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프랑스 배우, 방북 당시 성희롱 영상에 파문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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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프랑스 국민배우였던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2018년 방북 당시 북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적 발언을 쏟아낸 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드파르디외는 영화 '시라노'로 1990년 프랑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1991년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명성을 얻은 배우입니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증세 정책에 반발하며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듬해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이른바 '세금 망명' 대열에 합류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엔 20대 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해당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숱한 논란에도 드파르디외는 최근까지도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 2018년 9·9절 70주년 행사 참석…10세 여아에도 성적 발언

드파르디외가 2018년 방북 당시 북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은 현지 시간 7일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2의 주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Complément d'enquête'를 통해 처음 공개됐습니다.

드파르디외는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 70주년 행사에 2018년 초청받아 고려항공을 통해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드파르디외는 자신의 일행이 촬영 중인 사실을 인지하고도 북한의 여성 통역사에게 수시로 성희롱을 이어갑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담패설을 일삼고 기념 촬영 중엔 통역사의 신체를 만지고 있다고 말하며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있는 10살 여아를 가리키며, 입에 담지 못할 성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쏟아냅니다.

2018년 방북 당시 북한 통역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제라르 드파르디외. 화면 출처: 프랑스22018년 방북 당시 북한 통역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제라르 드파르디외. 화면 출처: 프랑스2

■ "드파르디외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만 16명"

해당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엔 드파르디외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 배우들의 인터뷰와 감독 등 영화계 인사 등의 증언도 담겼습니다. 지금까지 피해를 호소한 인원만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우 세라 브룩스는 2015년 TV 드라마 출연 때 드파르디외가 촬영장에서 자기 반바지에 손을 넣어서 제작진에게 항의하자 드파르디외가 "나는 네가 성공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고, 그 말에 다들 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랑스 코미디 배우 헬렌 다라스는 2007년 촬영장에서 드파르디외가 탈의실에 가고 싶은지 물어봐서 거절하자 그 자리에서 몸을 더듬었다고 폭로했습니다. 다라스는 26세에 영화계에서 블랙 리스트에 오르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닫았다며 지난 9월 드파르디외를 고소했습니다.

앞서 드파르디외는 지난 10월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성폭력 관련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은 포식자가 아니라고 항변했습니다.

2018년 9월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9·9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는 제라르 드파르디외.2018년 9월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9·9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는 제라르 드파르디외.

■ 북, 당시 외국 대표단 초청하며 "힘 있는 시위" 자평

북한은 2018년 70주년 정권 수립일을 기념하기 위해 외국의 고위급 대표단 및 저명 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드파르디외 외에 일본에선 프로레슬러 출신이자 친북 인사 중 한 명이었던 안토니오 이노키(지난해 10월 사망) 당시 일본 참의원도 참석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시 9·9절을 맞아 게재한 사설을 통해 "이번 경축 행사에는 여러 나라의 당 및 국가지도자들과 저명한 인사들을 비롯해 친선의 사절들이 많이 참가하고 있다"며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힘 있는 시위"라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당시 드파르디외의 성희롱과 성적 발언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혹은 알고도 묵인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드파르디외가 9·9절 열병식 행사에 차질 없이 참석했다는 것과 그가 방북을 앞둔 시점에 이미 20대 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프랑스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외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는 점입니다.

외국인의 사진, 영상 촬영을 엄격히 제한하는 북한이 당시 드파르디외 일행의 영상 촬영을 용인한 것 역시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결과 가려졌던 한 배우의 추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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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프랑스 배우, 방북 당시 성희롱 영상에 파문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12-13 11: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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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프랑스 국민배우였던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2018년 방북 당시 북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적 발언을 쏟아낸 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드파르디외는 영화 '시라노'로 1990년 프랑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1991년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명성을 얻은 배우입니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증세 정책에 반발하며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듬해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이른바 '세금 망명' 대열에 합류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엔 20대 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해당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숱한 논란에도 드파르디외는 최근까지도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 2018년 9·9절 70주년 행사 참석…10세 여아에도 성적 발언

드파르디외가 2018년 방북 당시 북한 여성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은 현지 시간 7일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2의 주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Complément d'enquête'를 통해 처음 공개됐습니다.

드파르디외는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 70주년 행사에 2018년 초청받아 고려항공을 통해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드파르디외는 자신의 일행이 촬영 중인 사실을 인지하고도 북한의 여성 통역사에게 수시로 성희롱을 이어갑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담패설을 일삼고 기념 촬영 중엔 통역사의 신체를 만지고 있다고 말하며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승마장에서 말을 타고 있는 10살 여아를 가리키며, 입에 담지 못할 성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쏟아냅니다.

2018년 방북 당시 북한 통역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제라르 드파르디외. 화면 출처: 프랑스2
■ "드파르디외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만 16명"

해당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엔 드파르디외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 배우들의 인터뷰와 감독 등 영화계 인사 등의 증언도 담겼습니다. 지금까지 피해를 호소한 인원만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우 세라 브룩스는 2015년 TV 드라마 출연 때 드파르디외가 촬영장에서 자기 반바지에 손을 넣어서 제작진에게 항의하자 드파르디외가 "나는 네가 성공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고, 그 말에 다들 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랑스 코미디 배우 헬렌 다라스는 2007년 촬영장에서 드파르디외가 탈의실에 가고 싶은지 물어봐서 거절하자 그 자리에서 몸을 더듬었다고 폭로했습니다. 다라스는 26세에 영화계에서 블랙 리스트에 오르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닫았다며 지난 9월 드파르디외를 고소했습니다.

앞서 드파르디외는 지난 10월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성폭력 관련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은 포식자가 아니라고 항변했습니다.

2018년 9월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9·9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는 제라르 드파르디외.
■ 북, 당시 외국 대표단 초청하며 "힘 있는 시위" 자평

북한은 2018년 70주년 정권 수립일을 기념하기 위해 외국의 고위급 대표단 및 저명 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드파르디외 외에 일본에선 프로레슬러 출신이자 친북 인사 중 한 명이었던 안토니오 이노키(지난해 10월 사망) 당시 일본 참의원도 참석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시 9·9절을 맞아 게재한 사설을 통해 "이번 경축 행사에는 여러 나라의 당 및 국가지도자들과 저명한 인사들을 비롯해 친선의 사절들이 많이 참가하고 있다"며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힘 있는 시위"라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당시 드파르디외의 성희롱과 성적 발언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혹은 알고도 묵인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드파르디외가 9·9절 열병식 행사에 차질 없이 참석했다는 것과 그가 방북을 앞둔 시점에 이미 20대 배우를 성폭행한 혐의로 프랑스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외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는 점입니다.

외국인의 사진, 영상 촬영을 엄격히 제한하는 북한이 당시 드파르디외 일행의 영상 촬영을 용인한 것 역시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결과 가려졌던 한 배우의 추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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