약도 없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계속 의리로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할 수 없었다”면서 “만약 유예 기간이 이번에도 3개월이나 6개월, 그렇게 나와 있었다면,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직원들한테 부탁하고 같이 가고 싶었는데 이번엔 아예 그런 게 없지 않았나”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퇴사 직원은 “나라에서 공표한 거니 어쩔 수 없는 건데 발표를 듣고 울컥했다. 앞날도 캄캄하고 아내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지금은 재취업 준비하고 있고,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여섯 살 난 자녀를 뒀다는 그는 “애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미래 세대에 환경을 잘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하는 일에 자부심은 상당히 컸다”면서 “공장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다시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의 동업자인 이상훈 대표는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꿔버리면 사업하는 사람들은 설비 투자, 판매처, 직원과 같은 부분을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수가 없다. 모두가 생사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한지만 종이빨대 제조 업체 대표가 재고 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이번 환경부 발표의 문제점을 시민들의 인식과 신뢰라는 측면에서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이미경 / 환경재단 대표 “환경부 발표는 종이컵은 매장 내에서 써도 된다, 플라스틱 빨대 계도 기간을 무기한으로 연기하겠다 이건데, 시민들이 그걸 받아들일 때는 ‘아 일회용품 그냥 써도 되는구나’라고 편리하게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 생각이 확 퍼지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손실이라고 봅니다. 신뢰는 우리가 요청할 수 없다고 하거든요. ‘믿어줘’라고 해도 믿어지지가 않잖아요. 환경부가 어떤 식으로 이 신뢰를 회복할 건지 시험대에 선 게 아닌가 싶습니다.” |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환경부가 규제 부처로서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몇 가지 조정을 해주는 것이었다. 일정 규모 미만의 사업장들만 6개월이라든지 기간을 정해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식으로 미세 조정을 할 수 있었는데, 환경부가 나서서 규제를 풀겠다고 얘기해버린 것”이라면서 “규제 기관에서 규제라는 무기를 스스로 무장해제해버린 상황인데 시장에서 환경부의 발언이 어떤 힘을 가지겠느냐”고 말했습니다.
■ ‘일회용기 무상 제공’ 금지한 네덜란드…뜻밖의 반응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한 한식당. 식당 곳곳에 일회용 포장용기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걸 사용하려는 손님은 하나에 0.15유로(약 200원)를 지불해야 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한식당에 일회용 포장용기들이 진열돼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 7월부터 식당과 카페, 슈퍼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무상 제공을 금지했습니다.
플라스틱 코팅이 된 종이컵, 그릇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된 용기에도 추가 금액이 부과됩니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게는 경고에서부터 벌금, 처벌 등 형사적 조치까지 가능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2026년까지 최소 40% 줄이기 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규제, 이른바 ‘플라스틱세’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규제 홍보 영상을 통해 “ 매일 네덜란드에서 천 9백만 개의 일회용기와 컵이 버려지며, 거의 대부분은 그냥 쓰레기가 되고 만다. 새로운 규제들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확실히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배달 어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해보면, 일정 금액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추가금이 부과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시행 5개월째에 접어든 이 규제에 최근 제동이 걸렸습니다.
정부에 플라스틱세 재검토를 요구하는 동의안이 10월 17일 하원에서 채택된 겁니다.
해당 동의안을 발의한 네덜란드 사회당의 지미 데이크(Jimmy Dijk) 의원은 10월 22일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플라스틱세를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그는 기고에서 “매장은 추가금으로 얻은 자금을 환경 친화적인 컵, 용기 구입에 투자할 수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고객들은 별 불평 없이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고 음식을 포장해 길가나 해변에 버린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라스틱세가 일회용품 소비를 억제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입니다.
또 “가장 이상한 점은 매장이 고객에게 추가금을 얼마나 청구해야 하는지 정부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에 (일부) 스낵바와 슈퍼마켓에서는 1센트(약 14원)로 가격을 정했다”라면서 “이는 일반 고객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금액”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업들에게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요구하거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할말이 많습니다.
