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까지 침투한 보이스피싱 변작 중계기

입력 2023.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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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 한 호텔에 설치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제주시내 한 호텔에 설치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

"제주에서 수상한 신호가 감지됐어요!"

지난달 초, 발신 번호 조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했습니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신호를 감지해 경찰에 알린 겁니다.

수상한 신호가 잡힌 곳은 제주시내 호텔가. 현장 수색에 나선 경찰은 제주 시내 호텔 두 곳 객실에 설치돼 있던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발견해 수거했습니다.

이 중계기는 해외 발신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 '010 ~~'으로 바꿔주는 기계로,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금융사기 문자나 통화를 국내에서 발신된 휴대전화 번호인 것 처럼 속이는 장치입니다.

경찰은 호텔 객실 서랍장과 의자 아래에서 중계기를 발견했는데, 모양이 일반 인터넷 중계기와 흡사했습니다.

해당 객실 투숙객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제주시 내 또 다른 호텔에 설치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제주시 내 또 다른 호텔에 설치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

경찰이 투숙객 신원을 확인해보니 20대 중국인 불법체류자였습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지난 4일 제주의 한 주택가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 남성을 발견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이 해당 호텔 객실에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켜놓고 운영한 기간은 3~4일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중계기로 발생한 사기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통신사와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피해를 막은 겁니다.

해당 남성은 경찰에 "누군가 쓰레기통에 던져놓은 중계기를 받아 설치만 했을 뿐"이라면서 누가 범행을 지시했는지, 범행 대가로 얼마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도 해외에 있는 전화 금융사기 조직과 공모해 발신 번호를 조작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적 있습니다.

이 남성은 온라인게임에서 알게 된 전화 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매주 100만 원씩 줄 테니 휴대전화를 관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약 한 달간 자신의 차에 변작 중계기로 개조한 휴대전화 5대를 싣고 다닌 혐의입니다.

당시 경찰은 800만 원 상당의 전화 금융사기 사건에 이용된 휴대전화 발신지를 추적한 끝에 이 남성의 위치를 파악해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발생하는 전화 금융사기 사건은 예전과 달리 국내 전화번호로 발신되므로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나 사이트는 확인하지 말고 즉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어 "휴대전화 관리나 대출금 회수 등 단순 업무를 강조하면서도 오히려 보수는 많이 주겠다며며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경우 전화 금융사기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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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객실까지 침투한 보이스피싱 변작 중계기
    • 입력 2023-12-12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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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내 한 호텔에 설치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
"제주에서 수상한 신호가 감지됐어요!"

지난달 초, 발신 번호 조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했습니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신호를 감지해 경찰에 알린 겁니다.

수상한 신호가 잡힌 곳은 제주시내 호텔가. 현장 수색에 나선 경찰은 제주 시내 호텔 두 곳 객실에 설치돼 있던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발견해 수거했습니다.

이 중계기는 해외 발신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 '010 ~~'으로 바꿔주는 기계로,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금융사기 문자나 통화를 국내에서 발신된 휴대전화 번호인 것 처럼 속이는 장치입니다.

경찰은 호텔 객실 서랍장과 의자 아래에서 중계기를 발견했는데, 모양이 일반 인터넷 중계기와 흡사했습니다.

해당 객실 투숙객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제주시 내 또 다른 호텔에 설치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
경찰이 투숙객 신원을 확인해보니 20대 중국인 불법체류자였습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지난 4일 제주의 한 주택가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 남성을 발견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이 해당 호텔 객실에서 발신 번호 변작 중계기를 켜놓고 운영한 기간은 3~4일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중계기로 발생한 사기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통신사와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피해를 막은 겁니다.

해당 남성은 경찰에 "누군가 쓰레기통에 던져놓은 중계기를 받아 설치만 했을 뿐"이라면서 누가 범행을 지시했는지, 범행 대가로 얼마를 받았는지 등 구체적인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도 해외에 있는 전화 금융사기 조직과 공모해 발신 번호를 조작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적 있습니다.

이 남성은 온라인게임에서 알게 된 전화 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매주 100만 원씩 줄 테니 휴대전화를 관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약 한 달간 자신의 차에 변작 중계기로 개조한 휴대전화 5대를 싣고 다닌 혐의입니다.

당시 경찰은 800만 원 상당의 전화 금융사기 사건에 이용된 휴대전화 발신지를 추적한 끝에 이 남성의 위치를 파악해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발생하는 전화 금융사기 사건은 예전과 달리 국내 전화번호로 발신되므로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나 사이트는 확인하지 말고 즉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어 "휴대전화 관리나 대출금 회수 등 단순 업무를 강조하면서도 오히려 보수는 많이 주겠다며며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경우 전화 금융사기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커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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