<인터뷰> 야센 / 카페 손님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데, 그래서 돈을 더 내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그 수입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릅니다. 이게 가장 큰 의문입니다.” <인터뷰> 킥 / 카페 주인 “전반적으로 전 꽤 긍정적입니다. 그런 정책들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더 규모가 큰 기업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더 혁신적이어야 하고, 속도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플라스틱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요.” |
환경 정책을 이끌어가는 유럽에서조차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놓고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일회용 규제라고 하는 게 한 방에 싹, 매끈하게 갈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이런 논란들을 거치면서 일회용기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효율적인 모델이 무엇이 될 것인가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일상 속 일회용품 감량, 변화를 향한 작은 관문”
불편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국내에서도 이미 무르익었습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7%가 “일회용품 규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일상 속 실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을 풀어나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일 것입니다.
<인터뷰> 이미경 / 환경재단 대표 “이 모든 생산들이 다 탄소를 유발하는 거고, 그게 결국은 기후 재난이나 이런 걸로 우리한테 돌아오는 거잖아요. 일회용품 컵이나 빨대나 이런 게 작은 물건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꼭 해야 되는 변화를 향해서 가는 관문이에요. 아주 작은 관문. 첫 단계.” <인터뷰>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는 거거든요. 그러면서 정착이 되는 것이죠. 움츠러들지 말고 좀 더 과감한 시도들을 하면서 그 속에서 계속 국민들을 설득해 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취재기자: 김채린
촬영: 조선기
영상편집: 이상미
자료조사: 김경찬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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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층시사국] 잃어버린 규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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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12-09 23:05:16
[9층시사국 42회 I] 잃어버린 규제를 찾아서
■ 제도 도입 1년도 안 됐는데 “10명 중 8명은 한다”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장에선 다른 공항엔 없는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다 쓴 일회용 컵에 붙은 바코드를 기계에 찍은 뒤, 컵을 별도의 회수함에 넣는 사람들. 제주에서 1년 전 시작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모습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빵집·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음료를 포장 주문할 때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손님이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294억 개. 정부는 일회용 컵 소비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보증금제를 추진했고, 2020년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은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인데, 환경부 결정에 따라 작년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의 대상 매장에서만 보증금제를 선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는 도 차원에서 올해 6월부터 보증금제 미이행 매장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는 등, 보증금제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결과, 올 3월 55% 수준이었던 제주 대상 매장들의 컵 보증금제 이행률은 7월 기준 90%로 올라갔습니다.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점검 자료)
시민들의 호응도 역시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행 초기 제주의 일회용 컵 반환율은 30%에 머물렀지만, 올 10월에는 80%에 육박했습니다. (환경부 자료)
<인터뷰> 정근식 / 제주도 자원순환과장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10명 중 8명은 이제 반환을 한다는 얘기거든요. 이런 반환율은 이 정책이 처음 설계되고 시행될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까지 온 거예요. …(중략)… 재밌는 통계 중에 하나가, 전체 매장 중 몇 개 매장에 대해서 텀블러 사용량이 얼마나 늘었느냐, 그럼 작년 같은 기간에 대비해서 237%가 되는 통계도 있어요. 그러면 이 정책에 대한 효과, 이런 것들은 분명히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 |
■ “전국 시행 안 한다고?”…모범 선도 지역 제주도 ‘흔들’
그런데, 이렇게 자리 잡아가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말들이 들려옵니다.
<인터뷰> 홍혜진 / 제주도민 “(대상 매장의) 95%가 했었는데 요새 갑자기 그 뉴스 나온 다음에 지금 하는 데는 한 20%밖에 안 될 걸요? 뉴스 다음에 딱 끊어졌어요.” <인터뷰> 이지은 / 제주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 “기사가 나오면서, 손님들도 왜 그렇게 (보증금제) 하냐, 다른 데는 안 하는데. 염려해 주시듯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많았었어요.” |
이들이 얘기하는 뉴스, 지난 9월 12일 나온 동아일보 보도입니다.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전국 의무화 방침을 철회하고, 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는 게 기사의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보도에 대해 환경부는 “보증금제 시범 지역(제주·세종)의 현장 의견, 운영 성과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플라스틱 저감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환경부는 또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올해 8월 자치단체 여건에 맞게 컵 보증금제를 자율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대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행 지역 성과, 지자체를 비롯한 현장 의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추진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정해진 건 아직 없다는 얘기인데, 현장은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지난 11월 20~21일 제주 시내 보증금제 대상 카페 22곳을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곳이 절반인 11곳에 이르렀습니다.
한 제주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제주 지역 카페 점주들 카카오톡 대화방이 있는데, 정부에서 이번에 이거(보증금제) 한다, 안 한다하고 있고 (실제) 여기저기서 보증금제를 안 한다니까 저희도 안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환경부 측(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보증금 컵 판매량을 보고하는 매장 수도 9월부터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정훈 / 제주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지자체 자율에 맡기겠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거기에 대해서 뚜렷한 해명이 없었어요. 그냥 검토 중이다. 그럼 언제까지 매장에서 이 부담들을 져야 되나. 여기에 대해서 명확한 로드맵도 없고, 계획도 없고, 책임이 있는 발언도 없기 때문에 저희도 더 이상 이걸 믿고 일을 진행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요.” |
관련 법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작년 6월부터 전국에 시행됐어야 하는 제도이지만, 환경부는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전국 시행 시점을 계속 미뤄왔습니다.
그런 보증금제가 이젠 ‘자율 사항’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전국 시행을 전제로 관련 사업에 뛰어든 시작한 사람들은 특히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
<인터뷰> 한제아 / 일회용 컵 수거업체 이사 “이것(보증금제) 때문에 직원을 새로 채용을 해야 되고, 차도 새로 샀고 했는데 만약에 이게 중단되는 상황이라면 그냥 저희 업체만 살짝 좀 피해 보는 그런 느낌, 그렇잖아요. 그러면 솔직히 계속 이런 일에 동참할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컵 회수기 제작 업체 관계자 “(컵 보증금제는) 법률까지 다 통과된 사업이잖아요. 저희는 그걸 믿고, 작은 회사들이 여기 다 덤벼들었거든요. 개발비라든가 인력이라든가 되게 많이 투자를 해 놓은 상태였거든요. 답답한 상황이에요.” |
올 8월 감사원은 환경부가 법에 규정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일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법 취지에 맞게 전국 확대 시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지역별 자율 시행을 검토하는 이유는 뭘까?
취재진 질의에 환경부는 “세종·제주 지역 (보증금제) 시행 과정에서 지역별 여건에 따라 시행 결과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고, 특히 소상공인인 매장이 제도 이행 과정에서 부담·불편이 상당하고, 업종별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률적으로 전국 시행할 경우 많은 혼란과 다양한 문제 발생을 우려 중”이라며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지자체별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와 대상 범위를 결정해 시행하는 것도 제도의 확대 시행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환경부는 내년 상반기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향후 추진 방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 1년 만에 또 “일부 일회용품 규제 폐지·유예”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건 일회용 컵 보증금제만이 아닙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규제 역시, 단속보다는 자발적 참여 쪽으로 방향이 갑자기 전환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7일, 환경부는 올해 11월 24일 시작한다고 홍보해 왔던 일회용품 단속에 대한 변경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단속 시행일을 불과 16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발표의 핵심 내용은 ①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관련 단속을 유예하고, ②편의점 등 종합소매업 매장의 비닐봉지 사용 금지 관련 단속을 유예하며 ③매장 내 종이컵 사용 금지 규제는 폐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발표를 맡은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2년 전 일회용품 사용금지 대상을 지금과 같이 확대하면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 한 쪽 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현장 여건을 철저히 살피지 못한 채 조급하게 정책이 도입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작년 11월부터 가진 1년 간의 계도 기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면서 일회용품 감량 정책은 “규제를 통해서이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실천을 통해서 더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믿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에도 정부는 11월 24일부터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사용을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가, 단속 시행일 20여 일 전에 갑자기 계도 기간 1년을 두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1년이 지나자 또 단속 유예를 발표했고 이번엔 정확한 종료 시점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 환경부 발표 이후 멈춰선 공장…“기약이 없다”
정부 결정에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한 건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인 종이 빨대 업체들이었습니다.
2018년 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자원순환 기본계획에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종이 빨대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이상훈 /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 “플라스틱 빨대 규제 정책이 (작년에) 또 갑자기 계도 기간이 생기고 하면서, 저희는 금융 비용을 부담하면서 적자 구조를 유지해 왔어요. ‘이 시간만 좀 이겨내면 우리에게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시장이 열리는 그 시간만 생각하고 계속 버텨온 거예요. ‘1년만 지나면, 2023년 11월 24일부터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못하니까 종이 빨대를 사용하세요’라고 하면서 영업을 다닐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 기간을 사실상 무기한으로 발표했잖아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대체 상품(종이 빨대)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진 거거든요. 아예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
지난 11월 16일 취재진이 찾은 충남 서산의 한 종이 빨대 제조업체 공장은 가동을 멈춘 상태였습니다.
단속 시행일인 11월 24일에 맞춰 준비해뒀던 종이 빨대 2천 5백만 개는, 창고 세 곳에 나눠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 발표 당일부터 주문 취소와 반품이 잇따르고 있는 기록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한지만 / 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 “이렇게 창고에 쌓여 있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국에는 폐기가 될까봐... 진짜 그때는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다들 노력해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건데 이런 부분이 참 안타깝네요. …(중략)… 솔직한 얘기로 처음엔 다 태워 버릴까 그 생각도 했었어요. 너무 흥분돼서. 그런데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 11명은 환경부 발표 다음날인 11월 8일, 모두 퇴사했습니다.
한지만 대표는 “기약도 없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계속 의리로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할 수 없었다”면서 “만약 유예 기간이 이번에도 3개월이나 6개월, 그렇게 나와 있었다면,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직원들한테 부탁하고 같이 가고 싶었는데 이번엔 아예 그런 게 없지 않았나”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퇴사 직원은 “나라에서 공표한 거니 어쩔 수 없는 건데 발표를 듣고 울컥했다. 앞날도 캄캄하고 아내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지금은 재취업 준비하고 있고,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여섯 살 난 자녀를 뒀다는 그는 “애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미래 세대에 환경을 잘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하는 일에 자부심은 상당히 컸다”면서 “공장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다시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의 동업자인 이상훈 대표는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꿔버리면 사업하는 사람들은 설비 투자, 판매처, 직원과 같은 부분을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수가 없다. 모두가 생사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이번 환경부 발표의 문제점을 시민들의 인식과 신뢰라는 측면에서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이미경 / 환경재단 대표 “환경부 발표는 종이컵은 매장 내에서 써도 된다, 플라스틱 빨대 계도 기간을 무기한으로 연기하겠다 이건데, 시민들이 그걸 받아들일 때는 ‘아 일회용품 그냥 써도 되는구나’라고 편리하게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 생각이 확 퍼지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손실이라고 봅니다. 신뢰는 우리가 요청할 수 없다고 하거든요. ‘믿어줘’라고 해도 믿어지지가 않잖아요. 환경부가 어떤 식으로 이 신뢰를 회복할 건지 시험대에 선 게 아닌가 싶습니다.” |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환경부가 규제 부처로서 취할 수 있는 정책은 몇 가지 조정을 해주는 것이었다. 일정 규모 미만의 사업장들만 6개월이라든지 기간을 정해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식으로 미세 조정을 할 수 있었는데, 환경부가 나서서 규제를 풀겠다고 얘기해버린 것”이라면서 “규제 기관에서 규제라는 무기를 스스로 무장해제해버린 상황인데 시장에서 환경부의 발언이 어떤 힘을 가지겠느냐”고 말했습니다.
■ ‘일회용기 무상 제공’ 금지한 네덜란드…뜻밖의 반응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한 한식당. 식당 곳곳에 일회용 포장용기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걸 사용하려는 손님은 하나에 0.15유로(약 200원)를 지불해야 합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 7월부터 식당과 카페, 슈퍼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무상 제공을 금지했습니다.
플라스틱 코팅이 된 종이컵, 그릇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된 용기에도 추가 금액이 부과됩니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게는 경고에서부터 벌금, 처벌 등 형사적 조치까지 가능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2026년까지 최소 40% 줄이기 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규제, 이른바 ‘플라스틱세’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규제 홍보 영상을 통해 “ 매일 네덜란드에서 천 9백만 개의 일회용기와 컵이 버려지며, 거의 대부분은 그냥 쓰레기가 되고 만다. 새로운 규제들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확실히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행 5개월째에 접어든 이 규제에 최근 제동이 걸렸습니다.
정부에 플라스틱세 재검토를 요구하는 동의안이 10월 17일 하원에서 채택된 겁니다.
해당 동의안을 발의한 네덜란드 사회당의 지미 데이크(Jimmy Dijk) 의원은 10월 22일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플라스틱세를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그는 기고에서 “매장은 추가금으로 얻은 자금을 환경 친화적인 컵, 용기 구입에 투자할 수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고객들은 별 불평 없이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고 음식을 포장해 길가나 해변에 버린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라스틱세가 일회용품 소비를 억제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입니다.
또 “가장 이상한 점은 매장이 고객에게 추가금을 얼마나 청구해야 하는지 정부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에 (일부) 스낵바와 슈퍼마켓에서는 1센트(약 14원)로 가격을 정했다”라면서 “이는 일반 고객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금액”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업들에게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요구하거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반 시민들도 할말이 많습니다.
<인터뷰> 야센 / 카페 손님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데, 그래서 돈을 더 내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그 수입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릅니다. 이게 가장 큰 의문입니다.” <인터뷰> 킥 / 카페 주인 “전반적으로 전 꽤 긍정적입니다. 그런 정책들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더 규모가 큰 기업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더 혁신적이어야 하고, 속도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플라스틱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요.” |
환경 정책을 이끌어가는 유럽에서조차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놓고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일회용 규제라고 하는 게 한 방에 싹, 매끈하게 갈 수는 없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이런 논란들을 거치면서 일회용기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효율적인 모델이 무엇이 될 것인가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일상 속 일회용품 감량, 변화를 향한 작은 관문”
불편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국내에서도 이미 무르익었습니다.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7%가 “일회용품 규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일상 속 실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을 풀어나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일 것입니다.
<인터뷰> 이미경 / 환경재단 대표 “이 모든 생산들이 다 탄소를 유발하는 거고, 그게 결국은 기후 재난이나 이런 걸로 우리한테 돌아오는 거잖아요. 일회용품 컵이나 빨대나 이런 게 작은 물건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꼭 해야 되는 변화를 향해서 가는 관문이에요. 아주 작은 관문. 첫 단계.” <인터뷰>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는 거거든요. 그러면서 정착이 되는 것이죠. 움츠러들지 말고 좀 더 과감한 시도들을 하면서 그 속에서 계속 국민들을 설득해 가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취재기자: 김채린
촬영: 조선기
영상편집: 이상미
자료조사: 김경찬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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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린 기자 di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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